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5,859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4.01 03:54
조회
89
추천
2
글자
13쪽

Ep.16 전운(2)

DUMMY

매일 오전 호해검의 수련이 시작되는 강당은, 처음 수련을 시작했던 며칠 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와.. 이 정도면 수련장을 옮겨야 하는 게 아닐까요?”


조아라가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합원들을 보며 권도일에게 물었다. 여유롭게 공간을 사용하던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서로의 움직임에 불편함을 줄 정도로 거리가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공간이 협소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갑작스레 늘어난 인원 때문이었다. 구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한 무리의 체육복 차림의 궁수들. 바로 최윤아가 이끄는 제 1 궁수단이었다.


이들은 착실히 권도일과 은혜진의 지도 아래, 연합의 엄청난 전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아라 네 말대로 궁수단 사람들도 몸 만들기가 끝났으니까, 다른 거점의 수련장을 나눠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구나.”


후웅후웅!


그리고 수련장 공간을 좁게 만드는 두 번째 이유. 권도일의 시선이 강당 가운데를 차지하고서 기다란 봉을 풍차처럼 돌려대는 남자에게로 향했다.


“다솔 아저씨는 진짜 흡수력이 대단해요. 정말 천재 같아요.”

“천재지.. 대한민국 이볼버 무사 중에서도 가장 강한 두 사람 중 한 명인데.. 저 수련장 가운데를 차지하는 버릇만 좀 어떻게 안되려나..”


이다솔은 벌써 자신의 봉술에 호해검의 기본 원리를 녹여, 대단한 성취를 이루고 있었다. 기본적인 동작과 원리는 거의 마스터 수준에 이르렀고, 응용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스타일에 대한 고집 또한 대단했다. 그것이 본인의 발목을 잡을지, 아니면 엄청난 장점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지만, 그 고집이 당장 새것을 받아들이는 속도를 늦추는 이유임은 자명했다.


권도일은 이다솔의 봉술 동작을 눈에 담으며, 동시에 몸을 움찔거리면서 근육을 천천히 풀고 있는 어린 제자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또 한 사람의 천재는 바로 이 어린 소녀였다. 조아라는 권도일이 이룬 성취를 거의 다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는 중이었다. 여기에다가 차근차근 실전 경험까지 쌓는다면, 이 아이는 앞으로 서대문 연합의 차세대 전력으로서 당당히 이름을 떨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크흠..”

“어? 스승님 주무시러 가실 시간이네요.”

“그래. 아라도 마무리 잘 하고. 수련장은 조금 있다가 순찰 다녀와서 하 교수님과 상의해 보도록 하마.”

“네. 스승님.”


권도일은 매일 규칙적으로 자각몽을 시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강해지고 있으니, 조급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권도일은 능숙하게 페이스 조절을 했다.


‘절대 늦는 것이 아냐. 내 장점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니까.’


천재와 비교하며 겪는 좌절은 유현과 같이 살면서 실컷 느껴봤다. 그렇기에 자신은 자신의 길 대로 가야 한다는 것을 권도일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도일 씨. 저 좀 잠깐 볼까요?”


그때, 방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서 권도일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하 교수님.”


하지연은 마스터의 집무실로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한쪽 벽면에 이미 펼쳐진 지도의 한곳을 가리켰다. 권도일의 시선이 하지연이 가리키고 있는 춘천이라 쓰여진 지역의 왼쪽으로 펼쳐진 산악 지형으로 향했다.


“그곳은..”

“네. 춘천은 반자련의 1중대, 그리고 부회장이 관리하는 반자련 세력의 중심지입니다.”

“그..런데요?”

“지금 이 산에 현호가 이끄는 제 1 타격대가 고립되어 있습니다.”

“...!!”


권도일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전에 남양주까지 우리가 수복했는데.. 왜 그 중간에 있는 가평을 뛰어넘어, 춘천으로 들어가서 고립된 건가요?”


그 질문은 당연한 의문을 담고 있었다. 정상궤도에 오른 서대문 연합이 반자련을 밀어내면서, 경기 북부지역을 조금씩 탈환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더 가까운 가평을 뛰어넘어 춘천을 살피고 있는 것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첩보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그 첩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어떤 첩보이길래..”

“반자련 회장이 춘천으로 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리고 그 첩보의 진위를 현호가 방금 직접 확인했습니다.”


권도일은 가만히 눈을 끔뻑거리며 눈썹을 찡그렸다.


“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권도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검은 불꽃의 마법사. 반자련의 회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호는.. 1타격대는.. 지금 안전한 건가요?”

“네 아직은요. 적들에게 발각되지는 않았지만,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도일 씨가 직접 가줘야 할 것 같습니다.”


권도일은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


흐릿한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것처럼 꾸물거렸다.


“하아.. 이 옷 편하긴 한데..”


