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a***** 님의 서재입니다.

환상세계유람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baoyu05
작품등록일 :
2019.11.25 18:59
최근연재일 :
2020.06.13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281
추천수 :
43
글자수 :
373,830

작성
20.04.25 01:33
조회
13
추천
0
글자
10쪽

황룡순례-禮(12)

다시 한 번,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DUMMY

비늘이 돋아나는 감각과 함께, 나는 바람을 밟고 올라갈 준비를 했다. 연희와 백아, 류하와 백은, 하나와 태호 모두 나와 같이 준비했다. 류하가 말했다.


“용들만 할 수 있는 이륙 방법이 있어. 봐봐.”


그리고 류하는 뛰어오를 듯이 다리를 살짝 굽혔다가, 순식간에 용의 모습이 되어서 나선형의 비행운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단 몇 초 사이에, 류하는 하늘을 가르고 저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고, 자연스레 용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류하의 모습이, 거의 점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류하도 다시 그 과정을 거쳐서 땅으로 돌아올까? 궁금한 마음이 생겼지만 굳이 그걸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하나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하나가 날아오르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하늘로 날아올랐다. 태호를 마지막으로, 다들 나를 뒤에 두고서 쪽빛 하늘로 사라졌다.


‘어서 오세요!’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힘껏 바람을 박차고 몸을 던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빠르게 이륙하는 어떤 요령이 있는 것 같았다. 만약 다음에 비행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면 이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나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해서 멀리 일행들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했다.


곧, 나는 무리에 합류할 수 있었다. 류하가 보여줬던 용들의 이륙방식을 내가 할 수 있게 되려면 무엇보다 내가 용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너무나도 멀고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가 말했다.


‘서두르려고 하지 마세요. 인간에서 차츰 용으로 변해가는 ’황룡‘은 황룡님께서 처음이니까요.’


그게 좋은 일일까.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내 삶이 이전보다 더 낫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용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진심으로 배우고, 더 나아지고, 서로를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바람이 차가웠다. 하늘을 나는 건 어쩌면 스키를 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낮에 타는 것과 밤에 타는 스키가 다르듯이, 낮에 하늘을 나는 것과 밤에 하늘을 나는 것은 전혀 달랐다. 엄마가 말해줬던 것처럼, 이 높이에 맨몸으로 올라가 보지 않고서야 알 수 없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더 높이 날려고 날아오르면, 별들은 태초의 축복처럼 땅으로 쏟아져 내려왔고, 내가 앞을 향해 날면 별들은 이제 나에게로 쏟아졌다.


‘밤하늘을 날아보는 건 오랜만인 것 같기도 하고···.’


백아가 말했다. 나는 백아에게, 싸우고 돌아오면서 하늘을 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엇, 그랬나?’


당황스러운 백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기억까지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날고 있는 탓에 모두가 웃음을 흘리는 모습은 보여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멋쩍게 머리를 긁는 백아에게, 연희가 말했다.


‘그래도 백아 덕분에 다들 웃었네?’


백아가 헛기침을 해 보였다. 백아는 백은처럼 하늘을 밟고 서 있었다. 나는 백아에게, 너나 태호나 연희는 도대체 어떻게 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백아가 말했다.


‘충분히 강하면 다들 떠오를 수 있어.’


백아가 호랑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호랑이가 된 백아는 평소 날 때와 비슷하게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부드럽게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동시에 태호가 덧붙였다.


‘나는 모양이 특이하기론 백은 누나가 제일 특이해요!’


연희와 백은이 동시에 동물의 모습으로 변했다. 비교를 하기엔 자신이 가장 적당하다는 의미인 모양이었다. 원래 태호보다 작은 크기의 여우였던 연희의 몸집이 백아만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백은은, 인간의 모습으로 비행할 때와는 다르게 정말 공중을 밟고 있는 것처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푸른 연기를 만들어 내면서 걷고 있었다. 나는 우선 연희에게 몸의 크기에 대한 것을 물어보았다.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답니다. 태호나 저 같은 일부 ’포유신수‘들은 할 수 있어요.’


연희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백은은 말의 모습 그대로 잠시 몇 발자국 더 걸었다. 하늘을 걷는 천마의 모습은,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이 고향이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정말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그 말이 백은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듯이 하얀 머리칼을 금색 달빛에 흩날리며 여유롭게 하늘을 날았다.


‘왜 동물일 때에는 걷듯이 날면서 인간 모습일 때에는 그냥 떠다니냐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은빛 갈기에 넋이 나가있었는데 백은의 목소리가 나를 깨운 셈이었다. 백은이 답했다.


‘발가락으로 걷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백은은 원래 어린 시절엔 다들 걷는 것처럼 하늘을 날지만, 나이를 먹고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중을 가를 수 있도록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다른 점은 두 발이 걷듯이 공중에 닿아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이라고도 말 해주었다.


‘공중을 나는 건 용들이 제일 잘해요!’


하나가 말했다. 류하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마치 집 안방에 누워있는 것처럼 팔을 괸 자세로 누워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해 보려고 몸을 바닥에 누인 다음 팔을 괴려는데, 팔을 괴려고 할 때마다 무슨 철봉이나 평균대 위에 누워있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몸이 옆으로 엎어졌다.


