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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大虎)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공자는 사술로 살아남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대호(大虎)
작품등록일 :
2023.10.03 14:30
최근연재일 :
2023.10.09 16:09
연재수 :
9 회
조회수 :
535
추천수 :
14
글자수 :
48,685

작성
23.10.03 14:33
조회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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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프롤로그

DUMMY

[...원통하다.]


그것은 인간의 형태가 아니었다.

남자의 전신에 박혀 있는 십 여개의 샛노란 눈동자는 흥미가득한 시선으로,

피를 뿜어내는 입술을 보고 있었다.


입에서 흐르는 새빨간 피는

눈이 시릴 듯 하얀 피부와 강렬한 대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닌 몸이다.

이제는 자기 몸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지옥 같은 세상에서 저주 받은 운명으로 태어난 내 운명이 참으로 가련하도다...]


가슴에 박힌 검이 뽑혔다.


등까지 관통한 구멍 사이로 힘차게 날뛰는 심장이 보였다.


그 모습이 애달프게도 보일련만, 날붙이에는 감정이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칼이 찌르고 비틀자, 구멍이 손으로도 가릴 수 없이 켜져만 갔다.


어느순간 그의 동공이 한껏 확장되었다.


그리곤 실낱같은 한 마디가 새어나왔다.


[...초하야, 다시 두꺼비집을 지으며 놀고 싶구나.]   


*


“끄응. 즐기자고 만든 게임에 이렇게 불쌍한 빌런을 넣어도 되나싶네. 마음약한 사람은 울겠어.”


내 한줄 감상평에,

옆에서 지켜보던 회사 동기 김태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좀 너무 불쌍한가?”


“감정 몰입이 잘 되기는 하는데...이런 찜찜한 기분을 게이머들이 좋아할랑가 모르겠네. 그렇잖아도 게임분위기도 무협게임치고는 엄청 어두운 편이니까.”


“에휴. 난 그래서 애초에 무협은 밝은 느낌으로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는데. 신나게 경공쓰면서 하늘 날아다니고, 무공도 알록달록하게 이펙트 넣어야 한다고.”


“근데, 마교가 천하를 지배한 설정인데 그렇게 밝고 예쁘게 만들면 더 이상하지 않겠냐? 그럴러면 애초에 설정부터 바꿔야...”


내가 말을 뱉고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


게임 개발은 시간이 곧 돈이다.


누가 공짜로 자신의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제와서 갈아엎자는 소리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말이었다.


“쏘리, 이건 괜한 소리였다. 그래도 다른 부분은 다 괜찮은 것 같아. 타격감도 좋고, 그래픽도 좋고 적어도 내 눈엔 전혀 거슬리는 부분은 없어. 네 눈엔 어땠는데? 너도 해봤을꺼 아냐?”


지금 회사는 게임 테스트로 바빴다. 

게으른 나도 3회차까지 돌려봤으니, 다른 직원들은 못해도 5회차 이상은 했으리라.


생성형 AI가 게임에 접목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지금 이 게임만큼 거액의 투자금과 시간, 그리고 인력이 투입된 게임은 없었다. 


말그대로 회사의 명운이, 그리고 내 밥줄이 걸려 있는 게임이었다.


“나도 너랑 생각은 비슷해. 플레이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체험하는 스토리랑 난이도가 확 바뀌는 것도 마음에 들고 NPC들도 진짜 사람같아서 플레이 하다보니 깜짝 놀랄 때도 있어서 좋았어. 문제는 역시 분위기야. 디스토피아 같은 분위기에 잔인한 배경도 많은데, 캐릭터가 너무 사람 같다보니까 오히려 소름돋는다 정도.” 


“으음...너무 걱정마.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먹힐 꺼야. 이런 분위기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소수의 마이너한 취향을 넘어서야 할텐데...”


김태훈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쿵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았다.


“아, 뒷일은 뒤에 생각하고, 일단 퇴근하고 싶어. 퇴근하자.”


