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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紫電)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망나니 스승이 되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자전(紫電)
작품등록일 :
2024.08.02 04:53
최근연재일 :
2024.08.08 10:0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227
추천수 :
9
글자수 :
50,753

작성
24.08.0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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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젠장, 사기였어?!(2)

DUMMY

기껏 들이민 머리를 웬 앳된 손이 막았다.

“무슨 짓이지?”

손의 주인이 물었다.

물음 자체는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기운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덕분에 몸이 절로 떨렸다.

‘과연 천마로되!’

전성기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절대자의 기세가 느껴졌다.

허나 내 몸은 떨지언정, 영혼은 굳건했다.

‘아무렴, 내가 이 꿈을 몇 번이나 꿨는데.’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날을 꿈꿨다.

그때마다 머릿속에서 세세한 수정을 거듭했고, 종국에는 현실과 다름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꿈임에도 천마에게 번번이 당했지.’

꿈에서조차 어쩌지 못하는 압도적인 존재감.

이를 떠올리자 절로 쓴웃음이 났다.

그와 동시에 지난 꿈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도와주시오!

맨 처음 천마에게 지고, 바로 주위에 도움을 청했다.

마침 이 도박장은 뒷세계의 명소라, 실력 있는 해결사가 상주했다.

그들은 처음 보는 천마보다 익숙한 단골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해결사가 떼로 달려들어도 천마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고발, 협공, 회유, 협박 등등...... 정말 많은 방법을 썼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천마는 끝내 자신을 찍어누르고 종으로 거뒀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꿈에서 전에 없던 변수가 생겼다.

천마가 도박 중에 밑장을 까다니!

그 사실을 알자마자,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쿵!

정신을 차리니, 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앳된 손이 그것을 막았다.

아프다.

저리 연약해 보이는 손에 범인은 상상도 못 할 내공이 느껴졌다.

그러니 거기에 머리를 박는 건, 단단한 벽에 자진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 박기를 멈추지 않았다.

쿵! 쿵!

박을 때마다, 가슴을 지핀 불이 더욱 거세게 피어올랐다.

그러다 종국엔 머리에서 시뻘건 핏물이 흘렀다.

하지만 끝까지 박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그러자 상대가 먼저 손을 거뒀다.

‘그럴 수밖에.’

천마가 여기 온 목적은 자신을 종으로 거두려 함이지, 목숨을 거두려는 게 아닐 터.

놈은 막고 있던 손을 앞으로 뻗어, 내 머리를 움켜쥐려 했다.

헌데 이는 단단히 굳힌 방비를 스스로 푸는 행위.

‘어리석은!’

바로 녀석의 품에 파고들었다.

현재 내가 천마보다 유일하게 우위인 것.

그것은 그보다 체구가 크고, 무게도 더 나간다는 점이다.

덕분에 천마를 넘어트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그다음 놈이 미처 대처할 틈을 주지 않고.

쾅!

다시금 천마의 인중에 머리를 박았다.

“감히!”

허나 또다시 가로막혔다.

분명 내 기습이 한발 빨랐지만, 천마의 기민함은 그것을 가볍게 상회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 중요한 건, 본래 수평적 관계인 둘이 이제 수직적 관계가 되었다.

그 말인즉, 설령 손으로 막아도 위에서 계속 찍으면 끝내 아래로 충격이 간단 소리.

쾅쾅!

놈의 손 위로 계속 머리를 박아댔다.

박을 때마다 천마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그 순간, 정체 모를 희열이 온몸을 스쳤다.

하지만 잠시 뒤, 천마의 양손이 검게 물들자, 희열은 공포로 변했다.

이제 천마도 더는 장난이 아니다.

정상적인 책사라면 이쯤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웃기는 소리!’

나는 되려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이때, 천마의 검은 손이 위로 솟구쳤다.

‘이 순간, 생사의 갈림길이 이곳에 있으니!’


푸슉!


그때, 앞서 터진 머리에서 갑자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큭!”

천마는 난데없이 붉어진 시야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 틈을 노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르게 머리를 내리찍었다.

휙!

머리를 찍자마자, 목 뒤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

만일 조금만 늦었으면, 내 목이 날아갔으리라.

