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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님의 서재입니다.

기껏 귀농했더니 국보급 관광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인절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1.03 14:44
최근연재일 :
2024.01.10 01:04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42,557
추천수 :
7,507
글자수 :
365,815

작성
23.12.12 20:50
조회
7,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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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글자
17쪽

이장이 나에게 집착한다

DUMMY

의외로 행복한 고민은 금방 결론이 났다.

CX미디어의 제안서와 유자의 노래 중, 나의 도파민을 더욱 이끌어 내는 것.


‘당연히 세상에 하나뿐인 신곡이지.’


가수 유자가 보낸 음원은 오직 나를 위해 만든 노래였다.

게다가 이 노래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직 세상에서 나밖에 없는 상황.

전국구 가수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영광 그 자체였다.


따끈따끈한 비공개 신곡이라···.


‘이거 완전 개꿀인데?’


인스타를 열어 두근대는 마음으로 음원을 재생시키려던 그 순간.

나는 손가락을 멈춰 지금 노래를 듣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는 오감으로 느껴야겠지.’


‘신묘한 고양이 다방’은 내가 사는 이곳을 배경으로 만든 소설이었다.

유자는 그 배경과 분위기에 영감을 받아 노래를 만든 것이었고.


‘마을을 걸으면서 듣자. 그게 이 노래에 대한 존중이지.’


마침 사향고양이에게 대령할 레시피를 위해 꿀을 사러 읍내에 가야했다.

겸사겸사 산책도 하며, 이곳 정취도 느끼고, 노래까지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떠나기 전,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어 똥싸개에게 다가갔다.


“야. 똥!”


그러자 햇살 밑에서 발라당 드러누워 있던 녀석이 고개를 들었다.


-똥? 감히 나를 그렇게 부르느냥? 위아래 없는 인간!


“그럼 너도 편하게 부르던가.”


그러자 똥싸개는 솜방망이를 핥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곧 동공이 잔뜩 커진 걸 보면 뭔가 좋은 호칭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오호라. 좋은 호칭이 떠올랐소로이다.


“뭔데?”


-찐. 앞으로 너를 찐이라 부르겠다냥.


“···찐? 묘하게 기분 나쁘네 그거.”


뭔가 고양이 녀석한테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똥싸개는 그런 내 표정을 읽더니 통쾌한 듯 웃어댔다.


-푸하하! 기분이 왜 나쁘다냥? 인간의 이름이 진우진이지 않소이까? 그래서 줄여서 찐이다냥. 절대로 찐따란 뜻이 아니로소이다. 풉. 풉풉.


“그래. 마음대로 불러라 똥싸개.”


-좋소로이다, 찐!


우리는 서로 주먹을 맞대고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고양이한테 ‘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뭔가 내가 더 손해인 것 같았다.


“야 아무튼. 지금 꿀 사러 읍내 좀 갔다 올 거거든?”


-꿀? 그거 아주 달달하니 맛있소로이다.


“그치. 그러니까 캣닢에 취해서는 떠들어댔겠지.


역시 그때 당시 본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무의식적으로 말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캣닢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영약이 탄생할지 몰라···. 마치 랜덤박스처럼.’


나는 상전처럼 드러누워 있던 똥싸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근데 너. 꿀은 아무 꿀이나 잘 먹냐?”


그러자 사향고양이 녀석은 대뜸 고개를 들고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놉!! 본인의 몸은 고급인지라 아카시아꿀만 먹소로이다!


“···뭐?”


역시 물어보길 잘했다.

혹시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잡화 꿀로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자칭 왕족인 똥싸개에겐 어림도 없었다.


-백 프로 천연벌꿀로 사오라냥! 사양벌꿀은 절대 사양이로소이다!


···사향고양이가 사양벌꿀은 사양한단다.

이쯤 되면 나보다 더 호강하는 것 같은 녀석이었다.


‘뭐, 인세도 두둑하게 받았겠다. 천연벌꿀쯤이야···.’


위대하신 영약 싸는 고양이에게 결재를 받은 나는 나갈 채비를 마쳤다.

그런데 혼자 텃밭을 뛰놀던 백설기가 나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왈! 왈왈!


“왜 또 설기야. 좀 이따 놀아줄게.”


그러자 누워 있던 똥싸개가 고맙게도 통역을 해주었다.


-자기도 산책가고 싶다고 한다냥.


“아, 그래? 같이 가고 싶어 설기?”


-왈!


-안 데려가면 허벅지를 물어뜯겠다고 한다냥.


“야. 이간질 하지 말지?”


