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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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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466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11.24 22:29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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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부 66화 : 검증

DUMMY

가설. 학장님이 설명한다.


"하라하라에서 공명현상의 연쇄 고속 전이를 통제하는 건 틀림없다. 지진계 정보를 봐도 그게 맞아. 거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떤 경로로 공급하느냐가 관건인게지."


가설을 보충할 근거... 글린 박사가 지구의 구조도에서 맨틀과 내핵의 경계면을 가리킨다.


"페레이라와 잉그리드는 균열을 이용해 지구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면서요? 바다에서 공격이 올 때는 균열에서 새 균열이 만들어지며 전진해왔고. 같은 구조를 이용해 맨틀이나 핵에서 에너지를 전송한다면 이상할 게 없어요. 불의 고리의 화산활동을 이용할 생각을 먼저 한 게 아니라 이런 구조를 만들고 보니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겠어요?"


가설과 근거가 짜였으면 이제 검증을 할 차례.


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좀 불편하지만 다른 수가 없다.


나는 하라하라를 손에 들고 어제 학장님이 새로 설계한 기구 위에 올라왔다.


이제부터 시작할건데... 음, 싫다.


"자, 사서? 준비됐지? 하자고."


"예, 학장님... 하아."


"한숨은! 성공률 떨어진다! 이놈아."


과학자들도 미신이나 징크스에 예민한 거 왠지 재미있다니까.


나도 징크스가 있지. 헥사 링크의 여섯 번째 고정멤버로 생각한 사람들은 모두 끝이 안 좋았어.


자, 시작한다.


<외형 변이>로 몸을 바꾼다. 페레이라의 모습으로.


이 단계를 생략하고 싶었지만 학장님은 무조건 하라고 했다. 지금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을 세게 때리고 싶겠어.


페레이라가 한 것처럼 에너지를 끌어내 하라하라에 투사한다. 조금씩 균열 안에 들어가는 느낌이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툭 하고 막히는 게 느껴진다. 자동차에 기름이 꽉 차면 주유기가 멈추는 것처럼.


여기서부터 학장님의 컨트롤을 따라간다. 나도 학장님과 같이 <만트라>를 사용하면서.


"자, 사서? 균열에 가장 쓰기 좋은 암호는 고유 진동수다. 페레이라가 쏟았던 에너지가 어떤 파장을 갖고 하라하라에 적응했느냐를 찾아보자고."


학장님과 같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에너지를 이런저런 조건으로 투사해보지만 매번 똑같다. 어디선가 걸리듯 막히는 것... 이거 진동수의 문제가 맞나?


"학장님?"


"방출량이 문젠가. 출력 더 올릴 순 있지?"


"지금 기계 위라서. 제가 내는 에너지가 증가하면... 아시죠? 그, 무거워져서..."


"음."


학장님이 고민하는 사이 미라가 앞으로 나오며 손을 뻗고. <에스컬레이션>에 쓰는 공간 레일을 기계 아래에 설치해 보강한다.


"버틸 테니 해봐."


"힘들어지면 말해줘."


출력을 올린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흠칫 놀라며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난다.


하, 이거 계속 애꿎은 주유기 트리거만 당기는 기분인데.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보고, 하라하라를 높이 들어보기도 한다. 태양의 위치를 보고 괜히 그림자 안에 숨겨보기도 하고.


그리고 미라가 그러는 나를 핸드폰을 꺼내 촬영한다...?


"계속해봐. 재미있다 야."


"조교님, 우리 역할 바꿀까?"


"거절."


"거절 반사."


"아 뭔데... 최악이야."


미라의 얼굴이 찌그러지고 내가 피식피식 웃으니 싱 학장님이 의아하게 본다.


하라하라는 역시 변동이 없다. 안 되는 건 확인했지만 여기서 반대로 해볼까. 에너지를 여기서 뽑아낸다는 느낌으로... 쯧, 역시 안 된다. 지난번처럼.


출력을 내가 낼 수 있는 한계까지 올려보자. 자, 20만으로 시작해서 21만, 23만... 25만.


기계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나는 급히 방출을 멈춘다. 흠, 머리가 띵해.


학장님은 땀을 많이 흘리며 뛰어와 기계에 남은 로그를 보며 수염을 부비적거리며 신음을 흘린다.


"너는 대체 무슨... 몸 안에 원자로라도 있냐?"


다들 휘둥그레한 눈으로 날 보네. 미라와 학장님 두 사람만 빼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 원자로에는 턱없죠."


"이 정도로 때려박았는데 아무 변화 없다고? 이상한데, 분명 흡수하는 건 아닌데."


일단 <외형 변이> 해제. 나는 농구선수들이 공을 돌리듯 하라하라를 검지 위에 놓고 돌린다.


"페레이라 놈이 쓸 때는 이렇게 붉은색 말고... 색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이 안에서부터 에너지가 쏟아져나오는 느낌이었고."


"에너지를 받아는 들이는데 작용은 안 한다... 진동수가 아니라면 뭘로 보안을 한 거지?"


미라가 나에게 와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위에 하라하라를 얹는다. 미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라하라를 얼굴 가까이 대고 노려본다.


