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호의 사나이 (2)
“네, 맞는데요.”
“아, 안녕하세요?
저는 103호 사는 사람인데요.”
4층 엘리베이터에서 잠복하기를 5일째,
드디어 그 놈이 나타났다.
“아, 네. 근데 무슨 일로...?”
“이웃이니까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하하.”
“네..?”
좋아..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아.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최대한 경계심을 풀어서 다가가는거야!!
“저, 이번에 102호에 새로 이사 온 거 아세요?”
“아뇨. 집에 잘 못 들어와서요.”
“주무시는 곳이 따로 있으신가봐요?”
“가게가 최근에 공사를 해서 좀 바빴거든요.”
“아~~ 글쿤요.”
지금이다.. 떡을 줄 최고의 타이밍이야!!
“102호에서 떡을 좀 만들었는데 통 뵐 수가 없대서...
제가 전해드리려고 좀 가져왔거든요.“
“아...”
나는 가방속에서 백색의 쓰레기를 꺼냈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두드러기가 날 것 같았다.
자, 어서 고맙다고 하고 받아가.
키키키킥, 받아서 얼른 지옥을 경험하라고!
“그...”
녀석이 무언가 말한다.
“제가 떡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네?”
뭐?! 떡 알레르기??
“마음만 받을게요. 떡은 그냥 그쪽이 드세요.
그리고 제가 너무 피곤해서요.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녀석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어.. 쉬발, 이러면 안 되는데..!!
“저기..”
- 쿵 -
안 돼!! 이 시바아앙새애야아아!!!!!!
내가 며칠을 여기서 개고생을 했는데.
진짜 떡 알레르기라는 게 있어?
이 새끼 이거 구라 아냐?
하.. 안 되는데.. 먹어야 되는데..
“어, 103호.. 맞죠?”
‘응?’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계단 쪽에 102호 커플이 서있었다.
뭐지? 이 시간에 2층 사람이 4층에 오다니.
“아이, 304호 분 들어가셨나봐요?
못 드신 거 같아서 떡 좀 드리려고 왔는데..“
이 시간에 떡 돌리러 왔다고?
완전 정신병자들 아냐..?
“아쉽다. 근데, 여기서 뭐하세요?”
“네? 아, 저도 304호한테 떡 좀 주려고...”
“아아.. 저희 대신에 전해주려고 하셨구나!
헤헤, 고마워서 어쩌죠?“
얼른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쩍게 웃으면서 계단으로 몸을 돌리자,
102호의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근데, 그 떡 안 드신 거예요?”
“에?”
“가구마다 하나씩 돌려서 남을 리가 없거든요.”
젠장, 뭐라고 둘러하지...
“혹시.. 맛이 없나요..?”
남자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뒤에 서있는 여자의 표정도 그러했다.
이런 젠장...아니다.
오히려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그냥 솔직하게 말 없다고 말하는 거야.
그래, 이 개년들아!!!! 줜나 맛없어!!!!!!!!
“아, 그게요..”
말해, 시벌!! 지금이야!!! 말해애애ㅜ에ㅓ매!!!
“사실은요..”
말훼!!!해아랗!!!! 말훼이앵아ㅐㅐㅡㅐ!!!
“지.. 지금 먹으려고 했어요!!
원래 맛있는 건 아껴두잖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 정말요?”
102호 커플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 아파트 수호미 나, ‘백수야’ 주민에게
슬픔을 주는 말을 할 순 없지..
102호 커플의 표정을 보니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 잘했어..
“그럼, 지금 먹어주세요.”
“에?”
??
“맛있게 드시는 거 보고싶어요!!”
묵언수행 102호 여자가 처음으로 말했다.
“자, 어서요.”
“얼른요!”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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