시계는 이미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옆에서 책상을 정리하는 동안,

캐릭터의 설정을 다시 한번 훓어봤다.


원통하다는 그 대사가 이상하게도 머릿속을 맴돈 탓이다.


한효월.

게임의 주요세력인 마도십종 중 철혈군림종의 첫째공자로 태어났지만,

무공에 재능이 없다는 설정이다.


게임에서 최고의 절세미남이지만,

무협 세계관에서 무공에 재능이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가문에서도 비참하게 버려지고,

결국은 인간도 아닌 가장 혐오스러운 존재로 죽는 것이 마지막 엔딩인 빌런.

물론 경우의 수로 따지면 그전에 죽을 확률이 훨씬 높다.


1, 2회 차 때는 다른 빌런한테 죽어버렸으니까.


‘차라리 이렇게 징그럽게 변하기 전에 죽는 게 나을지도.’


절세미남과 징그러운 괴물 사이의 간극이라니.


이 게임 스토리를 짠 사람의 머릿속이 문득 궁금해졌다.


아니, 스토리 작가야 그렇다치고

이런 걸 오케이해준 사람이 더 이상한 것 같다. 


김윤성 과장이 스토리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던가?


앞으로는 인사도 덜 하고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말아야겠다. 


체질창을 열었다.


<체질>

[절세미남]

[표류지자]

[흉혼괴절맥(凶魂怪絶脈)]

[망혼절맥(忘魂絕脈)]


[절세미남]

유일하게 부러운 설정이다. 


시릴 듯 투명한 피부에,

살짝 둥근 짙은 눈썹,

그 아래 짙은 갈색빛이 도는 큰 동공은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런 얼굴로 살아가면 여자의 관심이 부족할 일은 없지 싶다.  


그러나 좋은 건 이것뿐이다.


아래로 내려가자 읽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설정이다.

절맥 또 절맥,


절맥이 한 개도 아니고 둘이다.


무협소설 좀 읽은 사람이라면 저절로 혀가 차는 설정이다.


그런데 표류지자는 뭐지?

세부설정을 한번 더 열었다.


[허약(虛弱)한 몸]-갯버들 같은 모습

  

참나, 이것도 좋은 게 아니네.

불쌍하다. 불쌍해.

스토리작가를 원망해도 이해할 수 있겠다.


“야. 저기”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김태훈이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동반사적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예쁜 남녀 한 쌍이 걸어가고 있었다.

대화가 즐거운지 서로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큰 키에, 아몬드처럼 둥근 눈,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여자는 웃는 입매가 참 예뻤다.


가슴이 뻐근하다.

내 고백을 고민없이 거절할 때는 저런 웃음을 짓지 않았는데.

그녀의 난처한 표정에, 얼마나 오랫동안 후회를 했던가.


내가 얻을 수 없었던 그녀의 환한 웃음은

낯이 익은, 배우 같은 남자를 향하고 있었다. 


이름은 모르겠다.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이라고 하던데

이미 잘생긴 얼굴로 사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뚫어지게 모니터를 바라봤다.

열심히 일하는 척.


“어머, 태훈 오빠.”

“어. 주희. 이제 퇴근하나보네. 둘 다 고생했어.”

“네. 오빠는 안 들어가세요?”

“어. 나도 이제 갈려고. 수고.”

“현석 오빠는...바쁜가보네요. 수고하세요.”


모니터에 파묻고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귀에 무선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현석이 너, 아직 못 잊었나보네?”

“거의 다 잊었어. 조금만 지나면 아무렇지 않을꺼야. 휴...”

“얌마, 사랑이 쉬운 건 줄 아냐? 다 그런 거야. 그런 거 다 거쳐야 결혼할 수 있는거지.”


오늘따라 유부남 김태훈의 콧대가 높게만 보였다.


“저렇게 잘생긴 얘들은 까일 리도 없겠지.”

