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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님의 서재입니다.

죽어서도 천살성이 사라지지 않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니드
작품등록일 :
2018.07.3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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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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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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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탑의 마법서

DUMMY

...


결국 그렇게 워프게이트를 통해 마탑으로 돌아온 나는, 엘리온의 지도 하에 마법을 배울 수 있었다. 때로는 복잡하고, 또 때로는 진리에 다다르는 여러 가지 문구들.


“ 사실 마법이라는건 별거 없어. 결국 인간의 행동의 연장선일 뿐이야. 인간이 부싯돌로 불을 일으키는것과 같이, 단순히 목재나 마른 나뭇가지가 마나로 대체되고, 부싯돌이 마법진이 되는 것이라 보면 돼. ”


정말로 별거 아니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그녀는, 모든 것에 초연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해왔다.


“ 마법은 결국 몇가지 자연의 원리에 기초하는 것 뿐. 그저 그것이 인간 자체에 깃든 마나 또는 신성력이라 불리는 기운에 의한 것들일 뿐이지. 마법이나 신성력이 기적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결국 어떠한 이치에 따르는 자연일 뿐이란 거야. ”


그녀의 손아귀에서 작은 불꽃이 아른거린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일렁이는, 부자연스러운 불꽃.


“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무지에 기원한 착각이지. 결국은 우리가 목재를 불로 태우듯, 마나를 불에 태우는것과 별다를 것은 없어. 재료가 목재냐, 마나이냐의 차이. ”


그녀의 손아귀가 한번 쥐어지는 것과 함께 손아귀 안에서 일렁이던 불꽃이 사라진다.


이곳은 마탑주의 방. 전 마탑주인 그녀가 원래라면 있을 곳은 아니지만, 현 마탑주로 복귀한 그녀의 할아버지가 허락하여 내린 장소.


몇권의 책이 그녀의 책상위에 가지런히 쌓여있다. 각각에 복잡한 도형과 수식이 쓰여있는 서적들. 마법이라는 이름의 학문.


“ 결국 인간의 손으로 자연의 이치를 얼마나 이해하냐에 따라서, 마법사의 능력은 결정되는거지. 그래서 스승이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스승의 스승은 자연이라는 말이기도 해. ”


그녀가 내게 준 서적을 훑어본다. 내공을 수련하며 몸으로 깨달았던 이치들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들. 몸의 흐름, 자연의 흐름과는 별개로 자연 자체의 개념을 구성해놓은 듯한 것.


지식과 지혜의 차이. 마법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는 깨달음 보다 중요한 것이 아는 것.


얼마나 잘 알고, 얼마나 그것에 대해서 이해하고, 얼마나 그것을 잘 다루느냐.


천살성이 봉인된 지금의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분야. 그저 그 모든 것이 단순한 지식으로 남아버리고, 그 어떤 것 조차 본능에 내재되어 있을 뿐 직접적인 깨달음과 이해의 범주에선 접근하기 힘든 상황.


검을 휘두르는데에 있어 체득은 끌어내기 힘드나 적어도 기와 흐름에 관련된 머릿속의 지식은 끌어내기 쉽다.


그녀가 보인 불꽃을 이번엔 나의 손안에 가두어 본다. 내공을 끌어올리듯이 손에 마나를 집중하고, 그것을 대기의 마나와 접합하여 성질을 변화시킨다.


그러자, 곧이어 의도대로 불로써 형상화 되기 시작하는 나의 마나.


단지...


“ 아니, 멍청아! 손바닥 위에서 화구를 생성해야지, 손 전체를 불태우면 어떻게해! ”


엘리온의 답답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려온다.


그녀의 말대로, 손바닥을 애워쌌던 마나들이 통째로 불로써 화해버렸다. 그녀가 했던 것처럼 손 위에 불덩어리가 이글거리는 것이 아니라, 손에 두른 마나가 불이되어 내 손을 불태우는 것처럼 보여지는 모습...


아니, 어렵네 이거.


“ 아으으... 기본중의 기본조차 이렇게 버벅이는데, 고위마법은 대체 언제쯤 배우려고... 분명 재능은 있어서 조금만 가르쳐주면 알아서 할 것 같은데,.. ”


...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이쪽에서 다루는 마나라던가 저쪽에서 사용하는 내공이라던가 사용법이나 질이 조금 다르다.


이쪽 세계의 기운은 대부분 짙고 농후한데다가, 여러 성질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약간의 조작으로 그 성질을 바꿀 수 있었다.


반면에, 저쪽 세계의 내공은 옅고 가벼워서 성질을 변화시키긴 힘들고, 체내에 담을 경우 사람 고유의 특질에 따른 성질만을 가지게 되는 것.


