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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가 아니라 금수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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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3.11.05 18:13
최근연재일 :
2023.11.11 11:58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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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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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수 :
37,988

작성
23.11.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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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금수저가 아니라 금수새끼다 - (1)

DUMMY

“원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시죠.”

“네”


이곳은 법정,


나는 손에 쥔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지난 42년 간의 인생이 녹아 있는 글씨들, 내 입으로 읽자니 너무 비참해서 변호사에게 넘길까 했지만 마음을 겨우 가다듬었다.


“판사님, 저는 지난 15년 동안 돈 잘 버는 아들을 연기 해야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형 대신 부모님을 부양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있는 척을 했고, 평생을 거짓말을 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는 걸요.”


15년을 그렇게 살았고 번 돈 대부분을 부모님께 드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배신 뿐,


부모님은 내가 보내드린 돈을 전부 형 호주머니에 넣어줬다.


나도 먹고 싶은 거 참아가며 모은 돈인데 왜 그걸 형한테 주나, 따지고 들었더니 부모님은 형 편만 들었다.


“넌 돈도 잘 벌면서 형 도와 준 게 그렇게 아깝니?”

“엄마, 나도 그 돈 아껴서 모은 거야. 자식 노릇 하겠다고 준 돈을 그런 식으로 쓰면 엄마는 나 바보 취급하는 거지. 막말로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형이 다 가져 갔잖아. 나는 자식도 아니야? 난 돈 벌어 오는 기계야?”


처음부터 나는 부모님에게 자식이 아니었다.


노후를 대비해 들어놓은 보험금일 뿐, 나는 그런데도 자식의 도리를 다하겠다며 그 긴 시간을 낭비했다.


이제는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 할 때, 나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나머지 글을 읽어내려 갔다.


“차라리 제가 금수처럼 살았다면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있었을 겁니다. 동물은 독립하면 부모를 부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살 길 찾아가니까요. 저도 제 살 길 찾아 갔으면 돈도 몇 억 모으고 결혼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효도를 하다 빈털터리가 됐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금수새끼가 될 겁니다. 부모가 아니라 제 살 길을 찾을 겁니다. 판사님께서 어떤 판결을 내리시든 제 마음은 확고합니다.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조용해진 법정,


목소리를 가다듬은 판사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판결 내리겠습니다. 피고 이한영 씨는 이렇다 할 소득이 없음에도 해당 아파트를 취득했고, 피고의 어머니인 김순옥 씨 통장에서 2억 2천 만 원을 이체 받은 것도 확인 됐습니다. 정황 상 이 자금은 이수영 씨가 부모님께 드린 돈이 명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기죄가 성립되긴 어렵습니다고 봅니다.”


예상했던 판결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바보처럼 효도한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돈을 맏긴 게 죄인, 거기다 한국은 유교주의 관습 때문에 가족 간의 소송 자체를 금지 시켜 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속재산 분할 합의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 거기서 솟아날 구멍이 생겼다.


“다만 상속재산 분할 합의 없이 장남 이한영 씨가 부모님의 재산을 모두 증여 받은 건 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수영 씨는 2억 2천 만원에 대한 일부 금액을 돌려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에요?!! 내가 물려주기 싫다는데!!”


난리를 치는 피고의 어머니,


이제는 엄마 취급하기도 싫은 인간이라 무시해 버렸다.


따지고 보면 그건 다 내돈인데 그 중 일부도 못 내놓겠다는 건가, 기가 막혀서 더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길고 길었던 악연은 이제 끊어버려야겠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낸 나는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부모 형제도 없는 금수새끼가 됐는데 왜 마음이 편안한 걸까?


여기서 사소한 소동이 일어났다.


“금수만도 못한 새끼, 자기 입으로 금수새끼라고 하네!! 너같은 건 낳는 게 아니었어!! 이 후레자식 같은 놈아!!”


평생동안 내 돈 빌어먹고 산 년의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


참고 참았던 말이 터져나왔다.


“당신 같은 인간한테 효도하고 살 바엔 금수 새끼 되는 게 낫지, 너 같은 걸 누가 엄마 취급 하겠냐? 잔말 말고 내 돈이나 내 놔.”

“뭐라고?!! 저런 XX 같은 놈이!!”

“그만 하세요. 법정에서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


판사의 일침에 겨우 잠잠해진 법정,


작은 승리를 거둔 나는 도망치듯이 법정을 빠져나왔다.