“이야 별일이네...이성적이기로 유명한 얼음장 유현석이 외모 같은 걸 부러워하다니. 넌 외모 같은 건 별로 신경 안쓸 줄 알았는데. ”

“넌 안 부럽냐?”

“젊을 때야 그랬지만, 이제는 거울을 언제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내가 유부남이랑은 말을 말지. 쳇.”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예쁜 얼굴을 볼 때도 동일하다.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이 

예쁜 백인 여성을 오래 응시하는 선호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는, 

인간이 ‘미’에 끌리는 데에는 본성이 작용한다는 걸 말해준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예쁘고 잘생긴 게 얼마나 득이되는지 모를 수가 없다.


하다못해 알바도 돈을 더 받는다는데. 


 “그럼, 난 간다. 너도 빨랑 퇴근해. 바이”


나는 한효월 캐릭터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요즘 시대라면 연예인으로 떵떵거리고 살텐데,

‘절세미남’이 이렇게 불행하다니.


홀린 듯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절맥 하나를 빼버릴까. 

그러면 AI는 캐릭터의 스토리를 어떻게 바꿔버릴까.


“어라. 안 되네.”

이미 설정된 특성을 뺄 수는 없나보다. 


너무 변수가 커진다 이건가.


“그러면 추가하는 건?” 


딸칵- 딸칵-


어라라. 이건 또 된다.


빼는 건 이미 고정된 큰 스토리를 변경해야 되서 안 되고

추가하는 건 세부스토리만 바꿀 수 있어서 가능한 건가.


궁금증이 생겼지만 알려줄 사람은 없었다. 


[인연안]

[태일회악신골]

[초집중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남은 것 중에 쓸만하거나

캐릭터의 성격에 어울릴 만한 걸로 끼워넣었다.


[천심정신골] 같은, 이름이 그럴듯한 특성이 있어 

추가하고 싶지만 성격에 맞지 않다고 거부당했다.


<성격> 

[예민한]

[오만한]

[강압적]

[충동적]

[분노조절장애]

[공감 결여]

[예술가의 광기]


으음···

시스템의 거부가 이해가 된다.

이정도면 거의...사이코패스 수준이다.


어쩔 수 없다.

이 빌런 자체가 정신이 계속 무너지면서 

점차 강해지는 불행한 운명의 캐릭터이니까.


“대충은 다 했네.”


내가 이렇게 입력은 했지만, 이게 다 적용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궁금하다. 궁금해. AI가 얼마나 다양한 결말을 만들 수 있을까나”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잠시 캐릭터를 지켜보자 이런저런 잡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이렇게 생겼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평범한 월급쟁이가 아니라, 연예인이 됐을까. 


배우 아니면 셀럽?


돈도 엄청 벌어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겠지.


적어도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느라 땀을 흘리는 인생은 아닐거다.


그래, 내 마음 속엔 열등감이 있다. 인정한다.


냉정함이란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이것도 사실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수단일뿐. 


그리고···


“주희랑 만나고 있을거고 말이야.”


그순간이다.


멍한 내 눈동자 앞으로,

모니터 속 한효월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손 댄 건 없는데, 뭐야 버근가?”


마음이 콩닥거린다. 나이 서른 넘어서 귀신타령하고 싶진 않단 말이다.


의자등받이를 밀어내는 동시에 일어나려했다.


그러나 모니터에서 희뿌연 손이 나오더니 내 목을 틀어쥐는 게 먼저였다.


그리곤 당겼다.


크게 열린 동공 속으로 모니터의 검은 화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시야가 온통 어둠으로 물들었다. 


고운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이계의...영혼이여...내게 오라...역천강령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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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마라섭혼술 23.10.04 59 2 12쪽
3 2화 역할적합도 23.10.03 80 3 12쪽
2 1화 죽음 플래그 23.10.03 83 2 12쪽
» 프롤로그 23.10.03 10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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