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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807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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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군자보구 십년불만 君子報仇 十年不晩

DUMMY

” 아주 생지랄들을 하고 있네. “


왕위가 투덜거렸다.


” 뭐래. 그렇게 말할 것까지야···.“


왕방이 여빙심과 강치우의 눈치를 보며 참견하자,

왕위는 볼멘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거리는 것이,

체구는 커졌지만,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모양이라서 여빙심은 쓴웃음을 지었다.


” 지랄이지 뭐.

환관이라는 자가 역모를 꿈꾸고,

소위 정파 무림이라는 작자들이 사파인 하오문과 서장 홍모교와 손잡고

아주 본격적으로 우리와 치우를 모조리 대역죄로 몰아가는 거잖아.

이제 왜 그놈들이 애꿎은 강룡 금장에 죄를 뒤집어씌웠는지 알겠네. “


네 사람은 개방에서 신분을 감추고 성도에 숨어들어 초 공공 일파의 밀담을 엿듣고 온 첩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 그들은 본격적으로 반란을 일으킬만한 군자금이 부족한 것이지.

그걸 이유로 강룡 금장이 독점권을 가진 소금과 황금에 대한 유통권을 확보하려던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겠지.

그러나 그 수익이 적진 않지만,

단기간에 군자금을 만들 정도는 아니고,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말하는 강 씨 금장의 숨겨진 비고 祕庫.

그것이 당장 그들에겐 급한 목적이니,

그들이 치우를 목메 잡으려 애쓰는 게 당연하겠지. “


여빙심이 특유의 건조한 말투로

일목요연하게 그간의 궁금증을 정리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강치우를 향했다.


” 하지만 치우야.

넌 본가의 비고라는 것이 비밀통로에 불과했고,

그곳에 야명주가 제법 있다곤 했지만,

그 정도는 모르긴 해도 소금의 독점권 이상은 아닐 것 같은데···.

그 외에는 네가 아는 비밀 장소가 없다며? “


왕방이 치우에게 묻자 왕위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 야, 그건 아니지.

분명히 우리가 지부로 치우를 데려다주면

그 비고 통로에 있는 야명주는 우리한테 다 준다고······.“


눈치 없이 끼어든 왕위의 등짝을 왕방이 매섭게 후려치고,

여빙심은 냉정한 눈을 크게 떠 놀랍다는 표시를 한다.


” 그런 일이 있었느냐?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동굴 통로를 밝힐 정도로 야명주가 흔했다면,

그것만 거두어도 적어도 백여 명은 평생 놀고먹어도 남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큰돈을 이 둘에게 다 주겠다고 했다고? “


여빙심이 묻는 듯 치우를 바라보자, 치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실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강치우의 몰골은 괴이했다.

오래도록 햇빛을 보지 못한 얼굴은 희다 못해 창백하고,

무엇의 탓인지 머리카락도 절반은 희게 변해버렸다.


그것이 온천의 탓인지 특이한 내공심법의 영양인인지는 몰라도,

치우는 스물이 채 안 된 나인데 외형은 중년으로 보였다.

얼굴 절반을 덮고 있던 화상은 붉은 기운은 사라졌지만,

성장하던 과정이어서 그랬는지 기괴한 주름들이 얼굴 절반을 덮어서,

보는 사람들을 섬찟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개황동 안에서 버섯이나 소채 종류로 버틴 기간이 길다 보니,

얼굴 살과 몸의 살이 모조리 빠져버려서

그는 마치 천축에서 가끔 보이는,

수도 시절의 석가모니 좌상처럼 위태스러워 보였다.


” 뭐, 일족이 전멸한 제게 그까짓 야명주가 대수겠습니까.

개황동에서 오랫동안 생각했었습니다.

만약,

제가 쓰촨에 와서 민강현에 도착해

왕방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죽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왕호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면,

도망치던 중간에 왕위의 타구 봉을 배우지 못했다면,

왕지홍 사부를 만나지 못했었다면

저는 벌써 죽었거나 저들 초 공공 일파에게 잡혀가

고문을 받다 죽었겠지요.

어차피 저들이 의심하는 비고의 위치도

열쇠도 지도도 저는 당시에 아는 바 없었으니 말입니다. “


“ 네 가슴이 정말 동정호처럼 넓구나!