‘하지만 내 목은 아직 몸에 붙어있다.’

고개를 내리자, 경악한 표정의 천마가 보였다.

“잘 들어라.”

“......”

“도박 중 밑장빼기는 안 된다.”

“?”

천마가 황당함을 못 참고 입을 열었다.

“설마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운 거냐?”

“겨우?”

놈의 멍청한 질문에 잠시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자 천마의 손이 잠시 꿈틀댔다.

“내가 또 머리를 박을 줄 알았나 보지?”

“이 자식이!”

놈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보다 내가 한발 빨랐다.

“다시 말하지만, 밑장빼기는 안 된다! 물론 도박에서 손재주가 중요한 건 맞다. 그래서 필요하면 밑장빼기든 뭐든 할 수 있는 것도 맞고.”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천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에 나는 웃었다.

‘도박에서 이치를 따지려 하다니.’

그런 기본도 모르는 바보에게 손수 도박의 도리를 알려주었다.

“요는! 도박 중에는 뭘 해도 상관없단 거다. 물론 상대에게 절대 들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 말과 함께 냉큼 일어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바닥에 흩어진 검패 뭉치를 집었다.

그것들을 섞으며, 맡은 편 자리로 고갯짓했다.

이를 본 천마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됐다. 이미 흥이 식었다.”

웃기는 소리.

‘시작은 네놈이 했어도, 끝은 나만 낼 수 있다.’

나는 바로 천마의 마음을 돌릴 짧은 주문을 외웠다.


“쫄?”


그 말에 천마가 몸을 돌리다 말고 멈췄다.

그리곤 한 차례 몸을 떨더니.

“씨발 놈이!”

그 즉시 맞은편이 채워졌다.

‘그래, 그래야지!’


앞서 말했듯, 매번 이 꿈을 꿨다.

그리곤 결국 천마의 종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과정 중 밑장빼기가 있었단 것도 중요치 않다.

지금 중요한 건, 드디어 순수하게 도박을 할 수 있다는 것뿐.


나는 즉시 천마의 앞에 검패를 늘어놓으며 소리쳤다.

“그래, 꿈이면 어떻고, 현실이면 어떠리? 지금은 그저 함께 도박에 미쳐보세!!”


그렇게 이차전이 개시되었다.


* * *


“당장 그 망나니를 죽이겠습니다!”


얼굴을 검은 면사로 가린 여인이 무시무시한 말을 뱉었다.

허나 아니 될 말이다.

“되었다. 기껏해야 도박 중에 일어난 일. 그리 대단치 않다.”

“대단치 않다뇨! 감히 그 천한 망나니가 주군께 위해를 가했는데!”

그녀는 진심으로 분노한 듯, 면사 아래의 붉은 입술을 가늘게 떨었다.

“죽이겠습니다. 아니, 죽여야 합니다. 어찌 감히 주군의 얼굴에 상처를!”

“내가 분명 되었다고 말했다.”

“조...... 존명!”

계속된 주제에 살짝 짜증을 보이자, 그제야 여인이 몸을 바짝 엎드렸다.

그리곤 부복한 상태로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저게 바로 정상적인 반응이지.’

헌데 그놈은!

잠시 눈을 감자, 제 기운을 정면으로 받고도, 그녀처럼 부복하기는커녕, 되려 머리를 들이미는 미친 망나니가 떠올랐다.

“놈은 정녕 망나니가 맞더냐?”

“물론입니다. 사전에 조사한 바로, 놈은 영락없는 망나니였습니다.”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제 수하가 자신에게 거짓을 고하는 게 더 있을 수 없는 일.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놈이 주위의 이목을 속인 건가?”

하지만 어째서?

그 이유를 가늠하려는데, 면사 여인이 다시 한번 강하게 부정했다.

“주군의 명으로 놈의 지난 행적을 살폈습니다. 녀석은 주색잡기는 기본이고, 사방팔방에 폐란 폐는 다 끼치는 전형적인 망나니입니다. 특히 망나니 중 가장 질이 나쁘다는 도박에 미친 망나니입니다.”

“확실히 제대로 도박에 미친 놈이었지.”

