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a***** 님의 서재입니다.

환상세계유람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baoyu05
작품등록일 :
2019.11.25 18:59
최근연재일 :
2020.06.13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280
추천수 :
43
글자수 :
373,830

작성
20.03.31 00:03
조회
16
추천
0
글자
10쪽

황룡순례-禮(3)

다시 한 번,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DUMMY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날개의 크기를 자랑하던 아이들이 나를 너무나도 능숙하게 가르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이들이 내 선생이 될 수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들은 그냥 아이들이 아니었다. 나는 하나와 태호를 따라 다시 거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하나를 중심을 한, 새들의 v자 태형을 유지하면서, 우리는 하늘에 구름을 만들며 머리를 돌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제 하늘에서는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누가 집안일을 돌보느냐고 물었다. 태호가 자신이 한다고 답했다. 태호가 말했다.


‘배고프세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했다. 부모님이 도와주시지 않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왠지 무서워서 물어볼 수는 없었다. 선생이 될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아이들이었다. 상처가 있는지는 그저 내 추측일 뿐이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러지 말라는 법은 절대로 없었다. 이런 걸 조심해서 나쁠 건 절대로 없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우리는 말없이 하늘을 날았다. 뒤로 비치는 석양이 금빛으로 온갖 것을 물들였다. 머리 위로 떠가는 금색 구름과, 강이 흐르는 것처럼 흘러가는 마을과, 신력 덕분에 나를 살짝 스치고 가는 바람이 내가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만약 이것들이 없었다면 나는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지도,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그냥 공중에 가만히 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득, 방금 확인했던 것들 중 무언가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내 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비행을 위해 펼쳐둔 신력의 막을 확인했다. 오늘 꽤나 오랫동안 하늘을 날고 있었던 탓인가, 신력의 막이 상당히 불안정했다. 자칫 균형을 잃었다간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았다.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하나가 나에게 물었다.


‘불안해 보여요. 뭐가 잘못된 건가요?’


나는 지금 신력이 조금 모자를 것 같다고 하나에게 답했다. 하나가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잡아드릴게요.’


하나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저 작은 손이 나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안될 건 없었고, 전에 하나가 했던 일을 생각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았지만 하나가 날고 있는 방식이 조금 걱정스러웠다. 하나는 우리들 중 유일한 새였다. 마수들처럼 날개를 퍼덕여서 날고 있었다. 만약 손을 잡았을 때 날개에 걸려버린다면?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무겁다면? 하나는 꽤나 힘들어 질 터였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나는 정중히 하나의 손을 사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신력의 막이 얇아지면서 다행히도 비행은 조금 더 편해졌다. 나는 눈을 들어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주작의 거처가 눈에 들어올 것도 같았다. 태호가 나에게 말했다.


‘무리하시면 안돼요. 정말 힘들어 지실지도 몰라요.’


‘황룡님이라면 얼마든지 붙잡고 날아갈 수 있어요!’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이미 그럴 생각이었다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나에게도 ‘글자’가 있었다. 아마 예禮일 테지만 나는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 멀리 거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 비행을 조금 빠르게 끝내려고 조금 속도를 높였다. 하나와 태호가 내 뒤로 스쳐지나갔고 나는 빠르게 앞을 향해 날아갔다. 태호가 말했다.


‘어어··· 안돼요··· 그러면 큰일 나는데···’


나는 아무 일도 없다고, 보란 듯이 다시 속도를 줄였다. 뒤를 돌아보자, 태호와 하나가 꽤나 멀어져 있었다. 나는 잠시 그들과 같이 가기 위해 멈추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런데 순간, 나는 발이 미끄러지는 감각과 함께 몸의 균형을 잃었다.


나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천천히 날아오던 하나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들었다. 급한 마음에 불현 듯 시간을 멈추자, 나는 하나의 오른 팔이 통째로 거대한 새의 다리로 변해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다시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하나가 능숙한 솜씨로 나를 낚아챘다. 하나의 거대한 팔에 붙들린 채로, 나는 하나에게 말했다.


‘미안··· 내가 무리했나봐.’


‘괜찮아요. 다음부터는 그러시면 안돼요?’


그러나 그렇게 말 해주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태호가 내 옆으로 다가와 나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 난다고 했잖아요! 첫 날부터 다치시면 저희는 어떻게 하라고 그러세요!’


나는 태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나가 ‘맞아 맞아’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황룡님이 언제 오시나 엄청 기다렸는데!’


나는 돌연 머쓱해졌다. 얼굴이 뜨거워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왠지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해맑게 웃으면서,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얼굴을 보지는 않았어도 하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황룡님이 한손에 잡혀요!’


못 들어 올릴 줄 알았는데 하나는 매우 간단하게 나를 앞뒤로 흔들어보았다. 나는 어어 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하나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태호와 하나가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나가 다시 나를 흔들었다. 하나에게 그만 해 주면 안 될까 말하자 하나가 말했다.


‘벌이에요!’


나는 그렇게 땅바닥에 내려갈 때 까지 한참동안 그네 타는 느낌으로 흔들렸다. 땅으로 내려왔을 때, 나는 처음 여기에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들 문을 열고 뛰쳐나와서 하나더러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하나는 내가 무리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져서 들고 왔고 내가 바닥에 이렇게 쓰러져 있는 것은 오는 동안 장난삼아서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하가 하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흔들어보고 싶네.”


