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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왕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0.09.11 10:3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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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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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4,307

작성
20.06.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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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군도독부

DUMMY

“ 무령 장로께서는 잠시 비무를 거두어 주시오! ”


내공이 실린 창노한 음성이 비무장을 왕왕대며 울리자 내공이 약한 제자들은 인상을 찡그리며 귀를 막았다.

무슨 일인가 무승들이 잠시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비무대로 세 명의 그림자가 문자 그대로 ‘훨훨’ 날아들었다.

그들의 모습을 본 무승들이 일제히 일어나 ‘ 아미타불! ’ 이라며 읊조리고,

무령사태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여빙심과 두 제자는 의외의 전개에 어리둥절.

조금 전까지 치열한 공기가 가득하던 비무대는 갑자기 무거운 적막에 휩싸였다.


비무대에 나타난 두 명의 여승과 한 명의 비구.

그들은 아미파의 장문인인 무오 사태와 그의 사제이자 장로인 무심 사태,

그리고 복호사의 주지인 태청대사였다.


“ 갑자기 손님을 데려와 비무라니 무슨 일이오? 사제. ”


무오 사태가 힐난의 눈빛을 가득 담고 무령 사태를 노려보자,

기세등등하던 무령사태의 어깨가 오그라들었다.


“ 개방에서 제자를 맡아 달라고 해서 제자들에게 잠시 그들의 무위 식견을······.”


“ 결국, 사제가 이 일을 주선한 셈이군요? ”


무오 사태가 대놓고 무령 사태에 질문이 아닌 추궁을 하고,

곁의 무심 사태와 태청대사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 이 일은 내가 사제에게 따로 물을 것이오,

제자들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라! ”


장문인의 창노한 음성이 다시 울려 퍼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있던 제자들은 어마 뜨거라 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제 비무대에는 아미의 장문인과 장로 세 명,

복호사의 주지와 사대 금강, 그리고 개방의 여빙심과 제자 둘만 남았다.

여빙심이 앞으로 나서며 포권을 했다.


“ 개방 순의단의 교두, 여빙심이라 합니다.

이리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장문인, 주지 스님. ”


그가 나서자 제자 두 명도 뒤에서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읍을 한다.

무오 사태는 그들을 바라보며 마주 읍을 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얼굴이었다.


“ 이곳에는 아미파의 수좌에 해당하는 인물들만 있으니 바로 말씀을 드려도 되겠구려.

일단 아직 치기가 있는 무령으로 인해 졸지에 봉변을 당한 셈이니 사과하오. ”


장문인의 말에 무령사태의 얼굴이 벌게졌다.

여빙심은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아미의 장문에 당황했다.


“ 아닙니다. 저도 잘한 게 없으니······.”


“ 그렇다면 다행이오,

다름이 아니라, 귀하가 우리 문파에 제자들을 의탁하러 온 이유가 있을 터.

솔직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소? ”


여빙심은 뜻밖에 장문인이 이리저리 틀림없이 직설적으로 묻자 잠시 당황했다.

방금 나타난 장문인이 자신들의 거취를 안다는 것은 산문을 지키는 승려들에게 들어서였을 것이니 시치미를 떼기 어려웠다.

그녀는 잠시 비무장에 남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 실은, 오군도독부로부터 개방 쓰촨 지부의 문도를 대상으로 징집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명색은 월국 정벌이라고 하지만,

우린 그것은 핑계이고 개방도를 쓰촨에서 끌어내곤 지부를 습격하려는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눈치챈 상태라,

이 아이들을 숨기려고 데려온 것입니다. ”


여빙심이 순순히 말을 하자,

무령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짜증스러운 표정을,

복호사의 사대 금강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놀란 표정을,

무오 사태와 무심 사태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 여 시주가 솔직하게 말해주니 고맙소.

솔직히 그게 사실이라 하면 우리가 여 시주의 제자들을 숨겨준다는 것은,

황실과 오군도독부를 속이는 것과 같소. 인정하오? ”


무오 사태가 얼음장 같은 시선을 여빙심에게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데,

마음이 얼음 같다고 ‘빙심’ 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여빙심조차 당혹하기 짝이 없다.


“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우리 개방과 아미는 구파일방의 일원으로······.”