이젠 하다하다 거짓 통역까지 해대는 똥싸개였다.

마치 AI가 딥러닝하는 것처럼 똥싸개 녀석의 언어능력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스마트폰을 적당히 빌려줘야 할 것 같다.


“그래, 같이 가자 백설기!”


-왈, 왈!!!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백설기는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흔들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에 반해 똥싸개는 양지바른 곳에 여전히 누워있었다.


“야 똥. 너 혼자 있을 수 있겠어?”


-걱정 마라냥. 내 집은 내가 지키겠소로이다.


···이거 내 집인데?

정말이지 자존감은 우주 최강 고양이인 것 같다.


자, 그럼 가볼까.


‘맞다. 이따 쟤네들한테도 노래 들려줘야지.’


읍내에 갔다 온 뒤 유자의 자작곡을 다 같이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노래를 싫어하는 생물은 이 세상에 없지 않을까.


‘심지어 저 텃밭의 작물들도 그렇고.’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농작물에게 음악을 들려준 결과 성장이 더 빨라졌다는 뉴스 기사를 말이다.


‘똥싸개의 퇴비에 음악까지 들려주면···?’


문득 그 결과가 궁금해진 나는 읍내에 갔다 온 뒤에 한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러다 또 슈퍼 작물이 탄생할지도···.


* * *


읍내에 가는 길.

날씨는 적당히 따뜻했다.


내 앞에는 백설기가 위풍당당 앞서 걸어가고 있었고, 나는 그 덕에 마음 놓고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와, 노래 너무 좋은데?”


[너의 곁으로].


내 소설에 감명받은 유자가 직접 작곡하고 부른 음원을 이어폰을 통해 듣고 있다.

반전인 것은, 트로트 가수가 불렀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는 점.


고즈넉하고 목가적인, 잔잔한 재즈풍의 그런 노래였다.

정말이지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이 농촌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했다.


‘가사도 너무 잘 썼고.’


신묘한 고양이 다방을 물려받은 여주인공 ‘정유미’가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점의 가사.

아직 자신을 경계하는 고양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겠다는 심정을 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원작을 초월한 노래라고 봐도 무방했다.


‘드라마 OST 하나 나왔네.’


나는 이미 드라마 제작이 결정된 사람처럼 유자가 만든 노래를 미리 점찍어뒀다.


‘가만, 이런 좋은 노래를 선물 받았으니 답장을 해줘야겠지.’


나는 인스타를 켜고 유자가 보낸 메시지를 꾹 눌러 하트를 보냈다.

제인 작가가 유자의 음원에 대해 ‘좋아요’라고 표현한 것이다.


‘흠. 하트만 띡 누르면, 너무 싸가지 없어 보이려나···.’


5분 뒤.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작가님!!!!! 노래가 맘에 드셨군요!!! 너무 다행입니당 ㅠㅠ]


고작 나의 하트에 그녀는 감격에 겨워했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앞으로 하트를 자주 눌러줘야겠는데···?


‘작사 작곡에도 소질이 있을 줄이야.’


그녀를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만 봤던 지라 이런 능력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역시 세상에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배우도 있고, 노래도 나왔겠다. 슬슬 제대로 추진해볼까?’


배우 차유정과 가수 유자의 OST.

이 둘만 해도 드라마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잠깐.

그러고 보니 아직 안 읽은 메시지가 있었지.


‘CX 미디어가 보낸 제안서.’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른 뒤 다급히 연락 온 걸 보면 나에게 좋은 조건임이 뻔했다.

나는 그녀가 보낸 장문의 제안서를 대략 훑어보았다.


그중 중요한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드라마 제작 요청의 건].


‘이거지!’


어째 아귀가 딱딱 들어맞았다.

CX 미디어라는 든든한 제작사에, 페르소나급 여배우, 원작의 감성을 초월적으로 반영한 가수까지.


‘이대로 드라마 추진하면 되겠는데?’


박연지 피디라고 했었나···.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하마터면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누를 뻔 했다.


‘어후, 아니지.’


아무래도 은향 출판사 쪽에서 내 번호를 넘겨준 모양인데 진우진의 목소리로 그녀와 통화를 할 수는 없었다.


‘그럼 제인 작가의 정체가 들통나버리니까.’


걸걸한 목소리로 통화했다가 제인 작가가 진우진이라는 사실이라도 밝혀지면 이래저래 피곤하다.

이제 막 소설 한 권이 흥행한 정도로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쏟아지고 있질 않은가.


