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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황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을 부리는 치킨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천연황
작품등록일 :
2023.05.10 23:37
최근연재일 :
2023.06.17 12:4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64
추천수 :
10
글자수 :
147,274

작성
23.05.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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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미묘한 함수관계

DUMMY

만남은 때론 전혀 예측 없이 이루어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수탉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오늘의 경우가 그러했으니까.


병아리들 앞에서 일장연설을 했던 사내의 경우는 아니었다.

모든 것을 알고서 움직였기에.


수탉과의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사내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 사내의 실체를 아는 것보다 수탉에게는 더 급한 것이 있었으니···.


수탉이 꿈의 내용을 기록해놓은 것과, 사내가 가지고 있던 ‘은계비록’의 첫 장에 쓰여 있던 내용을 맞추어보는 것이었다.


기록장을 펼쳤다.


‘사내가 지니고 있던 ’은계비록‘과, 내가 꾼 꿈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

계속 올라오는 생각들로 수탉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두통이 올라왔다.

머리를 힘껏 눌렀다.

별로 효과가 없는 것인지 오만상을 찌푸렸다.


같은 내용으로 반복적으로 꾸었던 꿈들.

꿈에서 깨고 나면, 순간 깔끔하게 지워졌던 꿈들.


꿈에서는 책의 제목을 분명히 알았는데, 눈을 뜨는 동시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백지상태.

책의 낱장들이 강한 바람에 넘어가듯이 휘리릭~~였기에, 책의 내용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고.


이런 식의 꿈이 반복되다보니, 책의 첫 장과 끝 장 부분의 내용은 어느 정도 눈에 들어왔다.

눈에 익혀진 것이었다.


기억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던 수탉은, 꿈에서 본 책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물론 올라오는 생각도 함께 기록으로 남겼다.



‘은계비록’의 첫 장의 내용은, 수탉이 기록해 놓은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자신의 기록을 확인하면서도, 수탉은 계속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지금 꿈은 아니겠지!?’

엉덩이 살을 꼬집어보는 수탉.


“이렇게 아픈데~~!! 꿈은 아니야.”


수탉은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했다.

특히나 하늘을 날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는, 빨간 색으로 ★★★ 3개의 별표까지 해 놓았으니.


꿈에 대한 기록의 마지막 장에는 몇 가지 의문점을 남겨놓았다.


하나, 하늘의 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선한 기운이 열려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무엇이 하늘의 소리가 되는 것인가?


둘, 이 꿈이 나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셋, 가장 깨끗한 기운을 형성시킨다면 하늘을 정말로 날수 있을까?


기록해 놓은 글에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수탉의 강한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기록한 부분에서 몇 장을 다시금 넘기는 수탉의 표정은 아쉬움이 역력했다.

그러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


○○년 ○월 ○○일


며칠 동안 꿈을 꾸지 않았다.

꿈을 꾸지 않았을 때는 참으로 몸이 가뿐했다.

어제는 복잡하게 꿈을 꿨다.


선한 기운을 쌓기 위해서 100일 동안 마음의 공부를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인가?


정말로 100일 동안 마음의 공부를 하면, 선한 기운이 나에게 팍팍 쌓일 것일까??


그냥 꿈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인 것인데···

꿈을 깨고 나면 너무나도 생생하다.

꿈대로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결코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병아리 때부터 꿈꾸어왔던 하늘을 난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해지는 것일까?

그냥 꿈인 것을 내가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내 기운이 맑지 못함을 잘 안다.


어떤 계시를 주고 있는 것인데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면 나는 정말로 바보인 것이다.



○○년 ○월 ○○일


며칠 동안 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 것이 드디어 어제 꿈에서 해결되었다.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헷갈린다.


선한 기운을 쌓기 위한 100일 기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었다.

과연 내가 잘 지켜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 몸에 탁한 기운이 있는 탓일 것이다.


그래도 꼭 100일 동안 끝까지 지켜내서 기필코 하늘을 한번 날아보자!

나에게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큰 행운을 받은 것이다.



○○년 ○월 ○○일


드디어 하루가 남았다.

오늘만 지켜내면 저 하늘을 날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비밀에 소리도 들을 수도 있을 것이고.

몸도, 마음도 하늘에 미리 가 있는 것 같다.


자꾸만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아야 한다.

하늘을 정말로 날수 있다는데 이 정도는 참아야 하는 것이잖아?!!



○○년 ○월 ○○일


결국 빈껍데기로 살아온 것이었구나!

100일의 기간조차도 이겨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 몇 시간을 지켜내지 못하고 가장 친한 암탉에게 말을 해버리고 말았으니.

분명 뭔가에 홀린 것이 분명했구나.


꿈에서 나에게 내린 주문은 100일 동안의 묵언(黙言)이었다.

내면의 탁한 기운을 걷어내는 방법에 하나로 100일의 묵언에 과제를 준 것이었는데.


100일 동안 단 한마디의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욕망의 이끌림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오로지 나의 내공에 부족으로 온 결과였을 뿐이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를 스스로 발로 걷어찬 것이다.


100일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살기가 그리도 힘들었다는 것이냐!




기록장에 일부를 들추어 보는 수탉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록장을 덮으면서 긴 한숨을 토해내는 수탉.


‘꿈에서 본 흰 도포를 입은 자와, 실제로 본 사내와는 어떤 관계일까?’

수탉은 큰 대자로 누웠다.

혼잣말을 하면서 눈을 감았다.

시나브로 잠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너의 안타까운 마음은 충분히 안다. 그러나 어쩔 수 없구나!”

수탉에 애원의 눈빛 따위는 먹히지 않았다.


