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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大虎)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공자는 사술로 살아남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대호(大虎)
작품등록일 :
2023.10.03 14:30
최근연재일 :
2023.10.09 16:09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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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48,685

작성
23.10.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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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금산산

DUMMY

마라혈종.

철혈군림종과 같이 지금의 마교시대를 떠받치는 십종 중 하나다.


그들은 한 가지 면에서는 분명 다른 십종과 달랐다.


다른 단체가 마교 휘하로 들어오면서 무림문파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종교단체로 변모하여 종(宗)의 칭호를 단 것과는 달리 

마라혈종은 태생이 종교단체였다.


원래의 이름은 혈교.

기이한 사술과 잔혹한 성정으로 일찌감치 무림에 악명이 높은 집단이었다.


그러니, 사술에 관심이 생긴 한효월의 책장에서

마라혈종의 무공서인 혈해비록(血海祕錄) 후반부가 발견된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던 조양의 동공이 비로소 멈췄다.

그리곤 새까맣던 눈동자에 막이 하나 끼인 것처럼 뿌연 회색으로 변해갔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마라섭혼술의 성공은 대상자의 눈동자의 변화로 판별이 가능하다.


책은, 눈동자가 완전히 하얗게 변한다면 시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언제든 대상자를 섭혼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마라혈종의 비전신공인 마라혈공 없이

상단전의 뇌력(腦力)만으로 그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짙은 회색 눈동자로 보건데 섭혼술의 효과는 일시적이겠지만

성공했다는 데 충분히 의의가 있었다.


또다른 중요한 성과는, 상단전의 뇌력(腦力)자체만으로


술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었다.


비록 비전신공이 없는 만큼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범용성은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굳이 한 문파의 사술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었다.


하단전의 장점을 포기하지만 모든 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신체.

그것이 [태일회악신골]의 진짜 효용이었다.


“너는 누구지?”

“나는 흑호리 조양...”

“이름을 묻는 것이 아니다. 다시 묻지. 너는 누구지?”

“나는...삼비대 소속 흑호리 조양.”


삼비대라면 종단에서 정보를 관할하는 단체다.


“그동안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뭐지?” 

“감시 및 동정보고.”

“오늘도?”

“감시 및 동정보고. 그리고, 금산산의 방문을 준비.”


조양은 마치 강시가 된 것 같았다. 

입가로 새는 침이 옷깃을 적혔다.


“금산산...”


한효월의 기억이 또다시 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


“흐읍.”


금산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나 들이마쉰 숨은,

명치 부근에서 꽉 막힌 것만 같았고,

그녀가 원했던 대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양 옆으로,

철혈군림종의 무사들이 호위를 한다는 핑계로

그녀를 따라걷는 중이다. 


그들의 손에 든 칼은 밖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경계심은 안에 있는 그녀를 항해 있었기에, 

금산산은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긴장한 그녀의 어깨를, 한월이 감싸쥐었다.

“산산, 괜찮아?”

“신경쓰게 해서 미안해요.”

“너무 걱정마. 내가 있잖아.”


이제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 


시녀로 분장하고 있지만 

한월은 금산회에서 다섯 손가락에 손꼽히는 무인.


믿을 만한 무인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생각으로

금산산은 마음을 다독였다.


그녀와 한월은 철혈군림종의 악명높은 대공자에게 가는 길이었다. 


세상은 마도천하로 떨어졌고, 십종은 중원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금산회가 있는 광동지방에서

철혈군림종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차라리 대제자라는 철혈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걸 그랬어.’


그 자의 관심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마도천하라지만 돈과 금이 중하지 않을 수는 없다.


철혈마는 금산회의 소회주 금산산을 첩으로 들이는 대신

금산회의 안전을 자신이 보장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으나,

금산회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던 참이었다.


금산회의 재산을 보장해주겠다는 말이,

철혈마 본인이 금산회의 재산을 모두 가지겠다는 의미라는 건

열 살 난 아이라도 뻔히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한동안은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대공자라는 사람의 명으로,

그것도 초대를 가장하여, 강제로 불려오고 만 것이다.


