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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행마 님의 서재입니다.

위사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협행마
작품등록일 :
2012.09.17 16:36
최근연재일 :
2013.01.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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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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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422

작성
12.09.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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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화룡문(5)

DUMMY

후기지수를 공격하던 화룡문도들 역시 극악쌍화 한희진과 초류진, 그리고 언충의 활약으로 싱겁게 마무리가 되었다.

최후까지 싸운 것은 장진권이었다. 후기지수들은 두 사람의 싸움을 보고 넋을 잃었다.

깔보고 무시하던 잔심부름꾼 위사가, 자신들보다 고수였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장동생, 멋졌어!"

한희진이 다가와 장진권의 어깨를 팔로 감싸 안으며, 배시시 웃었다.

"아이고! 숨 차 죽겠어요."

장진권은 반항도 못하고 한희진에게 안겼다. 급하게 움직이느라 힘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며 숨막힐 듯 공방이 이어진 탓에, 제대로 숨을 갈아 쉬지 못한 여파가 컸다.

"대단하군. 못 본 사이에 크게 성취가 있었던 모양이군. 축하하네!"

매찬영이 다가와 악수를 청해왔다. 화룡문도들에게 둘러싸여 고전(苦戰)을 했던지 무복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 몸으로 장진권을 칭찬하러 온 것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일류 무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장진권이 대견했던 것이다. 매찬영은 장진권에게 관심이 많았다.

거친 야수와도 같은 장진권의 기세가 마음에 들었다. 이번 호위 임무에 장진권을 데려가고 싶다고, 지원단주에게 일부러 청했을 정도였다. 장진권으로써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장진권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낭인이었을 당시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매찬영은 장진권을 더욱 마음에 들어 했다.

고리타분한 무림맹의 간부들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어대는 후기지수들보다, 소탈한 성격의 장진권이 보기 좋았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장진권이 없었더라면 오늘 크게 낭패를 당했을 것이다. 화룡문에서 무림맹의 후기지수들을 습격해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분위기가 안 좋다는 말만 들었지, 직접적으로 공격해 오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도 아니다. 화룡문도들은 작정을 하고 쳐들어왔다. 무림맹 사천지부의 파견 인력을 꿰차고 있었다.

삼십 명의 화룡문도들은 절반 이상이, 일류 무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절반이 무사부들을 합공하고 나머지가 후기지수들을 공격했다.

장진권과 골치덩이 삼인방이 변수로 작용해, 화룡문의 습격을 불발로 만들었다. 평소 우쭐거리기만 하던 후기지수들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별로 도움도 되지 않았다.

실전에서는 삶과 죽음이, 한번의 움직임에 한번씩 엇갈려 지나간다. 그 중압감을 후기지수들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대련할 때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부상을 염려하지 않는다.

그게 실전이다. 실전에서의 유일한 배려는 살기(殺氣)다. 너와 내가 적(敵)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배려다.

무림에는 살수라는 것들이 있다. 살수들에게는 그나마의 배려도 없다. 철저하게 살기를 죽이고 기척을 없애며, 목표를 살해한다. 그래서 무인들은 살수들을 증오한다. 배려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살귀(殺鬼)들이니까 말이다.

"일단 이놈들에게 점혈(点穴)이라는 것을 부탇합니다."

장진권이 숨을 고르며 매찬영에게 말을 했다. 매찬영은 무사부들과 함께 끙끙거리며 신음을 흘리는 화룡문도의 마혈(麻穴)을 봉했다.

삼십이나 되는 놈들을 모아 놓으니 가관이었다. 어디 한군데씩 부러지고 크게 상처를 입고 있었다.

장진권은 무사부들이 화룡문도들을 점혈하고 모으는 동안, 쇠도끼를 주우러 다녔다.

삼십 자루나 되는 쇠도끼들을 모아놓으니 양이 제법 많았다.

"장 위사님, 뭐 하시게요?"

"뭘 하긴, 뭘 해요 팔아먹어야지요."