쓰레기들한테 욕을 먹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멍청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차에 올라타자 입꼬리가 들썩거렸다.


‘그래, 내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앞으로는 나만 신경 쓰면 돼’


아직 42세면 한창 돈 벌 나이, 살 날도 많이 남았는데 지나간 세월을 붙잡고 하소연하면 뭐가 달라지나.


비싼 경험한 셈 치고 앞만 보고 달렸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남양산업의 장녀 이하나 씨가 상습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됐습니다. 이하나 씨는 2년 전에도 마약 복용혐의로 징역 1년 3개 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는데요. 집행 유예기간에 다시 마약에 손을 댄 만큼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도 반복되는 일상,


나는 tv에서 흘러 나오는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4 ~ 5세들,


일반인은 돈 몇 푼 가지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데 저것들은 뭐가 아쉽다고 마약을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건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금수저가 아니라 금수새끼구나. 그런 놈들이 모여 있는 이 나라는 금수강산인가?”


별 재미도 없는 언어유희지만 현 시대를 잘 풍자한 거 아닌가.


부모 잘 만나서 호강하는 놈들이 금수새끼처럼 행동하다니, 내가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부모한테 효도하며 조용히 살지 않았을까?


잠깐 그런 생각을 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제 부모가 필요 없어. 돈 많은 부모도 싫어.’


자식은 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하나?


부모님이 날 낳아주고 길러줬으니까?


분명한 건 자식은 부모의 노후를 위한 보험이 아니다.


어버이날이 되면 ‘꽃으로 퉁 칠 생각 마라, 현금이 좋다.’라고 말 하는 개념 없는 부모들, 그게 자식한테 할 말인가.


따지고 보면 자식은 욕정의 산물일 뿐, 본인의 욕정 때문에 태어난 아이에게 손을 벌린다는 게 말이 되나.


나는 그걸 당당하게 요구하는 부모님에게 질려서 인연을 끊었다.


그런 부모를 모시고 살 바엔 고아가 되는 게 낫겠지, 이런 게 바로 금수새끼의 삶 아닌가.


솔직히 부모님을 모시고 효자 노릇을 한 세월보다 금수처럼 내 살 길만 찾은 요즘 2년이 더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가 날아들었다.


[실례합니다. 이수영씨 되시나요?]

“네, 그런데요.”

[다름이 아니라 이수영씨 어머니가 숨진 채 발견되셨거든요. 형님께서 시신 인양을 거부하셨는데 ···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충격을 받은 건 아니고 ‘그래서 뭘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다니는 중’,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장남한테 시신 인양 거부당하고 이제는 죽어서 나한테 손을 벌리는 건가.


금수새끼가 됐는데 내 부모가 어떻게 됐는지 알 바 아니지 않나.


진짜 금수처럼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그 인간이랑 인연 끊은 지 오래 입니다. 전화하지 마세요.”

[아니 그래도 어머니에게 생긴 일인데 ··· ]

“확실히 말씀드릴 게요. 전 애비 애미도 없는 금수새끼에요. 그 인간 죽든 말든 저랑 상관 없다고요.”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일에 열중했다.


금수새끼가 죽은 부모 묻어주나.


어디서 그년 해골이 나뒹굴던 나랑 상관없는 일, 하지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부모님한테 사랑 받고 부모 덕 보며 살고 싶었어.’


금수저 물고 태어나 28살에 대기업 수석 팀장이 됐다는 젊은이의 사연을 들으면 그저 기가 막힌다.


그럼 나처럼 돈도 없고 부모 백도 없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되나.


솔직히 금수처럼 살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다.


그냥 좀 힘들고 불편할 뿐, 다들 그게 싫으니까 부모 잘 만나 덕 보려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게 허락된 인간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 삶만 신경 쓰면 그만, 솔직히 재벌 4세들도 부모한테 물려 받은 게 있으니 부모한테 효도하고 눈치 보며 살아야 한다.


그게 정말 행복할까?


재벌가라는 삶에 묶여 있으니 그만큼 통제받는 것도 많겠지, 그렇게 정신 승리를 해버렸다.


⁕ ⁕ ⁕


“수영아 ~ 수영아 ~ ”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이곳은 어디인가.


