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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ow 님의 서재입니다.

화이트데이 :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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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low
작품등록일 :
2019.05.28 18:57
최근연재일 :
2019.06.11 17:58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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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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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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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6)

DUMMY

그냥 같이 갈 걸 그랬나······. 뭔가 위화감이 드는 것도 그렇고, 무섭기도 하지만······. 뭔가 아까부터 자꾸 신경이 거슬리는······. 이 느낌이 뭐지? 마치 뭔가를 놓친 거 같······으······?


“어······?”


어라? 어라?? 자, 잠깐만. 이, 이상하잖아??? 지금 이 상황. 명백히 이상하잖아!!! 왜, 왜 나도. 그리고 설지현. 쟤도 눈치를 못 챈 거지???

아니, 아니, 자, 잠깐만. 침착해······. 차근차근 처음부터 생각해보는 거야. 그리고 하나하나씩 다시 집어보자.


오늘 학교에서 난 처음으로 한소영을 만났고······, 한소영한테 첫눈에 반해서 선물을 주기 위해 학교에 들어왔다.

설지현은 한소영이 학교에 불러서 학교에 나왔다. 그리고 지금도 한소영을 찾고 있고.

그리고 이건 아마 추측이지만 김성아도 한소영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학교로 쫓아왔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겁 많고 소심하고 한 없이 나약한 내가 스스로 학교에 들어오다니. 또한 설지현은 한밤중에 학교에 들어오는 게 싫다고 말했다. 솔직히 설지현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 밤중에 학교에 들어온다는 정신 나간 짓을 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설지현도 학교에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소영이라는 한 여자애에게 이끌려서 우연히 학교로 나와 설지현, 김성아······. 이 세 사람이 들어온 건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가 크게 잘못된 느낌. 우연일까? 아니, 우연이라고 하기에 위화감이 넘쳐 흐른다. 결정적으로······.


“나와 설지현이 한 대화······.”


평범하게 보면 이상할 게 없는 대화지만 중요한 게 너무 많이 빠져있다. 예를 들면······.


“수위 아저씨.”


혹은······.


“학교에 갇혀버린 것.”


우리들의 대화에서는 있어야 할 기본적이 위험이나 현재 상황에 대한 얘기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왜지?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저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얘기하다보니 그런 얘기가 안 나왔다는 것 밖에 모르겠다. 그래서 오싹해졌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고 점점 공포가 밀려왔다.

왜······, 왜······ 오늘의 난 나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여기서 제일 중요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왜 핸드폰이 아직도 안 되는 걸까? 핸드폰은 여전히 통화권 이탈이었다. 아까부터 전화도 문자도 되지 않는다. 기계실에서 있었던 패닉 이후부터 계속해서 안 되는 것 같다.

설지현한테도 핸드폰이 있었을 텐데······. 물어볼 걸 그랬다. 과연 내 핸드폰이 고장인지, 아님 정말 무언가의 이유로 지금 이곳에서 핸드폰이 안 되는 것인지.

그런데 여기서도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지금도 분명히 집이나 희준이 핸드폰으로는 전화나 문자 아무것도 안 된다. 헌데······,


어째서 이 번호만은 연락이 되는 걸까?


[살고 싶으면 도망쳐


010-3289-XXXX]


이건 아까 수위에게 쫓기기 바로 직전에 내가 읽은 문자. 그리고 아까 환풍기에서 왔던 문자 내용은······.


[반가워.


010-3289-XXXX]


이었다. 정말 장난 같은 내용의 문자.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문자는 내가 처한 상황이 난처할 때만 왔다. 환풍기 안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수위에게 쫓기기 직전에. 난 이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이 번호로 전화만 걸면 된다. 그럼 이 번호의 주인이 누군지도 알 수 있을 거고 운이 좋다면 지금 학교에 갇힌 상황을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내 핸드폰은 먹통이다. 그런 이유로 전화는 할 수 없지만······,


······왠지 지금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당장이라도 연결음이 들릴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왜일까? 왜 이렇게 꺼림칙한 느낌이 들까? 전화를 한 번······ 해 볼까?


관두자. 자신을 속이자 말자. 전화를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주제에 억지로 할 필요 없다. 그러니까 오직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이 학교를 나가는 것. 이 빌어먹을 학교에서 나가는 것 외에 그 어떠한 행동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일은 사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우니까. 이게 아마 제일 큰 이유다.