“네, 그나마 운 좋게 좋은 가문 출신이라 아직 패가망신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사실 놈의 가문만 아니었다면, 주군께서 관심을 가질 이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긴 하지.”

놈보다 놈이 속한 가문의 명성과 재력.

분명 그것 때문에 망나니에게 접근했다.

그 결과.


철컹!

소매에서 묵직한 주머니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주머니가 입을 벌리자, 안에서 금빛이 넘실댔다.

이건 망나니와 도박을 치르기 위해 준비한 자금이다.

철컹!

그리고 또 다른 주머니가 소매에서 떨어졌다.

역시나 같은 황금 주머니로, 지난밤 동안 망나니에게 뜯은 돈이다.

면사 여인이 두둑한 주머니를 보고 짙은 미소를 지었다.

“도박에 미친 망나니라더니, 주군께는 별수 없던 모양이군요.”

“도박이든, 뭐든 눈과 손을 쓰는 일에 내가 당할 리 없지.”

“아무렴요. 당연한 일입니다.”

당연한 일.

그래, 도박에서 내가 망나니를 이기는 건 당연했다.

다만 딱 하나 당연하지 않은 게 있었으니.

철컹!

또다시 소매에서 주머니가 떨어졌다.

철컹! 철컹! 철컹! 철컹!

끝없이.

이것이 밤새 망나니와 도박을 한 이유였다.

“아무리 뜯고 뜯어도, 망나니의 주머니는 쉬지 않고 돈을 토해내더군.”

“그런......!”

여인이 하늘 높이 쌓이는 황금 주머니를 보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간신히 입을 뗐다.

“미쳤군요. 그 망나니도....., 그 집안도......”

“옳다.”

“그래도 잘됐습니다. 이 정도 돈이면, 굳이 더 망나니를 포섭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이들을 취하시지요.”

그리 말하며 면사 여인이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도박에 미친 망나니 따위와 다르게 여기 적힌 이들은 틀림없이 향후 주군께 필요한 인재가 될 것입니다.”

“필요한 인재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능력으로만 뽑은 이들입니다. 그저 가문만 좋은 망나니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틀림없이 그녀의 말이 맞으리라.

‘애초에 내가 놈을 택한 이유는 순간의 유희에 불과했다.’

그래서 도박에서 금기인 밑장 빼기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걸렸지.’

그럼에도 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새 도박을 제시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거절하려 했건만, 녀석이 하필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쓰며 도발했다.

-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뒤집힐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대신 놈의 주머니를 반드시 털어먹겠다고 다짐했지.’

그런데 설마 망나니의 황금 주머니가 그 정도일 줄이야!

덕분에 동이 틀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허나 마지막에 그 인고의 시간을 보상받았다.


동트기 직전, 무려 ‘백(百)배 판’이 성사되었다.


말 그대로 판돈의 백 배를 따 먹는 판.

도박에서 무승부가 나거나, 일정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배율이 오르는 걸 최대한 활용한 판이었다.

‘이만큼 배율을 올리기 위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네놈은 모를 거다.’

그렇게 백배 판이 이뤄지자, 갑자기 도박장 관리인이 커다란 함 두 개를 가져왔다.

-열 배가 넘는 판부터는 이 함에 판돈을 넣어, 승부가 나기 직전까지 숨기는 게 이곳의 규칙이오!

크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그 말대로 해주었다.

정작 대수로운 건, 눈앞의 망나니의 손패.

‘하지만 난 이미 모든 검패의 패를 외웠다.’

패를 모두 외웠다는 건, 현재 자신의 손패와 서로 버린 패를 통해 남은 패를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망나니의 손패 역시 알아냈다.

‘지금 놈의 손패는 위에서 세 번째 족보군.’

그 정도면 검패에서 필승에 가까운 족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자신의 족보는 위에서 두 번째.

물론 이 또한 처음부터 철저히 노린 함정이었다.

‘이 기회에 망나니는 물론이고, 그 집안의 곳간까지 탈탈 털어주지.’

그런데 막판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쯧! 패가 영 구리군. 다 버리고 새로 받지.

‘미친 건가!?’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 가진 패를 다 버릴 수 있지?

그것도 필승에 가까운 패를?!

‘하지만 네놈이 패를 버리든 말든, 이 판은 내가 이겼다!’

