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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속 하이브 마인드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무협

bamboowife31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7.24 00:47
연재수 :
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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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2,860

작성
23.05.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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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고독은 사천에서

DUMMY

아쉽게도 또다른 영약은 없었다.


아라크네피드의 집게발을 이용해 마차를 거의 조각내다시피 했지만, 두 녹림도가 미처 챙기지 못한 쟁자수들의 쌈짓돈이나 마차 구석에 떨어져 있던 전표 말고는 아무것도 찾지 못 했다.


물론 천마는 그거라도 전부 다 긁어왔다.


‘죽은 자에게 돈이 무슨 소용이라고.’


쉬쉬쉬쉭···


그가 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앞에서는 아라크네피드가 열심히 실크를 뽑아 모아온 재물들은 하나로 감싸고 있었다.


충분한 바이오매스를 확보한 덕인지, 녀석이 뿜어내는 실크는 이전보다도 훨씬 더 윤기와 찰기가 가득했다.


‘이것만 모아서 팔아도 충분히 자금은 모을 것 같은데?’


뭐, 그것도 나중에 무리에 인간과의 교역 수단으로 쓸 만한 패가 생긴 후에나 가능한 일.


당장 무리에는 사람이나 사람과 비슷한 개체가 한 마리도 없으니 애초에 정상적인 거래 자체가 성립이 불가능했다.


대관절 강호의 어느 기인이 사람보다 큰 벌레와 거래를 틀겠는가.


지이이익.


어느덧 두껍게 쌓인 실크 아래로 재물들이 모습을 감추자, 천마는 즉시 님프들을 이용해 그것을 둥지에 파 놓은 구덩이 하나에 숨겨두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모아오긴 했지만, 어차피 지금 당장은 쓰지도 못하는 돈이었다.


그러니 일단은 묻어 두는 것이다.


“끼이이익.”


구덩이 작업이 끝나자 님프들이 천마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곧바로 그들을 여로 조로 나누어 둥지 곳곳으로 분산시켰다.


“당신들은 캐터필러들을 돌보세요. 당신들은 기다리고 있다가 드론과 같이 나간 자들이 돌아오면 교대하고요. 그리고 당신들은···.”


묘하게 그것들에게 명령할 때 마치 사람을 대하듯 하고 있는 스스로를 자각한 천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이들만큼 훌륭한 교인도 없지.’


배신도 안하고, 불평도 안 하며, 감시가 용이하고, 필요하면 즉시 그 자리에서 그들의 몸을 조종할 수도 있었다.


본교에서 똑같은 걸 가능하게 하려면 따로 감시대를 붙이고 나서도 다시 특별한 종류의 고독(蠱毒) 같은 것을 먹여야 가능 했···


“고독.”


그래 고독.


그것을 떠올린 천마는 촉수로 스스로의 이마를 쳤다.


“본좌가 왜 그것을 떠올리지 못했을 까요.”


고독은 일종의 기생충으로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복용자의 뇌로 들어가 기생하곤 했다.


어떤 고독들은 그 상태에서 고통만을 주곤 했고, 어떤 고독들은 특별히 처리된 덕에 해당 고독을 복용시킨 술자의 의지에 따라 숙주를 조종하기도 했다.


천마가 떠올린 것은 특히 후자였다.


‘고독이 있다면, 적당한 인간 하나를 잡아 교역용으로 사용할 수 있겠어.’

“한덕로.”


그는 즉시 군체의 집단지성을 불러냈다.


“혹시 고독을 만들어 낼 수 있나요?”

[개체명 고독. 뭔지 알지 못함.]

“제 기억을 군체와 공유하겠습니다.”


번쩍.


곧바로 보랏빛 안광이 천마의 두 눈을 뒤덮었다.


한덕로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묘한 열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개체명 고독. 흥미로운 표본. 반드시 실험해야 함.]

“그대라면 좋아할 것 같았지요.”


공감이라곤 할 수 없는 천마였지만, 군체 의식 덕분에 적어도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 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교주위에 올라있는 동안 암살 시도를 파악하느라 늘어난 건 눈치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만들지는 못하는 건가요?”

[개체명 고독. 무리가 태어난 행성에는 존재하지 않음. 구체적인 생태 불명. 복원할 수 없음.]

“제 기억으로도요?”

[참고할 만한 경험. 기억. 절대적으로 부족.]


한덕로의 말이 이어졌다.


[기생 생명체. 정교한 설계 요구. 최악의 경우 숙주와 기생체. 둘 다 파멸함.]

“생각보다 만들기 어려운 모양이군요.”


과거 검마를 도발했듯 살짝 그의 자존심을 긁어보려던 천마였지만, 한덕로에게 그런 개념은 없는 건지 돌아오는 답은 한결 같았다.


[살아있는 표본 필요.]

“살아있는 표본이라···”


천마는 촉수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고독은 신교에서도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했다.


신교가 자체적으로 만든 고독에는 대다수의 소속 고수들이 면역이 있다 보니 통제의 의미로서는 실용성이 많이 떨어졌기 대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경비도 삼엄하겠지.’


명목뿐이긴 해도 어쨌든 교주인 그를 쳐낸 직후다.