난 쓸모없어진 핸드폰을 애써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도움이 안 되는 이상 짐일 뿐이다. 게다가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수만도 없다. 얼른 나가는 문을 찾아서 이 빌어먹을 학교에서 나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화이트데이 선물이니 뭐니 라는 생각은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왠지 지금 이 상황이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흘러가는 요상한 느낌 때문에 난 더욱 내 자신의 행동에 자신이 없어진 상태니까.


일단 지금 내가 있는 이 방에서 나가자. 그렇게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순간 뭔가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그것은 커다란 인쇄기였다. 어두워서 그런지 잘 안 보였지만 뭔가 커다란 그림 같은 게 그려져 있는 B4 용지가 인쇄기 출력부에 뽑혀 있는 게 보였다.


지금쯤이면 수위 아저씨도 아주 멀리 있겠지?


난 조심스럽게 이 방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서 불을 켰다. 갑작스럽게 환해진 시야는 오히려 내 심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렇게 어두운데 이곳만 불빛이 환하니······.

오히려 이목이 집중되는 느낌이다. 왠지 모르게 이렇게 불을 켬으로 인해 마주쳐서는 안 될 그 무언가의 시선을 잡아끌게 된······. 그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내 느낌이야 어쨌든 이왕 불은 켠 김에 이 방에 뭔가 쓸모 있는 게 없는지 확인했다. 우선 아까 봤던 그 그림이 뭔지 확인하러 인쇄기 근처로 다가갔다.


아! 지도다! 놀랍게도 인쇄기에는 지도가 인쇄되어 있었다. 난 곧바로 그 지도를 확인했다.


[ 본관 1구역 지도 ]


21세기에 종이로 된 지도라는 점이 좀 웃기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 지리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정말 현재 상황에 딱 도움이 되는 물건이다. 자세히 보니, 위에 화재시 대피 요령이 같이 적혀 있는 걸로 봐서는 복도에 부착될 예정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학적부실’인 것 같았다. 근데 학적부실이 뭐지? 처음 듣는 호칭이다. 일단 이 학적부실과 연결되어있는 바로 옆방은 ‘서무실’인 것 같았다. 따로따로 문이 있는 게 아니라 방 안으로 서로 연결되어있는 형태의 이상한 구조다.


혹시나 싶어 서무실 안도 확인해보기로 했다. 운 좋게도 수위 아저씨가 떨어트리거나 선생님이 깜박한 셔터문 열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짤그락]


“응?”


서무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자 위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뭔가 싶어서 주워보니······ 열쇠였다.


열쇠에는 앙증맞은 글씨체로 ‘본관 만능 A’ 라 쓰여 있는 열쇠고리가 달려 있었다. 설마 했는데 진짜 열쇠가 있을 줄이야! 신기하다.

가만, 만능이라고? 혹시 이걸로 지금 이 학적부실 바로 앞에 있는 중앙문을 열 수 있을까? 의외의 행운의 약간 들뜬 마음이 들었다. 혹시 뭐 또 다른 게 있나 싶어 서무실 안쪽을 살폈다. 서무실은 바깥과 안쪽이 유리창을 통해 보이게 되어있었는데 그 유리창 너머로 스탠드 불빛에 비치는 우리 학교 교복이 보였다. 한밤중에 교복의 모습을······ 뭐랄까? 괜히 쓸데없는 공포감만 자극하는지라 시선을 돌렸다.


서무실 방 안에는 낡은 컴퓨터와 책상들 그리고 캐비닛 몇 개만이 있었다. 서무실이라는 거창한 이름치고 굉장히 초라하다. 서무실이라는 게 학교에 딱히 필요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만. 뭔가 특별한 걸 찾지 못하고 나가려는데 또다시 뭔가가 창문 근처에서 반짝이고 있는 게 보였다. 서무실 창문에는 학생들이 지불해야 할 돈과 건네줘야 할 서류 같은 걸 통과시켜주는 조그마한 반원 형태의 구멍이 존재했는데 그 바깥과 안을 연결하는 구멍 사이에 나침반과 라이터, 그리고 모기 스프레이가 보였다.


나침반과 학생에겐 소지조차 용납 안 되는 라이터가 왜 서무실에 있는 거지······. 모기 스프레이는 그렇다 쳐도 이 라이터는, 그 지포라이터라고 하나? 그 비싼 거 같은데. 학교도 어둡고 혹시 모르니 가져갈까? 그래,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거라도 필요할지 모르니 일단 챙기기로 했다. 이거······ 절도는 아니겠지?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난 조심스럽게 학적부실 밖으로 나왔다.



