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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호에 떡을 돌려라

만화/웹툰 > 나도만화가 > 코믹, 범죄·수사

레몽나무
작품등록일 :
2019.06.06 14:10
최근연재일 :
2019.08.27 17: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628
추천수 :
0
글자수 :
13,807

작성
19.06.06 16:32
조회
249
추천
0
글자
7쪽

비상대책부녀회 소집

DUMMY

잔혹하고 치열한 전쟁은 30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온 몸에 힘을 다 쏟아버린 나는 거실에 뻗은 채

시체처럼 천장만 바라보았다.


“아.. 잣됏네. 청소해야 되는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주방엔 아직 악마의 음식이 그대로 있었다.

머릿속으로 이걸 어떻게 치워야하나 고민하는데,

불현듯 어떤 생각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이거.. 나만 받았을까?’


나는 곧장 104호 아주머니네로 달려갔다.


- 띵 동, 띵 동, 띵 동 -


아무도 없나? 초인종을 계속해서 눌렀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며 아주머니가 보였다.


“아,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 혹시 떡...”

“아빠가 해준 게 뭔데!! 짜증나, 진짜!!”


문 틈 사이로 여자아이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했다.

뒤이어 104호 아저씨의 고함도 들려왔다.


“녜녜~ 정자가 커서 대드네영. ㅇㅈ? ㅇㅇㅈ!”


어, 뭐지?! 104호네가 싸우는 건 본 적이 없는데..


“아주머니, 무슨 일이.. 크헉!!”

“흐규흐규. 103호 총각... 흐규흐규.”


뭐야? 아주머니는 또 왜 울고계시는 거지?

그 때, 나의 눈이 무언가 목표를 포착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전율처럼 돋았다.

104호 아주머니의 뒤로 보이는 그것..

토실토실하고 탐스러워보이는 그것..

그것은 102호의 떡이었다.

떡은 칼로 자른 듯 깔끔하게 3조각이 비어있었다.


“흐규흐규. 도와줘, 103호 총각..”


이...이런 젠장. 저 악마의 폐기물을 먹다니.

이 집은 이제 끝났어.

돌아가서 손절 리스트에 적자.


“흐규흐규..흐규,..흑흑..”

“아 쫌 그만 울어요, 아줌마!”

“헝헝..”


그 날 우리 동에서 102호의 떡을 받은 가구는 11가구.

102호를 제외한 모든 가구가 떡을 먹었다.

집집 마다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졌고,

걔 중에는 재생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가구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 아파트는 멸망의 입구에 들어선 듯 했다.


- 2주 뒤 -


“아휴, 나는 끔찍혀서 생각도 못 하겠어.”

“그니까 말예요, 어휴. 우리 집도 그랬다니까?”


’102호의 떡 사건’이 일어난 지 정확히 2주 뒤,

104호 아주머니는 한동안 가정불화에 시달렸고,

105호 아주머니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셨지만

다행히도 사태는 점점 안정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무슨 재료를 쓰면 떡 하나로

그런 오만여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지,

그것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엄마, 나 다녀올게요.”

“어, 그래. 조심히 다녀와라. 예쁜 우리 딸.”


104호 아주머니네 딸, 유미가 등교하나보다.

문 틈으로 머리만 내놓고 있는 나를 보고는

유미가 놀란 눈으로 뛰어간다.

헿, 부끄러워하기는.


“으으, 저 변태새끼 또 저러고 있어. 진짜 싫어.”


뛰어가는 유미의 뒷모습에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오렴, 유미야. 헿.

정말 다행이야. 아파트가 다시 평화를 찾아서.


“참!! 자기, 203호 아가씨랑 얘기해봤어?”

“그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아가씨말이야?”

“응, 그래그래. 그 아가씨말이야.”


104호와 105호 아줌씨들의 대화에 귀가 쫑긋했다.

203호라면 이 아파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침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늦게 풀 장비로

출근하는 탓에 술집 여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때문인지 아파트에서 그녀와 말을 섞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여자가 왜?”

