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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돌고래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를 알아도 피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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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별빛돌고래
작품등록일 :
2017.06.18 14:57
최근연재일 :
2017.08.08 21:05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698
추천수 :
678
글자수 :
326,812

작성
17.07.29 21:05
조회
117
추천
5
글자
11쪽

함정.

일일 연재. 오후 9시 5분 연재.

37화부터 본격적으로 문체를 수정하였습니다.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감상해보시고 평가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UMMY

0049.

유하 일행은 그들이 들어왔던 입구에 다시 되돌아왔다. 머리 위 공간에는 찰랑이는 수면이 보였고 그 사이로 햇빛이 산란해 들어왔다. 그들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아무래도 바깥으로 나가면 습격이 있을 확률이 크겠지요? 워낙 수상했으니 말입니다.”


라피엔이 단단히 경계하며 말했다. 작고 날렵한 몸은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렇죠. 정말 그 패트릭이라는 자가 적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경계해 두는 게 좋겠어요. 이곳의 위치도 그렇고 마족이 습격하기에 딱 좋은 위치에요. 성지 안쪽이었다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을 텐데...”


“뭐가 걱정이양! 마족 따위 내가 저 멀리 날려버리겠어양!”


“나 자신 있다! 빨리 끝내고 밥 먹자!”


“에구, 그렇게 무턱대고 자신하면 못 쓴단다 애기들아. 조심해야지. 방심하면 안 돼.”


동료들은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았다. 유하는 카나뮤하렌을 돌아보았다. 일행 중에 가장 큰 전력은 그와 카나뮤하렌이었다. 웬만한 공격이라면 코웃음 치면서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카나뮤하렌은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유하는 걱정이 되어 그에게 접근했다.


“카나뮤하렌님, 괜찮으십니까? 역시 물의 성지라서 몸이 안 좋으신 겁니까?”


카나뮤하렌은 코웃음 쳤다. 언제나 자신만만한 그답게 거만한 어조로 유하에게 말했다.


“하, 역시 오래 살아서 그런 가 시종에게 걱정 따위를 듣다니 참 희한한 경험이로군. 뭐, 연약한 시종 입장에서 걱정할 법도 하지. 그렇지만 그건 나에 대한 모욕이다.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역시 재수 없었다. 태생부터 잘난 놈이라 뭐라 할 수도 없고 참 아니꼬웠다. 유하는 불퉁해져서 비아냥거렸다.


“네, 네, 위대하신 용께서는 이런 것 아무것도 아니시겠죠. 오래 사셔서 관절염이라도 생기셨나 했더니 괜한 걱정이었군요.”


카나뮤하렌은 발끈해서 그의 양 볼을 세차게 잡아당겼다 놓았다. 굉장한 통증에 눈에서 불이 번쩍 튀었다. 이런 치사한 보복을 하다니.


“아, 대체 뭡니까! 위대하신 용께서 이런 유치한 짓을 하십니까?”


“이 몸은 위대하신 용이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 아무것도 없긴. 방구석 폐인 짓은 못 그만 뒀었지.’


한 가닥 남은 이성으로 그 말을 직접 입에 올리는 짓은 하지 않았지만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카나뮤하렌이 찌릿한 시선을 보내오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너 뭔가 좀 구린 생각 하지 않았냐?”


“아! 얼른 가죠!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좀 쉽시다!”


용은 그를 수상쩍게 바라보았지만 서둘러 앞서나가는 그를 추궁하지는 않았다. 유하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둘러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여러분! 준비 됐습니까!”


“이예!”


갑작스런 선동조의 말에도 그들은 호응해주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전의가 불타오르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이런 기분으로 기세 좋게 뛰쳐나갔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엄청 어색하겠지만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툴툴거리며 따라오는 카나뮤하렌과 나머지 동료들을 이끌고 유하는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찬란한 햇빛이 그들을 감쌌다.


“후아! 바깥이다! 진짜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제 좀 살겠는데요?”


“어휴, 햇볕을 쬐니 역시 좋구먼. 나 같은 늙은이는 역시 따뜻한 볕을 쬐는 것이 최고여. 아이구 나뭇잎이 다 시들 뻔 했네. 아슬아슬 했는걸?”


“아우, 카모! 저리가 엉덩이 내 얼굴에 내밀지마!”


“내 엉덩이 맛없다! 먹지 마!”