"흠."


"어떻게 보여?"


"잠시만... 분명 균열이 맞지만 진입은 안 되고, 코어같기도 하지만 안의 구조는... 효진이 지금 잘 시간인가?"


어, 세공의 관점으로 접근해 보자고...?


지금 여기가 열 시 35분.


"한국은 저녁 먹기 좀 전일 것 같은데?"


"우선 해보고."


미라가 하라하라를 위아래를 향한 두 손바닥 사이에 두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싱 학장님은 힘든 기색을 애써 숨기고 <만트라>를 사용한다... 내가 잘 안 써서 그런가, 이거 학장님 체력을 정말 많이 쓰는 것 같네.


팅.


분명 소리로 들렸다. 나는 깜짝 놀랐고 나보다 먼저 학장님이 소리쳤다.


"방금, 잠깐! 멈춰!"


미라가 눈을 뜨고 한숨을 길게 쉰다.


"미로네요. 이 안."


"미로면 돼. 미로면 됐어. 길은 찾으면 되니까. 보안이 미로라면 출구 자체는 열리기 쉽게 되어 있을 거고."


"네."


"그런데 너 방금 이 안으로 '진입' 하려고 한 거야?"


"균열의 성질이 분명 있다고 생각되어서요."


진입? 나는 땀이 나는 중에 등골이 쭈뼛한 느낌에 몸을 떤다.


이 안에...? 뭐가 있고 어떻게 나올 줄 알고?


"아니, 미라... 진입을? 그 공 크기의 균열에?"


"계산은 있었어. 일단 균열이건 코어건 우리 입장에서는 사건의 특이점과 비슷하잖아."


"그렇...지. 바깥에서 안이 안 보이지."


"하지만 블랙홀도 제트를 뿜는 것처럼... 그러니까, 정보를 삼키기만 하면서 관측이 가능한 특이점은 있을 수 없어. 실재에 모순이 성립하니까."


전에 할머님이 존재모순이라는 말을 한 게 생각난다.


아무튼.


"그러니까 이것도 우리 쪽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을 거고, 그걸 타고 안으로 진입한다는 느낌으로 해봤어."


학장님이 갑자기 소리친다.


"그런 위험한 걸 할 거면 말을 하고 해!"


"괜찮아요. 저는 이쪽이 주특기라. 그리고 아마 이 방법 뿐일 거고. 진협, <헥사 링크>."


"아, 어."


"길은 내가 열고, 에너지는 네가 뻗는 거야. 둘 사이에 두고."


이번에는 나와 미라가 같이 기계 위로 올라왔다. 학장님은 눈을 불안하게 꿈뻑이며 불안한 얼굴이지만, 일단 미라의 방법이 통한 건 맞으니까...


"학장님, 제 <헥사 링크>가 뭔지 아시죠?"


"알아. 그래, 그거 나도 좀 포함시켜라."


코어에서 에너지를 끌어내는 게 아니라 균열로 진입하듯이...


미라가 나에게 길을 알려주고 그걸 따라가는 걸 생각했는데 너무 미세구조다. 이 안으로 나를 옮긴다는 생각을 하기가 좀 어려운데. 코어는 문 같은 느낌이라 휙 뛰어드는 기분으로 들어가지만.


"미라, 이거 내가 조정할 자신이 없어서..."


"미로라고 해도 2-3갈래 갈림길의 연속이고 나는 지나온 길의 이미지를 공간상에 구현 가능하니까 내가 할게. 일단 에너지를 계속 쏟아부어봐. 그래야 이게 활성화되는 건 맞으니까."


...다르다. 조금씩 딸깍거리지만 미라가 하라하라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게 느껴진다.


학장님은 <만트라>를 유지하며 기록 중이고...


진척은 있지만 수월한 상황이 아니다. 미라에게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눈으로 반도체 회로 같은 걸 하나씩 새길 수는...


"머리가 띵하네."


"괜찮아?"


"내부는 넓어. 미로가 평면이 아니라 위층, 아래층으로도 구현되어있고."


"넓다면 앞으로 얼마나?"


"좀 더 해봐야 알겠어."


미라의 눈꺼풀이 점점 더 빨리 경련하기 시작한다. 나는 싱 학장님을 보고...


"계속해."


"학장님."


"계속해!"


<헥사 링크>로 연결되어서 알 수 있다. <만트라>로 미라가 이끌어내는 작용에서 답을 찾고 있다.


그래도 미라가 계속 할 수는 없는 노릇. 내가 미라에게 잠시 주도권을 넘겨받고, 순식간에 몇 단계 뒤로 후퇴하고 말았다. 미라는 이마에 난 땀을 훔친 다음 차분히 말한다.


"괜찮아, 찾은 길을 그냥 가면 돼. 전달하는대로 밀고 나가."


나는 이런 거 정말 못 하겠다. 보육원에 있던 놀이책의 미로 같은 것도 못 찾았지. 아, 정말... 깊은 지하 미궁에 갇힌 쥐가 된 기분이야.


"학장님, 이거 이 구조 자체 외에는 다른 균열과 비슷한가요?"


