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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리에스 님의 서재입니다.

에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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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드리에스
작품등록일 :
2020.05.24 19:07
최근연재일 :
2020.10.11 12:06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116
추천수 :
3
글자수 :
195,473

작성
20.10.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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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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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거기까지다

DUMMY

그렇게 한동안 꾸물꾸물거리며 움직이던 커다란 덩어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모양을 갖추며 변해가기 시작했고.


곧 남문 성문 앞쪽에 거대하고 흉측한 언데드 거인 한마리가 나타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외형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도시의 성문보다도 커다란 덩치를 가졌고.


여러 사람의 몸뚱이가 아무렇게나 붙어서 또 하나의 거대한 몸을 이루고 있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역겨운 모습을 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좋아! 가라! 가서 저 빌어먹을 성문을 뚫어버려! 성문만 뚫어버릴 수 있으면 안으로 남은 놈들을 밀어 넣어서, 안에 있는 놈들을 감염 시킬수 있다!"


언데드 거인을 소환하느라 남아있던 마나 덩어리를 모두 소모해 버린 강령술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그렇게 소리쳤다.


남아있던 모든 자원을 끌어모아 소환한 거대한 몬스터.


이제 그 몬스터가 무언가를 해내주지 못하게 된다면 강령술사의 도시공략은 실패하게 되는 셈이었고.


그렇게 되면 그는 전장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든지, 아니면 평생 숨어서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눈 앞에 있는 흉측하고 거대한 거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문의 성벽 위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던 도시의 수비병들은, 커다란 괴물이 성문 근처에 나타난 것을 목격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처음에 성문 근처에 좀비들이 몰려왔을 때에도.


살점하나 없는 뼈다귀들이 손에는 활을, 뒤에는 화살이 든 활통을 메고 나타났을 때에도 이정도까지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커다란 괴물은 그 압도적인 크기도 크기였지만, 생긴 것이 너무나 흉측하여 보는 이들이 절로 놀라자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으아아악! 저게 뭐야?!"


언데드 거인을 가장 먼저 발견한 병사가 비명을 지르자,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도 자연스럽게 그가 바라보던 방향을 쳐다보게 되었고.


곧 성벽 위에 있던 수비대들 모두가 다가오는 거대한 괴물을 목격하게 되었다.


"무슨 일인가?! 왜 갑자기 위가 소란스러워?!"


아래쪽에서 물자를 나르고,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던 타진스키는 성벽 위쪽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그렇게 물었다.


"괴... 괴물입니다!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지금껏 몰려왔던 녀석들은 괴물이 아니란 말인가? 또 뭐가 나타났다는 건가!?"


여태 성벽 위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며 상황을 지휘하다가, 잠시 아래로 내려와 한숨을 돌리던 경비조장은 상황이 심상치 않은것을 느끼고는 곧바로 성벽 위로 달려 올라갔고.


그 역시 병사들이 왜 그렇게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세... 세상에...!"


성문으로 다가오고 있던 커다란 괴물을 목격한 경비조장은 순간적으로 저 괴물을 대체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막막해져 머릿속이 잠시 새하얗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조장의 얼굴을 본 근처의 병사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조... 조장님!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조금전까지는 그래도 적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비교적 경험이 적은 병사들을 다독이던 중고참급 병사들마저 겁을 먹은 것이었다.


만일 여기서 경비조장이 무기를 내팽개치고 도시 안 쪽으로 냅다 도망이라도 간다면, 주변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한번에 무너질 수 있는 그런 위기 상황이 닥쳐온 것.


그리고 그 때. 아래쪽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던 에릴은 그제서야 성문의 근처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소환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 마법사가 무언가를 소환해 낼 때 주변의 마나 흐름이 뒤틀리게 되는데 에릴은 그것을 느낀 것이었다.


'이건!'


조금전에 느낀 마나의 흐름으로 보아 소환된 적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에릴은 붙잡고 있던 병사의 치료를 마치자마자 곧바로 성벽 위로 내달렸고.


