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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夢 님의 서재입니다.

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無名夢
작품등록일 :
2017.12.01 22:32
최근연재일 :
2019.04.10 00:13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17,522
추천수 :
114
글자수 :
339,531

작성
17.12.08 00:04
조회
760
추천
5
글자
7쪽

4. 새 천군(天君)

DUMMY

신소도국 천군 말금의 춤과 굿은 밤새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병자(病者)가 아니었더라도 체력이 바닥나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동작은 격렬하고 눈빛은 형형했다.


동녘이 희미하게 터올 즈음이었다. 말금이 춤을 멈췄다. 방울소리와 북소리도 따라 멈췄다. 작은천군, 천녀들, 별군들, 백성들의 눈도 말금에게 멈췄다.


그 때 말금이 허공을 바라보며 두 팔을 벌리고 소리쳤다.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


말금의 포효와 함께 달온, 백가, 봄낮, 그 외 작은천군들, 천녀, 별군, 백성들 순으로 표정이 굳어졌다. 솟대광장에는 경악 속에 정적이 흘렀다.


말금이 품에서 비파 모양의 청동검을 꺼내 사방을 가리켰다. 작은천군들과 천녀들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았다. 세형 동검이 대부분인 삼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양의 이 청동검은 신소도국 소도(蘇塗)와 한성의 왕궁 등 각 소국의 중심지에만 남아 있었다.


달온은 청동검을 바라보았다.


‘저것은!’


봄낮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드디어! 후계자를 정하려는 거야!’


백가는 아직 말금의 예언에 놀란 상태에서 달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백제가... 망한다고? 그리고... 이 신소도국 천군의 후계자를!’


말금은 청동검을 두 손에 받쳐 들고 앞을 노려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은 분명 작은천군 봄낮을 향했다. 봄낮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천녀 달온의 눈에도 기쁨이 묻어났다. 이것이 순리(順理)겠지. 모두가 기대하는 눈빛을 말금에게 보냈다.


‘역시! 이제 드디어...’


그 때 말금이 봄낮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연 멈췄다. 그리고는 천녀들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모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돌아봤다. 봄낮의 얼굴이 특히 일그러졌다.


‘뭐야! 그럼...’


말금이 천녀들의 대열에 다가섰다. 백가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천녀들 중에서 후계자를... 설마...’


천녀가 곧장 천군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현실이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말금은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이 천녀들 각각을 스쳐가며 대열의 뒤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달온의 낯빛도 더욱 어두워지며 그의 주먹이 긴장감에 저절로 쥐어졌다.


‘안 돼! 설마... 이건... 아니야. 아니겠지!’


봄낮의 눈빛에는 분노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신내림도 받지 못한 것에게... 이게 가능해? 내가 무엇이 부족해서!’


말금은 천녀 대열 맨 뒤에 멈췄다. 청동검을 내밀 듯 받쳐 들고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달온을 향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이제 모든 것은 되돌릴 수 없다!


달온은 너무 당황하여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말금의 눈빛은 단호했고, 달온은 겨우 떨리는 손을 내밀어 청동검을 받들었다. 말금이 곧 청동방울을 들어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솟대광장에 산들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곧 돌풍이 되었다. 산천초목이 모두 흔들렸고 천녀들과 백성들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말금은 아랑곳하지 않고 청동방울을 그대로 흔들었다. 백가는 몸을 구부리고 바람을 팔로 막으며 달온 쪽을 잠깐 바라봤다. 달온은 조금 전과는 달리 초점을 잃은 눈으로 무표정하게 꼿꼿이 서 있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났다. 돌풍이 멈췄다. 백가는 달온 쪽부터 주시했다.


달온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듯 평온한 표정에 눈을 감고 있었다. 순간 그가 눈을 떴다. 달온의 얼굴은 무심한 듯 평온하고, 눈빛은 형형하여 기세가 충천했다. 봄낮은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앗, 이건...’


백가의 표정이 다시 일그러졌다.


‘아! 달온이 아니다... 신내림이... 이제야... 왜... 지금...’


말금이 있는 힘껏 소리쳤다.


“그분이 오셨다! 그분이!”


말금이 쓰러졌다. 작은천군 노루와 다래, 천녀들이 말금에게 달려가 부축했다.


하지만 달온은 표정 변화도 없이 돌풍 전과는 사뭇 달라진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왔다!”


봄낮과 작은천군들, 백가와 별군들, 그리고 신소도국의 백성들은 경악했다. 봄낮에게 이런 달온의 신내림 모습은 천군 지명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저건... 보통 신내림이 아니다!’


백가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옛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하늘과 직접 소통을...!’


말금이 부축을 받은 채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하늘이 내리신 새 천군께서 저기에 계신다... 그는.. 헉헉... 크윽... 그는... 마지막...”


말금은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두 작은천군과 천녀들이 일제히 통곡했다. 말금의 숨은 끊어져 있었다.


“천군님! 천군님!”


달온은 정말 다른 사람인 듯 개의치 않고 사방을 한 번 둘러보더니 청동검을 하늘을 향해 찌르듯 높이 쳐들고 외쳤다.


“삼한은! 망하지 않는다!”


동이 터왔다. 햇빛이 달온이 쳐든 청동검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비쳤다. 천녀, 별군들과 백성들은 모두 위세에 압도되어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봄낮 만이 주저앉았다 일어서서 무릎을 꿇지 않았다.


작은천군 노루가 다래에게 말금의 부축을 맡기고 달온 쪽으로 무릎을 꿇으며 봄낮에게 외쳤다.


“봄낮 형님! 새 천군께서 등극하셨습니다! 선포해주시지요!”


봄낮은 서서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 팔을 떨며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너 따위! 말단 천녀 따위가 한 번에 천군? 원망스럽다. 하늘이 원망스러워!’


노루는 그런 봄낮의 마음을 읽었다.


‘충격이 너무 크시군요... 천군에 등극하실 줄 알았는데... 그럼 제가...’


노루가 일어서서 소리치고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신소도국의 새 천군으로, 달온 천녀께서 등극하셨음을 선포합니다! 모두 새 천군께 예를 표하라!”


봄낮을 빼고 모두가 달온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백가도 예를 표했지만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아... 달온이... 천군이 되었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군... 우리의 약속은...’


백가는 고개를 저었다. 작은천군 노루와 다래는 봄낮의 태도가 걱정이었다. 새 천군 등극 때에 저항하는 자는 저주를 받게 되어 있다.


‘새 천군을 인정하지 않으시는 건가...’


‘아아... 저리 계속 계시면 정말 위험하신데...’


이 때 달온이 여전히 같은 표정으로 봄낮을 향해 청동검을 겨누어 다가와 코앞에서 멈췄다. 봄낮은 달온의 눈빛과 청동검을 맞서 노려보다가, 시선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작은천군 노루와 다래는 이제야 안도했다.


초점을 잃은 백가의 한 쪽 눈에는 눈물이 맺혀 살짝 흘렀다. 주위가 더 밝아지는 가운데, 천군 달온과 80척 높이의 솟대를 중심으로 소도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어 둘러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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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제해(百家濟海): 1. 형제의 전쟁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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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새 천군(天君) 17.12.08 761 5 7쪽
3 3. 무덤들: 다가오는 죽음 17.12.05 847 6 9쪽
2 2. 큰 솟대와 마지막 굿 17.12.05 1,291 8 11쪽
1 1. 두 성(城) +4 17.12.01 2,191 1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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