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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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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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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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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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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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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2)

DUMMY

수도는 4개의 방향으로 문이 한 개씩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업무의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수도의 경비를 맡는 것은 제 11 기사단의 일로 각 문마다 돌아가면서 문지기들을 담당했다.

마차는 4개의 문 중 가장 남쪽을 향하는 문인 3번째 문 앞에 도달했다.

문지기들은 마부와 이야기 하더니 마차의 문을 열었다.

마부가 말한 명단과 사람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 한 명은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군요?”


문지기의 말에 데지레는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왕자는 100년 전에 죽은 사람이라 이 나라에선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신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왕국에서는 각 영지의 출입의 신원 조회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특별히 흉악범이 도주한 게 아니라면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도는 워낙 다사다난한 곳이다보니, 출입할 때 간단한 신원 조회를 한다.

샤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크라셴을 흔들어 깨우는 데지레를 보았다.


“크라셴 씨. 도착했는데 문제가 생겼어요.”


“뭐, 뭔데.”


크라셴은 잠에서 깨어 짜증났는지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문지기는 크라셴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12 기사단의 잡무에는 다른 기사단의 일 보조가 많았다.

그것은 제 11 기사단의 일을 돕는 것도 있어서, 현장에 파견되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일이 너무 많아 일손이 부족해 기사단장인 크라셴도 종종 문지기들을 만나곤 했다.

다른 기사단장에 비하면 모양새가 빠지지만, 그 탓에 크라셴의 얼굴을 아는 현장직들이 많았다.


“혹시 단장님이세요? 유이오페 공작님이 찾으셨는데 여기에 계셨······.”


문지기의 말에 크라셴은 잠이 확 달아났다. 아무리 곤히 자도 그 이름을 들으면 잠이 깼다.

크라셴은 매서운 눈으로 문지기를 노려보았다.


“갑자기 아버지가 왜?”


“그게, 공작님이 아들이 실종되었다고 하면서 수배령을 내리셨지 뭡니까.”


문지기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뭐?”


문지기는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접힌 종이에는 크라셴 어릴 적의 초상화와 이름, 보상금이 적혀 있었다.


[집 나간 아들을 찾습니다.]

-이름: 크라셴 유이오페(당시 만 10세, 남)

-실종일자: XXXXX. XX. XX

-실종장소: 제 10 기사단

-신체특징: 검은 머리에 파란 눈, 귀여운 얼굴, 실종당시 검은색 코트를 착용함.

-보상금: 1000골드

-아들아, 이제 거기에 있지도 못하잖니. 이 아비가 밤낮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네가 돌아오길 바란단다. 세상에 마왕을 잡으라니! 그런 무서운 일을 할 것을 생각하면 이 아비는 너무 걱정이 되어서 눈물이 멈추질 않는단다. 어서 돌아오렴!


“이, 이 망할 아버지가!”


크라셴은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수배전단지를 구겨버렸다.

이것은 분명히 새로운 장난이다. 크라셴이 수도를 떠나고 나서 생각해낸 것이다.

크라셴은 실종일자에서 공작의 악질적인 장난을 느끼고 부르르 떨었다.

이 날짜는 기사단에 입단을 결심하고 집을 나간 날짜였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아버지는 그를 여전히 어린 꼬마로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아버지는 성인이 된 크라셴은 만난 적이 거의 없다.

공작이 나타날 때마다 크라셴이 핑계를 대면서 바깥으로 나간 탓도 있었다.

공작은 분명히 크라셴의 해고 소식을 들은 것이다.

기사단에서 잘렸다는 소리를 듣고 새로운 방법으로 골탕 먹이려고 일을 저지른 것이다.

아들의 부끄러운 해고 소식을 널리 퍼뜨리면서 결국 집에 돌아오게 하려는 악질적인 장난.

가장 아래에 있는 메시지는 다른 사람이었다면 감동을 받았겠지만, 크라셴에게는 소름 돋는 메시지였다.

문지기는 크라셴의 눈치를 보았다.

문지기도 제 12 기사단장이 얼마나 유이오페 공작을 일방적으로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만큼 크라셴의 과거사는 누구나 뜯고 씹는 공공연한 가십거리였다.


“저, 일단 단장님. 후드라도 쓰고 계세요.”


크라셴은 인상을 쓰면서 후드를 덮어썼다.

고개를 돌리자 데지레와 샤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크라셴이 공작의 아들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여태까지 이름만 알고 직업만 알고 있었을 뿐, 크라셴이 공작의 아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름만 있어서 귀족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


“단장님 조용히 가시고 싶은 거 아니까요.”