곧 자신의 눈으로 다가오는 커다랗고 흉측한 적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레브룩스*인가. 마지막 발악인 모양이군.'

(*그레브룩스 : 여러 시체들을 한데 그러모아 만들어진 언데드 거인. 어떠한 시체를 사용했는지, 강령술사의 마력은 어느정도인지 등에 따라 거인의 능력에 차이가 있다.)


"예언자님! 여기 있으시면 위험합니다! 어서 아래로 내려가십시오!"


다가오던 거인을 보며 잠시 넋을 잃고 있던 경비조장은 에릴이 위로 올라온 것에 정신을 차리며 그렇게 소리쳤지만.


정작 에릴은 내려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던 그 때.


에릴은 너무나도 침착한 얼굴로 무언가를 생각하며 다가오는 거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확실히 녀석들이 없으니 이 정도의 빈약한 몸뚱아리로도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적들이 오는군. 저런 녀석 정도라면 지금 가진힘을 쥐어짜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다만 문제라면 녀석을 막기 위해 에너지를 투사하고 난 다음에. 이 몸뚱이가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인가.'


다가오던 거인을 몇 초 본것만으로 견적(?)을 머릿속에 그려낸 에릴.


그가 생각한 바에 의하면 지금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하면 저 거인을 물리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 가진 힘을 모두 괴물에게 쏟아부은 다음. 이 연약한 육체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짐작할 수 없었다.


사실 에릴의 입장에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힘을 쓰고 난 다음 자신의 육체가 망가져 일어날 수 없게 된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걸리는 것이 있다면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을 로트와 지미에게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


그리고 자신에게 빠진 것으로 보이는 타진스키정도였다.


'정을 주고받은 사람이 없어야 이럴때 아무 생각없이 급발진이 가능한데. 있으니 뒷처리가 귀찮군.'


짧은 순간.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을 마친 에릴은 경비조장을 보며 말했다.


"조장님. 저 괴물은 제가 어떻게든 할테니 병사들을 진정시키시고 하던대로 적들을 막아 주십시오."


"예?! 저 괴물을 말입니까?! 하지만 어떻게?"


"그건 제가 알아서 할테니 조장님께서는 하던 일을 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저 괴물을 쓰러뜨리더라도 남은 녀석들에게 당하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에릴이 단언하듯 그렇게 말하자 두려움에 떨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에릴이 뭔가를 해줄것 같다는 기대감에 다시 전의를 되찾게 되었고.


에릴은 곧바로 다시 성벽 아래로 내려가며 소리쳤다.


"시장님! 혹시 쓸 수 있는 마석이 지금 여기 있나요?!"


"마석 말이오? 우리 중에 마법사가 있지 않아 있는 거라고는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게 전부요."


"지금 가진걸 전부 제게 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에릴은 시간이 없다며 서둘러 자신에게 마석을 내어달라 말했고, 타진스키는 그녀의 말에 이끌리듯 자기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마석을 전부 에릴에게 내주었다.


"시장님. 로트와 지미에게는 누나가 멀리 여행을 떠났다고. 그렇게 전해주세요."


마석을 받아든 에릴은 타진스키에게 그렇게 말했고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타진스키는 잠시 멍해져서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요?"


하지만 에릴은 대답없이 곧바로 성벽 위로 다시 뛰어올라갔고, 계속 다른 이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어야 했던 타진스키는 더이상 에릴을 신경쓸 수가 없었다.


"온다! 놈이 온다!"


에릴이 그렇게 아래에서 마석을 얻어오는동안 그레브룩스는 성문 근처로 거의 다가왔고.


잠시 전의를 되찾았던 병사들도 흉측하고 커다란 괴물을 코 앞에서 보게 되자 다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젠 끝장이야!"


"흐아아아악!"


성벽 위의 병사들이 눈 앞에 보이는 거대괴물을 보며 정신줄을 놓게 된 사이.


공격이 약해진 틈을 탄 성문 근처의 살아남은 좀비들은 거세게 문을 두드렸고, 아래쪽에 있던 뼈다귀궁수들도 아무나 맞아라 사격을 계속 이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 괴물 하나 때문에 잘 버티던 수비대가 무너져 내려가던 그 때.