‘조용히 살기 위해선 부캐 컨셉질이 필수다.’


나는 전화 대신 문자 메시지로 박연지 피디에게 꾹꾹 글자를 눌러 담았다.

겨울철에 맞는 적절한 변명을 포함해서 말이다.


[안녕하세요. 제인 작가입니다. 제가 목감기라서 통화가 어렵네요.]


그러자 15초 만에 박연지 피디로부터 답장이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목감기라니...! 유자차라도 챙겨드세요 작가님......]


유자차라, 그거 좋은 생각이네.

만약 내가 목감기에 걸린다면 곧바로 특제 유자차를 마시고 싹 나을 것이다.


[보내주신 제안서는 잘 읽었습니다.]


나는 이어서 궁금한 점 하나를 물었다.


[근데 제가 듣기론, 은향 출판사 쪽이랑 미팅을 잡았다가 취소하신 걸로 아는데요.]


그러자 박연지 피디는 꽤나 고심했는지 무려 5분 뒤에 답장을 보냈다.

상당히 구구절절 그녀의 사연이 담긴 문자 내용이었다.


[아 그건!.....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요... 저는 작가님 소설 너무 진행하고 싶었는데... 위에서 결재가 안 난거 있죠......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든 걸로는 어림도 없다고요..... 그래서 어쩔 수없이 잠시 은향출판사 쪽이랑 미팅 홀드한 거랍니다...... 오해마십셔 작가님...]


뭔가 엄청난 서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문자를 무슨 키보드로 입력하는지 재빠르게 다음 답장을 보냈다.


[저도 너무 답답해서 저희 팀장님한테 선전포고까지 했습니다 작가님.... 이 책 반드시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다! 그러니까 드라마 제작 허락해달라!... 그리고 기다림 끝에 완전 대박! 무려 지금 3위까지 올라서 다행히...! 이렇게 드라마화 추진을 할 수 있었답니다... 어휴, 제가 말이 좀 길었나요?]


‘이거 무슨 한 편의 드라마도 아니고.’


뭔가 갑자기 짠하다.

본인은 너무 하고 싶었는데 윗사람 때문에 안절부절 내 소설의 순위가 오르기만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뭔가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것 같은데···.’


제작사의 기획 피디가 열정이 우주적이다.

그뿐 아니라 내 소설의 드라마에 참여하고 싶은 차유정, 유자까지 마찬가지고.


뭔가 예감이 좋다.

지금까지 작가로 살면서 가장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우린, 봄처럼 행복해질 거야···.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유자의 노랫말이 내 마음을 때렸다.

이토록 벅차오르는 감정이 얼마만인가.

세속적인 이유가 아니라 진정으로 작품 그 자체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

그런 소중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무조건 된다, 이건.’


*


나는 기분 좋은 뭉클함을 가진 채 어느덧 읍내에 도착했다.

하나O마트에서 사양벌꿀이 아닌 아카시아 천연벌꿀도 구입했다.


‘참 고급인 녀석.’


문득 지난번 봤던 오래된 다방 간판이 보였다.

유시진 말로는 장사가 안 돼 가게를 내놓았다고 들었는데···.


‘이런 건 어디로 연락해야 되지?’


서울에 있을 적 어렴풋이 갖고 있던 꿈이 하나 있었다.

바로 커피향이 흐르는 아늑한 감성의 카페를 가져보는 것.

물론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비좁은 자리는 싫다.


‘널찍하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온전히 힐링할 수 있는 그런 카페.’


다방 안을 기웃거리며 살펴본 결과, 내부는 꽤 큰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조건에 충족되는 낡았지만 넓은 다방이었다.


‘내부는 리모델링 하면 되니까···.’


주인과 손님 모두 느긋한 그런 공간.

특별한 목적 없이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가끔 노트북을 켜 작업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중에 유시진한테 물어봐야겠다.’


시골에 내려온 이후로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흘러간다.

아름다운 소설, 충만한 경치, 좋은 사람과 동물들, 심지어 카페까지.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었다.


‘아, 힐링된다···.’


그런데.


흐뭇한 얼굴로 오래된 다방을 기웃대던 나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올렸다.

깜짝 놀란 나는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익숙한 막걸리 냄새를 맡아버렸다.


“어이! 여기서 또 만나네 그려?!”


이장 함익평이었다.

아니, 볼 때마다 이렇게 취해있는데 마을의 대소사는 언제 관여하는 걸까?


“아, 안녕하세요 이장님.”

“안녕 못하지! 마을에 돈이 없어가지구선 오늘도 면사무소 가서 뭐 지원받을 거 없나, 하고 질척대고 오는 길이여!”


