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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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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pberry
작품등록일 :
2016.04.25 18:51
최근연재일 :
2020.12.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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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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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부 공지

DUMMY

"허...참. 이런 건 또 처음이구만."


프로바움은 도저히 뭐라고 설명 할 수 없는 표정으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멍하니 응시했다. 무채색과 어스름이 섞였던 색에 익숙한 그들에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색상이었다.


압도적인 푸른색의 물결이 눈 앞을 뒤덮었다. 철썩, 쏴아아. 화약의 둔탁하고 공허한 폭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명력으로 넘치는 소리가 뒤를 따랐다.


그것이 아주 약간의, 컵 한 잔 분량이었다면 뭘 이런 걸 가지고 놀라나며 나무랐을지도 모른다. 몸을 담굴 수 있는 드럼통 하나의 분량이었다면 용케 구해왔다며 조금 놀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차원이 다르다.


좌에서 우로 훑는 시선은 그저 푸르름 가득한 물빛으로 물들었다. 시야의 끝. 지평선 저 너머까지 모조리 뒤덮은 그것은 일종의 경이와도 같았다.


"음...이게 그 '바다'라,는 것 같습니,다."


닥터 윌슨은 한 손에 들어오는 직사각형의 크리스탈을 들여다보다가 바다를 응시하고, 그 행동을 끝없이 반복했다. 지식과 현장감의 괴리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저건, 더럽게 많은 물이다, 이거지?"


"와."


깔끔하다 못해 너절한 비유에 도로스는 작게 영혼없는 감탄사를 토했다.


어쩐지 속이 탁 트이는 절경에 도로스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폐부 깊숙히 스며드는 청량한 공기엔 코끝을 살짝 아리게 하는 짠내와 비린내가 묻어나왔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전혀 불쾌하다거나 역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이할 정도의 포근함 마저 느낀다. 그는 홀린 듯한 걸음으로 천천히 '바다'에 다가갔다.


쏴아아 하고 밀려드는 파도는 뭉근하게 두 발을 감싸안았다. 정체모를 것들이 뒤섞인 폐수나 타르 따위에 파묻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두 손으로 퍼올린 물은 어째서 푸른빛으로 보였는지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야 임마! 함부로 다가가는 거 아니야. 저게 뭔지 알고 그래?"


"더럽게 많은 물이라면서요?"


난데없이 바다로 성급히 다가간 도로스를 책망하던 그는 반론에 말을 잃었다. 제가 한 말이 스스로를 물었으니 자가당착이 따로 없었다.


카지트는 대충 머리를 긁적이곤 뒤따라온 닥터 윌슨에게 물었다.


"닥터, 이거 안전한 거 맞아?"


"물론입,니다. '바다'는 깊,숙히 들어가지,만 않으면 별다,른 큰 일은 없,을 겁니다. 아 물,론.."


귀뚜라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지트는 두 손 가득히 물을 퍼올리고 꿀떡거리며 마셨다.


"으엑! 퉷퉷! 이거 물이라며! 근데 왜 이렇게 짜?!"


"물론 물에 다,양한 성분들이 가미,되어 있어서 마실 말한 건 아닙,니다."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던 대가는 컸다. 카지트는 펄쩍 뛰며 사방으로 입에 든 물을 뿜어댔다. 삐쭉 선 털과 바짝 선 두 귀가 얼마나 놀랐는지 짐작케 했다.


"으...더러워요 카지트!"


도로스는 연신 사방으로 분수쇼를 펼치는 카지트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허이구, 저 멍청한 놈. 함부로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한 놈이 1분도 안되서 그걸 까먹어?"


프로바움은 꼴 좋다는 듯 비아냥대는 미소를 지었다.


"아오, 젠장. 그냥 겁나 많은 물이란 거잖아. 안전하다고 그랬고. 그래서 물 맛 좀 보려고 했지. 젠장, 아직도 입 안이 짠게 소금 한 포대를 들이부은 것 같아."


그는 까칠한 혀를 내밀고 손가락으로 슥슥 밀었다. 물론 바닷물을 퍼올렸던 손 역시 짭짤했기에 그는 곧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포기했다.