에릴은 타진스키에게 얻어온 마석을 순식간에 녹여내어 - 마력을 이용했다 - 마나 덩어리로 만들고, 거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력을 얹었다.


곧 에릴의 앞에 커다랗고 투명하고 맑은 마나 덩어리가 모이게 되었고, 에릴은 성문을 공격하려는 괴물을 향해 손가락을 조준하듯 내밀었다.


"미안하지만 거기까지다."


에릴이 조그맣게 중얼거린 직후.


동그란 모습을 하고 있던 마나덩어리가 갑자기 커다란 화살처럼 변하더니 순식간에 날아가 그레브룩스의 가슴팍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그어어어어어어!"


커다란 마나의 화살에 가슴팍을 뚫린 거대 괴물은 그어어어하는 소리를 내며 부들거리다가 곧 중심을 잃고 뒤로 기울며 쓰러졌고.


곧 지진이 난 듯 커다란 소리가 들리며 성문 주변이 흔들거렸다.


잠시 후.


흔들림이 멈추자 병사들은 쓰러진 괴물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고 곧 일제히 환호했다.


"괴물이 죽었다! 괴물이 쓰러졌다!"


"됐어! 큰 놈이 쓰러졌다!"


"예언자님이 괴물을 죽였다!"


자신들의 코앞까지 다가왔던 괴물을, 아름다운 예언자가 단 한 방에 쓰러뜨려 보이자 병사들은 순식간에 다시 기운을 되찾고는 남은 적들을 공격했다.


"으아아아악! 말도 안 돼!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돼지녀석아! 아학학학! 안 돼! 내 꿈이! 내 왕국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소환한 그레브룩스가 갑자기 나타난 마법사의 마법 화살 한 방에 다시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을 본 강령술사는 잠시 그렇게 울부짖다가, 싸움을 포기한 듯 언데드 병력들을 남겨둔 채 황급히 어딘가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된 뒤였지만 아직 이대로 끝나기에는 억울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죽을 순 없다! 아직 죽을 순 없어!'


그리고.


이제 도시의 수비대들만으로도 충분히 남은 적들을 소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에릴은 기쁨이 담긴 미소를 짓고는 그 자리에 무너지듯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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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새로운 세계로 20.10.11 5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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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성녀 등장 +1 20.10.02 67 1 10쪽
51 비상사태 - 2 20.09.26 38 0 8쪽
50 비상사태 20.09.19 55 0 8쪽
49 언데드 요리사? 20.09.12 45 0 8쪽
48 바쁜 하루 20.09.12 47 0 8쪽
47 수정구슬 20.09.06 48 0 10쪽
46 20.09.05 45 0 7쪽
45 밑다짐 작업 - 3 20.08.29 52 0 8쪽
44 소문 20.08.29 50 0 9쪽
43 밑다짐 작업 - 2 20.08.22 62 0 8쪽
42 밑다짐 작업 20.08.22 45 0 7쪽
41 나를 죽여 20.08.16 52 0 7쪽
40 싹 태워버려 20.08.15 51 0 8쪽
39 천사같은 그녀 20.08.15 52 0 8쪽
38 언데드의 알 - 2 20.08.08 48 0 9쪽
37 언데드의 알 20.08.08 50 0 9쪽
36 취한 시장님 20.08.08 64 0 8쪽
35 대청소 20.08.01 63 0 9쪽
34 힘이 필요해 20.08.01 52 0 7쪽
33 해방 20.08.01 55 0 8쪽
32 부시장의 몰락 20.07.25 49 0 9쪽
31 에릴은 무죄 20.07.25 53 0 9쪽
30 시장과 부시장 20.07.25 49 0 11쪽
29 옛 친구 20.07.19 58 0 7쪽
28 불타버린 순정 20.07.18 55 0 8쪽
27 자료확인 20.07.18 55 0 7쪽
26 조사관의 결단 20.07.18 6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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