그는 마을의 재정 상태에 대해 쌓인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이장은 곧 진지한 얼굴을 하고선 나에게 물었다.


“아참. 그건 생각해봤는감?”

“예? 아, 그, 마을발전기금 말인가요?”

“그려! 고건 우리 마을 사람이라면 다 내는 거니깐. 너무 억울하게 생각 말어!”


또다시 올 것이 왔다.

유시진에 의하면 500만 원은 과하다고 들었는데···.


나는 굳게 마음 먹고 입을 열었다.


“저, 500은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뭐···? 과해?”


내 말에 이장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이제 인터넷에서나 보던 마을 사람들의 집단 괴롭힘이 시작되는 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 때, 잠시 후 이장이 입을 열었다.


“오케이! 그럼 200만 혀.”

“···예?”


이렇게 쉽게?

알고 보면 이장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래봬두 이장으로서 나라의 녹봉을 먹은지만 몇 년째여. 나도 나만의 기준이 있다 이 말이지. 돈이 많은 사람은 돈 좀 더 내고! 없는 사람은 좀 덜 내고! 요것이 나의 철칙이다 이 말이여.”


오···.

역시 이장답게 뭔가 사람을 홀리는 기운이 있다.


“자네, 직업이 뭐랬지?”

“아, 작가입니다. 글 쓰는 직업···.”

“하이고! 글쟁이면은 입에 풀칠도 못하겠구만?”


이장은 뭔가 작가란 직업에 대해 편견이 있는 것 같았다.

이래봬도 나, 인세로 꽤 짭짤하게 버는 사람인데.


“아뇨, 저도 못 벌지는 않은데···.”

“에헤이! 글로 돈 버는 게 어디 쉽남? 오케이! 그럼 딱 100만 원만 내는 걸루 하자고. 나도 없는 사람한테 돈 많이 내라고 안 혀!”

“어, 괜찮은데···.”

“그 대신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은 적극적으로다가 참여하는 걸루! 오케이?”


어쩌다가 500만 원짜리 마을발전기금을 100만 원으로 할인받았다.

불쌍한 글쟁이로 여겨진 것이 조금 찝찝하긴 하다만···.


‘나중에 잔치라도 한 번 열어야겠다.’


이장은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힘내라는 듯 말했다.


“이게 사람이 말이여. 서로 돕고 사는 게 사람인 거여. 특히나 시골은 더 그래. 나도 젊을 적엔 독고다이로 살았다가 나중에 엄청 애 먹었다고.”


그리고는 자신의 핸드폰을 자랑스럽게 들고는 말했다.


“이 핸드폰에 말이여! 청년회장, 은행장 아무개, 심지어는 군수 번호까지 있다 이 말이여! 이런 게 삶의 재산이여 재산.”

“맞는 말씀입니다···.”


대충 맞장구치고 집으로 가려던 찰나, 이장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젊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인생론을 펼치고 싶은 모양이었다.


“반면에 자넨! 자네 핸드폰엔 누가 있는감?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있는가? 어디 한번 말해봐! 아마 없을 거여! 그치?”


이장의 물음에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있긴 합니다···. 유명한 사람···.”


그러자 이장은 내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떽! 젊은 사람이 자존심만 있어가지고선! 그때 인맥은 인맥도 아니여!”

“그런가요···.”

“뭐 어디 한번 들어나 봄세! 누구, 아는 사람 누구 있는데 그려?”


나는 누구를 말할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명을 선택했다.


이장도 알법한 사람으로 말이다.


“트로트 가수. 유자···. 아십니까?”

“······?”


잠시 후 이장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자신이 뭔가를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은 표정이었다.


“유자···? 방금 자네, 유자라고 했나···?”


갑자기 술이 확 깬 것 같은 이장이었다.

그는 마치 나를 군수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자네···. 가수 유자랑, 아는 사인가?”


그의 눈빛은 상당히 당혹스러워 보였다.

가난한 글쟁이인 자네가, 어떻게 가수 유자랑 아는 사이인 건가···? 하는 눈빛.


그리고 잠시 후, 이장은 양손으로 내 손을 덥석 잡으며 외쳤다.


그의 거친 손에 엄청난 진심이 묻어났다.


“자네!! 앞으로 날···, 형님이라 부르게!!”

“······?!”


···잠깐만.

그건 너무 부담스러운데요.


‘아, 괜히 말했나.’


