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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비행장

좋은 스킬 잘 받아갑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비행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06 13:07
최근연재일 :
2023.02.26 09:52
연재수 :
263 회
조회수 :
52,519
추천수 :
1,111
글자수 :
1,318,896

작성
22.07.02 21:07
조회
183
추천
4
글자
10쪽

70. 복기 (2)

DUMMY

"그래서, 내가 유튜브에서 난리 피울 때 무슨 생각을 하셨는데. 내 생각부터 말해보자면 뭔가 덮어쓰는 건 정부가 하고 알맹이는 팀장님이 먹을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맞나?"


대답을 없이 탁자 위의 세균이라도 육안확인 하겠다는 자세인 거 보면 내가 맞았구만.


"왜 그랬을까? 내 코어가 탐나다보니 너무 몸이 근질거렸지 않았나 싶은데."


"아까 말했듯이..."


괴로운 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네 코어가 좀 다르다는 건 알았으니까."


"그래서 석동현 아저씨를 미행 붙였고?"


"아저씨...?"


"호칭은 좀 넘어가. 그럼 그거네, 그 누구냐... 이름 기억 안 나는 그 건달 비슷한 사람.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려고 한 거네?"


"맞아."


"계산이 거기서부터 틀리셨구만. 하, 목말라. 더 시킨다? 카드 좀 줘."


"나 생수 한 통하고 샌드위치 하나 좀."


<필드>를 풀고 나와 김승철을 드러낸다. 어느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구경하고 있고, 나는 웃으며 사람들에게 손을 흔든 다음 김승철에게 눈치를 준다.


김승철도 커피를 홀짝이며 사람들에게 살짝 웃어준다. 눈이 좀 풀렸지만.


이제 소문은 나쁘지 않게 날 거다. 김승철은 적당히 정신을 차릴 것 같고.


내가 김승철을 죽인 건 2026년 1월이었다.


그가 사람들을 모으고 활동한 지 1년 2개월쯤 지난 후였지.


갈 곳 없는 분노를 품고 몸 둘 곳 없던 사람들을 보호하던 반정부투사가 자신만이 나라를 지키고 유지할 수 있다는 망상에 미치기에는 그리 모자라는 시간이 아니었다.


김승철은 누구도 자신을 꺾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우리에겐 현미라가 있었고, 학선이가 있었고, 내 <헥사 링크>가 있었다...


김승철의 <거미줄> 과 <엔트로피>가 모든 것을 자기 맘대로 통제하기 위한 기술이었다면,


<헥사 링크>는 서로를 믿는 기술이었다.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었지.


내가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사이 원래 <필드>를 가진 사람이 내 눈치를 보며 카페 주변에 스킬을 사용해 가린다...?


"거 아저씨, 가리려고? 카페 영업 방해 아냐?"


내 주문을 받은 직원분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날 본다. 내가 방해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내일이면 유명해져서 손님들 많이 올 거예요, 좀 봐 줘.


음 아니 직원 입장에선 손님 많이 온다고 좋을 게 없지... 사장이 아니라면.


나는 김승철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


"세상이 넓어, 팀장님. 섣부르게 굴지 말고. 그리고 뭐 정부하고 적당히 줄을 잡아서 어떻게 뭐 그림자의 실력자 권력자 그런 거 꿈꿨나본데 꿈 깨고."


"..."


"난 팀장님에게 거짓말한 거 없어. 내가 뭐가 좀 될 것 같으니까 어떻게든 죽이려 했잖아? 팀장님도 지금 그냥 이용가치가 있는 거야. 그뿐이야. 그리고 팀장님은 그럴 상황에 준비도 안 되어있고 대처도 안 돼. 이해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맞아, 그래."


"내 이야기는 끝. 아 마지막 궁금한 거, 내 생각에 그 팀장님의 <거미줄> 하고 <엔트로피>로 뭘 하려면 사실 한 명만 어떻게 증폭시킬 수 있는데 여러 명을 데리고 왔단 말이지? 혹시 경유진씨의 기술까지 조합에 들어갈 예정 아니었어?"


소스라치게 놀라네.


