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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가 아니라 금수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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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3.11.05 18:13
최근연재일 :
2023.11.11 11:58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86
추천수 :
19
글자수 :
37,988

작성
23.11.0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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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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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금수저가 아니라 금수새끼다 - (5)

DUMMY

“동준아, 밥 먹고 뭐 먹었어?”

“유치원에서 사과줬어요”

“그래? 맛있었어?”

“네”


나는 할머니 품에서 재주도 없는 애교를 부렸다.


3년 전부터 할머니 집에 가는 빈도가 부쩍 높아진 편, 오늘은 유치원 버스가 아니라 할머니가 보낸 운전기사 차를 타고 이곳에 왔다.


아빠는 일 하느라 바쁘고 엄마도 요즘은 자주 집을 비우는 중, 결국 나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수새끼라도 어릴 때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지 않나,


언젠가는 독립해야겠지만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은 게 사실, 일단 지금 상황을 즐겼다.


“동준아, 그냥 할머니랑 여기서 같이 살까?”

“엄마랑 아빠도 같이 살아요?”

“그래, 그게 너도 좋지?”


또 시작된 단골 레퍼토리,


할머니는 어떻게든 아들 내외를 집에 들여오고 싶어하신다.


다 큰 자식을 집에 불러들여서 뭘 어쩌자는 건지, 그때 마다 나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충 얼버무렸다.


하지만 할머니는 오늘은 끝장을 볼 기세, 집요하게 날 물고 늘어졌다.


“그럼 같이 살아요.”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아빠가 할머니가 혼자 살면 그런다고 했어요.”


할머니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다.


할머니하고는 같이 살아도 할아버지와는 절대 같이 못 산다는 게 아빠의 입장, 그럼 할머니도 양보해야 되는 거 아닌가.


무슨 이산가족 만들기 프로젝트도 아니고 어린애가 할 말은 아니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할머니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겠지, 하지만 내 예측은 빗나갔다.


“동준아, 아빠가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떨어져서 살면 좋겠다고 했어?”

“네”

“그래 ··· 그렇구나 ··· 하지만 가족은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 같이 살아야지”

“할머니는 할아버지랑 같이 살고 싶어요?”


다시 한 번 할머니 가슴에 창을 찔러 넣었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아는데, 왜 할머니는 그 사람과 엮여서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건가.


정말 할머니는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을까, 여기서 할머니의 본심을 들었다.


“물론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미울 때도 있어”

“그런데 왜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요?”

“내가 편하겠다고 따로 살고 갈라서면 결국 나 혼자 남는 거야, 동준이는 아직 이해 못하겠지만 ··· ”


아니, 충분히 이해는 됐다.


부모 얼굴 보기 싫다고 갈라서고, 형제 자매 보기 싫다고 갈라서고, 그러다 보니 결국 나 혼자 남았다.


가족이면 서로 맞춰주고 살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다들 내 입장이 우선이라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편, 그런 사람이 수 십 수 백만 명이다.


그렇게 따로 각자 살면 행복할까?


그런 삶을 사는 것도 솔직히 나쁘진 않았지만 한 편으로는 외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이상 그 인간들 때문에 내가 상처받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금도 이 결심은 변함이 없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내가 저 인간한테 맞춰줘야 하나, 그런 인생을 수 십 년 동안 겪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말에 동의해주긴 어려웠다.


하지만 내 입장만 생각하면 가족이 무너진다는 말도 일리는 있겠지,


그래서 지금까지 가족의 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할머니를 위로해줬다.


“할머니는 가족을 위해 남들한테 맞춰주고 산 거죠?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 ··· 그래?”

“네, 우리 가족은 할머니가 만든 거예요. 할머니 없으면 가족도 없어요.”


할머니는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꼬맹이 주제에 어른스러운 척을 한다고 비웃는 건가, 아니면 진심으로 위로를 받으신 건가.


어쨌든 결과적으로 내 무덤을 판 꼴이 됐다.


“동준이 오늘 너 집에 못 가, 할머니 집에서 자야 돼”

“왜요?”