“하늘과 한 약속을 자주 바꾼다면, 이 세상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기회를 다시금 준다면, 두 번 다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흰 도포를 입은 자에게 수탉은 애걸복걸했다.


“놓쳐버린 기회를 난들 어찌 할 수 있겠느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이 때가 아니라 하심은···.”

수탉은 귀를 쫑긋 세웠다.


“어느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다시금 때가 올 것이다.”

“정말입니까??”


“그때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


“그 기회가 오는 것을 어찌 알 수 있다는 것입니까?”

수탉은 답답함이 밀려왔다.


“100일 동안 묵언(黙言)의 과제가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느냐?”

흰 도포를 입은 자는 수탉이 궁금해 하는 것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혹여 의지가 약한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인데요?”

100일의 묵언과제가 실패한 것은 오직 의지가 약한 것으로만 수탉은 생각을 했었다.


“탁한 기운의 에너지가 원체 강했을 뿐이다.”

“???”

수탉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멍한 눈으로 나를 보면 어찌하라고··· 선한 기운이 탁한 기운에게 침몰을 당했다는 말이다.”

어디까지를 믿어야 하는 것인지 수탉은 헷갈렸다.


“스스로 부정의 기운으로 옭아매지도 말고!!”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 것입니까?”


“따로 준비할 것은 없다.”

“준비하지 않고서 무엇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만남이 있을 것이다. 어떤 욕심도 갖지 마라.”

“그 때가 언제쯤 되겠는지요?”


“때를 알려준다고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을 것이다. 오직 너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수탉은 뭔가를 더 묻고자 했지만, 그만 두었다.


“뭔가를 줘도 받아들일만한 역량이 되어 있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느냐?”

“받아들일 수 없겠지요.”

수탉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맞다!”

흰 도포를 입은 사내의 말은 짧았지만 단호했다.


옆 동네의 암탉 울음소리가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수탉은 누운 채로 몸을 뒤척이며 중얼거렸다.


‘때를 알려준다고 뭐 세상이 뒤집히기라도 하는 것인가! 쩝.’

수탉은 입맛을 다셨다.


아직도 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수탉.


수탉이 갑자기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제 그 사내와 헤어지면서 의미심장하게 던진 말 한마디를 내가 생각을 왜 하지 못했지!’

배낭 속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며 찾는 수탉.

사내가 적어준 전화번호였다.


아무에게나 전화번호를 남발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서 수탉에게 전화번호를 준 것이었다.


“아마도 나를 만나고 집에 들어가면 전에 자네가 기록한 내용들을 다시금 확인해 볼 것이야.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고 다닐 것이니까. 해결책은 뾰족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고···.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를 하게.”

사내가 전화번호를 건네면서 수탉에게 한 말이었다.


수탉은 잠이 확 달아났다.

머리통을 쥐어박으면서도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


이틀이 지나서 수탉과 사내를 다시금 만난 수탉.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였다.


이틀을 보냈다는 것은, 수탉의 고민이 깊었다는 것이다.


“기록한 내용들을 제가 다시금 볼 것을 어찌 알았습니까?”

수탉은 자리에 앉자마자 사내에게 급하게 물었다.


“허허, 그것이 그리도 궁금했나?”

카페에 먼저 와서 음악에 취하고 있던 사내는, 여유 있게 수탉의 직격탄을 받아주었다.


“오히려 바로 연락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틀이 지나서 연락을 준 것이 더 궁금했네.”

사내의 말은 느릿느릿했지만, 수탉의 생각을 훨씬 앞서갔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을 아무리 속이려 해도, 눈에는 깊은 내면의 기운이 드러나는 것이지.”

사내는 수탉이 알아듣기 모호한 말을 툭 한마디 뱉어냈다.


“좋은 의미인 것이지요? ㅎㅎㅎ.”

수탉은 모호하게 말을 하는 사내가 못마땅했다.

진짜로 웃는 웃음이 아니었다.


“그럼, 아주 좋은 의미이지.”

사내는 수탉에게 마음을 다 열어놓았다.


“병아리시절부터 하늘을 날아보고자 하는 엄청난 야망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하하.”

수탉도 사내에게 마음을 스스럼없이 터놓았다.


“근데 호칭을 뭐라고 할까요? 고민 엄청 되거든요.”

수탉은 겸연쩍게 웃었다.


“호칭이 뭐가 중요하다고.”

“ ‘여보세요’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외모는 이리 보여도 아직 나이가 그리 많지가 않거든. 정신연령은 훨씬 더 젊고. ㅋㅋㅋ.”

사내의 웃음소리가 유쾌했다.


“또~ 또 말꼬리가 길어지는 분위기이네요.”

수탉은 사내의 말꼬리가 길어지는 것을 막았다.


“서로 통해서, 기분이 좋으면 뭐~ 그리해도 되는 것이야. ㅎㅎㅎ.”

“그래서 뭐라고 부르면 되는 것인데요?”

수탉은 사내의 느긋함이 나쁘지 않았다.


웃고 있는 사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슨 말이 나올까 은근 기대를 하면서.


“도쌤이라고 부르면 좋지!”

“도쌤이라고요? 뭔 호칭이 그래요. 무슨 거창한 뜻이래도 있데요?”

수탉은 약간 비아냥거리는 말투였다.


수탉의 궁금함을 사내는 그냥 무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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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아이디어 방출(1) 23.06.01 13 0 12쪽
15 15화 죽음의 진실 23.05.31 1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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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분노하라(1) 23.05.28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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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마이 웨이 23.05.25 17 0 12쪽
9 9화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23.05.23 19 0 9쪽
8 8화 이제는 말할 수 있다(1) +2 23.05.21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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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미묘한 함수관계 23.05.15 1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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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연결고리 +4 23.05.11 3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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