아까부터 누가 자꾸 날 부르는데 희미한 안개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사모님,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라 거리를 유지했다.


“누구신데 제 이름을 부르세요?”

“누구긴 네 엄마지, 얼른 집에 가자.”

“엄마요? 제 엄마는 죽었는데요? 아니 저는 처음부터 엄마가 없는 금수 새끼에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얘가 무슨 소리야. 빨리 집에 가자.”

“아니, 아줌마!! 잠깐만요!!”


뿌리 치려고 했지만 여자는 날 계속 끌고 가려고 했다.


발버둥칠수록 더 강하게 조여오는 손,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내가 이렇게 힘이 없었나?’


오랫동안 험한 일을 하느라 두터워진 팔뚝, 그런데 지금은 아줌마 손도 뿌리치지 못할 정도로 팔이 얇아졌다.


44세 중년이 어린애가 됐다는 건가, 어쨌든 난 죽을 힘을 다해 아줌마 손을 떨쳐냈다.


“수영아!! 어디 가?!!”

“난 아줌마 같은 사람 몰라요!! 전 애미가 없다고요!!”

“수영아!! 안 돼!! 거기 서!!”


죽기 살기로 도망쳤지만 그 때마다 아줌마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똑같은 사람이 열 댓 명이라도 있는 건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덧 아줌마들한테 포위 당하고 말았다.


도망쳐 봤자 소용 없는 상황,


사방에서 검은 손이 날아들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대로 난 어디로 끌려가는 건가? 그런데 갑자기 잠잠해진 공기, 다시 눈을 떴는데 익숙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후우 ~ 꿈이었구나.”


땀에 젖은 이마를 쓸어내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44년을 살면서 이런 꿈은 처음, 그냥 웃어넘겼는데 이후에도 수상한 아줌마는 꿈속에서 날 쫒아다녔다.


며칠 동안 숨바꼭질을 하다 보니 얼굴이 눈에 익을 정도, 이젠 나도 지쳐서 대화를 시도했다.


“아줌마 잠깐만요!! 거기 멈춰요!! 우리 말로 해요!!”

“그럼 도망 안 갈 거야?”

“네!! 그러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요!!”

“알았어. 여기서 멈추면 되는 거지?”


친절하게 선까지 그어주는 아줌마, 숨을 돌린 나는 대화를 시도했다.


“정말 아줌마가 제 엄마예요? 뭔가 착각한 거 아니고요?”

“그럼, 조만간 만날 거야.”

“조만간이요?”

“응, 아줌마 이제 아이 낳을 거야. 그런데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마중 나왔어.”

“아니 ···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어떻게 마중을 나와요?”

“이렇게 만났잖아? 너도 사실은 엄마 보고 싶었지?”

“어휴 ~ ”


무슨 말을 해도 자기 할 말만 하는 답답한 아줌마,


일단 대화를 이어갔다.


“아줌마, 저는 부모한테 효도하기 싫고 부모 덕 보는 것도 싫어요. 이런 아들 낳고 싶어요?”

“원래 자식은 다 크면 부모 곁을 떠나는 거지, 그게 뭐 어때서?”

“아니 ··· 그래도 ··· 아줌마 자식한테 효도 받고 싶잖아요? 아니에요?”

“효도 받으면 좋지, 그런데 자식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효도 하면 좋은 거고 안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끄응 ~ ”


가슴 한 켠이 쓰라렸다.


내 친엄마도 이런 사람이었다면 나도 진심으로 효도하며 살지 않았을까.


나도 사실은 엄마한테 사랑 받고 싶었고, 부모 자식이 서로 아껴주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싶었다.


저 사람이라면 내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조금 거리를 좁혔다.


“아줌마, 사실은 저 엄마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안 되네요. 제 엄마는 저한테 너무 큰 상처를 줬고 얼마 전에 죽었거든요.”

“그래?”

“네, 이제 저는 애비 애미도 없는 금수새끼에요. 제 앞길만 보고 살면 된다고요. 그러니까 절 놔주세요. 누구 아들도 되고 싶지 않아요. 아줌마는 저 같은 아들 낳지 말아요. 저보다 착하고 엄마한테 효도할 수 있는 아이 낳으세요. 아줌마가 행복하시길 바랄 게요.”


말이 통했는지 아줌마는 안개 너머로 사라졌다.


지긋지긋한 찰거머리를 떨쳐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걸까.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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