"아니 소문에 그 분 기술이 사람 몸 움직이게 하는 거라길래. 그것도 여러 명. 오늘 보니 원래 경유진 씨가 있어야 완성되는 조합 같던데. 왜 안 데리고 온 거야?"


"그 여자는..."


그 여자라고? 서로 정말 어지간히도 싫어한다.


"널 잡을 거란 말에 거절했다."


"그 사람은 날 가까이에서 봤거든. 팀장님으로 상대 안 된다는 거 살짝 짐작했을 걸?"


김승철은 이를 갈며 대답한다.


"...맞다."


자기 말이 틀리고 경유진 말이 맞다니, 이 사람에게 최대의 굴욕이군. 즐겁다!


"팀장님은 나에게 뭐 할 말 없고?"


"지금은 없어. 그래도 좀... 나중에 뭘 좀 물어봐도 될까?"


"그러던가. 아 근데 난 바쁘니까 임효진 씨 회사 통해서 전달하고. 솔직히 오늘 이후 팀장님 얼굴 보고 싶지 않고 목소리 직접 듣고 싶지 않아. 근데 좀 참을테니까 팀장님도 적당히 해. 그럼."


나는 내가 유지하던 <필드>를 푼 다음 내 바깥에 <필드>를 펼친 사람에게 손짓한다. 내가 나갈 거니까 풀라고.


그렇게 <필드>가 해제되니까...


어?


킬리 누님?


누님이 건드리면 죽여버리겠다는 얼굴로 안을 노려보고 있다가 날 보니까 긴장을 푼다!


"여기 무슨 일이세요?"


누님이 나에게 걸어오고, 누가 그 앞을 막아서려다 눈이 마주치니까 그냥 찌그러진다.


그렇지.


출력 7만 3천의 고요한 거인이며 화선그룹이 내세우는 에이스 헌터 킬리 이새롬.


평소에 강력하지만 온화한 사람이 화나면 진짜 무섭지...


"사서, 괜찮아요?"


"보시다시피?"


"다쳤다던데."


"전혀요."


"옆구리 보여줘요."


어디까지 알고 오신 거야. 나는 슬쩍 일부러 찔렸다가 회복시킨 옆구리를 보여주었고 킬리 누님은 한참 보더니 화를 낸다.


"찔렸잖아요! 복막 안까지!"


"아, 아뇨 복막 안까진 아녜요."


"왜 거짓말을 해요 다쳤으면서! 누구예요! 어떤 놈이야! 거기 너, 너야?"


"아니 저 사람은 어 그러니까 조금 전까지 저에게 커피도 사고 밥도 사고..."


출력 7만 정도 되는 분이 분기탱천해 소리치면 주변이 울리지...


"누님, 누님. 저 정말 괜찮아요."


킬리 누님은 내 어깨 위로 김승철을 노려보고, 김승철은 겁먹은 표정으로 마주 보고 있다.


그리고... 학선이가 사람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치고 나온다.


"괜찮은거지?"


"지금은?"


"누구 데리고 가지 않아도 돼?"


"데리고 간다니..."


"배후를 알아내야 하거나."


이 녀석도 화났구나.


"배후는..."


주변을 돌아본다. 장난 좀 치고 싶지만 참자.


"내일 만나러 가지. 어디 있는지는 알아."


"그래?"


지금 학선이는 조용하고 말이 많지 않고 생각이 깊은 편이지만...


이 화난 눈을 보니 내가 원래 알던 학선이가 얼핏 보인다.


사람이 어떤지는 잘 안 변하는구나.


"가요, 누님. 가서 뭐 어디... 여기 맛있는 데를 내가 모르네. 팀장님, 팀장님! 팀장님네 가게 말고 좋은 데 좀 말해 줘 봐!"


김승철은 갑자기 자길 부르자 깜짝 놀라고 입을 우물거리다 말한다.


"아스테리움이라고 있는데..."


"거기 비싸잖아! 그런 데 말고!"


"그 가격에 거기만한 데 없을 걸!"


킬리 누님은 나와 김승철이 이야기하는 걸 보고는 짧은 한숨을 쉬고 몸을 돌린다.


