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파민뉴런 님의 서재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세상

웹소설 > 자유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완결

도파민뉴런
작품등록일 :
2020.09.01 07:54
최근연재일 :
2020.11.07 12:49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83
추천수 :
5
글자수 :
166,491

작성
20.10.04 11:08
조회
21
추천
0
글자
8쪽

12

DUMMY

한진수가 없다니 또다시 무언가가 바꾼 것이다. 우리가 있던 시간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른 무엇이 있었다. 내가 바꾸면 세상의 세부사항들도 바꾼다. 잠시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는 창고에서 나와서 한진수가 있는 곳을 얼쩡거렸다.

그가 죄수라니?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내가 가졌던 시간들은 다른 그림이 되고 말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났다. 다시 집으로 가면 아내도 변한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이들도 성장했을 지도 모른다. 세상이 변하면 어떤 것도 막을 수 없다.

점시 시간을 알리는 종이 세차게 울렸다.


소장 방은 크고 잡스러운 물건들이 많았다. 유리도 된 장식장에는 각종 서적이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빨간 책, 파란 책, 노란 책들이 무질서가가 놓여있었다. 벽에는 날개를 편 검독수리의 박재가 있고, 뿔이 다린 사슴 머리가 있었다. 그 외에도 인기 장기 고수들을 사진이 걸려있었다.

“뭐 그렇게 보고 서있나? 처음 와보나?”

“아닙니다. 소장님.”

나는 어울리지 않는 아부를 떨었다. 그편이 좋을 것 같았다.

“이 병신아! 여기 우리 둘뿐이다.”

소장은 큰소리로 말했다. 싸우자는 것인가? 왜 소리를 질러.

“그게 무슨 듯인지?”

“그렇게 아부를 떨지 말라는 것이다. 아부를 찔렸어. 찔린다고. 온통 나에게 아부를 떨지 개나 소나. 당신이 그런다고 내가 형량을 줄여줄 것 같아. 아니 나에게 그런 힘이 없지. 그러니 그러지마.”

“알겠습니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자네는 그 점이 매력적이야. 아주 훈령해 본 받을 점이지. 그렇지만 너무 좋아하지는 말게. 여기서 십년을 있는 동안 많은 일이 있을 거니까.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고 자네도 정신을 차려야해. 내 말 알겠나?”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하려는 말은 무엇이었을까?

“잘 하라는 뜻이지요?”

“아니 내말을 아직도 모르겠나? 세상은 넓지 않아. 아주 좁다고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알거야. 다시 말하지만 세상은 아주 좁아. 특히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내말 알지?”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무슨 뜻을 가지고 하는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한태수와 소장만 알고 있는 암호인가?

“알겠습니다.” 나는 마지못해서 말을 했다.

“좋아 아주 좋아. 이제 길을 알아볼까?”

“길이라니요?”

당황스러웠다. 이것도 암호의 일종 일까?

“자네는 길 찾기도 모르나? 내가 시작하려는 것은 길을 찾는 거야. 장기를 두어서 무엇을 하겠나. 인생의 길을 찾는 거지. 인생은 황량하고 쓸쓸하지 언제나 적들이 가득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해. 이제 시작해볼까?”

테이블에는 장기판이 놓여있었다. 나는 이것을 어떻게 두어야 하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에게 가르쳐야 하다니 기가 막혔다.

내가 장기 말들을 세팅하는 것을 보고 그는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니 어째서 그렇게 놓는 건가?”

나는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녹색과 빨간색의 팔각형 장기들이 큰 것과 작은 것들로 나누어져있었다.

“제가 좀 기억력이........떨어져서........”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거나 잡고 중앙쯤에 놓았다.

“자네 심각하구만.”

내가 놓은 것은 가장 큰 말이었다. 나는 다시 그것을 적진의 한 가운데 놓았다.

“뭐하는 건가? 내 차래야. 이제 보니 자네는 병세가 깊어졌군. 소문이 사실이었어.”

그의 말을 들으니 내가 자기 차래도 아니데 놓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오늘이 이것으로 끝을........”

“내가 잘못 생각했군. 조만간 병동으로 가야 할 것 같군.”

장기를 그만 두어서 잘 된 일이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한태수에게 좋은 일이다. 한태수가 병동으로 간다면 그에게는 무척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태수가 편한 곳에서 생활하게 둘 수는 없었다.

“제가 미친 것 같습니까?”

소장은 무슨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나를 자세히 관찰하더니 뭔가 생각난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보니까 나랑 두는 것이 싫군 그래.”

“맞습니다. 나는 당신이 싫어요.”

