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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님의 서재입니다.

환상세계유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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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oyu05
작품등록일 :
2019.11.25 18:59
최근연재일 :
2020.06.13 23:4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279
추천수 :
43
글자수 :
373,830

작성
20.04.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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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황룡순례-禮(7)

다시 한 번,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DUMMY

그리고 그렇게 하루 동안 이루어진 신비한 수업 시간이 끝나고 어느 덧 실록을 볼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붉은 기운이 흐르는 책 앞에 하나와 태호와 함께 서서 그것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나가 나에게 책 위로 손을 뻗어달라고 했다. 하나의 말 대로 손을 뻗자, 책이 스스로 넘어가기 시작하더니 곧 어떤 페이지에 스스로 펼쳐졌다.


나는 잠시 펼쳐진 페이지를 읽어보았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용은 황룡이 주작에게 프러포즈 한다는 것 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하나와 태호를 번갈아가면서 보고, 하나와 태호 모르게 슬쩍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나는 하나에게 책의 내용을 보라고 말 해주었다. 책의 내용을 본 하나는 키득키득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태호 오빠가 삐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러자 태호는 두고 보라는 듯이 하나에게 삐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하나에게 무슨 내용인지 알면서도 그러는 거냐고,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사실 불편한 건 나였다. 금방이라도 백아든 뭐든 문을 열고 쳐들어와서 나를 감옥에 집어넣을 것 같았다.) 그러자 하나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직접 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나는 하나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나는 하나가 이 페이지에 대해서 설명해 줄 거라고 믿으면서, 하나와 함께 책에 손을 대었다. 곧, 붉은 안개와 함께 나와 하나는 책 속으로 빠져들었고, 곧 우리는 그 시절의 황룡과 주작이 되었다.


황룡께서 주작에게 청하시기를 나와 백년가약을 맺어 주겠느냐 하니, 주작 기뻐 이르기를


“승상의 은덕과 사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하니, 황룡께서 기쁘게 여기신 즉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함이 마치 물고기가 물에 되돌아감 같더라. 시간이 밤이요, 갈대밭에 단 둘이 있으니 그들은 즉시 궁으로 돌아가 모두에게 뜻을 전하더니, 궁에 모두가 즐거워하며 기뻐하더라.


짧은 장면이었지만 너무나도 강렬했다. 갈대밭에서, 나는 하나를 껴안고 입술도 훔쳤다. 그래도 정말 하나 말대로 다행인 것은 하나의 모습이 어린이의 모습이 아니라 성장한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한편으로는 다행,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괴롭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겨우 고개를 돌려서 하나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나처럼 얼굴이 붉어진, 그러나 괴롭다기 보다는 오히려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가린 채 나를 보고 있는 하나가 서 있었다.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어요!”


나는 태호를 돌아보았다. 삐지지 않겠다던 녀석은 이미 삐져있었다. 나는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태호에게 이 장면을 보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태호가 다행인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해주었다.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거든요.”


그게 무슨 뜻인지 되묻자, 하나가 태호의 손을 잡아서 내 품 안에 밀어 넣으면서 말했다.


“그건 황룡님이 직접 보셔요.”


그리고 하나 자신도 내 품 속으로 들어가면서, 내 팔을 두르고 말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런 거니까요.”


말을 마친 하나의 눈동자가 괴로운 듯이 흔들렸다. 태호가 내 팔을 조금 더 조이고서 몸을 돌려 하나를 안아주었다. 하나는 태호의 포옹에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하나는 태호의 포옹을 단 한 번도 저항한 적이 없었다. 나의 품에 안기고 하나를 자신의 품 속에 넣은 채로, 아마도 슬픈 눈동자를 하고서, 태호가 나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대로 말씀해 드리지 못해서.”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남자아이의 울음 섞인 절규,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저항할 수 없었다. 이번에 나는 내 품안에 들어있는 아이들을 내 의지로 조금 더 꼭 껴안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아이들을 알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내가 무서워한다는 걸, 나는 아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을 끌어안은 건 그래서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방 아이들이 무서워 보일 것 같았다.


그렇게 일과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머지 모두들이었다. 그들, 특히 류하와 백은과 연희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를 들어서 인형처럼 끌어안고 쓰다듬고 꼬집고(연희만 그랬다.) 간지럽히고(이것도 연희만 그랬다.) 등등을 하면서 하나를 마음껏 만끽했다. 그리고 백아 또한 태호를 그렇게 했다. 연희가 했던 대로.


그런데 태호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백아가 태호에게 손을 대지 않았을 때는 웃고 있었는데, 손을 대자마자 웃음기가 사라지고 무표정이 되고, 들어 올리자 귀찮다는 듯 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백아에게 태호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여보라고 했다.


“이렇게?”


정말 태호는 땅에서 발이 멀어질수록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백아가 말했다.


“오 이거 운동되는데? 너 내 아령 할래, 태호?”


태호가 싫다고 말했다. 태호는 곧 백아의 손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태호에게, 방금 내가 본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자 백아가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을 시킨 거냐고 물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강아지들은 원래 안기는 걸 싫어하잖아.”