“이해해줘서 고맙군.”


“뭐, 평소에 신세를 많이 졌잖습니까.”


“무슨 신세?”


크라셴의 반문에 문지기는 피식 웃었다.


“그거 아십니까? 11 기사단보다 12 기사단을 더 자주 봤다고요. 단장님도 자주 도와주셨고.”


“그거야 우리 일이었으니까 그랬지.”


“뭐,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닙니까.”


문지기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서둘러 사무소로 들어갔다.


“저, 저기 크라셴 씨?”


“아, 좀 조용히 해봐.”


크라셴은 신경질적으로 발을 까딱거리다가 마차에서 내렸다.

샤를과 데지레는 서로 쳐다보다가 초조하게 그를 보았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내가 웬만하면 집에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지.”


크라셴은 문지기를 찾아 사무소로 갔다.

샤를과 데지레는 마차에 남아 그저 혼란에 빠진 채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렸다.

샤를의 신원만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더니, 크라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사무소로 들어간 크라셴과 문지기는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같이 나왔다.

크라셴은 똥 씹은 표정으로 문지기를 노려보다가 꾸벅 인사하고는 마차에 다시 탔다.

그 문지기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를 보내라고 했다.


“유이오페 공작 저택으로 갑시다.”


크라셴의 말에 마부는 깜짝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샤를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크라셴에게 질문했다.


“공작이라니, 정말로 자네는 높은 귀족인가?”


“그렇수다.”


“기사보다 공작이 더 높지 않나요? 왜 기사가 된 겁니까?”


“죽을래?”


크라셴의 사나워진 시선에 데지레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웃기지도 않은 아버지의 수배전단지가 구겨져 있었다.


‘왜 기사가 된 거야?’


크라셴은 여태까지 그 질문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기사단장이 되고 나서도 그걸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왜 기사가 된 거야? 그렇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후계자가 되는 것이 훨씬 좋잖아.’


외국에 출장을 가서도, 가끔 모르는 손님을 만나서도 듣는 소리에 크라셴은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랬기에 안 그래도 싫었던 집안이 더 싫어질 것 같았다.

기사 되는 것도 아버지의 장난 때문에 어려웠는데 말이었다.


“저, 그런데 왜 거기로 가는 거죠? 학회 건물로 가야 하는데.”


“저 왕자님이 신분이 불분명하다잖아. 내가 신원을 보증하기로 했어. 일단은 집에 알리긴 알려야 할 것 아냐.”


“정말인가! 고맙네!”


크라셴의 말에 샤를은 화색이 되었다.

신분이 불분명하다고 해서 이대로 수도에도 못 들어가고 쫓겨나나 싶었던 것이다.

크라셴의 충격적인 정체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크라셴은 턱을 괴고는 마차의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사가 되고 나서 십 수 년간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집을 이런 형태로 간다니 속이 쓰려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비웃을 게 뻔하다.


‘우리 귀여운 아들이 드디어 돌아오다니.’


벌써부터 예상되어서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유이오페 공작이 이렇게 수배전단지를 돌린 것은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도 즐겁다고 웃을 것이고, 이대로 수도를 도망친다고 해도 배를 잡고 웃을 것이다.

크라셴은 어느 쪽도 달갑지 않았지만, 집에 얌전히 들어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만약 크라셴이 수도에서 도망치면, 공작은 이제 전국에 수배전단지를 붙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크라셴은 왕국의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공작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작의 영향력은 왕국까지이지만, 그가 만든 기업, 키보 드 네임의 영향력은 세계적이기 때문이었다.

마왕성처럼 다국적 기업으로 국제적인 대상단인 키보 드 네임.

국경선을 넘으면 자본이 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결국 크라셴이 도망치면 도망칠수록, 공작은 최대한의 영향력을 발휘해 아들의 수치스러운 근황을 전할 것이란 소리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렇게까지 하겠냐고 하겠지만, 유이오페 공작은 또라이라고 불린다.

크라셴이, 아니 왕실도 어쩌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집에 얌전히 들어가면 그의 장난은 여기서 끝나게 된다.


“망할 아버지.”


크라셴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여태 종종 공작의 몹쓸 장난에 휘말렸기 때문에 예상이 가능했다.

공작은 왕성 내를 자기의 영향력으로 휘젓는 것을 즐겼다.

왕도 가끔 공작의 그런 장난에 휘말려서 쩔쩔 매곤 했다.