분명 원리나 성질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란게 한순간에 사고나 방식을 바꿔버리기는 힘들지 않는가...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 자꾸만 새로운것의 접근을 방해했다.


몸은 자꾸 옛 방식으로 내공을 사용하려고 하는데, 머리로는 이걸 마법의 구조에 맞추어 사용하려니 이렇게 애매하고 이상한 마법으로 발현되어 버린다.


" 원소발현이 이모양이면, 속도나 공간은 어떻게 하려고... 그건 정말로 위험한데... "


엘리온의 한숨과 같은 한마디가 허공에퍼진다.


이번엔 아까 엘리온이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손바닥 에서 한뼘정도 위에 불꽃을 구현시켰다. 분명히,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들.


이곳의 마나는 몸과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급격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공은 몸에서 떨어진 순간부터 급속도로 허공중으로 퍼지는게 보통이지만, 허공에 있는 마나조차 짙은 이곳에서는 몸을 벗어난 일정 공간을 지배하는데도 그리 힘에 겹지 않다.


자꾸 무의식중으로 드는 생각을 조금씩 수정해가야한다. 그래야 제대로된 마법을 펼칠 수 있으니. 이런식으로 자꾸 기초부터 막혀서는, 언제가 되야 검을 휘두르지 않고서도 마룡을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 일단, 기본적인 서적들은 꼭 읽어봐. 심화는 그 뒤에 해야겠어. "


그녀의 손 위에서 다시금 불길이 치솟는다. 기름을 먹인 횃불에서 불길이 치솟듯이, 손바닥부터 약간 위의 공간에서 치솟는 불길.


" 이게 지금 말한 기초의 원소발현이지. 만약 네가 이거에 익숙해지면, 다음은 이걸 해봐. "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는 마나가 급변한다. 이전까지는 단순하게 일정부위의 마나를 변환시켰다면, 이번에는 더 다양한 성질이 섞여나간다.


화기를 가진 마나는 더 좁은범위로 응축되고, 그 주변에는 다른 성질의 기운이 뒤섞이며 불길을 변화시킨다. 붉은빛의 불길은 다른 기운이 섞이면서 점점 그 색을 변화시켜 청색에 가까워지고, 그에 따라 더 증폭되는 기운과 함께 열기가 치솟는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자연계의 불과는, 또 다른 이상한 불길.


" 같은 불이라도 어떤식으로 일으키냐에 따라 달라지지. 마른 나무끼리 비빔으로써 마찰시켜 불을 낼수도 있고, 부싯돌로 불을 켜낼수도 있잖아? 기름을 붓고 불을 옮겨붙일수도 있는 것 처럼. 어떤식으로 불을 일으키는게 가장 편하고, 가장 적절하며 또 강력한지를 알아둬야해. "


푸른 불길이 엘리온의 손짓에 따라 사라졌다.


" 대마법을 비롯해서 모든 마법은 이러한 기본적인 방법을 엮고 또 엮어서 만드는 것일 뿐. 기본을 알고, 그 이후로는 스스로 발전시켜가는게 최고야. 네가 필요한 마법의 기본틀이나 공식 같은게 필요하면 조언해줄 수는 있지만, 언제나 스승이 옆에 붙어있을수는 없는 법이니까. "


그녀가 내게 두권의 책을 내민다. 표지도 없는, 낡고 낡아보이는 책. 오래되어 낡았다기 보다는, 사람 손을 많이 타서 낡아진 것 같은 책이다. 누군가 직접 집필을 이어나가라고 만든듯 한, 뒷부분엔 상대적으로 깔끔한 페이지들이 남아있는 서적.


" 가져가. 아무래도 지금은 바쁘다보니, 내가 뭔가를 가르치는 것 보다는 이걸 주는게 낫겠지. 이제껏 내가 배워왔던 마법과, 간단한 지식들을 정리해놓거나 때론 연습장으로도 쓰던 것들이야. 하나는 마나와 성질에 대해, 다른 하나는 마법에 대한 기본적인 노하우들을 적어놨지. "


이제는 내 손에 쥐게된 두권의 책. 포개진 두권의 책자중, 위에 있는 책을 살짝 펼쳐본다.


깔끔하고 유려한 글씨체. 그 안에는 대충 훑어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음이 보이는 글과 그림들이 적혀있었다.


" 많은 시간을 내 줄수는 없지만, 그게 있으면 어느정도 독학이 가능할거야. 네가 정말 뛰어나다면, 스스로 대마법에 가까운 것 까지 펼칠수 있겠지. 뭐, 네가 가진 마나량이라면 기본 마법도 충분히 괴물같겠지만... "


그녀는 내게 책을 건네 준 후, 다른 서류들을 꺼내들었다.


