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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紫電)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망나니 스승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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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紫電)
작품등록일 :
2024.08.02 04:53
최근연재일 :
2024.08.08 10:0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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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50,753

작성
24.08.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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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제갈세가의 자격(2)

DUMMY

제갈선이 내준 건, 푸른색 청옥을 깎아 만든 작은 패였다.

일명 와룡패로 불리는 그것은 본래 제갈진의 것.

그 증거로, 패 뒷면에 제갈진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분명 가문에서 제게 이걸 뺏을 때, 두 번 다시 찾을 생각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거야 어른들이 으레 하는 말이지. 아니, 그분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반드시 공을 세워 와룡패를 다시 찾아가라는 뜻이란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제갈진이 형을 바라보았다.

제갈선은 언제나 그렇듯, 동생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를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이 패를 어떻게 되찾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 패가 다시 제갈진의 손에 돌아왔단 사실.


와룡패는 제갈세가의 혈족만 소유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 패를 지닌 혈족은 제갈세가의 후계자 자격을 갖는다.

분명 현 제갈세가의 소가주는 제갈진이지만, 다른 이에게도 후계자 자격이 주어진 이상, 후일 어찌될지 모른다.

그리고 후계자 자격 증명 외에 와룡패의 중요한 능력이 하나 더 있었다.


‘패를 지닌 자는 가문에 속한 자 중 한 명을 자신의 조언자로 택할 수 있다.’

조언자는 말 그대로 후계 다툼에 필요한 조언과 원조를 해주는 이를 뜻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패를 지닌 자는 처음 한 번은 이 조언자를 강제로 택할 수 있었다.

‘누굴 택하지?’

제갈진이 잠시 고민하는데, 옆에서 제갈선이 끼어들었다.

“진아, 복룡대주를 조언자로 택하거라.”

“네?”

제갈진이 진심으로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제갈세가에는 세 종류의 무력 단체가 있다.

첫째는, 세가 외부 일을 맡는 와룡대.

둘째는, 세가 내부 일을 맡는 복룡대.

마지막으로, 세가의 은밀한 대소사를 맡는 잠룡대까지.

그중 복룡대의 대주는 원래 제갈선의 조언자다.


“복룡대주는 세가 내에서도 손꼽히는 무인에 성정 또한 올바르고 곧은 이다. 그분을 조언자로 삼으면, 앞으로 누구도 널 무시하지 못할 거다.”

“하지만 복룡대주는 형님의 조언자지 않습니까.”

“사실 오는 길에 이미 복룡대주와 이야기를 나눴단다. 다행히 복룡대주가 기꺼이 너의 조언자가 되기로 했다.”

‘웃기는 소리!’

제갈진은 곧바로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을 오갔을지 예상되었다.

‘틀림없이 복룡대주는 거절했겠지만, 형님이 계속해서 청했겠지.’

제갈진이 기억하기로 복룡대주는 지극히 호방한 성격에 인품 또한 시원시원한 호남.

그렇기에 세 대주 중 그나마 망나니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사람이었다.

그래서 제갈선 또한 기꺼이 자신의 조언자를 동생에게 넘기려 한 게 분명했다.

“제게 복룡대주를 넘겨주면, 형님은 어떡합니까?”

“와룡대주께 새로운 조언자가 되주길 청하려 한단다.”

“와룡대주는 가문에서 가장 깐깐한 자입니다. 특히 그분은 얼마 전에 후계자 선출에 철저한 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니 와룡대주를 조언자로 택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겁니다.”

“하하하, 무슨 소리냐? 내가 와룡대주를 새 조언자로 삼으려는 이유는, 그분의 공명정대한 일 처리를 배우기 위함이지 딱히 후계자 선출에 도움받으려는 게 아니란다. 그러니 넌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그렇군요. 형님께서 조언자를 바꾸려는 건, 후계자 선출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와룡대주에게 새로운 배움을 청하기 위해서입니까?”

“바로 그렇지. 본래 와룡패로 가문 어른에게 조언자를 청하는 이유는 그 같이 보다 깊은 배움을 위해서지, 다른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란다.”

“형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습니다.”

제갈진이 진심으로 깨우쳤단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 모습에 제갈선이 잠시 몸을 떨었다.

지금껏 그의 동생은 주루와 도박장만 쏘다니느라,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가끔 만날 기회가 와도, 항상 입을 꾹 닫고 자리를 피하니, 보는 형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이렇게 형께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는 걸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하지만 제갈진이 고개를 들며 하는 말에, 제갈선은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그럼 제 조언자는 검일로 하겠습니다.”

“네에?!”

그러자 바로 옆에 있는 검일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는 평소 차갑던 표정도 풀고 소리쳤다.

“둘째 공자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무슨 공자님의 조언자입니까?”

“마음에 안 드느냐?”