"근데 영감. 영감은 왜 그리 멀찍이 떨어져 있어? 윽...푸헷취!"


카지트는 무의식적으로 코를 쓰다듬다가 아릿하게 올라오는 짠내에 기침을 토해냈다.


"난 원래 물과 상성이 그리 좋지 않아서 말이네."


프로바움은 바닷물이 차오른 곳에서 족히 몇 미터를 떨어져서 손을 흔들었다.


"경험상이네만 물이 닿는 곳엔 쉽게 녹이 스는 것 같더군. 옛날에 옆에 있던 용병놈이 실수로 자기 식수를 내 무기에 흘렸는데, 나중에 그게 녹이 슬어버려서 어찌 놀랐는지."


덕분에 총이 폭발해버려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며 프로바움은 뇌까렸다. 드넓은 창공을 응시하는 눈은 과거를 환시했다.


또다시 과거타령을 하며 추억에 젖은 그를 내버려두고, 카지트들은 다시 모였다.


"아오. 짜서 미치겠네 정말. 어쨌든 닥터, 우리가 여길 건너야하는게 확실해?"


"확실,합니다."


닥터 윌슨은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든 수정을 보여줬다. 투명한 직사각형의 수정 위로 떠오른 화살표는 바다 저 너머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긴, 저기 탑이 보이긴 하네요."


도로스는 푸욱 한숨을 내쉬며 바다 건너편, 지평선 위로 우뚝 솟은 탑을 보았다.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온지 벌써 수 개월이 지났지만 살아있는 지성체의 흔적이라곤 700년 이전의 고대인들이 남긴 것들 외에 볼 수 없었다. 그나마도 700년이란 시간이 흐른 탓에 벽돌 조각이나 무언가의 귀퉁이 따위의 파편이 대부분 이었고.


그러니 아마도 고대인들이 세웠다고 추정되는 탑을 향해 가는 건 필연적이었다. 고대인들이 '방주'라고 불렀던, 무한동력을 반환한 장소에서도 볼 수 있는 탑. 분명 그곳엔 700년이란 단절을 뛰어넘은 또다른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으니.


다만 그게 이런 곳에서 막힐 줄이야.


"이건 얼마나 깊대요?"


최악이어도 목아래까지만 온다면 좋을텐데. 힘들어도 어찌어찌 건너갈 수는 있을테니까. 다만 돌아오는 대답은 최악이었다.


"어...음...가장 깊은 곳,은 1만km가 넘는다,고 합니다만, 이 근방,은 대략 300~400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비현실적이고 아득한 숫자에 도로스의 머리가 잠깐 멈췄다. 계산하기 쉽게 키를 대충 1.5m라고 하면, 대체 몇 명이지? 머릿속에 자기자신으로 탑을 쌓던 그는 50명이 넘어가자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와. 미쳤구만. 이런델 대체 어떻게 지나가? 혹시 다른 길은 없어?"


길잡이가 길을 묻다니. 카지튼느 어이없어 하면서도 혹시나 물었다. 닥터 윌슨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방법이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고대,인들은 '배'라는 운송수,단을 이용해서 '바다'를 건넜다,고 합니다."


"그건 또 뭐야."


또다시 모르는 단어에 카지트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일종의 철로 만든 탈 것,인데 물 위에 떠,서 움직인다고 합,니다."


닥터 윌슨은 무한동력과 연결된 수정에 떠오른 정보를 읽어내리며 허, 하고 감탄사를 토해냈다.


"철이 물 위에 뜬다구요?"


도로스는 말도 안된다는 듯 반문했다. 철이 어떻게 물 위에 뜬단 말인가. 그렇다는 말은 총도 물 위에 뜬단 소린데. 도로스는 등에 맨 화약식 리볼버 라이플을 끌러 발치에 던졌다. 쓸데없이 이럴 때만 행동이 재빨랐다.


철썩.


작은 물보라와 함께 라이플은 모래 위로 가라앉았다.


도로스는 말없이 닥터 윌슨을 응시했다. 카지트 역시.


말없는 두 쌍의 시선에 닥터 윌슨은 당황했다.