가수 유자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 작성자
    Lv.99 창천무궁
    작성일
    23.12.12 21:23
    No. 1

    음 사향벌꿀이 아니라 사양벌꿀이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인절미.
    작성일
    23.12.12 21:34
    No. 2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뽜이팅
    작성일
    23.12.12 22:23
    No. 3

    왜 뜬금없이 호형호제가 되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사악넘
    작성일
    23.12.12 23:39
    No. 4

    그 영감이 저영감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꼬물아씨
    작성일
    23.12.13 00:34
    No. 5

    ㅋㅋㅋㅋㅋ 유자는 신이야 여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항상후회중
    작성일
    23.12.13 03:21
    No. 6

    이장양반 기분파네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yhyhc
    작성일
    23.12.13 17:02
    No. 7

    ㅋㅋㅋ유자의 파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9월29일
    작성일
    23.12.13 19:35
    No. 8

    유자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란마아부지
    작성일
    23.12.14 15:57
    No. 9

    마을발전기금을 도대체 왜 냅니까?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9 척결자
    작성일
    23.12.15 13:29
    No. 10

    마을 발전기큼?
    무슨 개소리를 하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책괴
    작성일
    23.12.16 06:32
    No. 11

    내집은 아니지 월세면서 무슨 내집이야 집주인 집이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정우진님
    작성일
    23.12.18 09:46
    No. 12

    마을발전기금 왜 내냐구요..?
    우리처럼 도시사는 사람은 모르지만 시골에서는 관정이나 도로등 설치 도로비용등 마을에서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2 마제소바
    작성일
    23.12.19 13:00
    No. 13
  • 작성자
    Lv.99 혼돈군주
    작성일
    23.12.24 00:30
    No. 14

    정우진님 말씀처럼 아직 광역 상수도가 안들어간 동네엔 대형 관정을 파고 대형 물탱크를 설치해서 공동 수도를 사용하는데 그게 정부 지원 몇%에(능력 있는 이장 이면 100%도 가능 하기도 함) 마을 기금 몇% 해서 각자 관정을 사용하지 않고도 물을 쓸 수 있게 온 마을에 수도를 까는 사업이라 돈이 많이 들어 갑니다.
    거기다 마을의 도로도 100% 정부에서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일부는 마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포장해야 하는 곳도 있어서 새로 전입 오는 사람들에게 마을 발전 기금이란 이름으로 돈을 받기는 하는데 이게 합리적인 금액을 받는 곳이 있는 반면 이해하기 힘든 금액을 내라고 압박하는 곳도 있어서 가끔 물의를 일으키기도 함.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4 왔쑝
    작성일
    24.01.04 03:30
    No. 15

    전번이 예전 드라마 작가하던 시절 쓰던거면 금방 들킬건데요 감추려고해도 감춰질여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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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세가 깨처럼 쏟아진다 +5 23.12.10 7,585 168 17쪽
20 유명 가수가 날 언급했다. +4 23.12.09 7,735 163 17쪽
19 잘못 올린 사진의 나비효과 +4 23.12.08 8,026 163 16쪽
18 웰컴투 에어하우스 +2 23.12.07 8,045 163 17쪽
17 제인 작가 쟁탈전 +4 23.12.06 8,116 155 14쪽
16 제2의 삶, 시작 +2 23.12.05 8,183 165 15쪽
15 계약 체결 +2 23.12.04 8,379 160 15쪽
14 JBS요? 그럼 저 안 합니다. +4 23.12.03 8,637 155 13쪽
13 행운의 백설기 +4 23.12.02 8,507 165 16쪽
12 왜 자꾸 졸졸 따라다니는 건데 +3 23.12.01 8,527 159 16쪽
11 자극적인 맛이 없잖아 +6 23.11.30 8,519 175 16쪽
10 소설(小雪) +1 23.11.29 8,704 169 15쪽
9 상추 한 바구니에 싱글벙글 +1 23.11.28 8,804 159 15쪽
8 맛있는 경우의 수 +2 23.11.27 9,124 185 14쪽
7 스위트 루왁커피 +6 23.11.26 9,454 201 13쪽
6 퇴비가 미쳤다 +3 23.11.25 9,847 188 14쪽
5 루왁커피 +11 23.11.24 10,376 216 15쪽
4 커피나무가 왜 여기에 +3 23.11.23 10,963 187 14쪽
3 군고구마+김치=? +5 23.11.22 11,647 203 14쪽
2 나는 사향고양이로소이다 +9 23.11.22 12,578 226 14쪽
1 느리게 좀 살아보려고 +26 23.11.22 15,024 2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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