아무리 그래도 태어나 부잣집 외동아들이던

너로서는 돈이 없이 갑자기 거지무리에 동화되기도 쉽지 않았을 테고.

그런데도 자신의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두 아이에게 모든 것을 넘긴다고 약조하다니. ”


여빙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왕위가 다시 끼어들었다.


“ 너, 당시에 라고 했지?

그럼 그 이후엔 알게 되었다는 건가?

그 비고를? ”


강치우는 왕위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 역시,

왕위 너는 진정한 책사에 어울려.

세상의 이치나 사람의 말에서

숨겨진 것들을 읽어내는 법이 탁월하니.

네가 돈을 벌어도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만. ”


치우의 말에 왕방과 여빙심도 놀란 눈으로

왕위와 치우를 번갈아 보았다.


“ 정말이야?

어떻게 그걸 알게 되었어?

개황동에 지도나 그런 것이 남아있었니? ”


왕방이 묻자 치우는 말 없이 빙긋 미소를 짓는다.

그가 미소를 짓는 얼굴이 화상의 흉터 때문에

일그러지는 것처럼 보여서 왕방은 마음이 아팠다.


“ 그건 급하지 않은 일 같아.

일단, 선대의 유훈과 왕 사부님의 희생 덕분에

나는 개황이라는 자리를 얻었지.

그러나 알다시피 개황이란 개방파와

과거부터 연관된 줄기가 커서 그런 것이지,

실제로 개황이 곧 개방의 방주는 아니라는 거.

즉, 내가 개황이라는 이름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개방 내의 황제 순의단과 같이 숨겨진 조직 몇 군데밖에 없어.

그건 곧 내겐 아직도 초 공공과 다툴 힘이

형편없이 부족하다는 뜻이지. ”


치우의 말에 왕위가 바로 반박을 한다.


“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일단 아미파에서 보여준 네 무공.

그건 어디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무공이야.

그렇잖아.

한 사람이 단 두세 번의 공격으로 수십 명을 몰살하다니.

그 정도 무공은 당금 무림에서 아마···.

적수를 찾기 어려울 거다.

그런데 뭐가 부족해서? ”


“ 그건 그렇지 않다. ”


왕위의 말을 바로 또 반박하고 나서는 게 여빙심이었다.


“ 치우의 무공이 대단한 것은 인정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소규모 방파 하나쯤은 멸문을 시킬 정도지.

이를테면 강시당 이나 벽력당 같은 규모를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무림 파가 아닌 군대 야.

당문 만 해도

당가의 일대 십여 리를 중심으로 모두 혈족으로 맺어진 지역이다.

그들을 전부, 치우가 전멸 시킬 수 있겠나?

게다가 독공과 암기,

장애물 기관이 숱하게 깔린 곳이 당문인데.

한 손이 열 개의 손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

과거에 초패왕도 결국 패하지 않았느냐?

그가 무공이 부족해 패한 것은 아니다. ”


그건 그랬다.

과거 무림사를 통틀어 보아도 치우와 같은 신위를 보였던

무림인이 흔치 않았다.

더구나 치우는 아직 그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세력을 상대로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분명 사실 이었다.


“ 하여튼 세상 참, 공평치 못해.

나하고 왕방은 머리 맞아가며

여러 사부께 혼나가며 죽으라고 수련을 했는데······.

수련 기간은 비슷한데도

왜 너는 그렇게 상승무공의 경지에 올랐냔 말이야.

불공평해, 불공평해. ”


왕위가 투덜거리자, 치우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 그거야 내가 태어나서부터 나도 모르게

선대가 남긴 기공을 수련한 것도 있고,

개황동이라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직 수련밖에 할 수 없었던 게

이유라면 이유일 거다.

그 지옥 같은 동굴에서 벗어나려면

선대가 남겨놓은 무공을 대성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으니까. ”


왕위와 왕방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년 가까운 시간 동안 동굴에 갇혀 지낸다는 것은 무슨 느낌일까.

그 누구와도 말 한마디 섞지 못하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직 무공 수련.

치우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들의 수련은

오히려 화기애애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스레 미안해진 왕위는

치우에게 농담처럼 헤헤거리며 물었다.


“ 근데, 그 비고 말야.

