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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르 님의 서재입니다.

토끼 탐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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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르
작품등록일 :
2019.07.01 00:50
최근연재일 :
2019.08.31 18:3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924
추천수 :
62
글자수 :
249,994

작성
19.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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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율도국 (3)

DUMMY

차 한 잔을 다 마시자 로망이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나 주전자를 우아하게 들어올렸다.


“궁금한 게 많지? 얼마든지 물어봐. 차근차근 대답해 줄게.”


로망은 항아와 은우의 잔에 차를 따른 뒤 다시 소파에 안자 자신의 잔을 채웠다.


“‘홍길동’이 우리가 아는 그 ‘홍길동’이야?”

“맞아. 너희가 아는 ‘홍길동 전’은 우리 조상님을 허균이라는 사람이 옆에서 지켜보고 쓴 위인전 같은 거야. 그 분이 세웠다고 하는 ‘율도국’도 진짜로 내가 사는 내 나라고. 그런데 별세계에 대해 몰라서 그런가, 너희 인간세계 사람들은 ‘홍길동 전’을 그냥 이야기로 알고 있더라.”


로망이 한 손을 볼에 대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별세계가 뭐야? 우리가 아는 신선이나 괴물이 사는 곳이야?”

“너희가 상상하는 대부분이 살고 있는 곳이야. 네가 말하는 신선이나 괴물이 그 곳에 살아. 나는 그들을 모두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말야.”


로망은 긴 속눈썹을 내려 살짝 눈을 감고는 차향을 음미했다. 그 모습이 마치 그림 속 신선처럼 우아하고 고고했다. 항아도 잔을 들어 코에 가까이 댔다. 이미 방 안을 차향이 은은하게 채우고 있었지만 직접 맡는 차향은 더 진해서 좋은 냄새가 잘 느껴졌다.


“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항아는 지금까지 만난 별세계 사람들을 떠올렸다. 람이야 그렇다치더라도 크비랑 크니와 바람이 그리고 화니는 인간세계의 강아지 고양이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했다.


“나는 별세계 사람들과 말을 할 수 있거든.”


로망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항아도 로망을 따라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까지 만난 친구들에 대해 말해 줘. 크비랑 크니가 거구괴랬지? 거구괴는 어떤 사람이야?”

“거구괴는 입이 굉장히 큰 별세계 사람이야. 땅에서 하늘까지 닿을 만큼 커. 거구괴는 어느 곳에든 금방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질 수 있어. 그래서 어느 곳에 급히 가고 싶으면 친한 거구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거구괴의 입 속에는 보통 청의동자가 한 명 살고 있어. 크비랑 크니는 한 몸이라서 안에 람이 혼자 살고 있지만.”


그러고 보니 크비와 크니를 집으로 삼고 있는 람이는 청의동자라고 했다. 항아는 동글동글 귀여운 람이가 입고 있던 고려청자처럼 아름다운 푸른색 옷을 떠올리며 그 옷 때문에 청의동자라는 이름이 붙은 건 아닐까 생각했다.


“청의동자는 옷 때문에 청의동자라고 불리는 거야? 청의동자는 어떤 사람이야?”


로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청의동자는 다들 푸른 옷을 입고 있은 어린 아이 모습이기 때문에 그러게 불리워. 아까 말했듯이 청의동자들은 거구괴 안에서 사는데 거구괴랑 청의동자는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야. 인간세계로 예를 들면······. 그래. 악어와 악어새와 비슷한 관계야. 청의동자는 여기저기 숨어 다닐 수 있는 안전한 거구괴 안에 살면서 거구괴가 항상 건강하도록 관리해.”


로망의 설명을 들으며 유과를 오물오물 씹던 항아는 어느새 간식을 다 핥아 먹고 입맛을 쩝쩝 다시며 로망의 옆에 얌전히 앉아있는 바람이를 바라봤다. 크비와 크니 안을 지날 때 로망은 바람이도 별세계 사람이라고 했었다.


“바람이는 어떤 별세계 사람이야?”


제 이름이 불리자 바람이가 귀를 쫑긋 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항아와 눈이 마주친 바람이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 사랑스러운 그 모습에 항아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바람이는 삼족구야. 삼족구는 개인데 다리가 세 개야. 그 다리로 빠르게 뛰고 높이 뛰어 오를 수 있어. 삼족구는 힘도 세서 자기가 정한 상대를 적으로부터 잘 지켜 줘. 실은 바람이도 내 호위로 여기 같이 온 거야. 하지만 내 소꿉친구이기도 해. 나에게 아주 소중한 아이야.”


로망은 바람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바람이는 기분이 좋은 듯 귀를 뒤로 힘껏 젖히고 눈을 살포시 감았다. 항아는 방 문을 한 번 돌아봤다.


“화니는 어떤 별세계 사람인 거야?”