학선이는... 어, 어? 김승철에게 걸어간다?


"학선아?"


학선이는 내 말을 못 들은 것처럼 걸어가서 김승철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네 머리부터 으깨버린다."


와...


다른 사람이 저런 말 하면 우스울텐데... 역시 얼굴이 문제인가?


나는 둘을 데리고 나와 핸드폰으로 길을 찾았다.


"아까 말한 데 보니까 그럭저럭 괜찮은데 먹으러 갈까요?"


킬리 누님이 진지하게 말한다.


"사서, 이거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어디로 가면 돼요?"


"뉴스에 보면 최근에 특별대응본부에 윤상욱이라고 나이 좀 많은 할아버지 들어갔는데, 그 사람이에요."


"아무 상관 없는데, 어째서?"


"그 이야기 하려면 지금 정부 지지율부터 따질 게 한두개가 아니긴한데..."


나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환하게 웃는다.


"밥부터 먹죠?"







우격다짐으로 안 미는 게 더 낫고 정치적으로 잘 풀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쪽에 맡기는 것이 좋다.


효진이의 어머니가 나섰고, 우리는 이틀 뒤 윤상욱이 사임하고 관리실장직을 내놓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삼촌과 미라도 대구에 왔고, 삼촌은 아예 김승철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왔다.


"내 생각에는, 한동안 조용히 살 것 같네.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 같아."


"어때요 삼촌, 정신 좀 차릴 것 같아요?"


무슨 대답이 나올 지 뻔하지만... 그래도 물어본다. 역시나 삼촌은 고개를 젓는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너무 잘나서 못 견디는 사람이더라. 배정팀장 일 오래 안 하는 게 좋을 텐데."


"그렇죠? 이번에 이야기 잘 해서 효진이 회사 일을 전국으로 뻗자고요. 전라도 쪽도 얼마전에 만나서 이야기 잘 됐어요."


"전라도면 김근환?"


"예 그 아저씨."


"전화번호 있냐? 안 그래도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래요? 번호는 있어요. 무슨 일로요?"


"우리 길드 좀 그만 괴롭히라고 하려고."


"아니 그 아저씨도 그 게임 해요?"


"안그래도 게임할 시간 없어 죽겠는데 어후."


미라는 어머니와 언니가 자신의 집으로 이사 와서 그런지 조금 밝아진 얼굴이다. 새로 나오는 음식 접시를 내 쪽으로 밀어주면서 말을 걸어온다.


"너 뭔가 되게 후련한 표정이다?"


"그렇지? 효진이 어머니가 좀 잘 해주셔서?"


"그래? 좀 다른 것 같은데."


그렇긴하다.


김승철을 안 죽여도 될 것 같아서.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라서, 그거.


그 날, 그 시간.


"네가 날, 네가 날 어떻게! 내가 널 살렸어, 내가 너에게 코어를 줬다고! 네가 감히!"


"알겠으니까, 남기고 싶은 말 있으면 해. 사람들에게 전해는 줄게."


"너는 뭐가 그리 잘나서, 너는 살인자 아니냐? 너는 사람 죽인 적 없냐고!"


그게 지난번 김승철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러고보니 그렇네?


이번에는 누구도 직접 죽이지는 않았어. 죽게 한 것과 크게 다른가 싶긴 하지만...


음, 괜찮네.


미라가 이상하다는 듯 웃는다.


"뭐야, 뭐가 그리 흐뭇한데."


"아니 그냥. 이제 내 일에 집중해도 될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네."


"그래, 축하한다야."


"고마워."


김승철이 정신을 좀 차린다면,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렇다 정말. 다행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 Lad
    작성일
    22.07.04 12:21
    No. 1

    안녕하세요. 작품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모바일 기준 7페이지에 팀장님을 팀자님이라고 적어놓느신 거 같아 알려드립니다. 좋은 소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비행멧돼지
    작성일
    22.07.04 17:38
    No. 2

    부끄러운 오타네요! 슬쩍 고쳐놓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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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각자의 사정 22.06.18 17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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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차근차근히 풀어나가야 22.06.16 169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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