정말 그 환관 놈이 목을 내걸고 설쳐댈 만큼 대단해?

그가 모든 역량을 너를 잡는데 동원할 정도로? ”


궁금했던지

늘 무심한 여빙심과 왕방도 치우를 슬쩍 쳐다보았다.

치우의 시선이 멀리 허공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흉터 가득한 얼굴에서

갑자기 은은한 빛이 난다고 생각한 건 나뿐인가,

하고 왕위가 갸웃거렸다.


“ 그 비고는······.

나도 다 헤아리진 못해.

다만, 그것으로

일개 왕국을 사들일 수 있는 정도인 건 확실하다. ”


세 사람은 치우의 말을 듣고 입을 벌린 채 한참 굳어있었다.



“ 그냥 나를 죽이는 게 어때? ”


왕태구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하오문의 문주,

가태관에게 말했다.

왕태구는 양팔이 어깨에서 잘리고,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귀도 모두 잘린 상태로

한쪽 눈까지 멀어버린 몰골이었다.

지금도 그의 입술에는

뾰족한 강침들이 꽂혀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

그가 입을 열어 말하기까지 고통이 대단할 것이었다.


“ 글쎄?

나도 귀찮아서 그러고 싶기는 하지만

공공께서 너를 순의단에서 도주한 자들에 대해

마지막 협상조건 정도로 생각하니,

그냥 또 죽여버릴 수는 없네? ”


“ 흥! 나 따위가 협상 조건이 될거라고 생각한다면

개방파를 너무 무시한 처사다. ”


“ 워, 워. 그러지 말게.

공공이 그렇다는 거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다만 난 자네가 내 손에 들어온 이상,

과거의 해묵은 감정들을

서로 좀 털어보자는 의미로 그랬을 뿐이네.

물론 감정만큼 살덩이를 털어내자면

결국 남는 건 모가지 정도겠지만. ”


과거, 난징에서 하오문이 본문을 두고 있었을 때

그들은 악명이 꽤 높았다.

난징의 흑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하오문의 본문이었고,

그중에서도 장차 하오문을 이끌어갈 인물들을 고를 때

그들의 성정을 보는 터라,

지나치게 잔인하고 냉정한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

그중 가장 독보적인 것이 바로 가태관 이었다.


그리고 그의 전횡이 지나쳐

백성들의 고혈을 짜낸다는 소문이 퍼지자,

난징의 개방지부에서 요청하여

순의단의 왕태구가 하오문을 혼내준 일이 있었다.

거기서 가장 난폭하던 가태관이 나서서 설쳐대다가,

왕태구의 일격에 한쪽 어깨가 부러져

지금도 한쪽 팔을 제대로 못 쓰는 것이다.


지금 가태관은 그때의 일을 왕태구에게 말하고 있었다.


“ 자, 그럼 이번에는 어디를 좀 잘라볼까?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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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용담호혈 +1 20.06.30 409 4 8쪽
» 군자보구 십년불만 君子報仇 十年不晩 +1 20.06.27 439 4 10쪽
53 역모의 변 辨 +1 20.06.26 417 4 9쪽
52 종친 +1 20.06.25 421 5 12쪽
51 개황 출도 +1 20.06.24 403 4 11쪽
50 첩첩산중 +1 20.06.23 392 5 11쪽
49 남군도독부 +2 20.06.22 407 4 11쪽
48 아미 복호 +2 20.06.22 413 5 10쪽
47 습격 +4 20.06.18 434 4 10쪽
46 쇄겸수 碎鎌手 +1 20.06.17 434 5 9쪽
45 금강동 +1 20.06.17 43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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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보은 +5 20.06.12 46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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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배반자 20.06.11 448 3 8쪽
37 개황동 20.06.10 448 4 8쪽
36 역모 20.06.10 452 4 9쪽
35 만력제 萬曆帝 +2 20.06.09 474 4 7쪽
34 항룡십팔장 +2 20.06.09 489 6 7쪽
33 금의위 +2 20.06.08 468 6 8쪽
32 고문 20.06.05 458 3 8쪽
31 지부 20.06.05 463 4 10쪽
30 비밀 20.06.03 477 3 10쪽
29 당묘 20.06.02 488 3 9쪽
28 부두 +2 20.06.02 49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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