바로 손패를 까고, 눈앞의 함을 뒤집었다.

이번 판에 내가 건 판돈은 지금껏 딴, 황금 주머니 일곱 개. 그리고 깐 패는 필승을 뛰어넘는 무적의 족보.

바로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과연 네놈이 이 판돈의 백 배를 줄 수 있을지 궁금하군.”

“급하기는.”

놈은 무적 패를 보고, 당황하기는커녕, 느긋하게 새 패를 받았다.

그 여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자님!


그때, 갑자기 도박장 입구가 시끄러워졌다.

뭔 일인지 살피자, 웬 젊은 무인이 도박장 입구에서 소란을 피웠다.

자세히 보니 창천을 닮은 쪽빛 무복 차림을 한 무림인이었다.

그런데 그가 이쪽을 보고 소리쳤다.

-공자님!

누가 보더라도 망나니의 호위 무사로 보였다.

게다가 차가운 인상과 바른 자세로 보아, 실력도 상당해 보였다.

그런데 하필 이때, 호위가 등장했다는 건?

‘지금껏 저자를 믿고 여유를 부린 건가?’

가소롭다.

바로 소매를 걷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 뒤에서 망나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러니까 너무 급하다니까.”

마치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연초처럼 불쾌하고 끈적한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때. 망나니가 제 패를 까고 있었다.

헌데 첫 번째, 두 번째, 심지어 세 번째 깐 패까지 전부 각기 다른 색의 검 하나만 그려져 있었다.

‘하필 까도 검패에서 가장 약한 적, 청, 황의 일검이라니.’

그러나 네 번째에 검은색 검 하나가 나오고, 다섯 번째에 백색 검 하나가 나오자, 저도 모르게 두 눈이 치켜 떠졌다.


때론 최약(最弱)이 최강(最强)을 이기는 법.

그리고 그것을 검패에선 필승(必勝)도 무적(無敵)도 뛰어넘는 역천(逆天)의 패라 불렀다.


부르르!

몸이 잘게 떨렸다.

마교의 쟁쟁한 경쟁자에게도, 정파의 난다긴다하는 고수에게도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

그 순간, 제 패를 모두 깐 망나니가 자신의 판돈을 공개했다.

헌데 망나니가 뒤집은 함에 든 건, 불과 동전 한 닢뿐.

-어디 보자 이번 판이 백배 판이었느니......

녀석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동전 백 닢. 자네가 이걸 내게 줄 수 있을지 궁금하군.

‘감히!’

당장 주머니를 뒤졌다.

허나 당황스럽게도 그 정도 푼돈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뭐야 없나? 그럼 뭐...... 개평으로 쳐주지.

‘개평?’

그 말과 함께 몸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

개평은 이긴 자가 패자에게 내주는 것.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잔돈이 없는 건 매한가지.


-공자님.

그때 젊은 호위가 망나니 앞으로 다가갔다.

놈은 그와 몇 마디 나누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쯤 할까? ......응??

정신을 차린 순간, 어느새 그만 돌아가려는 망나니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거기서 멈춰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렸다.

-한 판만, 한 판만 더하지!

정말 엉겁결에 나온 말.

하지만 내가 아는 도박에 미친 놈이라면, 반드시 이 제안을 받아들이리라 믿었다.

그런데.

“싫어.”

“뭐?”

그래도 그 말까지만 했으면 또 몰랐겠는데, 놈은 끝내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

“너 개 약하잖아.”

그 말과 함께 놈은 자신을 찾은 무인들과 함께 도박장을 떠났다.


파스스!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흰 가루가 가득했다.

여인이 내준 종이 뭉치를 악력만으로 으깨버렸다.

“주군?”

“다시 놈을 포섭한다.”

“주군, 그 망나니는 그럴 가치가......”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존명.”

면사 여인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그렇게 혼자가 된 방에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본래 내 머릿속에는 언젠가 천하를 뒤엎을 크나큰 대계(大計)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방금 모조리 지워졌다.

“내가 그 개자식은 반드시 거둔다.”

대신,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곁에 두고 직접 조지겠다.”


그런데 하필 망나니 색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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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젠장, 사기였어?!(1) 24.08.02 20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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