케이디가 농촌에서 주로 입는 일바지의 허벅지 부분을 주욱 늘리며 말했다. 꽃무늬가 가득한 일바지의 탄성 없는 섬유는 무한히 늘어날 기세로 그의 손을 따라 늘어났다.


“편한데 뭐 인마.”


윤필의 말에 케이디는 흙냄새와 땀냄새가 섞여 있는 허름한 셔츠를 펄럭거리며 불만 섞인 표정을 했다.


“스타일이..”

“지랄을 해요 아주.”


윤필은 구멍이 여기저기 패인 밀짚모자를 눌러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농민으로 위장한 것이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김제평야를 이동하는 동안 청해문 세력과의 충돌은 두 번 밖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도 케이디가 양진우에게서 선물 받은 검. 응조를 괜히 꺼내 들어 발각된 것을 빼면, 확실히 변장이라는 게 의심을 피해 이동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비교적 수월하게 이동한 덕분에 일행들은 곧 하지연이 마련해 놓은 거점이 있는, 정읍시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곧 쏟아질 것 같은데..”


유현이 꾸물거리는 청회색의 구름들을 보며 말했다. 며칠 동안 맑은 날씨를 유지하던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날씨가 변수로 떠오른 것이었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거점에 도착하려면, 이동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지만, 도시의 출입구에는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 뻔한 상황. 그렇다고 산을 타고 돌아가기에는 산 너머의 광라연합과 마주칠 위험까지 있었다.


“그냥 입구를 뚫어 버리지? 정읍은 농지도 많지 않은 애매한 도시라 아마 지키고 있는 세력의 규모가 크진 않을 거야.”


농지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윤필이 다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결국 윤필의 의견대로 도시로 통하는 입구를 살펴보기로 한 일행들은 예상보다 엄청난 병력이 도시로 통하는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어디 세력이죠? 저 정도 규모를 입구에 배치할 정도면, 절대 지방 중소규모 조직 수준이라 할 수 없는데요?”


김해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쌍안경으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유현이 입을 열었다.


“광라연합이 벌써 정읍을 차지한 것 같아.”


쌍안경을 김해리에게 넘겨준 유현은 윤필을 바라보고 섰다.


“아무래도 차기수라는 녀석이 빠르게 광라연합과 손을 잡은 것 같네. 아니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이유가 없어.”

“흥.. 그 약아빠진 새끼.”


윤필이 그 이름을 듣자 차갑게 식은 얼굴을 하고서 툭 던지듯 말했다.


“이럴 때 날아갈 수 있으면 진짜 좋을 텐데요..”


슬랙스와 깔끔한 흰 셔츠 차림으로 갈아입어, 한결 편안한 표정이 된 케이디가 우중충한 하늘, 그리고 벌써 어둑해진 산어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날아가..?”


그런 케이디의 말에 반응한 것은 윤필이었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검은 지팡이를 들고 손끝에 마나를 집중한 채, 시험 삼아 거센 바람을 일으키던 윤필은 케이디를 향해 손을 뻗은 뒤 입꼬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어.. 어..? 오 쓋! 오 쓋! 스탑! 그만!”


엄청나게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어 케이디의 몸을 띄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지구 자전으로 인한 전향력 때문에 상승기류가 자연스럽게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케이디의 몸 역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헤이! 뻑킹 크레이지 맨!”


결국 케이디를 바닥으로 사뿐히 내려놓은 윤필은 머리가 산발이 된 케이디를 뒤로하고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흐음.. 기류가 회전하는 것을 억지로 막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아래에 튼튼한 판 같은 게 있으면 더 좋겠군. 양력을 든든하게 받쳐줄 판 말이야..”


하지만 윤필의 고민은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준비하자.”


유현의 말에 김해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심한 눈빛으로 윤필을 바라봤다.


“...?”

“오빠 그거 차기수 불러낼 때 썼던 마법이잖아.”

“그렇..지? 아..”


새로운 마법적 시도에 조금 흥분을 했던 탓인가, 야트막한 동산에 가려져 광라연합의 조직원들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윤필의 실수였다. 윤필은 민망한 표정으로 전투의 준비를 하고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다가, 결심이 선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단! 결자해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한 번 더 줘!”


윤필은 그 말을 끝으로 일행들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시 지팡이를 잡은 손끝에 엄청난 마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팡이 끝의 호박색 보석이 약한 빛을 천천히 발하기 시작했다.


“오오! 좋아!”


드드드드.


윤필의 신나 보이는 표정과 함께, 네 사람이 서 있는 지면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고, 유현은 바닥의 흙들의 상태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단단해지고 있어..?’


발밑을 부드럽고 푹신하게 받쳐주던 흙들이 점점 발을 밀어 올리는 것이 느껴졌다. 흙들이 세밀한 밀도로 뭉쳐져, 단단한 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 간다! 다들 자세를 낮추는 게 좋을 거야!”