"팔아요? 왜요?"

"여기 객잔 봐봐요. 다 망가졌잖아요."

장진권은 초류진의 말에, 무슨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얼굴로 대답했다. 가끔씩 맛간 건달 놈들은 객잔에서 싸움질을 한다. 그럴 땐 부숴진 물건들의 변상은 진 놈이 하는 법이다.

만약 비등하게 싸우다 화해했다면, 먼저 시비건 쪽이 보상을 하는 게 관례다. 이번에는 시비도 화룡문도들이 먼저 걸었고, 그 와중에 졌다.

변상은 화룡문도의 몫이다. 결정적으로 지원단주 우상혁의 부탁이 있었다.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의 무림맹 무인들은 자신의 소속만 밝히고 떠난다고 한다. 피해보상은 어쩔 수 없이 지원단에서 해주게 된다.

문제는 피해액을 물어보지도 않고 떠나는 바람에, 터무니 없는 액수를 무림맹에 요청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상혁은 장진권에게, 최소한 피해액이라도 확실하게 알아놓으라 이야기 했다.

그러나 장진권은 아예 깔끔하게 보상을 지금 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연장을 팔아 치우면, 그 정도 돈은 충분히 나올 테니까 말이다.

"이보게 장 위사! 내가 생각하기엔 그건 좀 무리인 듯 하네."

"왜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매찬영이 끼어들어 반대의 의견을 내자, 장진권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병기는 무인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일세. 무인이란 죽을지언정 모욕을 참지 않는 법이네."

"그렇습니까? 그래도 할 수 없죠."

장진권은 매찬영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무성의한 장진권의 반응에 매찬영이 정색을 했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무인들은 자신의 병기에 유별나게 애정을 쏟는다네."

"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객잔 주인과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진권은 매찬영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겨우 연장 따위에 목숨을 운운하는 매찬영의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던 까닭이다. 객잔 주인을 찾으니, 무서워서 도망을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가 계산대 밑에서 벌벌 떨고 있는 풍림 객잔의 주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 끝났어요. 나오세요."

"예? 예..."

객잔 주인은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객잔 내부를 확인한 객잔 주인의 얼굴은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혈색이 쫙 빠졌다.

탁자와 의자는 절반 이상이나 망가져 있었고, 객잔 바닥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렸으며, 피가 사방에 뿌려져 있었다.

게다가 한쪽 벽은 크게 망가졌고, 음식물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럴수가......."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네?"

객잔 주인은 장진권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이 활짝 펴졌다.

"정파 분이십니까?"

"무림맹 사천지부에서 나왔습니다."

장진권은 요대에 적혀있는 무림맹이라는 글자를 가리키며 대답해 주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객잔 주인은 장진권의 손을 잡으며 기뻐했다. 보통의 무인들은 이런 상황이 되면, 나 몰라라 내빼기 일쑤다. 그러나 정파의 무인은 다르다. 그렇다고 모든 정파 무인이 손해배상을 해주지는 않지만, 사파 놈들보다는 낫다.

사파 무인들은 손해 배상을 잘 해주지 않는다. 물론, 사파 무인들도, 지나가는 말로 보상을 받으려면, 문파로 찾아오라고 말을 하긴 한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안 좋은 소문들 때문에, 배상금을 받으러 갈만큼 간이 큰 일반인들은 없다.

무림맹이라면 믿을 수 있다. 무림맹은 모든 정파 무인들의 상징과도 같은 조직이다.

객잔 주인의 눈이 장사꾼의 눈으로 돌아왔다. 객잔 내부를 둘러보며 빠르게 계산을 뽑아가기 시작했다.

일일이 망가진 탁자와 의자를 셀 필요도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망가졌든 망가지지 않았든, 모조리 셈에 넣으면 그만이다.

탁자 백 개와 의자 사백 개. 벽과 바닥의 수리비를 넉넉하게 셈에 넣었다.