“이 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희는 바깥에 있겠습니다.”

무뚝뚝한 얼굴의 무사가 가라킨 곳에는 거대한 저택의 문이 있었다. 


2장이 조금 안 되는 높이의 대문은 그 자체로도 위압적이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

금산산과 한월이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 순간 무뚝뚝한 얼굴의 무사가, 한월을 제지했다.

“대공자의 저택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금산회의 소회주만이오.”


금산산은 일부러 발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철혈군림종의 대공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저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어요. 그런데 무사님들은 무공도 모르는 한갓 아녀자를 홀로 저곳으로 집어넣고 싶으신가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


그녀는 이내 문앞에서 쿵하고 주저앉았다.

“어차피 목숨을 취할 것이면 그냥 이 자리에서 죽이라고 하세요. 전 홀로 안에 들어가서 대공자의 노리개감이 되고 싶은 마음은 꿈에도 없으니까요!”


무사의 무뚝뚝한 얼굴에 비로소 번민이 생겨났다.


철혈군림종의 무인으로써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지만,

천생 무인인 그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대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내심 금산회의 소회주를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도 있었다.


“휴...알겠소. 두 분 모두 들어가시오. 두 분의 안전을 지켜주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대공자께서 저택에 외부 무인들이 들어오는 걸 싫어하셔서 우리는 들어갈 수 없소.”


그는 시녀로 변한 한월을 노려보았다.

“괜한 짓을 하지 마시오. 종단의 분노가 금산회로 향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


하인의 말과 함께 금산산이라는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나에게 그녀의 첫인상은 여자라기보다는

아직 소녀에 가깝다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이 여자 때문에, 철혈마가 날 죽일 꺼라고?’


섭혼술에 걸린 조양이 뱉은 계획이었다.


대제자 철혈마는,

다혈질이라면 대공자 한효월과 쌍벽을 이루는 인물.


하지만 같은 다혈질이라도 둘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는데

한효월이 예민함에서 나오는 다혈질이라면,

철혈마는 소유욕에서 생겨나는 다혈질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것을 빼앗긴다고 느끼면,

점잖은 성격에서 순식간에 광분하고 마는 유형이었다.


그런 성격은 둘의 적대적인 관계 형성에도 유효했다.


정파 [철혈세가]에서, 정사지간 [철혈문]으로, 

그리고 다시 마도의 [철혈군림종]으로 변하게 되면서,

세가에서 사용하는 ‘대공자’라는 칭호도,

문파에서 중시하는 ‘대제자’라는 칭호도,

모두 위용을 잃었다.


엄밀히 말하면 철혈마와 한효월 둘 모두

철혈군림종의 평범한 교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이런 상황은 둘 모두에게 억울함과 분노를 촉발시켰다.


단, 자신의 몫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철혈마는 

자신의 거대한 분노에 한효월이라는 한 사람을 더 첨가시켰을 뿐이다.     


철혈마 진상옥.

그는 명확히 한효월의 첫번째 적대자였다.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군. 이 여자를 앞에 데려오기만 하면 내가 당장 엎어뜨려서

사고를 칠거라고 기대한건가.’


금산산이라는 여자는,

상인 가문의 딸답게 이지적으로 빛나는 눈이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거울로 보이는 한효월보다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경국지색 같은 미모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나는 냉막한 얼굴로 조양을 바라보고 말했다.


섭혼술이 풀린 조양은 예의 웃는 얼굴로 

나와 금산산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조양, 말해보라.”

“네, 공자님. 이 분은 금산회의 금산산 소저...”

“인적사항 말고!”

“네넵. 소저 잠시만요”


금산산이라는 여자는 어딘가 불편한 건지 자꾸 내 얼굴만 힐끔거리고 있었다.


조양이 내옆으로 다가와 귀속말을 했다.

‘금산산 소저는 현음옥령지맥(玄陰玉靈之脈)이라는 체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어렵게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 현음옥령지맥이라는 체질은 참으로 현묘한 데가 있어서 부서진 단전을 치료하는데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녀와 동침하신다면 공자님의 단전이 필히 치료되실 겁니다. 어떻습니까? 제 선물이?‘


그렇군.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 같다. 