유이오페 공작은 정작 정치적으로는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사자가 손 안에 있는 사냥감을 가지고 놀 듯이 장난치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그랬기에 크라셴은 도저히 유이오페 공작 자체도 좋아할 수 없었다.

그의 그런 장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언제나 크라셴 유이오페 경이었으니 말이었다.

아버지의 또라이적인 후광이 밝아질수록, 크라셴의 소문은 더욱 악질적으로 변했다.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크라셴의 끙끙 앓는 소리에 샤를과 데지레는 눈치를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크라셴은 마차가 길 중간에서 폭발하길 빌었지만 안타깝게도 유이오페 저택에 빠르게 도착했다.

유이오페 공작은 대기업을 운영해서 갑부로 유명했지만 그런 것 치곤 저택은 소박한 편이었다.

마차가 멈추자 크라셴은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고는 현관문 앞에 섰다.


“저렇게까지 싫어하는데 공작의 신세를 져야 하는 건가?”


“글쎄요. 본인이 괜찮다고 하는데.”


“저게 괜찮은 얼굴이라고? 크라셴이 저러는 것을 보면 공작이 보통 인간이 아닌 것은 알 것 같네만.”


“저도 유이오페 공작의 명성은 들어서 별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샤를과 데지레는 눈치를 보면서 마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크라셴은 망설이다가 두 사람의 시선을 느끼고는 문을 두드렸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기다릴 수 없다. 공작은 오히려 그가 망설이는 것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크라셴은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었다.

문이 열리면서 한 메이드가 나타났다. 그녀는 그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세요?”


“······.”


크라셴은 입을 꾹 다물고 꾸물거렸다.

이제 와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이 집의 아들이라고? 10년 넘게 안 왔는데 여기 아들이라고 하자니 패배감이 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버텼는데, 결국 이 곳으로 돌아왔다.

여태 버틴 것들은 모두 헛수고였다. 아버지는 변함없이 악랄한 남자였다.

크라셴은 이렇게 머뭇거리는 것조차도 비참하게 느껴졌다.


“오, 내 사랑하는 아들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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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4) 19.01.09 66 2 11쪽
47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3) 19.01.08 82 2 13쪽
»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2) 19.01.05 59 2 11쪽
45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1) 19.01.04 65 2 10쪽
44 1-05. 샤르망의 편지: Epilogue. 샤르망의 편지 19.01.03 56 3 8쪽
43 1-05. 샤르망의 편지 (14) 19.01.02 68 2 13쪽
42 1-05. 샤르망의 편지 (13) 19.01.01 60 2 13쪽
41 1-05. 샤르망의 편지 (12) 18.12.31 59 2 11쪽
40 1-05. 샤르망의 편지 (11) 18.12.30 51 2 13쪽
39 1-05. 샤르망의 편지 (10) 18.12.30 57 3 13쪽
38 1-05. 샤르망의 편지 (9) 18.12.30 57 2 9쪽
37 1-05. 샤르망의 편지 (8) 18.12.30 48 3 13쪽
36 1-05. 샤르망의 편지 (7) 18.12.29 52 2 12쪽
35 1-05. 샤르망의 편지 (6) 18.12.29 45 3 10쪽
34 1-05. 샤르망의 편지 (5) 18.12.29 54 2 10쪽
33 1-05. 샤르망의 편지 (4) 18.12.28 62 2 9쪽
32 1-05. 샤르망의 편지 (3) 18.12.26 50 2 8쪽
31 1-05. 샤르망의 편지 (2) 18.12.24 62 2 14쪽
30 1-05. 샤르망의 편지 (1) 18.12.23 78 2 12쪽
29 1-04. Intermission. 용사와 개구리 18.12.23 69 3 11쪽
28 1-04. 개구리 연인: Epilogue. 짝사랑의 연인들 18.12.22 75 2 5쪽
27 1-04. 개구리 연인 (12) 18.12.22 72 2 15쪽
26 1-04. 개구리 연인 (11) 18.12.22 99 2 12쪽
25 1-04. 개구리 연인 (10) 18.12.21 87 2 13쪽
24 1-04. 개구리 연인 (9) 18.12.20 78 2 12쪽
23 1-04. 개구리 연인 (8) +1 18.12.18 72 2 11쪽
22 1-04. 개구리 연인 (7) 18.12.18 76 2 13쪽
21 1-04. 개구리 연인 (6) 18.12.17 75 2 12쪽
20 1-04. 개구리 연인 (5) 18.12.16 86 2 12쪽
19 1-04. 개구리 연인 (4) 18.12.15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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