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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능선의 서재입니다.

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39,809
추천수 :
460
글자수 :
344,307

작성
20.06.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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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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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역모의 변 辨

DUMMY

” 전부 사라졌다고? “


‘텅!’


보고를 받다가 꽥 소릴 지르며 의자 곁에 있던 금잔을 날린 것은 초 공공,

그가 집어던진 금잔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은 회색빛 비단옷을 입은 중년의 사내였다.

사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초 공공이 내던진 금잔에 이마를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고개를 조아릴 뿐,

앓는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 그들이 아미산 초입까지 간 것은 목격한 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그들이 황화 객들에 횡포를 부려 목격자도 없고······.“


” 그래서 네놈에게 미리 그들을 보는 눈을 붙이라고 한 것 아니냐? “


초 공공은 노기를 멈추지 않았다.


” 물론 저희 문에서 발 빠른 아이들을 여럿 붙였습니다.

하오나 그들 역시 그곳에서부터 소식도, 흔적도 끊어진 터라···.“


초 공공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것은 하오문의 문주,

가 태관 賈泰冠 이었다.

본래 명나라 건국 때 수도였던 남경에 본문을 두었던 하오 문이지만,

이번 초 공공의 남하에 대응하여 문주가 쓰촨의 성도로 자리를 옮겨온 것이다.

하오 문을 끌어들였던 것은 강시당 이었지만, 세력의 크기가 결국에는 자리를 결정하는 법이라,

하오 문주가 초 공공을 직접 응대하게 된 것이다.


” 네놈의 졸자들이 결국 개방의 떨거지들을 당해내지 못했거나,

아미파의 중놈들이 그들을 제거했겠지.

하지만 증거가 없으니 황실에서 인정한 아미파를 무조건 닦달하진 못한다.

네놈은 지금부터 아미파로 개방파 순의단을 잡으러 갔던 금의의 황보 태우와 홍모교의 라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반드시 찾아내라.

그게 안 된다면···. 네 목을 걸어도 부족할 것이야. “


하오 문주 가태관은 고개를 사뭇 조아리면서 속으로 이를 갈았다.


‘ 불알도 없는 놈이 감히.

내가 황금을 보고 덤벼들긴 했지만, 이 수모는 반드시 갚으리라.

강호의 사람들이 언제 네놈들 관과 섞인 적이 있었다고···.‘


하오 문주에게 화풀이를 한 초 공공은 하오 문주의 뒤에 나란히 서 있던 네 명,

당문 가주와 벽력당의 가주, 강시당의 가주, 청성파의 장문인을 훑어보았다.


” 내게 너희만 한 무력을 가진 황실의 무림인들을 소집할 능력이 없어서 너희들을 쓴 줄 아느냐?

이번 행사를 통해 과거 강룡 금장이 쥐고 있던 소금과 황금의 전매권을 나누어주는 조건으로 너희들을 불렀다만,

그건 황실의 무력을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으려 한 것뿐이다.

너희들이 하오문의 정보를 바탕으로 바로 움직이지 않고 홍모교를 쓴 것도,

너희가 아미파와 충돌이 일어나면 자칫 무림각파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지. 하나. “


잠시 말을 멈추고 새로이 준비된 금잔으로 차를 한입 마신 초 공공은 섬찟한 눈빛으로 좌중을 쓸어본다.


” 어차피 이제 더 숨기며 일을 진행하긴 힘들게 되었다.

나는 아미파에 숨어들었던 순의단의 잔당들을 잡아 강치우의 행방을 캐려 했으나,

이번 일로 더 행방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사실 강룡 금장이 독점하던 강남 지역의 소금 전매권만 해도 상당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과거 만력제 시절부터 강룡 금장을 통해 숨겨둔 보고를 찾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그 보고를 찾는다면 그때는. “


다시 한번 말을 멈춘 초 공공은 삼엄한 눈빛으로 좌중을 다시 쓸어보았다.


” 나는 이곳 남경에서 새로운 제국을 건설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바로 제국의 새로운 지배자가 되겠지.

그러하니 너희들은 가문과 문파의 존폐를 걸고 나를 따라라.

과거 주원장도 홍건적과 손잡고 난징에서 당금 명 제국을 개국하였다.

만력제 때부터 지금의 명은 국운이 다하여 기운이 쇠퇴하는 지경이니,

이대로 망국의 백성이 될 것이냐 새로이 떠오르는 제국의 동량이 될 것이냐.

이건 너희들이 하기 나름이다. “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네 문파의 가주들은 초 공공의 광오한 계획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

그들이 황금과 중앙권력에 목이 말라 담근 일이,

실제로는 제국의 주인을 바꾸겠다는 엄청난 사건이 될 줄이야.

아닌 게 아니라 초 공공의 말대로 명 제국을 건설한 주원장 역시 별 볼 일 없는 농부의 자식에 지나지 않았고,

최고의 암군 暗君 이었다는 만력제 이후로 실정을 일삼는 황제들,

그리고 주변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설치는 외가들에 의해 제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상태였다.

국경은 늘 불안하여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백성은 늘 폭정에 시달렸다.

환관들이 정국을 쥐락펴락하는 시대였으니 환관들의 최고봉이 된 초 공공이 나라를 탐낸다고 손가락질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역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 우리는 과거 촉의 유비, 관우, 장비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곳에서 새로운 국가를 세우기 위한 결의를 하려고 한다.

너희들 다섯은 이제부터 새로운 제국의 패주가 되기 위한 결의를 하자. “


초 공공이 말을 마치자 주변에 둘러서 있던 위사 다섯이 미리 준비된 금갑을 들고 각 가주에게 돌렸다.