“ 괜찮소. 인정하는구려.

결국, 우리는 동시에 함정에 빠진 셈 아니오? ”



“ 그놈들을 못 찾았다고? ”


짜증이 가득한 음성이 전각을 울렸다.

쓰촨의 행정 중심이랄 수 있는 성도.

그 성도의 안찰사 按察使가 자리를 잡은 전각의 중심에서 초 공공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전각의 중앙에 놓인 의자에는 후덥지근한 쓰촨의 온도와 맞지도 않는 호피가 놓여있고,

그 호피 위에 한껏 멋을 부린 붉은색 경장을 입은 초 공공이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호통을 치는데,

전각 아래의 단에는 네 명의 중년 사내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사천당문의 가주 독심 毒心 당위명 唐威明, 벽력당의 당주 혼천뢰 魂穿雷 구지심 丘智深, 청성파의 장문인 비접귀수 飛蝶鬼水 노일지 盧日池, 강시당의 당주 인 철시 鐵弑 팽위 彭威.

당대에서 구파에 드는 인물이 하나,

오대 세가에 드는 인물의 대표가 하나,

그리고 황실과 연관하여 대를 이어 사업을 이어가는 당이 두 군데.

그들의 면모는 하나하나가 한 성의 대표주자로 나서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초 공공의 발아래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얼마 전 개방지부 습격 때 당당히 초 공공과 어깨를 견주던 당문의 가주 당위명엔 수모가 아닐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초 공공을 능가하여 큰소리를 칠 인물은 없으니 도리가 없다.

초 공공은 이번에 월국 정벌을 내세우며 본래 명대의 직책에는 없는 ‘총독’이라는 직책을 받아 내려온 것이었다.

그것은 남군 도독부 제독과 남군 도독부가 담당하는 성들의 포정사와 안찰사를 통틀어 아우르는 전권을 위임받은 것이었으니 가히 왕국의 왕과 같았다.

과거 초 공공의 동창 제독 시절에 뇌물과 함께 황실에 종가 세력들을 앉히는 데 성공한 당문의 가주로서,

그와 함께 어깨를 견주어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하던 당위명은 새삼 초 공공의 위치가 달라졌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 어처구니가 없군요.

자그마치 금의위와 남군 도독부 군사만 일천으로 포위망을 만들었고,

그 안에서 쓰촨성 무림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성파와 당문.

벽력당 과 강시 당을 동원하여 이백 명 이상이 뛰어들어놓고도,

달랑 개방의 왕 지홍 하나를 죽이고 그의 제자들은 싹 다 숨어버렸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목표이던 강치우 그놈은 아예 행방도 묘연하다?

그러면 우린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거병을 한 것이오?

정말로 월국 국경을 정리하려고? ”


초 공공의 역정에도 네 명의 거물들은 모두 입을 떼지 못했다.

청성, 당문, 벽력당의 세 주인은 일제히 강시당의 당주 팽위를 노려보았다.

이 모든 것이 다 네놈 때문 아니냐는 듯.

그리고 그들의 책망은 어느 정도는 사실 이었다.

강시당 당주 팽위가 진땀을 흘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이건 저희가 정보를 얻어온 하오문의 잘못도 있습니다.

아니, 실은 그놈들의 문제가 제일 크다고 하겠지요.

놈들이 수년 전 개방으로 들어간 강치우가 행방불명 되었다고 했을 때,

그들의 정보로는 당시 본당 장로였던

당묘의 강시 독에 중독되어 거의 죽었을 거라는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시 독은 사람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드는 독술 이라서,

죽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로

추측해서 보고를 올린 것이고.

그 이후로도 개방에서 딱히 다른 움직임은 없었고,

북경지부로부터 여빙심을 교두로 초빙하여

당시 강치우와 동행했던 두 아이에게

무공을 전수하고 있다는 것까지가 최신 정보였습니다.

해서, 초공공께서 남진을 오시는 길에 거지소굴을 털어

놈과 연관이 있을 황제 순의단의 떨거지들을 잡아서 신문하려던 것인데······.”


말을 하다만 팽위가 슬쩍 벽력당의 구지심을 쳐다본다.


“ 무슨 소리요?