"라이플 같,은 게 아니라 나무 혹은 철판때,기...그런니까 물,과 닿는 표면적을 넓혀,서 부력을 받아야합니,다. 아, 이 부력,이란 게 뭐,냐하면..."


닥터 윌슨의 과학교실이 시작되자 둘은 앗뜨거 시선을 돌렸다. 당황에서 나온 설명이었지만 두 바보를 막는덴 효과적이었다.


"뭐 대충 크고 아름다운 철판같은 게 물에 뜬다는 거지? 그럼 영감을 바다에 던지고, 우린 그 위에 타면 되는 거야?"


"뭐? 이놈이?"


갑작스런 도발에 프로바움은 욱 했으나 달려들지 못했다. 쓸데없이 눈치만 빠른 카지트는 프로바움이 물을 두려워한다는 걸 깨닫고 도발을 감행했다.


"헷. 영감, 그 나이 먹고 물을 무서워하는 거야?"


"너 이 자식. 거기서 나오기만 해봐라. 나오면 아주 뒈졌다고 복창해야 할 거다."


"아이고, 무서워 죽겠네."


카지트는 익살스럽게 몸을 움츠리곤 바닷물을 프로바움 쪽으로 뿌렸다.


"이 놈이!!"


"흐헤헤헤!!"


프로바움은 후다닥 뒤로 물러나며 소리를 질렀다. 카지트는 일부로 과장되게 헤픈 웃음을 지었다.


나이 어린 둘은 나이를 폐수 밑바닥에 쳐박고 온 건지 애보다 더 애같은 둘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에휴. 닥터, 그럼 그 '배'의 재료나 구하러 가봐요."


"그,러는 편이 낫겠습,니다."


둘은 천천히 어디서 재료를 구하는 게 나을지 이야기를 나누며 둘에게서 멀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화창하고 따스한 햇빛 아래. 그들은 오늘도 한 걸음씩 천천히 나마 걸어나아간다.


그들이 지상 위에 우뚝 솟은 탑에 도달할지 못할지, 그건 앞으로 지켜봐야만 알겠지.


작가의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것 같아요.

땅 아래의 이야기, 땅 위의 이야기, 하늘의 이야기.

3부작으로 생각해놓은 도시 이야기, 그 중 두 번째인 땅 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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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종장 +4 18.11.11 240 8 13쪽
177 종장 +2 18.11.04 205 11 19쪽
176 종장 +3 18.10.20 208 8 14쪽
175 종장 +3 18.10.12 236 9 16쪽
174 12. 종결 +2 18.09.29 211 8 27쪽
173 12. 종결 +2 18.09.10 231 7 22쪽
172 12. 종결 +2 18.08.20 224 8 20쪽
171 12. 종결 +1 18.08.01 214 9 17쪽
170 12. 종결 +3 18.07.20 226 10 23쪽
169 12. 종결 +1 18.07.02 188 9 19쪽
168 12. 종결 +1 18.06.13 210 11 21쪽
167 12. 종결 +1 18.05.28 214 10 18쪽
166 12. 종결 +1 18.05.07 220 12 19쪽
165 12. 종결 +1 18.04.17 264 9 19쪽
164 12. 종결 +1 18.04.04 241 11 17쪽
163 12. 종결 +1 18.03.21 264 12 20쪽
162 12. 종결 +1 18.03.04 259 12 14쪽
161 12. 종결 +3 18.02.25 282 12 12쪽
160 12. 종결 +3 18.02.10 282 10 12쪽
159 12. 종결 +2 18.02.04 331 12 10쪽
158 12. 종결 +2 18.01.24 295 13 12쪽
157 11. 전쟁 +1 18.01.13 311 10 17쪽
156 11. 전쟁 +2 18.01.01 324 9 11쪽
155 11. 전쟁 +3 17.12.24 289 11 20쪽
154 11. 전쟁 +1 17.12.17 315 12 10쪽
153 11. 전쟁 +1 17.12.09 316 11 16쪽
152 11. 전쟁 +2 17.12.01 325 12 18쪽
151 11. 전쟁 +2 17.11.26 304 1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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