“글쎄, 어제 내가 쓰레기 버리러 가다가...

뭐.. 크흠, 얘기 좀 해봤거든!”

“헤에엑! 203호랑? 자기, 진짜 대단하당!

그 여자 말 걸면 휙 하고 가버리잖아?”


104호 아줌마가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호호, 내가 누구겠어. 호호호.”

“그래서, 그래서? 술집 여자 맞대?”

“에이, 어떻게 그런 걸 물어봐. 호호.”

“아잉. 그러지 말구우..”

“그게, 글쎄..!”


104호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나도 귀를 쫑긋 세웠다.

바로 그 때였다.


“꺄아아악!!!”


여자의 비명소리였다.


“어머, 이게 무슨 소리야?”

“300동 쪽에서 나는 소리 같은데?!”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계단으로 달려갔다.


“어마마! 저 총각, 또 저러네.”

“아휴, 그래도 진짜 무슨 일이면 어떡해.”


300동 쪽이면 4층이다.

4층 정도라면, 엘리베이터보다 내가 더 빠르다!

아파트 수호미 ‘백수야’ 바로 이런 날을 위해

매일 피나는 운동을 했지.


‘근데 이런 대낮에 무슨 일이지?

강도? 가정 폭행?! 아니면...살인 사건!?

이런 쉬발!! 우리 아파트에서 그런 일이...

그것도 이런 대낮에!!’


4층에 도착하니 301호 여자가 보였다.

무언가 겁에 질린 듯 바닥에 주저앉은 채였다.


“흐어억, 헥헥, 무.. 무슨 일이에요?!”

“저..저...저기!!”


301호 여자가 우유 주머니를 가리켰다.

우유..? 오늘 온 우유가 상한 건가?

아파트 내 우유를 시켜먹는 집은 총 7곳.

하지만 그 중 6곳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301호의 우유만 맛탱이가 간 건가?!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주머니 안을 살폈다.


“음.. 우유가 들어있네요. 어..? 뭐가 더 있는데?”


순간 나는 온 몸에 소름이 전율처럼 돋았다.

뒤늦게 올라온 104호랑 105호가

얼음처럼 굳어있는 내게 물었다.


“나도 좀 보자. 엥? 이게 뭐야. 웬 말캉한...”


아주머니는 놀라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평온하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워졌다.


“이..이건..”


나는 주머니 속에 그것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만져본 적 있는 감촉, 만져본 적 있는 포장,

만져본 적 있는 접시, 겪어본 적 있는 재앙..


“허업..”

“마.. 말도 안돼..”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자 모두가 입을 막았다.

무언가 쓰여진 포스티잇이 붙어있다.



[ 안녕하세용~ 심심해서 만들어봤어염.

이번엔 백설기예여~ 맛있게 드세요^^

- 뀨, 102호 올림 - ]



동시에 아파트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악!! 이게 뭐야!”

“아아아악, 우유 주머니에 떡이 있어!”

“누가 경찰에 신고 좀 해줘요, 빨리.”

“마.. 망령아, 물러가라.”


다시 평화로워진 듯 했던 그 날,

102호가 또다시 아파트에 떡을 돌렸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 날의 일이 그저 시작에 불과했음을 깨닫고야 말았다.


이건 평범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 또한 아니었다.


우리는, 아파트는 재앙을 맞이했다.


결국 부녀회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


아파트에 치명적인 피해를 우려하여


비상대책부녀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 하나가 정말 큰 힘과 의지가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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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호에 떡을 돌려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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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의문의 여자 19.08.27 167 0 6쪽
5 추격전 19.06.10 128 0 4쪽
4 304호의 사나이 (2) 19.06.08 126 0 4쪽
3 304호의 사나이 19.06.07 116 0 6쪽
» 비상대책부녀회 소집 19.06.06 250 0 7쪽
1 102호의 떡 사건 19.06.06 839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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