“할머니가 품에 안고 뽀뽀해 줄 거야, 눈에 100번, 코에 100번, 볼에 100번 해 줄 거야. 손에도 100번 해줄까?”

“어이쿠 ~ ”


무슨 뽀뽀를 4백 번이나 해준다는 건지,


그런데 할머니는 진짜 그런 기세로 달려들었다.


⁕ ⁕ ⁕


“동준이는?”

“어머님이 오늘은 거기서 재우신데, 동준이 내가 데려오려고 했는데 운전기사 보내서 픽 업 해 가셨어”

“그래?”


이곳은 서울의 어느 아파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김동후는 아내와 얼굴을 마주했다.


아버지한테 사랑 받고 싶진 않지만 어머니 사랑은 관심이 있는 편, 직접 가서 어리광을 부리진 못하지만 내 자식이 사랑을 받는다면 대리만족은 되지 않겠나?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텅 빈 가슴이 빵빵해지진 않았다.


어떻게든 자식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려는 어머니, 같이 살진 못해도 가서 찾아 뵙고 인사는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전화번호, 수신음이 길게 이어지진 않았다.


[여보세요? 동후니?]

“네 엄마,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 ··· 이 나쁜 녀석아, 잘 지내는지는 네 눈으로 보면 될 거 아냐?]


엄마의 잔소리에 아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이런 말 잘 안 하시는데, 집에 안 오는 자식 가슴에 죄책감이라도 박으시려는 건가.


그 작전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내일 동준이 제가 데리러 갈 게요.”

[왜? 이제는 엄마 품에서 손자도 뺏어갈 거야?]

“그게 아니라 엄마 얼굴 보러 가는 거잖아요. 내일 아버지 언제 나가세요? 그 때 갈 게요.”

[아니 ··· 동후야, 그러는 거 아니다. 아무리 아빠가 미워도 얼굴은 보고 살아야지, 이러다 엄마 죽으면 너 가족들하고 영원히 의절할 거니?]


김동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이 가족은 벌써 갈갈이 찢겨나갔겠지,


아버지가 딴 여자와 바람이 났을 때도 어머니가 이혼을 선택했다면 벌써 그렇게 됐을 거다.


그럼 그렇게 하지시 왜 미련하게 그런 삶을 살고 계신 건가.


아버지한테 한 방 먹일 수도 있고 그게 아들이 원하는 일, 아들은 오늘도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엄마, 제가 이런 말 한다고 또 화내지 마세요. 엄마가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런 노력은 가치가 있는 걸 지키기 위해 하셔야죠. 아버지랑 그만 이혼하세요. 그래야 저도 엄마 마음 편하게 뵙고 동준이도 맡기죠?”

[또 그런 소리 한다. 엄마는 그렇게 못 해, 내 자식들, 손자들 다 한 자리에 모여서 담소 나누는 게 엄마 꿈이야.]

“엄마 ··· ”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내일 동준이 데리러 와, 네 아버지한테도 어디 가지 말라고 할 거야]


이렇게 아들은 가불기에 걸려버렸다.


서로 보면 마음만 안 좋은데 엄마는 왜 이렇게 부서진 조각을 억지로 이어 붙이려는 건가.


일단 어머니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 ⁕ ⁕


“여보, 동후 올 시간이에요.”

“알고 있어.”

“말만 하지 말고 당신이 동준이 업고 마중나가요.”

“아니 ··· 그런 건 당신이 하면 되잖아?”

“당신이 동준이를 예뻐한다는 걸 동후한테 보여주란 말이에요. 왜 그렇게 말 귀를 못 알아 먹어요?”


오늘도 반복되는 시끄러운 하루,


나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부부 싸움에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부부싸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날 거실로 내보낸 것 같은데, 여기 있어도 다 들린다.


할아버지는 날 업어주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상황을 아빠 앞에서 연출해야 되나,


그냥 몰래 이 집에서 나가기로 결심했다.


“아줌마 ~ 아줌마 ~ ”

“네, 도련님, 왜 그러세요?”

