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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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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59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7.01 10:47
조회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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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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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9. 복기 (1)

DUMMY

지금은 나에게 질질 끌려오는 신세지만.


지난 번, 그러니까 리셋되기 전의 김승철은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 미래이자 현자이며 왕이었다.


자기가 정말로 왕 같은 뭔가가 되려고 하기 전까지는.


9월 29일, 물과 음식을 달라던 시위대는 총에 맞았다.


처음에는 조준 사격, 두 번째는 겁에 질린 병사들의 돌발 사격.


맨 앞에 있던 사람들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모두 도망가고 흩어지는 중 쓰러진 사람들을 살피러 가던 사람들도 죽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병상에 누운 내 친구들, 보육원의 동기들은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내가 죽어야 했다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대전을 떠나 흩어졌고, 정부는 코어를 가진 사람을 움직여 중요한 사람들을 한 명씩 죽여나갔다. 내 친구들 중 한 명도 충분히 그런 암살 대상이 될 만큼 명성이 있었고, 우리는 빗물에 겨우 몸을 씻으며 숨어다녔다.


그러던 중 우리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김승철이었지.


"거 김승철 팀장님, 좀 끌려오지 말고 네 발로 걸으면 안 되겠어?"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냐."


"대화를 하려면 어딜 가겠어, 카페라도 가자고. 왜 남자 둘이 카페 가는 건 좀 그래? 김밥철국이라도 갈래?"


나를 노려보며 조용히 에너지를 모으네? <엔트로피>로 뇌를 익혀버리기... 이거 느낌이 너무 싫어서 안 한다더니 지금 나에게 하려그러네.


"하지 마. 내 머리 안쪽 네 에너지 정도로 못 뚫어."


깜짝 놀라 발을 멈춘다.


"허튼 짓 하지 마. 자, 생각해 봐 팀장님. 생각을 해. 내가 지금 원하는 게 뭐야? 말해 봐."


"..."


"나는 두려운 게 없어. 피하고 싶은 게 없다고. 그래서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게 뭘까?"


"...펴, 편히 사는 거..."


"역시 머리 좋네? 명문대 출신이라 그런지. 그러니 그냥 따라오면 돼. 근데, 네가 내가 편하게 사는 걸 방해하면 좀 그래. 이해하지?"


김승철이 항상 그랬다. 사람은 원하는 것으로 가는 힘보다 두려운 것을 피하는 힘이 다섯 배는 강하다고. 나도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도 비슷할테니 이해를 시킨다. 나는 너에게 두려운 게 없다고, 원하는 것만 있다고. 너는 날 어떻게 하지 못하고,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방해받으면...


김승철은 이제 얌전히 따라온다. 나는 택시를 불러 대구 시내로 가자고 한 다음 김승철을 가리킨다.


"택시비 이 사람이 낼 거예요."


김승철은 유명인이다... 택시 기사는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우리 둘을 힐끔거린다.


한 시간쯤 뒤면 소문이 쫙 나겠지.


휴.


그래서 지난 번의 김승철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10월 3일 개천절. 김승철은 그 때 출력 1만 정도 되는 코어를 갖고 있었고, 자기와 같이 움직일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벌써 퍼져 있었다.


그 김승철이 사람들을 데리고 직접 내 친구를 데리러 왔으니... 친구는 깨진 이마를 제대로 소독도 못 해 퉁퉁 부은 채로 따라가겠다고 했지.


김승철은 다른 사람들을 슥 둘러보다 나에게도 물었다. 따라올 거냐고.


아마 그때 이미 <거미줄> 과 <엔트로피>와 비슷한 기술이 있어서 날 훑어보고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본 걸 거야.


그러겠다고 했다. 우리는 정부에 뭔가 되갚아 줄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죽을 수도 있었다. 총에 맞아 뚫린 몸으로 기어가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죽어가는 울부짖음을 듣고 양심이 아프거나 괴롭기를 바랬다.


김승철은 간단한 말로, 우리를 진정시켰다.


"그런다고 변하겠어요. 그래서 괴로울 사람들이었다면 그날 총을 쏘지 않았지요. 오히려 즐거워할 겁니다. 시끄럽고 귀찮은 것들이 죽는 소리라면서요."


그 대신 다른 길을 제시했다.


"보세요, 이게 코어라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사람들끼리 사고팔고 있어요. 이것을 사용할 사람을 찾는데... 역시, 맞을 것 같더라니. 이진협이라고 했지요?"


...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안에 있는 메인 코어는 바로 그날 김승철이 준 거다.


나는 김승철을 데리고 카페로 왔고, 우릴 따라온 사람들이 카페로 우르르 들어오려고 하자 김승철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 음료도 네가 사는 거다?"


김승철이 이상하다는 눈을 하고,


"아니 뭐 마시지도 않고 공간만 차지하려고? 양심 있어?"


김승철의 얼굴이 구겨지고...


나머지는 나간다.


나는 일부러 잘 보이는 데 김승철을 앉히고 손을 내민다.


"그래도 네가 형이니까 내가 갖고 올게. 카드만 줘. 뭐 먹을 거냐? 바닐라 라떼?"


"다른... 장소로 가면 안 될까?"


"내가 기분이 많이 상했거든. 뭐부터 마셔야 진정이 될 것 같아."


음료를 가져온 다음 <필드>를 써서 나와 김승철 주변을 격리한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놀란다. 그렇네... 이 기술을 쓰는 주체에게는 안과 밖이 당연히 다 보이지. 좋네 이거.


"자, 팀장님? 잘 마실게. 바둑 좋아하지?"


"바둑... 안다."