나는 이대로 물러 설수 없어서 그렇게 말을 했다. 한태수가 편히 사는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는 치매를 연기 하고 있었다. 뻔뻔히 소장 앞에서 장기를 가르치면서 밥을 얻어먹고 이제 끝나 갈 참이니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소장은 못들은 척 순두부을 먹었다. 김이 모락거리는 것이 먹음 직해보였다. 소장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모든 것을 알겠다는 심정으로 보였다.

“나를 가지고 논건가?”

그는 정곡을 질렀다. 이제 태수의 운명의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하더니 이렇게 되지 않는가?

“그렇다. 내가 어디 봐서 치매인가?”

소장은 말없이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렇다고 너무 그럴 것 없어. 내가 보기에 자네는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소장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자네가 병이 있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 아닌가? 내 앞에서 일부러 큰소리를 치고 화를 내면서 내가 병이 걸린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누가 그렇게 생각을 하겠나?”

허점을 찔리고 말았다. 환자들은 자신이 병이 없다고 주장을 한다. 그것이 환자의 자존심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불을 더 지피고 말았다. 소장은 정말로 태수가 병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만하고 먹기나 하게.”

소장은 수저를 들었다. 나는 들지 않고 버텼다.

나의 잘못된 말로 한태수가 편의 살게 되었다는 것을 짐작했다. 소장은 확신을 가진 듯이 보였다. 강한 부정은 긍정과 같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제 소장은 태수가 서서히 치매의 정도가 강해진다고 여기고 있었다.


감방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태수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일을 잘 마무리하는 꼴이 되었다. 어느덧 다른 죄수들도 들어왔다. 밤이었다. 나는 생각에 열중했다. 남에 인생에 끼어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했다. 태수는 내일이면 병동으로 간다. 여기서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되었다. 나도 여기서 마지막 밤이다. 내일 어떤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 반 근심 반이었다.

효은과 봉추의 일은 잘 마무리 되었다. 효은에게 묻지 않았지만 그 건물에 가보았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가서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감방에서 눈을 떴고 그 건물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언제 쯤 그곳으로 갈수 있을까? 새로운 아침이 펼쳐지면 그곳에 갈수 있을까?

다른 죄수들은 딱밤 맞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자 교도관은 주의를 주었다. 죄수들은 신나보였다.

허탈한 인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저 죄수들만도 못한 인생이었다. 저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지만 나는 끊임없이 떠돌아야 한다. 가족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소등 시간이 되었다. 교도소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점점 눈이 감겼다.


“아빠, 아빠, 아빠는 좋은 사람이지?”

진주가 차에서 내렸다. 나를 보면서 울고 있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서 나도 정신이 없었다. 나는 당장 내 얼굴을 보았다. 얼굴이 너무 많았다. 얼굴들은 너로 자신이 나의 주인이라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진주와 신명이 내 다리에 매달렸다. “아빠 가지 마.”

‘아빠는 다시 돌아올 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은 다른 사람의 입이었다.

그는 말을 막고 있었다. 아이들을 차버리며 갈 곳이 있다고 했다.

정처 없이 얼굴들과 가서 어느 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았다. 서로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 영은이 보였다. 나는 날아서 영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영은은 울면서 깨어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날마다 새로운 세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33(완결) 20.11.07 16 0 7쪽
32 32 20.11.06 9 0 16쪽
31 31 20.11.05 18 0 16쪽
30 30 20.11.01 13 0 16쪽
29 29 20.10.30 10 0 10쪽
28 28 20.10.27 12 0 8쪽
27 27 20.10.25 12 0 9쪽
26 26 20.10.23 13 0 11쪽
25 25 20.10.22 23 0 12쪽
24 24 20.10.21 24 0 9쪽
23 23 20.10.17 15 0 15쪽
22 22 20.10.16 14 0 7쪽
21 21 20.10.15 14 0 8쪽
20 20 +2 20.10.13 15 1 8쪽
19 19 +1 20.10.12 18 1 13쪽
18 18 +1 20.10.12 19 1 12쪽
17 17 20.10.11 18 0 10쪽
16 16 20.10.11 16 0 11쪽
15 15 20.10.08 19 0 19쪽
14 14 20.10.07 20 0 21쪽
13 13 +1 20.10.06 24 0 14쪽
» 12 20.10.04 22 0 8쪽
11 11 20.10.03 23 0 11쪽
10 10. 20.10.02 22 0 12쪽
9 9 20.09.30 32 0 9쪽
8 8 20.09.30 22 0 5쪽
7 7 20.09.28 27 0 10쪽
6 6 20.09.09 28 0 8쪽
5 5 20.09.06 27 0 6쪽
4 4 20.09.04 3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