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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이야기

문제유발동화 Parody T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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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3.07 21:39
최근연재일 :
2020.05.25 09:00
연재수 :
1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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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6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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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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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4. 개구리 연인 (8)

DUMMY

“일단 목표는 달성해야지.”


크라셴의 말에 구이드는 인상을 썼지만 발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렇게 일을 저지른 이상, 점령지에 도착해야 한다.

크라셴의 의도를 의심하면서 주저하다간 이도 저도 안 되는 것이다.

크라셴은 그것을 알고 밀어붙이는 것이겠지.

구이드는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따라 왔다.

역시 이번에 계약한 용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은 기나긴 계단을 지나 문을 열었다.


성의 가장 높은 탑에 설치된 관측소.

달과 해를 관측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 되었다.

개구리들은 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가 개구리 공주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개구리 왕국을 발전시킬 일꾼들을 데려올 수 있는 곳.

신이 준 선물과도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에 개구리들은 달의 빛을 바쳐 신의 영광을 얻는다고 달의 제단이라 부른 것이었다.

물론 마왕성의 직원들이 들으면 콧방귀를 뀌겠지만 말이다.

크라셴과 구이드는 천장이 열리지 않은 관측소에 들어섰다.

달의 제단 내부는 무척 어두웠다.

구이드는 문을 안에서 잠그고는 크라셴을 바라봤다.


“달의 제단은 역시 열리지 않았군. 알고 있었지?”


구이드의 질문에 크라셴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 아니면 못 쓰는 문이니 말이지. 우리가 잡혀 온 이후로 하루가 지났지만 엄격하게 지키는군.”


구이드는 혀를 끌끌 차면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크라셴은 구이드를 툭 치더니 말했다.


“아저씨한테는 그 명함 지갑이 있잖아. 내 기억을 지우려고 할 때처럼 그 악마를 불러오면 끝나는 것 아니야?”


“그런 이유로 이런 위험한 짓을 한 건가?”


크라셴은 팔짱을 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구이드가 크라셴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마왕성의 사람을 불러온 것을 기억한 것이다.

언제든지 조력자를 불러 올 수 있다면 확실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긴 했다.


“결국 내 힘에 의지해서 저들에게 위험한 결단을 내리게 한 건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하는 게 전략이야.”


구이드는 어이없어 하면서 제 품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구이드와 크라셴은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짐을 찾아 나섰다.

구이드가 찾은 것은 마왕성의 직원의 명함이 있는 지갑과 온갖 서류가 들어있는 가방이었다.

이 현자는 명함을 통해서 그 악마처럼 생긴 검은 남자를 불렀다.

아마 꿈에서 본 그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크라셴은 자신의 어깨를 세게 꼬집는 구이드의 매운 손길에 정신을 차렸다.


“자네의 판단은 잘못된 건 아니네. 하지만 괜찮겠나? 마왕성의 힘을 빌리는 게 말이네.”


“아저씨도 말했잖아.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마법은 마왕성의 기술이라고. 모든 일에는 적합한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지. 그게 마왕성일 뿐이야.”


“마왕을 잡아야 하는 용사가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용사가 아니라니까. 지금은 긴급 상황인데 적과 아군을 가릴 처지가 아니야.”


구이드는 내심 크라셴의 반응에 감탄했다.

마왕을 잡는 것이 임무에, 구이드가 한 짓도 있으니 막연한 적대감을 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크라셴은 예상한 것보다 생각이 유연한 용사님인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내 힘을 빌려서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려고 했던 거군?”


“아니. 그런 생각은 안했어. 혼자선 여기까지 못 올 테니까 이용한 거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해. 반란은 머릿수가 중요하다고.”


“이런 것도 용사라고.”


“그러니까 용사 아니라니까!”


구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처음 만나서 계약할 때에도 협박했던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 스스로 ‘용사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겸손을 떠는 게 아닐 터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구이드는 혀를 차면서 지갑을 만지작거렸다.

저 용사님이 얄밉긴 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작전에 참전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유감이군.”


“왜?”


“자네, 여태까지 내가 왜 명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구이드의 질문에 크라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그렇게 편리한 도구라면 진작 사용해야 했다.

이미 연출이나 예상한 궤도를 벗어났으니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구이드가 가만히 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크라셴은 막연히 구이드가 용사 프로그램을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인지 알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구이드가 크라셴의 작전에 따르려는 것인 줄 알았다.


“잠깐, 그 명함을 쓸 수 없다는 소리야?”