그래서 한참동안 공중에서 뒹굴뒹굴거리고 있는데 보다 못했는지, 류하가 몸을 아예 옆드리면서 고도를 낮추더니 어느 순간 내 뒷덜미를 잡고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말했다.


‘굳이 그렇게 무리하면서까지 할 필요 없어. 언젠간 알아서 하게 될 테니까.’


그러면서 본인은 마치 천장에 발이 붙어있는 것처럼 날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저도 저런 거 할 줄 알아요!’


말을 마친 하나가 날개를 조금도 굽히지 않고 완전히 펼쳤다. 그리고 날개를 퍼덕이지 않고서 고도를 천천히 높였다. 그리고는 공중에서 그 상태 그대로 원을 그리고선 내 바로 옆으로 내려왔다. 무슨 비행기술이란 기술은 전부 다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황룡님도 이렇게 할 줄 아셔야 해요!’


순식간에 얼굴 주위의 근육이란 근육이 다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상태로 하나를 바라보았다. 하나가 해맑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어보였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하나는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그저 해맑게 웃으면서 하염없이 나를 보고 있는 것. 하나는 나를 그렇게 해맑은 웃음을 띤 채로 보고 있었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마치 엎드린 것처럼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는 하나처럼, 고개를 푸욱 숙이고 몸에 힘을 뺐다. 거의 발가락으로 바람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때, 하나가 말했다.


‘장난이었는데, 헤헤.’


나는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갈래.’


내가 이렇게 말하자, 다들 어째서인지 웃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젠 슬슬 돌아가야 할 때였다. 나는 하나와 태호에게 이것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태호가 나에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황룡님이 힘들 것 같기도 하고요.”


그것도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발밑의 풍경이었다. 우리는 지금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바다 구경하러 온 캠핑장은 분명 아닐텐데, 우리는 지금 어느 새 끝없는 바다 위에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 멀리에 꽤 많은 크고 작은 섬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문득 ‘꿈’의 끝이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하나에게 이런 것들을 묻자, 하나는 나에게 간단히 답했다.


‘꿈은 끝이 없어요!’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라면 어디까지고 끝날 이유가 없겠지. 거기에, 이곳은 허수의 공간 아닌가. 굳이 끝낼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 기분은 좀 나아졌어?’


류하가 나에게 물었다. 나의 기분을 가장 신경쓰고 있던 게 바로 류하였지. 나는 류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늘 산책. 하늘 산책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들과 이야기들과 호기심과 아무튼 그런 것들이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튼 그 덕분에 덮쳐오는 하나의 과거와 실록의 공포가 조금 덜 해진 것은 사실이니까.


우리는 곧바로 방향을 돌려서,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까지 돌아갈 때에는 빠르게 땅을 잡아 끌어서 최대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흐르는 지면은, 강물이 아니라 마치 폭포처럼 흘러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지면의 폭포 위로, 우리는 하늘을 마저 달려 캠핑장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캠핑장의 첫 날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상세계유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퇴고하고 오겠습니다. 20.03.10 20 0 -
공지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쉬고 오겠습니다. 20.01.24 9 0 -
공지 퇴고, 탈고하러 갑니다. 20.01.14 23 0 -
공지 죄송합니다. 20.01.06 10 0 -
공지 여행갑니다! 19.12.30 12 0 -
공지 내일 연주를 위해서... 19.12.19 16 0 -
공지 어머님이 입원하셨습니다. 19.12.03 36 0 -
81 황룡순례-禮(23) 20.06.13 12 0 9쪽
80 황룡순례-禮(22) +1 20.06.07 18 1 9쪽
79 황룡순례-禮(21) 20.05.30 11 0 9쪽
78 황룡순례-禮(20) 20.05.23 13 0 9쪽
77 황룡순례-禮(19) 20.05.18 12 0 10쪽
76 황룡순례-禮(18) 20.05.16 14 0 9쪽
75 황룡순례-禮(17) 20.05.11 19 0 10쪽
74 황룡순례-禮(16) 20.05.09 12 0 10쪽
73 황룡순례-禮(15) 20.05.02 18 0 9쪽
72 황룡순례-禮(14) 20.04.30 17 0 11쪽
71 황룡순례-禮(13) 20.04.27 17 0 9쪽
» 황룡순례-禮(12) 20.04.25 14 0 10쪽
69 황룡순례-禮(11) 20.04.23 15 0 9쪽
68 황룡순례-禮(10) 20.04.14 10 0 10쪽
67 황룡순례-禮(9) 20.04.12 12 0 10쪽
66 황룡순례-禮(8) 20.04.10 12 0 10쪽
65 황룡순례-禮(7) 20.04.08 16 0 10쪽
64 황룡순례-禮(6) 20.04.06 12 0 9쪽
63 황룡순례-禮(5) 20.04.04 18 0 10쪽
62 황룡순례-禮(4) 20.04.02 17 0 10쪽
61 황룡순례-禮(3) 20.03.31 17 0 10쪽
60 황룡순례-禮(2) 20.03.30 16 0 10쪽
59 황룡순례-禮 20.03.26 13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