나는 쓰러진 채로, 최대한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그러지 마라고 말했다. 그러자 백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흔드는 게 좋겠어요, 청룡님.”


간신배라고 말하려다가 진짜 흔들 것 같아서 나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러자 대신에 백아가 나를 번쩍 들어 올리고서 말했다.


“더우니까 다들 들어가자.”


그러고서 백아는 나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백아는 류하와 백은과 연희의 부러움을 샀다. 물론 적어도 그 부러움은 분명 두 종류 이상 존재했다. 연희는 분명 자기가 들쳐 업히고 싶다는 것이고 류하와 백은은 나를 들고 흔들어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나를 한 손에 쥐어보고 싶은 것인지 아무튼 그랬다.


백아가 잠시 호랑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난 백아의 입에 물려있었다. 방금 전은 새의 손이기라도 했지 지금은 입이었다. 이빨에 아슬아슬하게 나를 걸쳐놓은 백아가 나를 입으로 캐치볼 대용으로 사용하면서 나를 하나 방바닥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나는 백아에게 말했다.


“입 손으로 쥐어도 되?”


백아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난 했다. 백아의 입으로 손으로 쥐자, 백아가 내 손을 앞발로 누르고 내 손을 자신의 입 속으로 차분히 밀어 넣었다. 나는 황급히 손을 빼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내 손은 백아의 입 속으로 들어가 까슬까슬한 혀로 침 범벅이 되어서 나왔다. 사실, 난 잘려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사람모양으로 되돌아온 백아에게 말했다.


“맛있냐?”


백아는 나를 호랑이 발로 툭 치고 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손을 씻기 위해 몸을 겨우 일으켜서 화장실로 향했다. 대강 손을 씻고, 나는 피로로 잔뜩 무거워진 몸을 질질 끌고 하나와 태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쓰러졌다. 방 안에는 그새 하나와 태호가 들어와 있었다. 내가 방 안에 쓰러지자, 하나와 태호가 가까이 와서 앉았다. 나는 하나에게 말했다.


“너무 힘들어서 그래··· 미안해···.”


하나와 태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로 뉘여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눈으로 그들의 방을 잠시 둘러보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나와 태호의 방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그들 중 하나가 바닥에서 자느냐고 물었고, 태호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나는 태호에게 물었다.


“같이 자는 거야?”


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호가 말했다.


“말씀 드렸잖아요. 하나는 악몽을 자주 꿔요. 제 품에 있을 때 하나는 가장 잘 자요.”


짐을 막 풀었을 때에는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 하나를 악몽에 밀어 넣을 정도로 그들에게는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도대체 어떤 일이었을까 고민하다가, 나는 점점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다. 눈이 거의 감겨가면서, 나는 하나에게 예禮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하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따듯하면서도 그 속에는 위엄을 담고 있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예禮는 인仁의 연장선. 누구 하나 빠짐없이 사람들을 편하게 하는 거예요. 올려다보는 걸로 그치지 않고 직접 움직여서요···. 그게 전부에요.”


하나와 태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빨간 눈동자 노란 눈동자를 가진 오누이를 보면서, 나는 저들이 가지고 있던 사연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지금은 이대로 좋았다. 지금은 이대로 잠시 쉬어도 좋았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상세계유람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퇴고하고 오겠습니다. 20.03.10 20 0 -
공지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쉬고 오겠습니다. 20.01.24 9 0 -
공지 퇴고, 탈고하러 갑니다. 20.01.14 23 0 -
공지 죄송합니다. 20.01.06 10 0 -
공지 여행갑니다! 19.12.30 12 0 -
공지 내일 연주를 위해서... 19.12.19 16 0 -
공지 어머님이 입원하셨습니다. 19.12.03 36 0 -
81 황룡순례-禮(23) 20.06.13 12 0 9쪽
80 황룡순례-禮(22) +1 20.06.07 18 1 9쪽
79 황룡순례-禮(21) 20.05.30 11 0 9쪽
78 황룡순례-禮(20) 20.05.23 13 0 9쪽
77 황룡순례-禮(19) 20.05.18 12 0 10쪽
76 황룡순례-禮(18) 20.05.16 14 0 9쪽
75 황룡순례-禮(17) 20.05.11 19 0 10쪽
74 황룡순례-禮(16) 20.05.09 12 0 10쪽
73 황룡순례-禮(15) 20.05.02 18 0 9쪽
72 황룡순례-禮(14) 20.04.30 17 0 11쪽
71 황룡순례-禮(13) 20.04.27 17 0 9쪽
70 황룡순례-禮(12) 20.04.25 13 0 10쪽
69 황룡순례-禮(11) 20.04.23 15 0 9쪽
68 황룡순례-禮(10) 20.04.14 10 0 10쪽
67 황룡순례-禮(9) 20.04.12 12 0 10쪽
66 황룡순례-禮(8) 20.04.10 12 0 10쪽
65 황룡순례-禮(7) 20.04.08 16 0 10쪽
64 황룡순례-禮(6) 20.04.06 12 0 9쪽
63 황룡순례-禮(5) 20.04.04 18 0 10쪽
62 황룡순례-禮(4) 20.04.02 17 0 10쪽
» 황룡순례-禮(3) 20.03.31 17 0 10쪽
60 황룡순례-禮(2) 20.03.30 16 0 10쪽
59 황룡순례-禮 20.03.26 13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