“마왕성은 보호 종족의 세계에서는 무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조약을 맺었거든.”


“조약?”


“뭐, 설명하면 복잡한데. 한 마디로 말하면 마왕성의 전사를 소환을 할 수 없다는 소리네.”


“그게 뭐야?”


“국제법이란 그런 것이네.”


구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설명의 바탕에는 복잡한 배경이 있는 것 같았지만 설명하기도 귀찮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구이드의 말에 크라셴은 새삼 마왕성의 활동 영역이 넓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점점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 때였다. 문이 쾅쾅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개구리들이 그들의 목적지를 알아버린 모양이었다.

크라셴은 금방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알아차렸다.

구이드는 알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명함을 쓸 수 없다고 한다.

아마도 저 문 밖에는 개구리들이 우글우글 거릴 것이다.

아무리 자기보다 더 큰 짐승을 해치워 본 경험이 있다고 해도 다수의 적은 역시 해치우는 것은 무리다.

거기다 그 상대는 크라셴이 무서워하는 개구리들이었다.

크라셴은 안색이 점점 파랗게 질렸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괜찮네. 내가 마왕성의 사자라는 것만 증명할 수 있다면······.”


그 순간 문이 크게 덜컥거렸다.

크라셴과 구이드는 얼른 문을 막았다.


“현자라며! 이렇게 무능하다니!”


“자네가 언제 물어봤나! 제멋대로 짐작하고 작전을 세운 자네가 잘못이지!”


“누가 그런 제한이 있을 줄 알았냐고!”


크라셴과 구이드는 인상을 쓰면서 말다툼을 시작했다.

구이드의 명함을 믿고 세운 작전이었다.


“무슨 악당의 소굴이 다른 세계와 조약을 맺어! 그것도 그런 불리한 조약을 맺다니 누가 믿어? 마왕이 개구리보다 약한 줄 몰랐네!”


“개구리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강자의 입장에서 배려한 거지!”


마왕이 개구리보다 약하다는 말에 구이드는 발끈하면서 소리쳤다.

역시 개구리에게 비교당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 것이다.


“배려 좋아하시네! 그러고 뭔가 또 보호비를 받았겠지! 얼마야! 얼마 받았어?”


“마왕이 깡패인 줄 아는가!”


“아, 좀 한 가지만 해! 마왕이 악당의 소굴이면 악당답게 굴어!”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 동안에도 문은 덜컹거리면서 흔들거렸다.

문틈에서도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두 사람은 결국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라면 개구리들에게 깔려 죽을 것 같았다.


“거기 멈춰라!”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동시에 개구리들이 몰려들어왔다.

두 사람은 얼른 제단의 중심 쪽으로 물러났다.

이렇게 말다툼을 할 때가 아니었다. 정말로 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말았다.

크라셴은 바짝 얼어붙은 채 구이드를 보았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개구리들 사이로 엄청나게 큰 개구리가 한 마리 튀어나왔다.

크라셴은 움찔거리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여태까지 개구리들의 크기만 해도 기절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면서 왔는데 이 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의 두 배였다.

크라셴은 토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개구리 왕을 봤다.


“감히 인간 주제에 반역을 일으켜? 이 자리에서 즉결 심판하겠다.”


“망했네.”


크라셴은 구이드를 탓하듯 노려보았다. 구이드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노한 개구리 왕의 기세에 뒤에 있던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소란스럽게 굴었다.

왕의 판결을 기다리며 개구리들은 신나게 울어대는 통에 크라셴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귀를 막았다.


“이 두 인간을 귀족 살인죄, 방화죄 및 모반죄로 사형에 처한다.”


개구리 왕의 판결에 개구리들은 둘을 둘러싸고 개굴개굴 울어댔다.

구이드는 똥을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개구리들 사이에서 인간의 모습도 보였다. 별채에 있던 개구리 공주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하수도의 죄인일 수도 있다.

이 작전은 실패다. 반란이 너무나도 빠르게 제압되고 말았다.

어쩌면 작전의 실패는 시간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구이드가 마왕성의 조약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으니 말이었다.

구이드는 한숨을 쉬면서 크라셴을 보았다.

옆을 보니 크라셴의 표정은 눈에 띄게 나빴다.


“네놈, 잘도 나의 나라를 어지럽혔더군. 감히 죄수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공주들의 처소에 불을 질러?”


왕의 말에 개구리들은 그저 흥분해서 울어댔다.


“공주들처럼 이 나라에 토대가 되지도 못하는 주제에 허튼 짓을 했군.”


