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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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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글자수 :
58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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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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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5 그럼에도(5)

DUMMY

“우리 두 사람은 사실 서대문 연합의 사람들입니다.”


홍윤상의 흑색 동공이 눈동자를 꽉 채울 만큼 커졌다.


“서대문.. 연합?”


홍윤상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지는 그 순간, 유현의 눈에 그의 검 손잡이에 올려져 있던 오른손에 연결된 어깨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을 확인했다.


호해검

제 영식

발검-곤(丨)


온몸에 퍼지는 청량한 마나의 감각. 그동안 숨겨왔던 유현의 마나가 몸 구석구석 퍼져 있는 신경줄기들을 엄청난 속도로 가로질러 폭발적인 힘을 전달했다.


그와 동시에 어느샌가 뽑혀 수직으로 내리꽂아지는 유현의 검이, 채 뽑히지도 않아 검집에서 나오지도 못한 홍윤상의 검을 손잡이째로 내려쳤다.


쿠당탕탕!


넋이 나간 얼굴로 유현의 검과 바닥에 널브러진 자신의 검을 번갈아 보던 홍윤상은 간신히 떨어지지 않는 입을 떼었다.


“이.. 이볼버였잖아..”

“홍 단장님. 여기서 더 소란을 피우실 생각이시라면, 어쩔 수 없이 단장님을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유현의 짙은 흑색의 검 위로 뿌연 아지랑이 같은 마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허..헙!! 대체 저한테 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술에 취해, 음악에 취해, 여자에 취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홍윤성은 눈앞의 남자의 검에 아른거리는 마나를 목격하고 실성할 것만 같았다. 떨리는 발은 떼어지지도 않아 뒷걸음질도 치지 못했고, 그저 가만히 서서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홍 단장님. 당신에게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얘기입니다.”

“저... 저한테요..?”


유현이 검을 거두며 예의 그 신사적인 태도로 정중하게 다시 얘기하자, 공포로 오금을 지리기 직전이던 홍윤성은 다시 조금씩 평정을 찾으며, 유현의 입에서 나올 얘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네. 이 영상을 봐 주시겠습니까?”


유현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서 재생되는 영상은 바로, 광휘의 나무가 심어지는 장면, 그리고 다 자란 광휘의 나무가 이 세상의 것이라 믿기 힘든 아름다운 빛을 뿌리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와 함께, 영상에 나온 일반인이었던 하지연 교수가 어느 순간 이볼버로 진화해,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 등. 짤막하게 편집된 영상들을 모두 보여준 유현이 빠르게 스마트폰을 다시 품에 갈무리했다. 홍윤성은 그 신비로운 나무의 모습을 보고는, 눈이 더욱 동그랗게 되어 유현을 바라봤다.


“방금 그 여자는.. 서대문 연합의 하지연 교수.. 그리고 그 나무는... 호주의 광휘의 나무와 같은 것.. 맞습니까?”


‘오호..’


역시 허술해 보였지만, 나름 대규모 조직의 정점에 있는 인물답게 광휘의 나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유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케이디와 눈을 맞췄다. 처음부터 설명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는데, 이렇게 되면 꽤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광휘의 나무..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 서대문 연합은 그 나무의 씨앗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낮고 또렷한 유현의 음성이 홍윤성의 얼굴을 충격으로 물들게 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믿든 안 믿든 제 말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 나무의 씨앗 중 하나를 당신께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뭐.. 뭐라고요??!!”


이미 놀라움으로 물들어 있었던 홍윤성의 얼굴은 그보다 한층 더 다이내믹한 표정을 더하면서 더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에 유현은 망설임 없이 품 안에서 밀봉 포장된 하나의 씨앗을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아니.. 이것을 왜.. 잠시만! 잠시만요!”


그대로 씨앗을 받아 들지 않은 홍윤성은 두 사람의 눈을 피한 채로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홍 단장님.”


유현이 여유를 주지 않고 그를 압박하자, 홍윤성이 고개를 들고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이 씨앗을 저에게 맡기시는 거죠?

“우리 서대문 연합의 목적은 이 나무들을 이용해서 전 국민을 이볼버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서대문 연합과 정 반대되는 조직인 우리 청해문에..”

“그게 목적 달성을 위한 빠른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유현의 말의 의미를 곱씹던 홍윤성은 그제야 알아들은 것인지 눈을 크게 떴다.