"은자 백팔십 냥이면 되겠습니다."

"은자 백팔십 냥이요? 그렇게나 많이 나옵니까?"

"청소도 해야 하고, 음식값과 술값에 부서진 집기와 벽과 바닥 수리비가 포함됩니다. 게다가 공사를 하는 동안에 장사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해를 따지면..."

"됐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다친 사람이 많으니 의원이나 좀 불러 주세요."

장진권은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으려는 객잔 주인을 뒤로하고 화룡문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난리도 아니다. 후기지수들은 한쪽에 모여서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건 화룡문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싸우기 전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궁상맞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

이럴걸 왜 그렇게 무식한 연장들을 들고 설쳐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족속들이다.

"어이, 형씨! 돈 있어?"

"돈?"

머리에 붕대를 감은 광혈부 조달이 장진권의 말에, 뭔 개소리냐는 얼굴로 반문했다.

"사람 말 못 알아들어? 돈 있냐고!"

"이런 후레아들 놈을 봤나! 돈 없다!"

조달은 시건방진 장진권의 말에 욕을 하며 코웃음을 쳤다. 실력으로 꺾였다고 자존심마저 꺾인 것은 아니다.

"그래? 그럼 객잔 수리비와 우리 사람들 치료비로 네놈들의 연장을 팔아서 해결해야겠다. 불만 있냐?"

장진권은 한쪽에 쌓아둔 쇠도끼들을 발로 툭툭 차며 조달은 쳐다보았다.

"뭐이? 정녕 네놈이 나한테 모욕을 주려는 것이냐?"

"무슨 개소리야?"

"병기는 무인에게 분신과도 같은 것이다. 날 꺾을 수는 있겠지만, 내 자존심을 꺾을 수는 없다. 네 놈은 지금 나의 명예와 자긍심을, 그깟 돈 몇 푼 챙기겠다고 팔아먹겠다는 것이다! 나 조달은 그것을 인정할 수도 허락할 수도 없다!"

조달은 장진권의 어이없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크게 소리쳤다. 나머지 화룡문도들도 그런 조달의 기개(氣槪)가 돋보이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조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지금 나와 말장난을 하겠다는 것이냐! 나의 생명과도 같은 병기를 어찌 돈 따위를 받고 팔아 넘길 수 있겠느냐! 무릇 무인이라 함은 자신의 병기를 대함에 있어서, 성심을 다하고 목숨과도 같이 아껴야 하는 법이다.나 광혈부 조달! 차라리 죽음을 당할지언정 그런 모욕은 참을 수 없다!"

광혈부 조달은 피를 토하는 듯한 열변(熱辯)으로 당차게 소리쳤다. 무인의 마음가짐을 들먹이며 두 눈으로 열기를 뿜어댔다.

비록 사파연합인 사흑련 소속의 무인이었지만, 무인의 마음가짐이 어떠한지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제법 훌륭했다.

무림맹의 무사부들과 후기지수들도 그런 조달의 기개(氣槪)와 무인으로써의 자긍심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그래? 정말 안되겠냐?"

"그렇다!"

장진권 또한 심상치 않은 조달의 반응에 심각한 어조로 물었지만, 조달의 대답은 단호하기만 했다.

조달의 죽음을 불사한 듯한 비장한 각오에 화룡문 무인은 물론, 후기지수들까지 살짝 감동을 받았다.

저들에게 공격을 받았고, 사파 무인들이었다.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없었지만, 무림맹 사람들은 무인으로써 조달을 인정을 하게 된 것이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조달의 당당함이 보기가 좋았던 것이다.

-탱그랑...

"그럼 죽어."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협행마입니다.
북큐브 연재 전에 너무 소식이 없어서, 혹시 계약이 틀어진 것 아니냔 분이 계셨습니다.
오해도 풀겸해서 못 보신 부분을 보여드리는 중이랍니다.
에흉...일요일인데도 쉬질 못하네요.^^;
모두 즐거운 휴일되시길 바랍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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