신교 내외적으로 감시와 경계가 최고조에 달해 있을 터.


고작 고독 표본 구하겠다고 지금 신교로 향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배신당한 지 얼마나 지난걸까?’


현재 위치는 지난 번의 두 녹림도를 제거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시간은 아직 몰랐다.


일단 이 몸으로 눈을 뜬 이래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난 건 확실했지만, 그 전까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아직까지 확인 못했다.


‘한덕로의 말대로라면 부패한 시신은 소생 시도 자체가 불가능 하다니 너무 많이 지나진 않았겠지.’


그가 목이나마나 살아 있다는 것이 그가 부활한 것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라는 걸 입증했다.


잠시 딴 데로 샌 생각을 정리한 천마는 이내 다음 후보지를 떠올렸다.


장로들이 휘하의 고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외부에서 조달해 온 고독들의 절대 다수를 제조했던 자들.


‘사천.’


정확히는 사천당가(四川唐家), 당문(唐門)이었다.




####




발흥 이래 천마신교의 목적은 언제나 같았다.


무림제패. 무림일통.


그것을 위해 여력이 될 때마다 신교는 천마를 필두로 중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조부인 전대 천마 혁련광도 중원 진출을 시도하다 천하제일존(天下第一尊) 남궁수혁에게 패해 사망했다.


그 공으로 당대의 무림맹주에 추대된 그를 배출한 가문, 남궁세가.


그리고 그와 더불어 무림에 영향을 끼치는 나머지 사대 세가를 모두 합쳐 무림에서는 오대세가라 불렀다.


안휘의 남궁세가(南宮世家).


섬서의 제갈세가(諸葛世家).


하북의 하북팽가(河北彭家).


산둥의 황보세가(皇甫世家).


요녕의 모용세가(慕容世家).


작금의 정파 무림에서 이들만큼 강한 영향력을 지닌 자들은 구파일방 말곤 없었으며, 그 구파일방조차 함부로 세가들을 대적할 엄두는 못 냈다.


그리고 그런 오대세가들을 상대로 투지를 불태우며 사천의 패자를 자처하는 것이 바로 사천당가.


일명 사파 유일 세가였다.


‘본교의 간자들이 보내온 첩보에 따르면 그들이 사파 유일 세가가 된 데에는 정파의 위선자들이 한 몫 했다지?’


아무래도 독과 암기라는, 정면 대결보단 암습과 뒷공작에 더 유용한 무공을 사용하다 보니 정파에 속한 무인들은 당가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때문에 그의 조부가 전사한 전대의 ‘마교’ 침공 당시, 당가는 선두에 서서 정파 못지않은 피를 흘렸음에도 은연중에 멸시를 당하곤 했다.


‘어떻게 싸우던 이기면 그만이거늘··· 정말이지 정파의 위선자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


불행히도 당가의 자존심은 오대세가들 못지 않게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으며, 결국 이전부터 인접해있던 섬서의 제갈세가와의 갈등을 계기로 본격적인 사파 유일 세가를 선언하며 대놓고 갈등을 빛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천마는 잊고 있던 한 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본교에서 물밑으로 그들과 접선해 당가를 본교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던 중이였지, 아마?’


작금 당가와 정파 무림과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


당연히 중원제패를 노리던 마교 입장에서 이는 전례없는 기회였고, 따라서 사천당가의 회유는 신교 정보부의 지상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자신이 직접 교주로서 실행 인가를 내주었기에 천마는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워낙 최근 공사다망하다 보니 잊고 있었네.’


배신과 참수.


외계의 존재의 일부가 되어 부활.


수많은 벌레 의식들을 제압한 끝에 그 정점에 도달.


···. 여러모로 신교에서의 일들을 떠올리기에는 좀 많은 일들이 있긴 했던 상황이었다.


‘아직 본교에서 해당 공작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천마의 눈빛이 보랏빛으로 빛났다.


‘당가에 숨어있는 본교의 간자들을 통해 현재 본교의 상태를 알아낼 수도 있겠어.’

“···. 한덕로. 준비하세요.”


천마는 결정을 내렸다.


“무리는 사천으로 갑니다.”

[집단지성은 군체의 결정에 따름.]




####




사천은 강호에서도 가장 독특한 지역으로 유명했다.


사방이 산맥으로 둘러 쌓여 천혜의 요새 지형을 이루었고, 그로 인해 생성된 분지는 그나마 쌀쌀한 겨울을 제외하며 항상 고온다습했다.


독특한 기후와 지형만큼이나 음식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발달했는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특유의 혀가 얼얼해지는 매운 맛이었다.


흔히들 ‘마라’ 라 부르는 그것.


강한 향신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버무려진 요리들은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런 음식만큼이나 토착 주민들의 기질 또한 얼얼할 정도로 끈질긴, 그러나 그만큼 인상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기질을 무공으로 가장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당문.


사천당가였다.


“가위야.”

“예 아버님.”


가위라 불린 사내가 무릎 꿇은 채 공손히 대답했다.


그의 앞에는 녹의무복을 걸친 한 장년인이 조용히 찻잔을 들고 있었다.