조용하다. 아니, 고요하다. 비 내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이 침묵한 것만 같은 정적. 하지만 누구나 편안히 느낄 평온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함이었다. 분명히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있는 것 같은······, 나를 압도하는 분위기가 이 주위에 펼쳐져 있다.


[즈윽] [즈윽]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서 들린다. 다시 한번 느낀 거지만 학교란 곳······ 참 거지 같다.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니. 이토록 넓은 공간인데도 갇혀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것도 아이러니한데 내 뒤로 학적부실의 불이 켜진 상태라 시야가 환한데도 걸음을 옮기기가 엄청나게 무섭다.


숨을 고른다.


여기서 언제까지고 있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기려는 그때.


[찌이이이이익]


뭔가 소리가 들렸다!


마치 종이를 찢는 것 같은 귀에 거슬리는 소리다.


뭐지? 뭐지?? 가, 갑자기 왜 이런 소리가??? 물론 종이 찢는 소리 좀 났다고 이렇게 겁먹을 이유는 없지만, 그 소리가 너무나 귀에 분명히 들렸다. 그래. 원래라면 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처럼 소리가 분명하지 않고 울리는 느낌이 들어야 하지만.


[찌이이이이이이익]


이 소리는 이 공간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내 귀에 직접 소리를 전달하는 느낌이다!


“하아······, 하아······.”


침착하자. 이래 봬도 학교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저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도 고작 소리 하나로 날 어떻게 하진 못한다.

좋아. 우, 우선은 이 장소에서 벗어나는 거야. 분명히 학적부실을 꺾어서 조금만 들어가면 다른 건물로 이어지는 통로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지. 일단 2층으로 올라가 보자. 2 층에서 창문이 열리면 다리가 좀 다치거나 하더라도 뛰어내릴 수 있겠지. 게다가 내 손엔 지금 이곳 전부를 열고 닫을 수 있는 본관 만능 A 키가 있잖아. 이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키로 어디든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나 자신을 다독이고 움직이려 발을 뗐다.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익]


다시 귀에 들리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몸을 굳게 만들었다.


젠장! 뭐야, 도대체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 거야?!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봐도 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작해야 스탠드 불빛이 비추는 교복과 여전히 닫혀 있는 상태인 중앙문.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리고······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히 이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마치······, 마치······! 나한테 점점 다가오는 것처럼!


이 소리를 내는 무언가가 나에게 점점 접근해오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 나가려는 순간!


[카카카칵]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허공에 대롱 떠 있는 하얀 두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주저앉았다. 너무 놀라서 꼴사납게 다리를 벌벌 떨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귀에 들리는 차갑기 그지없는 여자의 목소리.


[거기 있으면······]


기다란 머리카락이 보인다. 동공 속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있는 것이라고는 생기를 잃어버린 하얀 피부색. 그 얼굴이 나의 코앞으로 다가온다.


[······내가 모를 줄 알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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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11) 19.06.11 66 0 8쪽
28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10) 19.06.09 53 0 9쪽
27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9) 19.06.08 39 0 7쪽
26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8) 19.06.07 38 0 11쪽
25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7) 19.06.06 34 0 11쪽
24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6) 19.06.04 43 0 13쪽
23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5) 19.06.03 51 0 9쪽
22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4) 19.06.02 42 0 13쪽
21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3) 19.06.01 39 0 12쪽
20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2) 19.05.31 54 0 15쪽
19 3 화. '토'의 부적 (본관 2, 1층) 19.05.30 41 0 17쪽
18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FINAL) 19.05.29 48 0 11쪽
17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8) 19.05.29 31 0 16쪽
16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7) 19.05.29 37 0 18쪽
15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6) 19.05.29 35 0 17쪽
14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5) 19.05.29 46 0 17쪽
13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4) 19.05.29 30 0 15쪽
12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3) 19.05.28 43 0 18쪽
11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2) 19.05.28 37 0 14쪽
10 2 화. '목'의 부적 (본관 2층) 19.05.28 45 0 16쪽
9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Final) 19.05.28 40 0 17쪽
8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7) 19.05.28 39 0 15쪽
»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6) 19.05.28 59 0 12쪽
6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5) 19.05.28 53 1 25쪽
5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4) 19.05.28 55 1 15쪽
4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3) 19.05.28 63 1 19쪽
3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2) 19.05.28 92 1 15쪽
2 1 화. '금'의 부적 (본관 1층) 19.05.28 107 1 17쪽
1 PROLOGE +1 19.05.28 347 2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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