단전을 고치는 일에 정신이 팔린 현효월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일을 저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겐 그렇지 않다.

내 단전은 단순히 부서진 게 아니라 망혼절맥의 효과로 인해 선천적으로 폐쇄된 걸 아니까.


아니, 그보다 과연 명백히 흑심을 숨긴 자의 말을 믿을 바보가 과연 있을까.  


‘하기사 절박한 자는 언제나 사기꾼의 목표물이긴 하지.’ 


조양은 내 생각을 전혀 모르는 게 분명했다.

본인이 신이 났는지 말을 하는데 점점 더 내 귀에 가까워졌다.

‘만약 단전만 치료되면 공자님께서 철혈군림종을 장악하는 건 일도 아닙...’


“아악!”

내가 걷어차자,

조양의 작은 몸이 종이처럼 접혀서 방구석에 처박혔다.


“작작해. 조양 이 미친 새끼야.”

놈은 눈치빠르게 일어나는 즉시 납작 엎드렸다.

그에게는 썩 어울리는 자세였다.


“나중에 다시 부를 때까지는 들어오지 마라.”

“넵. 공자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조양은 사라지고 없었다.


욕설과 폭행이 썩 만족스러웠는지, 역할적합도 수치가 올라갔다.


그나저나 이 여자는 어찌한다.


금산산을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옷 끝을 잡고 있는 손이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금산회의 금산산이라고?”

“...네.”

“빙빙 돌리는 건 성격에 안 맞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너의 체질이 현음옥령지맥이 맞느냐?”


그녀의 손이 딱하고 굳었다. 

“...네.”

“그것이 단전을 고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해서 조양이 너를 부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니 이제 그만 돌아...”

“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어. 음...저기 아가씨 아직 제 말이 안 끝났는데요. 


“효과가 있다고? 음...그렇군. 그래 알겠으니, 일단 집으로 돌아...”

“에취. 갑자기 땀이 나니, 한기가 드네요.”


금산산은 숙이고 있던 얼굴을 슬며시 들었다.

온통 분홍빛인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데,

눈동자엔 이상한 열기가 맺혀 있었다.


겉에 두른 장포를 벗으니, 안의 경장은 군데군데 땀이 젖어 있었다.  


뭔가...이상하다. 이건 아무리 봐도...나한테 뭘 바라는 것 같은데?


*


“으음...피가 났군”

한월이 저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씹어내는 사이

손끝에 핏방울이 맺혔다.


그녀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서 일을 하고 있는 하인들 사이로, 희미한 살기가 느껴졌다.

목표는 자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감시 중이었다.


철혈군림종의 내부.

자신보다 약한 자는 없다고 가정해야 한다.


한월은 티나지 않게 주변을 살폈다.

도주로를 확보하는 것이 첫째요.

만약 싸움이 벌어질 경우의 동선을 계산하는 일이 두 번째다. 


‘처마에 한 명, 관상수 뒤에도 한 명, 그리고 담 넘어에도 한 명.’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도주로와 도주방법을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으음”


찰나의 소리는 작고 은밀했다.

그러나 그것의 음색이 금산산의 것임을, 한월이 모를 수는 없었다.


“산산!”


순식간에 문을 부수며 방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허리춤에 숨겨온 연검이 어느새 들린 상태였다.


찌를 듯한 다수의 살기가 그녀의 뒤를 뒤쫓았다.


안으로 들어간 그녀를 반긴 것은,

금산산이 위에서 철혈군림종의 대공자를 덮치려는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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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23.10.09 30 0 13쪽
8 7화 철혈마(2) 23.10.06 4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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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화 금산산 +2 23.10.05 57 2 12쪽
4 3화 마라섭혼술 23.10.04 58 2 12쪽
3 2화 역할적합도 23.10.03 79 3 12쪽
2 1화 죽음 플래그 23.10.03 83 2 12쪽
1 프롤로그 23.10.03 10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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