"균열의 성질만 따지면 그래. 아까 그 지점! 거기까지 다시 가 봐."


나는 뭘 때려부수고 싸우고 숨은 놈을 찾고 게 전문이란 말이죠... 머리가 띵하네 정말.


미라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집중."


그래, <헥사 링크>중이었다.


이론으로 풀면 간단하다. 하라하라가 무엇이었던 관측되고 존재하는 이상 이것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달한다. 자그마한 중력이던, 질량이던, 에너지던, 파장이던 그 어떤 작용이건. 우리가 하는 건 그 작용의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학장님이 위험하다고 한 건...


"조심해라, 균열 안으로 가듯 갑자기 빨려들어가면..."


"뭐, 잘 나와 볼게요 그때는."


미라가 몸을 떨기 시작한다.


"학장님?"


"아직 안 돼, 샘플을 좀 더."


학장님이 생각하는 걸 머리에 띄워 전달한다. 나와 미라가 찾는 길에서 오는 진동과 어딘가에 부딪칠때의 반응을 기록하고 있었다.


길이 막힐 때의 반응은 약 120종류, 하지만 길을 찾을 때의 반응은... 일정!


"조금만 더 해봐, 해법이 나올 것 같거든?"


미라가 이를 꽉 물고 견딘다. 나는 초조하다...


틱틱거리며 걸리는 소리, 막힌 경로를 모두 제외하고 새 길을 찾을 때의 반응.


미라가 가슴이 답답한 듯 얼굴이 하얗게 될 때 쯤...


"됐어."


학장님의 말에 미라가 천천히, 하지만 애써서 먼저 물러난다.


"미안, 먼저 물러난다."


"고생했어."


나도 머리가 깨질 것 같지만... 미라는 어지러운지 의자에 앉아 숨을 몰아쉰다음 진정이 됐는지 고개를 들고 씩 웃는다.


"학장님?"


"됐어요. 나머지는 이 데이터 기반으로 기계학습이나 돌리면 되니 하루도 안 걸릴 거고. 세상에... 현미라 씨, 어떻게 한 거요?"


나도 궁금하다. 미라는 아직 숨쉬기가 편하지 않은지 긴 호흡을 가져가며 말한다.


"메릴랜드에서 매더 교수님 수업을 한 학기 들었거든요."


"난 그 사람 못 만나봤는데. 다음에 기회 되면 서로 소개 좀 시켜줘요."


"얼마든지요."


싱 학장님은 날 똑바로 보며 말한다.


"뒤는 맡겨. 시간만 있으면 해독할 수 있다."


나는 모처럼 기분 좋게 웃는다. 얼마만인가...


"다행이네요. 기대하겠습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월 25일 (금) 휴재입니다!

한 주 잘 마무리하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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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부 72화 : 단 한 발의 폭격 22.12.02 109 4 12쪽
202 2부 71화 : 구조의 문제 22.12.01 110 4 11쪽
201 2부 70화 : 탐사 (2) 22.11.30 113 4 11쪽
200 2부 69화 : 탐사 (1) 22.11.29 127 4 11쪽
199 2부 68화 : 대응 22.11.28 113 4 10쪽
198 2부 67화 : 선언 22.11.27 117 4 11쪽
» 2부 66화 : 검증 22.11.24 117 4 12쪽
196 2부 65화 : 불의 고리 22.11.24 117 4 10쪽
195 2부 64화 : 커피 타임 22.11.23 115 4 11쪽
194 2부 63화 : 취합 22.11.21 114 4 11쪽
193 2부 62화 : 주고받는 정보 22.11.20 110 4 13쪽
192 2부 61화 : 빛나는 나 22.11.19 119 4 11쪽
191 2부 60화 : 같이 생각하면 답은 보이고 22.11.18 120 4 12쪽
190 2부 59화 : 각자가 찾는 것 +2 22.11.17 129 3 13쪽
189 2부 58화 : 탐문조사 22.11.16 124 4 11쪽
188 2부 57화 : 각자의 일 22.11.15 128 4 12쪽
187 2부 56화 : 공동전선 22.11.13 126 4 11쪽
186 2부 55화 : 난전 (끝) 22.11.11 130 4 13쪽
185 2부 54화 : 난전 (7) 22.11.10 122 4 13쪽
184 2부 53화 : 난전 (6) +2 22.11.09 130 4 10쪽
183 2부 52화 : 난전 (5) 22.11.08 132 4 10쪽
182 2부 51화 : 난전 (4) +3 22.11.08 122 4 10쪽
181 2부 50화 : 난전 (3) +2 22.11.06 130 4 11쪽
180 2부 49화 : 난전 (2) 22.11.06 130 4 11쪽
179 2부 48화 : 난전 (1) +2 22.11.04 135 4 11쪽
178 2부 47화 : 다시 공격해오는 균열 22.11.04 134 4 11쪽
177 2부 46화 : 복잡한 상황 22.11.01 150 4 13쪽
176 2부 45화 : 질긴 악연 22.10.31 131 4 15쪽
175 2부 44화 : 맏이와 막내 22.10.30 12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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