“잠깐만, 임금님. 진정하시지요.”


구이드는 결국 왕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개구리 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는 한번 크게 개굴 울었다.

그의 커다란 울음주머니에서 난 소리에 다른 개구리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개구리 왕은 크라셴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네놈이 뭘 하는 놈인지 모르지만 곱게 죽지 못할 거다.”


개구리 왕이 손짓을 하자 개구리들이 일제히 혀를 쏘아냈다.

구이드와 크라셴은 꼼짝도 못하고 분홍색의 구속에 잡히고 말았다.

개구리 왕은 구이드에게 다가가 손에서 지갑을 뺏었다. 개구리 왕은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네놈들도 입 안에 불을 넣어 내장을 지져서 죽이겠다. 거기다 사지를 찢어서 성에 매달아 주지.”


“개구리가 인간 흉내를 내다니 좋은 것을 배워왔군요.”


구이드가 비아냥거리자 개구리 왕은 크게 눈을 떴다.


“네놈도 닥쳐라! 감히 귀족을 죽이고 무사할 줄 알았나? 네놈은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거겠지. 겨우 이런 놈을 믿고 설치다니 믿을 수 없군.”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군요.”


구이드의 표정은 미안한 표정은 아니었다.

아까 크라셴에게 마왕과 개구리를 비교당해서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네놈들의 대화는 들었다. 이 지갑 안에 뭔가 있는 거지?”


“그걸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닥쳐라!”


개구리 왕은 지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명함만 가득할 뿐 돈이나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개구리 왕은 지갑을 든 채 구이드를 노려보았다.

구이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몸부림치다가 한숨을 쉬었다.

구이드의 붉은 눈은 서늘하게 빛났다.


“그런데 말입니다. 죽기 전에 질문 하나 하고 싶네요.”


“말이 많은 죄수군. 뭔가?”


“당신네들 개구리들은 마왕성의 허가는 받고 다른 세계에 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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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4) 19.01.09 66 2 11쪽
47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3) 19.01.08 82 2 13쪽
46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2) 19.01.05 60 2 11쪽
45 1-06. Intermission. 용사의 귀환 (1) 19.01.04 65 2 10쪽
44 1-05. 샤르망의 편지: Epilogue. 샤르망의 편지 19.01.03 56 3 8쪽
43 1-05. 샤르망의 편지 (14) 19.01.02 68 2 13쪽
42 1-05. 샤르망의 편지 (13) 19.01.01 60 2 13쪽
41 1-05. 샤르망의 편지 (12) 18.12.31 59 2 11쪽
40 1-05. 샤르망의 편지 (11) 18.12.30 51 2 13쪽
39 1-05. 샤르망의 편지 (10) 18.12.30 57 3 13쪽
38 1-05. 샤르망의 편지 (9) 18.12.30 57 2 9쪽
37 1-05. 샤르망의 편지 (8) 18.12.30 48 3 13쪽
36 1-05. 샤르망의 편지 (7) 18.12.29 52 2 12쪽
35 1-05. 샤르망의 편지 (6) 18.12.29 45 3 10쪽
34 1-05. 샤르망의 편지 (5) 18.12.29 54 2 10쪽
33 1-05. 샤르망의 편지 (4) 18.12.28 62 2 9쪽
32 1-05. 샤르망의 편지 (3) 18.12.26 50 2 8쪽
31 1-05. 샤르망의 편지 (2) 18.12.24 62 2 14쪽
30 1-05. 샤르망의 편지 (1) 18.12.23 78 2 12쪽
29 1-04. Intermission. 용사와 개구리 18.12.23 69 3 11쪽
28 1-04. 개구리 연인: Epilogue. 짝사랑의 연인들 18.12.22 76 2 5쪽
27 1-04. 개구리 연인 (12) 18.12.22 73 2 15쪽
26 1-04. 개구리 연인 (11) 18.12.22 99 2 12쪽
25 1-04. 개구리 연인 (10) 18.12.21 87 2 13쪽
24 1-04. 개구리 연인 (9) 18.12.20 78 2 12쪽
» 1-04. 개구리 연인 (8) +1 18.12.18 73 2 11쪽
22 1-04. 개구리 연인 (7) 18.12.18 76 2 13쪽
21 1-04. 개구리 연인 (6) 18.12.17 75 2 12쪽
20 1-04. 개구리 연인 (5) 18.12.16 86 2 12쪽
19 1-04. 개구리 연인 (4) 18.12.15 9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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