그들은 모두 어리둥절하여 금갑을 들고 바라보는데 마찬가지로 금갑 하나를 손에 든 초 공공이 금갑의 뚜껑을 열며 좌중에 말했다.


” 이것은 과거 주원장이 건국 결의를 할 때 썼다는 황제신단 皇帝神丹 이다.

나는 너희들과 더불어 이 신단을 복용하여 우리의 결의를 다지려 한다. “


느닷없는 신단이라니.

불안한 가주들은 조심스럽게 금갑의 뚜껑을 열었다.

금갑 안에는 붉은 비단 주머니 위에 황금색 환단이 놓여있는데,

뚜껑을 열자마자 청량한 향기가 맴돌아 가주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 자, 우리는 한날한시에 태어나진 않았지만, 이 신단을 복용하여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대업을 이 자리에서 맹세한다.

모두 환단을 삼키자. “


초 공공이 망설임 없이 환단을 삼키자,

눈치를 보고 있던 5명의 가주도 동시에 환단을 삼켰다.

청량한 기운이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고,

그들의 전신세맥에 빠르게 차가운 기운이 내달리며 단전에 내공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느끼는데,

다섯 명의 가주는 갑자기 증폭되는 내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 이 황제 신단은 너희들의 내공을 높여주고 서로 교감을 쉽게 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 하나, 아주 중요한 효능은. “


말을 멈춘 초 공공은 지금까지 와는 다른 지극한 눈빛으로 좌중을 내려다보았다.


” 이 환단 안에는 남만에서 나는 아주 작은 벌레들이 들어있지.

내가 먹은 환단에 있는 것이 모체이고 너희들이 먹은 환단에 들어 있는 것이 자체다. “


” 뭐요? “


다섯 중에 가장 무력이 강하고 강호의 역사도 깊은 청성파의 장문인,

태청 도인 능가경이 발끈 화를 내었다.

” 공공께서는 우리에게 고독 蠱毒을 먹였단 말이오? “


고독 蠱毒,

보통은 뱀이나 지네 따위의 독을 발하지만,

태청 도인이 말하는 고독은 그와 달랐다.

남만에서 나는 일종의 기생충으로, 그 벌레들은 인간의 뇌를 숙주로 삼는다.

특이하게 어떤 종류는 알을 낳은 모체의 영향을 받아서 그 알에서 부화한 새끼벌레들은 모체가 기생하는 숙주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게 된다.

게다가 모체 숙주가 죽기라도 한다면 다른 자체가 들어있던 숙주들도 동시에 죽게 되곤 했다.

명나라 개국 초기에 주원장은 출신이 미천한 자신을 보위하는 부하들을 믿을 수 없어 종종 이 고독을 먹여 자신의 충복으로 삼곤 했다.


” 너희들이 내게 반역하는 마음만 없다면 그 고독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고독을 싸고 있던 환단은 소림의 대환단과 같은 방법으로 연단 된 것이니 너희들에겐 기연이 아닌가? “


비웃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초 공공에게 분노를 드러내려던 5명의 가주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실 한 해에 한 개를 연단 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소림사의 대환단.

수명을 늘려주고 내공을 증진 시키는 데는 그만한 영약이 없다.

그들이 초 공공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이만한 영약을 받은 것만으로도 엎드려 절을 할 판인 것이다.


” 내 비록 너희들을 필요 때문에,

너희들도 돈과 권력을 위해 나와 손을 잡은 것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한배를 탄 몸.

기왕 그런 거라면 아무짝에도 못 쓸 연판장 같은 것보다는 이렇게 서로 확실한 고리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으냐?

너무 언짢아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제국이 완성되면 너희들은 각 성을 다스리는 패자로 옹립될 것.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


초 공공의 말을 들은 다섯 가주는 도리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공공의 은혜에 감읍하며 반드시 충성을 다하여 건국에 일조하겠소이다!! “


다섯 사내의 우렁찬 음성이 울려 퍼졌다.



” 아주 생지랄들을 하고 있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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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포기 +1 20.07.01 382 3 8쪽
55 용담호혈 +1 20.06.30 409 4 8쪽
54 군자보구 십년불만 君子報仇 十年不晩 +1 20.06.27 439 4 10쪽
» 역모의 변 辨 +1 20.06.26 417 4 9쪽
52 종친 +1 20.06.25 421 5 12쪽
51 개황 출도 +1 20.06.24 403 4 11쪽
50 첩첩산중 +1 20.06.23 392 5 11쪽
49 남군도독부 +2 20.06.22 408 4 11쪽
48 아미 복호 +2 20.06.22 413 5 10쪽
47 습격 +4 20.06.18 434 4 10쪽
46 쇄겸수 碎鎌手 +1 20.06.17 434 5 9쪽
45 금강동 +1 20.06.17 432 4 10쪽
44 음모는 멈추지 않는다 +1 20.06.16 434 5 10쪽
43 와신상담 +2 20.06.16 436 6 10쪽
42 월녀검법 +2 20.06.15 453 4 11쪽
41 황제순의단 +6 20.06.15 445 7 10쪽
40 보은 +5 20.06.12 465 7 10쪽
39 무공의 구결 +8 20.06.11 488 10 7쪽
38 배반자 20.06.11 448 3 8쪽
37 개황동 20.06.10 448 4 8쪽
36 역모 20.06.10 452 4 9쪽
35 만력제 萬曆帝 +2 20.06.09 474 4 7쪽
34 항룡십팔장 +2 20.06.09 489 6 7쪽
33 금의위 +2 20.06.08 468 6 8쪽
32 고문 20.06.05 458 3 8쪽
31 지부 20.06.05 463 4 10쪽
30 비밀 20.06.03 477 3 10쪽
29 당묘 20.06.02 488 3 9쪽
28 부두 +2 20.06.02 49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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