동료들은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샘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태연한 척 구는 모습이 감쪽같았다. 배우를 해도 될 것 같은 솜씨였다. 일부는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뭐 어떤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유하는 동료들과 같이 태연한 척 움직였다. 샘을 벗어나 네렘페레스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진짜로 적이 매복해 있다면 그들이 성지로 들어가기 전인 지금이 기회였다.


“쐐애애액!”


소리를 포착하자마자 유하는 몸을 움직였다. 그가 얻은 힘을 최대한 발휘했다. 물과 대지가 유하 일행을 에워쌌다. 대지는 든든한 성벽으로 변모했고 물은 그 성벽을 감싸는 포근한 막이 되었다.


“콰과광!”


그들을 노린 무시무시한 공격은 단단한 방어에 막혀 무산되었다. 대기가 울리고 땅이 진동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기운들이 사방으로 튀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주변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할 지경이었다.

땅이 시커멓게 죽어가고 풀과 나무들이 시들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마족의 기운이었다. 모를 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새 마족을 상대하는 데 있어 베테랑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즉각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레네 공주를 중심으로 방어막을 굳건히 다졌고 라피엔과 할아범은 날카로운 바람과 독기를 사방으로 뿜어대었다. 그 뒤를 유하와 카나뮤하렌의 합동 공격이 이어졌다.


작은 불꽃이 피어났다. 바람에 떠도는 민들레 홀씨 같은 작은 불꽃. 그것은 조용히 다가온 작은 숨결 하나로 인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불과 바람은 서로 어우러져 춤을 추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황홀한 춤사위가 완성되었다. 일견 아름다워 보였지만 그들에게 접근하는 자들을 모두 살라먹는 무시무시한 연인이기도 했다.

어느덧 거대한 크기가 된 불의 회오리는 그들을 공격한 자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걸음 하나하나마다 땅이 끓어오르고 공기가 불타올랐다. 너무 거센 기세에 유하가 물의 장벽을 황급히 보강했어야 될 정도였다.


넓은 들판 위로 불의 신이 강림했다. 위대한 신은 자신을 적다하는 하찮은 벌레들을 좌시하지 않았다. 그는 눈에 띄는 벌레들을 모조리 짓밟았다. 광포한 공격에 조그마한 존재들은 감히 범접치 못하고 스러져갔다.

사방에 울리는 괴성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산채로 몸이 타들어가는 마물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이상한 울음을 내며 죽어갔다.


불길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방어막 주변은 온통 시뻘갰다.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벌건 불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하는 점점 심각해지는 주변 상황에 당황하여 카나뮤하렌을 불렀다.


“이건 좀 심한데요. 불을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가는 대규모 화재로 번지겠습니다. 지금도 너무 강합니다.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제가 자각한 힘이 널뛰듯이 커지니 제어하기가 힘들군요.”


카나뮤하렌은 태평해보였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보였다. 카나뮤하렌과 눈을 마주친 유하는 살짝 소름이 끼쳤다. 용은 눈을 번들거리며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 담긴 것은 무엇일까. 탐욕? 쾌락? 아니었다. 그것은 애정이었다. 카나뮤하렌은 모든 것이 파멸하는 가운데 그 원인이 된 불의 폭풍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화룡이라는 걸까. 이런 무시무시한 재앙을 보면서 애정을 담을 수가 있다니. 역시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경박스러워 보여도 인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생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이 그의 적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카나뮤하렌이 동료가 되어준 것이 천운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셀 에크티프에게 감사했다. 혹은 정체모를 위대한 존재의 배려에.


불길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어졌다. 용은 그것을 진정시킬 생각은 없어보였다. 유하는 한숨을 쉬며 나섰다. 이제 적을 얼마나 물리쳤는지 확인하고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었다.

동료들은 아직껏 잘 버티고 있었지만 모두 기가 질린 눈치였다. 용과의 합작품이 엄청난 파괴를 일으킨 데다 모두 셀 에크티프의 출신이었으니 무지막지한 생태계 파괴에 충격 받을 만 했다. 오히려 쇼크를 받아 졸도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의외였다.


‘할아범은 괜찮은가?’