지천명을 조금 넘었을까.


“내일 남궁과 제갈의 여식이 본가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걸 알고 있느냐.”

“···. 제갈의 여식까지요?”


뭔가 알고 있던 정보와 달랐는지 당가위가 살짝 당황했다.


“그들이 감히 그 뻔뻔한 낮짝을 본가에—"

“검화(劍花)가 섬서옥봉(陕西玉鳳)과 그렇게 친하다는구나. 그렇게 되었으니 너는 두 사람을 모두 빈객의 예로 대해야 할 것이야.”

“아버님!”


당가위가 반발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남궁이라면 몰라도, 제갈의 경우 애초에 저들이 먼저 뻔뻔하게 우리 당문의 독을 무시하고—”

“걱정 말거라 가위야. 나 또한 이제 와서 제갈세가가 과거 본문에 감히 입을 놀렸던 은원을 없던 일로 할 생각은 없다.”


찻잔을 비운 장년인의 눈이 조용히 떠졌다.


아버지의 두 눈을 본 당가위는 저도 모르게 벌어진 입을 필사적으로 가렸다.


“노, 녹안···!”

“그래.”


녹안이란 단순히 독을 다루는 것이 아닌 독 그 자체와 완전히 하나가 된 진정한 독인(毒人)이 되었다는 증거.


아들의 반응에 흡족한 모습을 보이며 장년인, 독황(毒皇) 당영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비는 마침내 벽을 뚫고 화경(化境)의 경지에 이르렀단다.”

“드디어 벽을 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아버님!!”


당가위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 마냥 기뻐했다.


기실 그의 일이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공의 경지는 크게 8가지로 나뉜다.


이 중 삼류에서 일류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은 강호에 모래알처럼 많기에 세가쯤 되는 세력끼리의 싸움에서는 제대로 된 전력으로 취급받지 않는다.


그 다음이 절정의 경지로,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이 정도만 되어도 강호에서는 나름 고수로 꼽힌다. 세가 간의 알력다툼에서 주로 동원되는 고수들을 바로 이 경지에 속했다.


그 다음이 절대(絶代)였다.


현재 각 오대세가의 가주들은 전원 이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검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어 혼자서도 수십 명의 절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로 여겨졌다.


화경은 바로 그 절대보다도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경지였다.


겨우 한 단계뿐이었지만, 그 차이는 절정과 절대 간의 차이보다 더욱 컸다.


즉, 앞으로 그의 아버지를 상대할 수 있는 고수는 현경(玄境), 혹은 그보다도 높은 생사경(生死境)의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무림맹주 남궁수혁 외엔 없는 것이다.


당연히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무극 또한 상대가 안될 것이 뻔했다.


본가의 명성이 더욱 드높아 질 것은 뻔한 일.


“그러니 제갈린 그 아이를 잘 대접해 내게 데려오너라.”


당영위가 찻잔을 든 손에 힘을 준 순간,


사아아아아···..


멀쩡했던 도자기가 갑자기 안에서부터 부식되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의 손에서 힘없이 바스러졌다.


허공에서 한 줄기 독연기로 변한 찻잔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당가위의 귀로 그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계집은 이 독황의 경지를 널리 알리게 될 첫 증인이 되어주어야 하니 말이다.”




####




그날 밤,


“··· 그 보고가 정말 사실인가.”


당가의 가장 어두운 구석.


사내가 무릎꿇고 있는 곳은 우물가와 마구간 사이에 위치한 작은 공터였다.


주로 하인들이 일하다가 쉬러 오는 공간인 이 곳은, 정작 하인들이 모두 잠에 드는 저녁 시간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설령 있다 해도 무공을 모르는 이들뿐이라 사내가 펼친 기감으로 금방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현재 전신에 검은 피풍의를 두르고 방립을 눌러쓴 흑의인이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 독황이 화경의 경지에 오른 것이 확실합니다.”

“······”


흑의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


무릎을 꿇은 사내의 입술이 바싹 말라가던 순간,


“···. 뭐, 상관없겠지.”


위에서 비뚜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차피 본교에서도 신마오장 중 한 분께서 직접 오실 예정이다.”

“시, 신마오장께서 직접?”

“그래.”


흑의인은 사라지기 전 사내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광마 조극갑 장로님께서 사망곡의 혈강시들을 몇 데리고 오실 예정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거사 준비를 확실히 마치도록.”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사천 요리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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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애벌레들 (Worms) (1) +1 23.05.15 122 3 13쪽
8 당랑거철 (螳螂拒轍) 23.05.14 122 5 13쪽
» 고독은 사천에서 23.05.13 131 5 14쪽
6 언박싱 (2) 23.05.13 141 5 13쪽
5 언박싱 (1) 23.05.12 149 7 14쪽
4 에볼루션 컴플리트 (3) (삽화) +1 23.05.11 189 7 14쪽
3 에볼루션 컴플리트 (2) (삽화) +1 23.05.10 217 13 13쪽
2 에볼루션 컴플리트 (1) 23.05.10 263 11 13쪽
1 서장(序章) - 비인(非人)의 길 +1 23.05.10 388 1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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