“아니,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아니라......”

“그런데 어쩌겠느냐? 와룡패로 정한 첫 번째 조언자는 거부할 권한이 없다.”

“그러니까, 그걸 왜 저한테 쓰냐고요!”

“그야 내 맘이지.”

“허!”

검일이 아무리 말해도 통하지 않자, 급히 제갈선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가 아니면 둘째 공자를 당해낼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제갈선 역시 검일과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진아, 검일은 애초에 네 사람이지 않더냐?”

“아닙니다. 가문에서 붙여준 호위죠. 그러니 이번 기회에 제 사람으로 만드려 합니다.”

“그렇구나. 거기까진 알겠다. 그런데 내가 굳이 검일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만......”

여기까지 말하고, 제갈진은 잠시 검일을 바라보았다.

검일도 곧장 무슨 사정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모종의 합의가 끝나자, 제갈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호위 한 명을 온전히 얻는 것과 간접적으로 와룡대를 얻는 건 그 가치가 다르단다.”

“물론 전혀 다르지요.”

“그래, 다행히 이해한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서......”

“아무리 생각해도 호위 하나를 온전히 얻는 게 백 번, 천 번 낫지요.”

“응?”

제갈진이 너무 당황한 나머지, 신음을 흘렸다.

그런데 답하는 동생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순간, 자신의 계산이 잘못됐냐 싶을 만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갈진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어찌 그런 답이 나오느냐?”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와룡대주를 조언자로 택한다고요? 하! 그가 턱이나 제 조언자를 맡겠습니다.”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면, 절대 와룡패의 선택을 부정할 수 없다.”

“뭐, 임시로 맡아주는 척은 하겠지요.”

“이미 와룡대주는 내게 널 진지하게 받들겠다고 약조했다.”

“저와 한 약조가 아니니, 믿을 수 없습니다.”

“정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나와 함께 와룡대주에게 가자꾸나.”

제갈진이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전 이미 정했습니다.”

“진아!”

“형님, 저는 와룡패로 사사로운 이익을 취할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제갈진이 한 자, 한 자, 끊어 말했다.

“형. 님. 처. 럼. 요.”

결국, 제갈진이 또다시 얕은 신음을 흘리며, 동생을 주장을 인정했다.

“알겠다.”

이 이상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분명 와룡패는 사사로운 이익으로 쓰는 게 아니라고 먼저 말한 게 자신이거늘.

하지만 제갈선은 결코 제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화 내지 않았다. 되려 기뻤다.

‘와룡패를 사사로이 쓰지 않겠다고 하다니, 참으로 공정한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오히려 나야말로 동생을 위한답시고 이상한 짓을 저질렀구나. 부끄럽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동생의 깊은 사고가 뿌듯하구나.’

“그래. 너 생각은 잘 알겠다. 그렇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하마. 와룡대주에게는 내가 잘 말해놓으마.”

“예, 그 부분은 형님께 맡기겠습니다.”

“하하하, 우리 진이가 언제 이리 컸는지.”

그리 말하며, 제갈선이 몸을 돌렸다.

제갈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형을 배웅했다.

한편, 옆에서 형제의 대화를 모두 들은 검일은 전에 없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그는 제갈선이 처소를 나서자, 떨리는 목소리로 제갈진에게 다가갔다.

“둘째 공자님! 저 검일, 지금부터 둘째 공자님의 직속이 되어 앞으로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잘하자.”

이때, 답하는 제갈진의 목소리가 조금 심드렁했지만, 검일은 그가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우선......”

그러는 순간, 제갈진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검일은 틀림없이 이제 제갈진의 사람이 된 자신에게 내려지는 첫 임무라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임무를?’

그 임무가 바로 와룡대주조차 거부하고 자신을 택한 이유라 여겼다.

검일은 제 목숨 바쳐 그것을 반드시 수행하겠다 마음먹었는데...... 직후, 들려오는 말이 너무했다.


“같이 도박장이나 가자.”


“......야!”

순간, 검일이 저도 모르게 제갈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 * *


“하아!”

제갈진이 등 뒤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에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이놈아, 정황상 네가 조금 실망하는 건 이해하는데, 그래도 적당히 하자.”

“조금? 조금이요? 제가 그때 얼마나 진지했는지 아십니까? 그런데 결국 또 도박장입니까?”

“도박장이 뭐 어때서?”

“누가 봐도 좋지 못한 장소죠. 특히 오늘 막 와룡패를 받은 공자님이 더더욱 발길을 끊어야 하는 장소입니다.”

“하하하!”

제갈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와룡패가 좋긴 좋구나. 네놈이 내게 조언 같은 걸 하다니.”

“전 이전에도 공자님께 도박은 좋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아니지. 아니야.”

“도대체 뭐가 아닙니까?”