“서로 경쟁적으로 이볼버들을 늘릴 것이니까요? 제 생각이 맞나요?”

“정확합니다. 홍 단장님. 역시 총명하시군요. 제 눈을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하.. 제가 뭘..”


자신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마나웨폰을 사용하는 강자. 그런 엄청난 고수인 유현의 칭찬에 홍윤성이 어색하게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자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지..? 분명 서대문 연합에 이런 자는 없었는데..? 이승민이 빠져나가 망한 조직이 된 줄 알았더니.. 돈의검이라는 자도 그렇고... 역시 명문은 명문이라는 것인가..?’


홍윤성은 떨리는 두 손으로 유현이 내민 씨앗을 받아 들었다. 그의 손안에 담긴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힘을 품은 나무의 씨앗이라니, 도저히 믿기 힘든 순간이 자신에게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거.. 씨앗은 꽤나 평범하게 생겼네요? 마치..”

“복숭아씨처럼 생겼죠. 저희도 놀랐습니다.”

“아.. 맞네요! 정말 비슷하군요!”


홍윤성은 여전히 손으로 씨앗을 받쳐 든 채로 유현을 바라봤다.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홍윤성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한 번도 직접적으로 부딪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넓게 보면 적대적인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서대문 연합. 그런 서대문 연합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니..


“잘 생각해 보십시오 홍 단장님. 우리가 왜 청해문을 선택했는지를요. 사실 청해문보다 더 확실한 조직이 있지 않습니까?”

“반자련.. 말이군요..?”


유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홍윤성은 드디어 의문이 완전히 풀린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왜 하필 홍 단장님을 선택한 건지도요. 홍 단장님이 청해문의 단장의 직위를 맡은 최정점이기도 하지만, 사실 주류에서 밀려난 상태라는 것도 압니다.”

“...”


매일같이 만경루에 드나들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그를 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홍윤성은 이미 유현의 언변에 사로잡힌 얼굴로 긍정의 의미를 담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서대문 연합은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이해가 조금 되셨습니까?”


‘내가 만만하다는 거지.. 나를 얕잡아 보고, 이 귀한 씨앗을 마음 놓고 맡기는 거라는 말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이건 내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다!’


상황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홍윤성의 모습에, 유현은 지체 없이 얘기를 이어갔다.


“나무가 처음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최소 5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는 철저히 이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죠. 누구도 믿어서는 안되고, 단장님만이 이 나무를 통제해야만 합니다. 청해문주에게 이 씨앗이 넘어가면, 단장님은 계속 주류에 속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해했습니다.”

“제가 비밀리에 나무를 안전하게 심어 키울 곳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나무가 워낙 눈에 띄는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소 세 개의 후보지를 알려드릴 테니, 홍 단장님께서는 그 장소들을 둘러보시고, 동시에 세력 기반을 그곳으로 옮길 준비를 마치십시오. 가능하시겠습니까?”


홍윤성은 결심을 굳힌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장소들에 대한 정보는 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하십시오!”


씨앗을 소중하게 품은 홍윤성이 메일 주소를 유현에게 넘기고, 빠른 발걸음으로 자리에서 사라지자, 케이디가 한시름 놓은 얼굴로 유현을 보며 웃었다.


“리더. 배우 해도 되겠는데요? 진짜 복숭아 씨앗을 들이밀 때는 살짝 쫄렸다고요.”

“후우.. 거짓말은 정말 힘든 것이군요.”


유현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등의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케이디에게 펜트하우스 안의 뒷정리를 부탁하며 만경루주가 선물한 자신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


“왔다!”


지루한 표정으로 메일함을 바라보고 있던 윤필이, 유현에게서 온 메일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모니터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청해문의 적당한 단장과 접촉에 성공했고,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중.


월영에 정보를 의뢰한 결과, 전라남도에는 씨앗을 맡길 만한 조직은 없는 것으로 보임. 그나마 목포의 무안혈맹이라는 조직이 지역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는 하나, 두 사람이 거기까지 갔다가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촉박함. 약탈 조직 중 현재 세력이 가장 강성한 조직은 광라연합이라고 함.


아직 일홍 씨의 약혼자의 흔적은 찾지 못했음.]