아무리 티격태격하는 사이라지만 그동안 정이 안들 수가 없었다. 특히 아비나무인 할아범이 제일 큰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유하는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고 물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사방이 불지옥이어서 조금 힘이 더 들었지만 그의 힘은 이제 이 정도는 무리 없이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막대한 물의 기운이 담긴 비구름이 저 멀리서 다가왔다. 광포한 불의 기운에 자극받은 비구름은 시원한 물줄기를 퍼붓기 시작했다. 하늘은 연기와 구름이 뒤섞여 어지러웠고 불과 물의 싸움에 주변은 잿빛의 세계로 변하기 시작했다.

메마른 공기에 습기가 돌며 거센 불길이 차츰 가라앉았다. 그렇게 흉포한 기세는 어느새 사라지고 하늘에서 맹공을 퍼붓는 비를 피해 숨기 바빴다. 뜨겁게 달아올라 녹아가던 들판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길 한참. 완전히 식은 대지는 싸늘한 기운을 품었다. 주변은 온통 회색의 폐허로 변해 있었다. 유하는 입맛을 다시는 카나뮤하렌을 앞장 세우고 주변을 탐색했다.

광활한 대지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모해 있었다. 온통 빗물에 섞여 재가 흐르고 아직도 곳곳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봉인지에 들어가기 전, 카나뮤하렌의 힘을 빌려 함정을 설치해 놓았긴 했어도 이 정도 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에 유하는 간이 오그라드는 심정을 느꼈다.

그가 지닌 힘은 엄청났다. 조금만 어긋나도 웬만한 생명체는 시든 낙엽 부스러지듯 부서질 판이다. 유하는 정신을 바짝 다잡았다. 힘에 취해 날뛰는 일이 없도록. 그 자신이 사악한 존재가 되지 않길 기원했다.

그 때문에 타락한 그녀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그가 같은 모습이 될 수는 없었다.

유하는 잠시 다른 곳으로 떠난 정신을 되찾았다. 지금은 마족의 잔당을 수색할 때였다. 패트릭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마족이 패트릭과 손을 잡았을까 궁금해졌다. 왜 패트릭이 마족과 손을 잡았는지도 의문이었다. 역시 조종당한 걸까. 힘없는 인간이 마족에게 저항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고려하기에는 지나치게 상황이 심각했다. 안면이 있는 사이라 할지라도 마족에게 협력한 것이 사실이라면 패트릭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마족은 주변을 오염시키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 안타깝지만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씁쓸한 마음을 감추며 그는 마족을 향해 접근했다. 느껴지는 바로는 꽤나 먼 거리였다. 외곽에 있어 용케 살아남은 마족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천천히 다가갔다. 남은 잔당들을 놓칠 수는 없었다. 화근을 뿌리 뽑아야 했다. 저 한 구석 바위 그늘아래 마족의 기운이 느껴졌다. 다 억누르지 못한 마기가 풀풀 뿜어져 나왔다. 유하 일행은 재빨리 바위 지대를 포위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포위망을 좁혔다.




오타, 오류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글쓴이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작가의말

함정에는 함정으로 갚아주는 것이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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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꿈은 깨어졌지만 미래는 여전히 존재한다. 17.08.08 124 4 8쪽
58 단 꿈에 젖는다. +4 17.08.07 104 3 12쪽
57 추억에 잠길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4 17.08.06 93 3 11쪽
56 침묵이 지배하는 곳에서. +4 17.08.05 110 4 12쪽
55 어둠 속을 지나다. +4 17.08.04 107 4 11쪽
54 깨닫는 것이 느리다. +4 17.08.03 97 4 15쪽
53 죽음이 웅크린 곳. +4 17.08.02 113 4 12쪽
52 일을 마무리 짓는 과정은 언제나 험난하다. +4 17.08.01 97 4 14쪽
51 사랑과 광기는 종이 하나 차이. +4 17.07.31 107 5 12쪽
50 기습과 역습의 하모니. +4 17.07.30 133 5 11쪽
» 함정. +4 17.07.29 118 5 11쪽
48 완벽함이란 서글플 때가 있다. +4 17.07.28 132 4 12쪽
47 거친 파도는 덮쳐왔다 물러가는 법이다. +4 17.07.27 139 5 14쪽
46 전주곡. +4 17.07.26 140 5 11쪽
45 기억을 헤아리다. +6 17.07.25 131 6 13쪽
44 계략과 계략의 만남. +8 17.07.24 135 6 12쪽
43 모험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 17.07.23 168 7 12쪽
42 뜻밖의 모험. +4 17.07.22 151 7 13쪽
41 운명은 바람을 타고 흐른다. +6 17.07.21 154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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