그러면 팽 당주께서는 우리 벽력 당이 왕 지홍을 죽였다고 탓하는 것이오?

놈의 쌍장에 이번에 참가한 우리 문도 태반이 죽었소이다.

사태가 이리 될 동안 당문과 청성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이오? ”


당문과 청성은 그들의 제자들이 군부와 관부에 많이 진출해 있으므로 이번 행사에 참여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에겐 이런 행사로 문파의 전력을 기울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쓰촨성에는 크게 세 개의 문파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구대 문파 중 세 개 문파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중 아미파와 점창파는 서로 교류가 있었다.

점창파의 원류가 과거 대리국의 소승불교였으므로,

그들은 불문인 아미파와 선천적인 공감대가 있었고,

반면에 도교로 출발한 청성 파는 관부 진출이 많던 당문과 교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묘한 힘의 역학관계 때문에라도,

관부에 협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들의 문파에 영향이 있을 정도로 힘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로 관으로부터 직접 일을 받는

벽력당이나 강시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벽력당은 무력을, 강시당은 정보를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강시당이 정보를 의존했던 하오문은 ,

말 그대로 세상 밑바닥 인생들이 만든 문파.

그들은 돈이 들어오는 크기에 따라 좌지우지 당했다.

게다가 노골적으로 개방에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감히 개방에 맞설 수는 없었다.

개방의 적극적인 방해 때문에라도 그들의 정보는 오류가 심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일 년 여 전 치우가 개방에 들어갔었을 때,

당시 왕지홍이 초 공공을 협박했던 말,

황실에 전하겠다는 말 때문에 더 압박하지 못하고,

멀리서 정보나 주물럭거리던 초 공공의 탓이 제일 클 것이다.

당시에 즉시 지금의 네 개 문파를 끌고 쓰촨 지부를 공격했었더라면,

이토록 오리무중에 빠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간접적으로 치우의 행방을 은밀하게 정탐한 시간은 길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이 년이 지나 힘을 키운 초 공공이 아예 대놓고,

개방의 남부 지사들을 해체하려 군부까지 동원한 것은

그런 속사정이 있었기 때문임을

이곳에 모인 문파의 우두머리치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 좋소. 인제 그만. ”


이 모든 속사정을 초 공공이라고 모를까.

다만 황실의 사정이란 게, 황태후가 마음먹었다고 바로 거행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넓은 제국에서 어떤 중앙의 결심이 결과로 나타나려면 보통 일 년도 짧았다.

그런 연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진 일들이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이 행사에는 커다란 돈과 권력 싸움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 모처럼 같은 뜻 아래 모여 아웅다웅 다투는 것도 좋지 않소.

본 총독이 정리하리다.

지금까지의 정보로는 그들의 제자라는 애들이 아미산으로 간 것 같다,

그렇지 않소? ”


네 사람의 문주들은 초 공공이 서슬을 낮추자 일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 그렇군.

여승들에게 숨었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우리도 저 뒷전에 모셔온 스님들을 보내야 하겠군.

그렇지 않소?

불가에는 스님을 보내야 마땅하니,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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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종친 +1 20.06.25 42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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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첩첩산중 +1 20.06.23 392 5 11쪽
» 남군도독부 +2 20.06.22 408 4 11쪽
48 아미 복호 +2 20.06.22 413 5 10쪽
47 습격 +4 20.06.18 434 4 10쪽
46 쇄겸수 碎鎌手 +1 20.06.17 434 5 9쪽
45 금강동 +1 20.06.17 432 4 10쪽
44 음모는 멈추지 않는다 +1 20.06.16 434 5 10쪽
43 와신상담 +2 20.06.16 43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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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황제순의단 +6 20.06.15 445 7 10쪽
40 보은 +5 20.06.12 465 7 10쪽
39 무공의 구결 +8 20.06.11 488 10 7쪽
38 배반자 20.06.11 448 3 8쪽
37 개황동 20.06.10 44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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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만력제 萬曆帝 +2 20.06.09 474 4 7쪽
34 항룡십팔장 +2 20.06.09 489 6 7쪽
33 금의위 +2 20.06.08 468 6 8쪽
32 고문 20.06.05 458 3 8쪽
31 지부 20.06.05 463 4 10쪽
30 비밀 20.06.03 47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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