화니는 개지만 다리가 세 개인 바람이와는 달리 다리가 네 개였다. 대신 화니는 눈이 세 개였다. 항아는 여태까지 별세계 사람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는 말들이 생김새를 나타낸 이름들이었기 때문에 ‘혹시 화니는 삼목구일까?’하고 생각했다.


“화니는 삼목구야. 삼목구는 눈이 세 개인 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개가 아니야. 별세계 관리가 벌로 인간계에 유배를 갈 때 변하는 모습들 중 하나야. 인간세계에 머무는 동안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충성을 다 하면 죄를 용서 받고 다시 별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항아는 마음이 조금 울적해졌다. 항아는 화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이 끌렸고 지금은 이미 화니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화니도 자기와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포도알 같은 그 사랑스러운 눈동자가 죄를 용서받아 별세계에 돌아가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항아는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졌다. 그 때 갑자기 정중하게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로망의 허락이 떨어지자 권 비서가 화니를 한 팔에 안고 문을 열며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로망 님. 화니 님 진찰이 막 끝났습니다.”


화니는 항아를 보자마자 낑낑거리며 몸을 버둥거리더니 권 비서의 품에서 벗어나 항아를 향해 우다다 달려갔다. 항아는 발아래까지 달려와 안아달라고 깡충깡충 뛰는 화니를 조용히 들어 품에 꼭 끌어안았다.


“수고했어, 권 비서. 화니는 상태가 어때?”

“다행히도 괜찮으십니다. 목 안쪽에 곪았던 흔적이 있는데 거의 나았습니다.”

“곪았던 흔적이요?”


항아가 놀라 소리 질렀다. 순간 화니와 처음 만났을 때 화니가 밥도 물도 먹지 않고 있다던 유미의 말이 떠올랐다. 안 먹은게 아니라 못 먹은 거였구나. 항아는 화니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의사 선생님은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어쩌다 난 상처인가요? 화니는 괜찮나요?”

“영혼이 상처 입은 거라 인간 의사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뾰족한 것에 찔려 곪았던 게 아닐까 합니다.”

“영혼이요? 어떻게······.”

“항아야.”


로망이 부드럽게 항아를 불렀다.


“권 비서를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말아 줘.”


항아는 로망의 말을 듣고 나서야 권 비서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그랬어요.”

“괜찮습니다. 오히려 항아 님께서 화니 님을 그토록 아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권 비서는 방에 들어올 때부터 손에 쥐고 있던 비단 주머니를 항아에게 건넸다. 항아는 물끄러미 그 주머니를 바라보다가 권 비서를 올려다봤다.


“이건 화니 님 약입니다. 목의 상처가 다 낫는 중이긴 하지만 더 빨리 나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한 알씩 먹이시면 됩니다. 오늘은 제가 진찰하며 먹였으니 내일부터 먹이세요.”


항아는 비단 주머니를 소중하게 받아들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흠흠! 항아야, 나는?”


로망이 헛기침을 하며 항아를 불렀다.


“당연히 고맙지! 권 비서님이 우리 화니 진찰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친구인데 이정도야 당연하지! 그리고 화니도 우리 바람이한테 잘 해줬잖니. 바람이 친구이자 주인으로서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아야지.”


로망 옆에 앉아 있던 바람이가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려 항아에게로 걸어왔다. 항아는 발목을 긁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바람이 앞에 쪼그려 앉아 화니를 살짝 내려줬다. 화니와 바람이는 둥글게 돌며 서로의 냄새를 맡더니 곧 서로 장난을 치며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시 놀게 정원으로 나갈까?”

“그래 그러자.”


항아는 테이블과 소파 사이를 불편하게 돌아다니는 화니와 바람이를 보며 로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로망은 바로 집사 할아버지를 불러 집 뒤쪽에 있는 정원에 자리를 마련하고 친구들을 안내해 가라고 했다. 집사 할아버지는 정원에서 금방 돌아와 항아와 은우와 화니와 바람이를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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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2) 19.08.28 32 1 16쪽
51 달빛마을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 (1) 19.08.27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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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또 다른 피해자 (3) 19.08.24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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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또 다른 피해자 (2) 19.08.15 2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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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율도국 (5) 19.08.09 55 1 7쪽
35 율도국 (4) 19.08.08 22 1 9쪽
» 율도국 (3) 19.08.07 61 1 9쪽
33 율도국 (2) 19.08.06 51 1 15쪽
32 율도국 (1) 19.08.05 27 1 9쪽
31 탐정과 조수들의 고요한 밤 19.08.03 24 1 9쪽
30 내 강아지 (2) 19.08.02 22 1 14쪽
29 내 강아지 (1) 19.08.01 26 1 8쪽
28 병문안 (6) 19.07.31 27 1 9쪽
27 병문안 (5) 19.07.30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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