"나는 바둑은 모르지만, 그러자고. 복기를 해 보자고. 팀장님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나는 어디서 살짝 눈치를 채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이야기할 테니까, 이거 듣고 팀장님 주제를 파악 좀 해. 알겠지?"


혼이 반쯤 나가 있던 김승철의 얼굴이 갑자기 긴장한다.


그래, 이런 거 하면 네가 정신 들어올 줄 알았다.


"자 봐, 첫날에 내가 왔는데 세 번이나 날 따라왔어. 그런데 그 직전까지 내가 어떤 상태였어? 정부하고 아웅다웅 쫓기는 중이었잖아. 내가 이거 되게 신경쓰이지 않았겠어? 이 때 세 번째까지 날 따라올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말해 달라고. 친한 사람 두 명까지 데리고."


"일단 만나보고, 장기적으로 협력 관계가 되고자 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싫은 게 뭔지도 모르면서 김칫국부터 들이킨거네? 그렇지?"


그렇게 2024년 10월에 김승철을 만나 코어를 받고, 2025년 3월엔 나는 간부라고 불리고 있었다.


나는 강했다. 내가 나가서 싸우면 누굴 죽이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패거리가 강해지길 원했고, 김승철이 안전해지길 바랬다.


나와 김승철의 다른 점은...


나는 그렇게 우리가 강해지면 정부가 우릴 무시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김승철은 정부가 되고 싶어했다.


25년 9월, 나는 김승철과 결국 싸웠다.


그때 나눈 이야기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못 해, 대장. 나는 그 사람들 안 죽여."


"두 명이야, 이진협. 두 명이라고. 그것만 되면 나머지는 알아서 다 돼."


"첫 번째로 내가 대통령에게 원한 있는 것과 그 사람이 죽어도 되냐는 건 다른 문제야. 내 의견 항상 말했잖아. 나는 그 사람이 법 앞에 서길 바라지 내 손으로 그 목을 떨어트리고 싶은 거 아냐. 두 번째로, 송완섭 죽이는 건 간단해. 어렵지 않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살아 있는 게 세상을 위해 훨씬 더 좋아. 우리에게도 좋고."


"왜 이해를 못 하냐, 이진협. 대통령은 이제 허수아비고, 송완섭이 우리보다 잘난 건 서울에 자리잡았다는 거 하나뿐이다. 정면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이겨, 이길 수밖에 없게 되어 있고!"


"분명히 말해 둘게. 하고 싶은 대로 해. 하지만 나는 그 과정도 결과도 원하지 않아."


"네 코어, 내놓고 가. 내가 준 거다. 그거 내려놓고 가."


"대장에게 받은 건 2천 정도고, 나머지는 다 내 손으로 얻었어. 2천짜리 코어 정도는 대장에게 수십 개도 가져다줬고."


김승철은 씩씩거렸지만... 결국 날 공격하진 못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 모두를 동원하면 날 죽일 수 있긴 했을 거야.


그 중 절반이 죽었겠지만.


현실로 돌아와서...


"그랬을 것 같은데, 팀장님? 내가 뭘 원하고 뭘 두려워하는 지 알면 간단할 거라고?"


"..."


"그런 표정 짓지 마시고, 내가 팀장님네 조직에 무슨 스파이를 넣어. 그냥 팀장님이 말이 많은 거야."


계속 이야기한다.


"내가 정부에 설설 기고 있다고 생각했지?"


"맞다."


"왜?"


"너는..."


말을 망설이네? 왜. 내가 보육원 나온 고아라서? 다들 왜 그러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겁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아니거든요 이새끼들아. 우리는 지옥에 뿌리를 둔 질경이풀이라고. 강인하고 끈질긴 게 우리 강점이야.


"너는... 뭔가 숨기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어, 그건 맞았네. 그치, 내 출력이 드러나면 편히 못 자잖아. 자는 데 코어 가져가겠다고 덤벼 올 놈이 어마어마할텐데."


"아니지, 그렇진 않을 텐데?"


흠...


"복기라고 했지? 똑바로 하자고. 아니야, 너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아. 내가 모르는 게 있다. 그걸 알려 줘. 그걸 갖고 계속 복기를 하자고."


이거 내 꾀에 내가 말렸네.


지금 이 얼굴. 옛날의 그래도 좀 멀쩡할 때의 김승철 얼굴 같네.


"실토하지. 나는 어떤 비밀 조직이 있다는 걸 알고, 그 놈들에게 날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아."


김승철은 한참 생각한다. 나를 노려보면서, 그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는 걸 잊을 만큼 깊게.


그리고 나서... 대답한다.


"그래."


"뭐 세계 정복을 꿈꾸는 조직 같은 건 아니니까 안심하고, 어쨌든 그건 내가 두려워해. 무서워해. 근데 그런 거에 비하면 팀장님, 당신 기술이나 능력이나 하여튼 다 우스운 수준이라고. 이해해?"


"이해... 한다."


"주제를 좀 알겠어?"


발끈하네. 그렇지, 잘났지.


당장 자기가 한국 제일의 뭔가는 아니어도 자기 기술로 코어만 있으면 가장 큰 힘을 운용할 수 있다고 뭐 그런 쪽으로 몽실몽실 부풀어오른 비대한 자아를 가졌겠지.


"그래 내가 말을 잘못했어, 인정한다. 팀장님 잘났어, 대단해. 근데 팀장님이 원하는 만큼을 가질 주제 아니야. 그렇지?"


"그렇다!"


"좋아, 계속 복기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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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 드러나지 않은 권력은 언제나 22.06.25 17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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