모든 내용을 읽은 윤필이, 옆에서 차분한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고 있는 차기수를 내려다보며 김해리의 눈치를 살폈다. 이에 김해리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자 윤필이 연기톤의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결국 광휘의 나무 씨앗 하나를 청해문의 단장 한 놈에게 넘겼다는 말이지?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구만!”

“맞아요. 이 사실은 광주-나주 연합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일 텐데, 비밀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겠어요.”


어색한 연기 톤의 대화가 한차례 끝나자, 김해리는 그제서야 차기수를 가리키며 놀라는 연기를 했다.


“오빠. 이 자식 깼어요!”

“뭐?”


파즈즈즈즈.


윤필의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전기의 줄기가 다시 차기수의 몸으로 흡수되며 사라지자, 차기수는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그 자세 그대로 기절했다.


“아이씨.. 너 연기를 왜 이렇게 못 해?”

“미친.. 그건 오빠도 마찬가지거든요? 완전 발연기야.”

“그래도.. 속았겠지?”

“뭐.. 속지 않았어도.. 보험 같은 거니까 상관없어요. 출발해요 이제.”


두 사람은 기절한 차기수를 그대로 찬 바닥에 내버려 둔 채, 컴퓨터에 전류를 흘려 망가트린 채, 다시 일홍이 기다리고 있을 군산으로 향했다.


*


다음날 아침,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유현은 자신의 침대에 거의 반라 상태로 누워있는 만경루주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철컥.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문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만경루주의 다른 직속 호위인 흉터남과 그의 부하 두 사람이 유현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조.. 좋은 밤 보내셨습니까?”


쑥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오는 흉터남에게 유현은 대꾸할 마음도 들지 않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건물 밖으로 향했다.


건물 밖의 풍경은 어제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만경루의 용병단 모집 소식을 듣고 근처 지역들에서 찾아온 자들이 또다시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유 호위님! 좋은 아침입니다!”


벌써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지 유현을 알아본 간부 한 명이 고개를 빠르게 숙이며 다가왔다.


“응 용병단에 지원한 사람들 이름 좀 확인하고 싶은데.”

“아 예! 잠시만 기다리십쇼.”


남자는 빠르게 접수처로 달려가 절차를 모두 중단시킨 채, 지원자들의 정보가 적혀 있는 명단을 가지고 다시 유현에게로 향했다.


쭉 훑어본 유현은 여전히 명단에서 찾는 이름을 발견하지 못하자, 남자에게 다시 명단을 넘기며 물었다.


“혹시 이 명단에 등록되지 않은 자도 있나?”

“유 호위 님처럼 뛰어나신 분들은 따로 저희가..”

“그러니까. 나 말고도 또 있나? 일반인인데 용병단에 속하지 않은 자가.”


유현의 질문에 남자는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아.. 어제 아침에 왔던 한 사람이 있긴 한데..”

“그 자는 어디에 있지?”

“혹시.. 유 호위 님이 아시는 분이신 겁니까..?”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유현의 노기 띤 말투에 남자는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그 자는 주.. 죽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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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Ep.16 전운(2) 22.04.01 89 2 13쪽
72 Ep.16 전운(1) 22.03.31 7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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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Ep.15 그럼에도(9) 22.03.29 78 2 12쪽
69 Ep.15 그럼에도(8) 22.03.28 71 2 13쪽
68 Ep.15 그럼에도(7) 22.03.26 74 3 12쪽
67 Ep.15 그럼에도(6) 22.03.25 76 3 13쪽
» Ep.15 그럼에도(5) 22.03.24 81 1 12쪽
65 Ep.15 그럼에도(4) 22.03.23 80 2 13쪽
64 Ep.15 그럼에도(3) 22.03.21 91 3 11쪽
63 Ep.15 그럼에도(2) 22.03.21 96 2 13쪽
62 Ep.15 그럼에도(1) 22.03.19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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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p.14 사람을 보는 눈(5) 22.03.16 96 3 12쪽
58 Ep.14 사람을 보는 눈(4) 22.03.15 92 3 13쪽
57 Ep.14 사람을 보는 눈(3) 22.03.14 98 3 11쪽
56 Ep.14 사람을 보는 눈(2) 22.03.12 105 2 12쪽
55 Ep.14 사람을 보는 눈(1) 22.03.11 116 2 13쪽
54 Ep.13 여행자들(4) 22.03.10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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