“저 여기서 나갈 거예요. 할머니한테 말씀해주세요.”


어른한테 얘기 했으니 괜찮겠지,


하지만 아주머니는 내가 현관에 진입하는 걸 가로 막았다.


“도련님, 사모님 곧 나오실 거예요. 그냥 저기 앉아 계세요.”

“저 때문에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싸우잖아요. 제가 없어져야 안 싸워요”

“아니 ··· 도련님이 이대로 가시면 제가 곤란해요. 밖에 나갔다가 길이라도 잃으면 어떻게 해요?”


이렇게 1차 도주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 말 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거였는데,


그렇게 후회하고 있는 동안 2층에서 부부 싸움을 하던 할아버지 – 할머니가 1층으로 내려왔다.


“동후 아직 안 왔죠?”

“네 사모님,”

“자, 여보, 얼른 동준이 업고 나가요.”

“동후도 아직 안 왔는데 벌써 나가라고?”

“당신 손자 업고 있는 게 귀찮아요? 내가 지금 당신 벌 세우려고 이러는 줄 알아요?

“아 ··· 알았어, 알았어, 동준아, 얼른 업혀라.”


그렇게 할아버지는 내게 등을 내줬다.


할머니는 손자를 등에 업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할아버지 입장에선 벌 세우기나 마찬가지,


날 등에 업은 채 대문 밖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끄응 ~ ”

“할아버지, 무거워요?”

“아니다. 무겁다고 하면 네 할머니한테 혼 난다.”


나는 할머니 눈치를 살폈다.


이쯤 되면 봐줄 법도 한데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노려보시는 중,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했다.


“우와 ~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힘이 세구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할머니는 나 업고 있을 때 힘들다고 한 적 없어요. 할아버지는 힘들어요?”

“호호호호 ~ ”


할머니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내가 못 되먹은 할아버지를 놀려주는 게 재미있으신 건가.


이런 장면도 할아버지랑 이혼하면 못 봤겠지, 이래서 지지고 볶고 싸워도 부부는 같이 살아야 된다는 소리가 있는 건가.


그렇게 웃고 떠들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차량이 등장했다.


역시나 그 사람, 차에서 내린 아버지는 이쪽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저 왔어요”

“그 ··· 그래, 동준아, 아빠 왔으니까 그만 내릴까?”

“네 그럴 게요.”


나는 얼른 할아버지 등에서 내려왔다.


허리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는 할아버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빠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저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다면 할아버지를 좀 더 괴롭힐 걸 그랬나,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할머니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동후야, 바로 출근할 거니?”

“네 엄마, 저 그만 가볼 게요. 조만간 다시 인사 드리러 올 게요.”

“그래, 얼른 가 봐라.”


그렇게 나는 아빠 차에 올랐다.


백 미러를 봤는데 할머니는 자동차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는 중, 그 모습이 왠지 귀엽고도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아빠의 추궁이 이어졌다.


“동준아, 할머니랑 재미있게 놀았어?”

“네, 그런데 오늘은 할아버지랑 더 재미있게 놀았어요.”

“그래? 어떻게 놀았는데?”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저 업으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 힘이 너무 없어요, 할머니는 저 업고 힘들다고 한 적 없는데 할아버지는 힘들어 했어요.”

“하하 ~ 그래?”


아버지 입이 귀에 걸렸다.


할아버지한테 한 방 먹인 게 그렇게 통쾌했던 건가. 아버지는 내 귀에 악마의 유혹을 속삭였다.


“할머니는 동준이가 예뻐서 힘든 척 안 하신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할아버지한테 업어달라고 해”

“아빠, 솔직히 할아버지 괴롭히는 게 좋은 거죠?”

“뭐? 아빠가 언제 그런 말 했어?”

“아빠 얼굴 보면 알아요. 저도 이제 많이 컸다고요.”


아버지는 헛기침을 했다.


자식이 어리다고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오산, 너무 애늙은이처럼 굴긴 싫은데 이 가족들이 하는 짓을 보면 그냥 괴롭혀주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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