“일단 네 말대로 오늘 난 와룡패를 받았다. 그리고 와룡패는 후계자의 상징이지. 그런데 애초에 내가 와룡패를 받아봤자 뭔 소용이 있느냐?”

“무슨 소용이라니! 와룡패야 말로 제갈세가의 상징 중 하나입니다.”

“그저 상징이지. 그거 하나 가진다고 제갈세가의 무인 하나라도 다룰 수 있는 줄 아느냐?”

“그럼 처음부터 소가주님 말씀대로 와룡대주를 조언자로 삼으셨으면 되잖습니까.”

“그 인간은 절대 날 안 섬길 거라니까.”

“그래서 그냥 포기하는 겁니까? 모처럼 와룡패까지 받고?”

“누가 포기한다더냐.”

순간, 제갈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당연히 참가해야지. 형님이든 동생이 뭐라 하든 간에 제갈세가를 집어삼켜야지.”

“......네?”

검일이 듣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내가 뭔 소리를 들은 거지?’

그는 당연히 둘째 공자가 또 실없는 소리나 할 줄 알았는데, 무려 제갈세가를 삼키겠다고 말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둘째 공자님이 속으로 그런 뜻을 품고 있었다니...... 아니지. 이 인간에게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정말 그런 뜻을 품고 있다면, 여긴 왜 온 겁니까!”

검일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제갈진이 뭘 당연한 걸 묻냐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돈 따러 왔지.”

“결국 도박입니까? 제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후계자 경쟁에 참여하려면 도박을 멀리해야 한다고.”

“아이고, 검일아, 정말 크게 잘못 알고 있구나.”

“제가 뭘 잘못 알고 있습니까?”

“후계자든 뭐든, 결국 경쟁의 우위에 서는데 돈보다 효과적인 건 없다.”

“설마 가문 어른들께 뇌물이라도 주겠다는 겁니까?”

“안 될 것도 없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검일이 그것만은 안된다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제갈진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다른 무림세가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


그런데 누누이 말했듯, 제갈세가는 다른 무가와 많이 달랐다.

제갈세가는 무공뿐 아니라 모든 공부를 중시한다.

유학은 물론이고, 진법, 기관, 천문 등......

그리고 그것들에는 특히 돈이 많이 드는 학문이었다.


“꼭 그게 아니어도, 제갈세가의 어른들은 결국 모든 공부와 그 성과를 가장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게 돈이란 걸 아는 분들이지.”

“그래서 도박을 한다는 겁니까?”

“그렇지. 특히나 일확천금을 노리기에, 여기보다 좋은 곳이 어딨겠느냐?

“하아!”

검일이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데, 이상하게 제갈진과 얘기하다보면 은근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 혼란스러웠다.


-쯔쯔즈!


그런데 그렇게 고민하는 검일의 귀에 아까부터 자꾸 정신 사나운 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화려하고 사람 많은 도박장이었는데, 제갈진과 대화하며 걷다 보니, 전혀 다른 장소였다.

하지만 제갈진은 이곳도 도박장이라 했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도박을 할 생각이다.”

“색다른 도박이요?”

“검패 놀이는 결국 사람끼리 하는 거라 믿을 수 없지. 그래서 큰돈이 오가지 않아. 하지만 이건 그보다 훨씬 공정하지.”

“도박인데, 사람이 하지 않는다니, 그게 뭔 소리입니까?”

검일이 제갈진의 얘기를 들어도 영 이해가 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때, 제갈진이 갑자기 검일의 어깨에 팔을 올리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검일아, 혹시 경국지색이라고 아느냐?”

“엄청난 미인을 뜻하는 말이잖습니까.”

“그래, 대단한 미인을 뜻하는 말이지. 그것도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의 미인.”

그리 말하며, 제갈진이 계속 검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다, 앞을 가린 검은 천 쪽으로 손을 뻗었다.


천을 걷자마자, 밀려오는 후끈한 열기.

그리고 함성.

마지막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상한 냄새까지.

말 그대로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지만, 제갈진은 되려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그것보다 더 대단한, 한 나라를 망하게 한 도박을 할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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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갈세가의 자격(2) +1 24.08.08 82 1 14쪽
8 제갈세가의 자격(1) 24.08.07 84 1 12쪽
7 미친놈의 미친짓(2) 24.08.06 94 1 14쪽
6 미친놈의 미친짓(1) 24.08.05 111 2 17쪽
5 이 망나니 같은 집구석!(2) 24.08.04 116 1 14쪽
4 이 망나니 같은 집구석!(1) 24.08.03 138 1 14쪽
3 젠장, 사기였어?!(2) 24.08.02 160 1 16쪽
2 젠장, 사기였어?!(1) 24.08.02 201 0 11쪽
1 그놈과의 악연 24.08.02 243 1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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