그녀 나름으로도 할일이 많은거겠지. 전쟁과 신들때문에 골머리 아픈 그녀로써는, 내게 이만큼 관심과 시간을 투자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지도 모른다.


" 그럼, 감사히 받을게. 아, 그리고 이거... "


방에서 나가기 전에, 그녀에게 리인카네이션 스태츄를 건넸다. 하엘른이나 셀리를 위한 리인카네이션 스태츄는 완성하지 못했지만, 다른사람들을 위한 리인카네이션 스태츄는 모두 완성했으니까.


" ...결국 사람의 리인카네이션 스태츄는 모두 완성했네. 별로 건드리고 싶은 물건은 아니지만, 석화가 된 사람들은 내가 되돌려 놓을게. 이번엔, 얼굴이라도 좀 보고가지 그래? "


엘리온의 말에 잠시 석화가된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친다.


...얼굴쯤은, 보고가도 괜찮지 않을까.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인 셈이다. 오히려, 저번에 리인카네이션 스태츄만 건네고 간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는 무언가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었지만...


- ...꼬맹아, 왠만해선 그냥 가는게 어떻겠냐.


막 엘리온에게 그들을 보러가겠다고 하려는 새에, 머릿속으로 조금 머뭇거리는 듯 한 마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네가 앞으로 상대해야할 건 마룡이다. 그들을 보고간다면, 그들은 네가 어딜 가려하든 따라가려 그러겠지.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마검이 말을 하다가 멈춘다.


그가 하려는 말이 무슨뜻인지 안다. 더욱이 천살성이 봉인된 지금, 더 감정이 불안정해진 나로써는 지금의 선택이 어떠한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킬지도 쉽사리 예상이 갔다.


마검은 그들을 걱정해서 말을 한게 아니겠지. 그가 하려는 말은, 나에 관한것. 내가 그들때문에 더 흔들리고, 가뜩이나 더 불안정해지는 것을 걱정하는 걸 것이다.


...맞는말이다. 그들을 보면, 나는 더 불안해하겠지. 그들이 따라가겠다고 하는 말을 못막을거고, 그들을 지킬 자신조차 없는 나는, 그들을 보호할 생각조차 못한채로 이끌려다니다 후회만을 남기겠지.


감정이 불안정해졌을 지언정, 멍청해지지는 않았다.


" ...아냐. 됐어. 이번에도... 그냥 갈게. "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말을 마무리한다.


" ...그래? 이번에라면, 그래도 보기라돈 할줄알았는데. 뭐, 알아서 잘 선택한거겠지. 그럼... 그들에겐 내가 알아서 잘 전해줄게. "


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방을 나섰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그들과도 다시 만나겠지. 다시 나를 걱정해주는 목소리를 듣고, 언젠간 다시 여정을 떠날날이 올것이다. 언젠간, 아데인을 다시 만났던 것 처럼.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 불안정한 나의 상태로는, 모든게 독.


그래, 감정이 불안정해졌을 지언정 멍청해지진 말자.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하는건, 이 두손에 쥐어진 마법서. 마탑주였던 엘리온이 직접 내게 건넨, 새로운 길.


적어도... 마법으로 검을 대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한시라도 빨리 능숙해져야 한다.


작가의말

매일 업데이트는 무리...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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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3 +2 19.08.01 74 1 12쪽
202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2 +1 19.07.22 56 1 11쪽
201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1 +1 19.07.16 59 1 11쪽
200 너는 너의길을 혼자걷지 않는다. +1 19.07.11 86 2 11쪽
199 마탑의 마법서-1 +1 19.07.08 61 1 12쪽
» 마탑의 마법서 +1 19.07.05 66 1 11쪽
197 마룡의 피 +1 19.07.03 61 1 11쪽
196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3 +1 19.07.02 95 0 12쪽
195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2 +1 19.07.01 69 1 12쪽
194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1 +1 19.06.04 88 1 12쪽
193 리인카네이션 스태츄의 결실 +1 19.06.02 80 1 12쪽
192 성검-10 +1 19.06.01 134 2 12쪽
191 성검-9 +1 19.05.31 73 1 11쪽
190 성검-8 +1 19.05.30 89 1 11쪽
189 성검-7 +1 19.05.29 81 1 12쪽
188 성검-6 +4 19.05.23 105 1 12쪽
187 성검-5 +1 19.05.22 87 1 11쪽
186 성검-4 +1 19.05.21 97 1 11쪽
185 성검-3 +1 19.05.20 100 1 12쪽
184 성검-2 +1 19.05.19 90 0 11쪽
183 성검-1 +1 19.05.18 98 1 12쪽
182 성검 +1 19.05.15 89 1 11쪽
181 강탈-2 +2 19.05.14 11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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