그러면서 하나를 보라고 말 해주었다. 하나는 마찬가지로 들려있는데도 표정이 좋아보였다(연희가 괴롭히지 않는 한). 그러자 태호가 말했다.


“개들은 안으면 안돼요! 저희는 안아달라고 하기 전에 안아주는 걸 싫어한다고요. 백아 형은 짓궂으니까 맨날 나를 안고 들어 올리고 가끔은 뒤집기도 하고···. 하여튼 그래요!”


그리고 이렇게도 덧붙였다.


“하나는 안아서 들어 올려도 되지만 팔위로 안으면 안돼요. 새들은 두 팔이 불편한 걸 싫어하니까요.”


그 말을 듣자, 전에 류하가 말했던 동물로서의 ‘애정표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우선 백아에게, 호랑이의 호감 표현은 어떤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백아가 답했다.


“물고 가는 거지. 호랑이굴로.”


나는 전에 백아가 나를 입에 집어넣고 방까지 갔던 것을 떠올리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백아가 나에게 말했다.


“한 번 더 해줄까? 이빨 세워서, 매운 맛으로?”


나는 그만 두라고 말했다. 그 때에는 정말로 호랑이 굴에 물려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자 백아는 주먹으로 내 어깨를 툭 치고선 하나를 괴롭히는 연희를 데리고 방으로 사라졌다. 거실에는 나와 류하, 그리고 백은이 남아있었고, 하나는 류하의 다리에, 태호는 백은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류하가 하나를 들어올렸다. 태호가 가르쳐줬던 수칙을 아주 자연스럽게 지키면서. 나는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하나를 보고 있는 류하와, 언니가 너무나도 좋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은 하나의 색채대비를 보면서 잠시 묘한 감정을 느꼈다. 푸른 색, 붉은 색 울긋불긋한 색의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태극기가 연상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 둘 모두가 양陽에 속한 신수라는 게 떠오르기도 해서였다.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하나와 볼을 부대끼면서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있는 류하가 나에게 헤벌쭉한 미소 그대로 물었다.


“왜? 내가 이러고 있는 게 이상해?”


아니아니, 나는 대답했다. 하나와 태호는 당연히 귀엽지. 그러자 류하가 답했다.


“그걸 알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독차지 하는 거야?”


백은이 태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류하더러 바꿔달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뭐, 그래도 체력하고는 전혀 안 친한 승현씨니까 곧 놀러가고 싶다고 말하겠지. 그렇죠, 우리 귀여운 주작님?”


하나가 이번에는 백은의 품으로 갔다. 백은에게 안겨서 들려 올라간 채로,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그 때가 되면 바다로 가요!”


바다. 확실히 생각할 만 했다. 아니, 생각해 보니까 바다는 ‘생각해서는’ 안 되는 장소였다. 내가 직접 모두와 함께 발을 들여놓을 때 까지 그곳에 대해서 상상했다간 나는 이 세 번째 여정을 쉽게 끝맺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류하는 하나에게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 승현이에게 용들의 ‘수영’을 가르쳐 줘야 하니까.”


으으, 들으면 안 된다. 들으면 안 된다. 그런데 잠깐. 용들의 수영? 나는 류하에게 용들은 수영하는 방법이 다르냐고 물었고, 그러자 류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태호의 북슬북슬한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인간처럼 허우적거릴 줄 알았어?”


그리고 백은이 덧붙였다.


“그리고 인간처럼 물놀이 하지도 않는다고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그 신체능력으로 물만 참방참방 튀기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아니, 애초에 그 힘으로 참방참방 물을 튀겼다면 예상컨대, 최소 따귀에서 주먹질 정도의 위력까지 나올 것도 같았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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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황룡순례-禮(22) +1 20.06.07 18 1 9쪽
79 황룡순례-禮(21) 20.05.30 11 0 9쪽
78 황룡순례-禮(20) 20.05.23 13 0 9쪽
77 황룡순례-禮(19) 20.05.18 12 0 10쪽
76 황룡순례-禮(18) 20.05.16 14 0 9쪽
75 황룡순례-禮(17) 20.05.11 19 0 10쪽
74 황룡순례-禮(16) 20.05.09 12 0 10쪽
73 황룡순례-禮(15) 20.05.02 18 0 9쪽
72 황룡순례-禮(14) 20.04.30 17 0 11쪽
71 황룡순례-禮(13) 20.04.27 17 0 9쪽
70 황룡순례-禮(12) 20.04.25 13 0 10쪽
69 황룡순례-禮(11) 20.04.23 15 0 9쪽
68 황룡순례-禮(10) 20.04.14 10 0 10쪽
67 황룡순례-禮(9) 20.04.12 12 0 10쪽
66 황룡순례-禮(8) 20.04.10 12 0 10쪽
» 황룡순례-禮(7) 20.04.08 16 0 10쪽
64 황룡순례-禮(6) 20.04.06 12 0 9쪽
63 황룡순례-禮(5) 20.04.04 18 0 10쪽
62 황룡순례-禮(4) 20.04.02 17 0 10쪽
61 황룡순례-禮(3) 20.03.31 16 0 10쪽
60 황룡순례-禮(2) 20.03.30 16 0 10쪽
59 황룡순례-禮 20.03.26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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