윤필은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어,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그러자 바닥이 사방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몸의 중심이 아래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주변의 나무들이 순식간에 그 정수리들을 보였다.


“와오! 간다!”


상공으로 떠오른 단단한 흙판은 엄청난 바람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을 싣고 빠른 속도로 정읍 시내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이미 혼이 나가버린 것 같은 얼굴을 한 케이디는 바닥에 바싹 엎드린 채 유현의 바지자락을 꽉 움켜쥐었고, 김해리는 펄럭거리는 지도를 간신히 들고서 윤필의 옆에 섰다.


*


잘 보이지도 않는 높이에서 엄청난 속도로 이동한 네 사람은, 정읍을 차지해버린 광라연합의 눈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아 착지했다.


바닥에 내려앉자마자, 단단했던 흙판은 통제력을 발휘하던 윤필의 마나가 사라지자, 포슬포슬한 흙으로 바뀌어 바닥으로 흩어졌다.


“와! 친환경 비행!”


짝!


본인의 마법에 감탄하는 윤필의 등짝을 내려친 김해리는 낮은 건물 사이를 가리키며 발걸음을 이미 옮기기 시작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이동해요. 혹시라도 이쪽으로 착지하는 걸 봤으면 귀찮게 될 테니까.”


일부러 거점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유도한 김해리는 지도를 품에 갈무리한 채, 앞장서서 일행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


광라연합의 정찰조들이 뒤뚱뒤뚱 달려오는 남자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의 움직임은 너무도 둔해 보였지만, 한 발 한 발 바닥에 내디딜 때마다, 짙은 흙먼지가 뒤로 피어오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회오리가 솟은 지점이 이 부근이라고?”

“예! 그리고 여기..”


정찰조가 가리킨 곳에는 넓은 원형의 모양으로 흙이 통째로 사라진 흔적이 있었다.


“흐음.. 윤필 그 놈이 맞는 것 같은데.. 이건 대체 무슨 마법을 쓴 흔적이지?”


그때, 아리송한 얼굴로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던 차기수가 왔던 방향으로 급하게 몸을 돌렸다.


“정읍 시내를 샅샅이 수색한다! 연합장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마라!”


까만 얼굴 가득 비릿한 미소를 띤 차기수가 쿵쿵거리며 빠른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Ep.16 전운(6) 22.04.06 61 2 12쪽
76 Ep.16 전운(5) 22.04.05 59 2 13쪽
75 Ep.16 전운(4) 22.04.04 66 2 11쪽
74 Ep.16 전운(3) 22.04.02 75 2 13쪽
» Ep.16 전운(2) 22.04.01 90 2 13쪽
72 Ep.16 전운(1) 22.03.31 78 2 11쪽
71 Ep.15 그럼에도(10) 22.03.30 78 2 12쪽
70 Ep.15 그럼에도(9) 22.03.29 78 2 12쪽
69 Ep.15 그럼에도(8) 22.03.28 71 2 13쪽
68 Ep.15 그럼에도(7) 22.03.26 74 3 12쪽
67 Ep.15 그럼에도(6) 22.03.25 76 3 13쪽
66 Ep.15 그럼에도(5) 22.03.24 81 1 12쪽
65 Ep.15 그럼에도(4) 22.03.23 80 2 13쪽
64 Ep.15 그럼에도(3) 22.03.21 91 3 11쪽
63 Ep.15 그럼에도(2) 22.03.21 96 2 13쪽
62 Ep.15 그럼에도(1) 22.03.19 102 3 12쪽
61 Ep.14 사람을 보는 눈(7) 22.03.18 92 3 12쪽
60 Ep.14 사람을 보는 눈(6) 22.03.17 101 3 11쪽
59 Ep.14 사람을 보는 눈(5) 22.03.16 96 3 12쪽
58 Ep.14 사람을 보는 눈(4) 22.03.15 93 3 13쪽
57 Ep.14 사람을 보는 눈(3) 22.03.14 98 3 11쪽
56 Ep.14 사람을 보는 눈(2) 22.03.12 105 2 12쪽
55 Ep.14 사람을 보는 눈(1) 22.03.11 116 2 13쪽
54 Ep.13 여행자들(4) 22.03.10 113 2 12쪽
53 Ep.13 여행자들(3) 22.03.09 97 2 12쪽
52 Ep.13 여행자들(2) +2 22.03.08 107 2 12쪽
51 Ep.13 여행자들(1) 22.03.06 107 2 12쪽
50 Ep.12 거래(2) 22.03.05 109 2 13쪽
49 Ep.12 거래(1) 22.03.04 114 3 12쪽
48 Ep.11 특별한 재능(6) 22.03.03 119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