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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맛첵스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본 100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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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맛첵스
작품등록일 :
2023.08.22 19:03
최근연재일 :
2023.08.28 21: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35
추천수 :
9
글자수 :
40,211

작성
23.08.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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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 폭탄

DUMMY

5화 - 폭탄


[흑마법사의 썩어가는 완드(Rare)]


“...”


손 위의 아이템을 쳐다봤다.

아까 흑마법사를 죽이고 빼앗은 완드.

겉보기엔 그저 흉측하게 비틀린 나뭇가지였다.

‘썩어가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저급품이지만, 그럼에도 마법의 신비가 깃든 물건.


“폭탄의 재료로는 부족함없지.”


파삭!


눈앞의 마석을 전부 짓밟아 부쉈다.

수십 수백 개의 마석 덩어리들.

그 안에 뭉쳤던 마나가 허공에 흩날렸다.

하나뿐이라면 아주 미약하겠으나, 이만한 양이다.

주변이 순식간에 자욱해졌다.


‘이걸 그러모으면...’


[마력재능(Legendary) 발동.]


마력의 축복을 받은 내 재능에 말미암아, 마나의 구름이 손 위에 뭉치기 시작했다.


“지금 뭘 하시는 거지?”

“켈 님은 주술도 쓸 줄 아시는 건가!”

“위험해, 제련되지 않은 마나를 함부로 건드리면...!”


날 지켜보던 고블린들이 웅성댔다.

그 중엔 마력에 대한 지식이 있는 녀석도 있었다.


‘그 말대로지. 이렇게 제련되지 않은 마나를 직접 만지는 건 자살행위지만...’


눈을 감았다.

그러자 내 한평생 도움이 되어주었던, 기억의 도서관에 도착했다.

게임의 모든 것을 기록한 나만의 공간.


“지금 필요한 건... [강화]의 제련법.”


촤르르륵-


생각한 순간 원하는 정보가 구현되었다.

칠판 하나를 꽉 채우고도 남을, 복잡한 조합식.

원하는 건 전부 머릿속에 들어있다.

나는 그걸 그저 떠올리기만 하면 된다.


‘좋아.’


눈을 떴다.


“위...위험합니다. 곧 터지고 말 겁니다!”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우우웅-


과연, 마나의 집합체에서 위협적인 소리가 나고 있었다.

내버려두면 몇 초도 지나지 않아 터져버리겠지.


“흡!”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움직였다.

푸른 빛의 연기가 허공에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려나갔다.


“이...이건!”


띠링!


[연금술사, 테오 산체스의 유산을 획득합니다!]

[마나 강화법 - Ars Magna.]


‘됐다.’


수십년 전의 전설적인 연금술사.

동시에 대륙의 공적이 된 폭탄마.

그가 남긴 유산을 획득했다.

오직 내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우웅-


완성된 마법식이 손에서 요동쳤다.


‘이걸 완드에 박아 넣으면...’


띠링!


[흑마법사의 썩어가는 완드(Rare)를 강화합니다.]

[확률 보정, Ars Magna - 성공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성공!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성공!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

[대성공! 강화를 종료합니다.]


“...”


손 위에 척 보기에도 심상찮은 물건이 들려있었다.


[(+7강) 극도로 불안정한 마력의 축복을 받은 완드(Unique)]


그건 더는 완드로 보기 힘든 물건이었다.

묵빛의 강철구슬.

검은 구슬이 허공에 살짝 뜬 채 고요히 회전했다.


‘나쁘지 않군.’


고작 레어 아이템에, 최하급 마석을 재료로 쓴 것치곤 괜찮은 물건이 나왔다.


쾅!


“이게 무슨 소란이냐! 저들을 당장 멈춰라!”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경비대가 도착했다.

평균 레벨 30 이상의 강자들.

저들의 힘이라면 여기 모인 고블린은 순식간에 도륙 나고 말거다.

폭동이 진압되는데 채 몇 분 걸리지도 않겠지.


“켈님, 경비대가 왔습니다!”

“도망쳐야 합니다!”


피에 취해 미쳐 날뛰던 고블린들이 외곽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몸빵으로 내세운 해골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 주변으로 뭉쳐라.”


혼란에 빠진 고블린들을 수습했다.

기회는 단 한 번.

정확한 타이밍을 노려 터트려야 한다.


“...네 놈이 주동자인가.”


곧 경비대가 모여들었다.

은빛 갑주를 입고, 번쩍거리는 강철검을 든 인간들.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렇다, 인간.”


대답하는 날 맴도는 심상찮은 마나의 기류.

그들이 잠시 멈칫했다.

그 틈을 노려 주변을 살폈다.


‘이 상황만 보면 내가 악이지만...’


도시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경비대.

그들이 보기에 나는 그저 도시시설을 파괴하려는 테러범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저들이라고 악이 되지 않을 법은 없지.’


접경지역의 요새도시, 켈트란.

적의 침공이 시작된 순간, 이들 같은 경비대가 제일 먼저 타락할 거다.


‘꺄악, 살려주세요!’

‘왜 이러는 거야!’


도시를 지켜야 할 경비대는 제일 먼저 시민을 학살한다.

이전 플레이부터 비슷하게 봐오던 광경이다.


‘미리 전력을 줄여놓는 것도 좋겠지.’


선악은 모호한 개념이다.

그런 수상쩍은 걸 위해 손해를 볼 생각은 없다.

내 성장.

강함.

오직 그것만이 중요하다.


‘제한 해제!’


손에 쥔 폭탄의 제한을 풀었다.


우웅-


구슬이 맹렬히 회전하며 불길한 소리를 냈다.


“저게 뭐지?”

“...조심해. 위험해 보인다.”

“마법인가?”

“방호막을 작동해라!”


경비대는 한데 뭉쳐 보호막을 작동시켰다.

사제의 축복을 받은 신성방어막.

그걸로 내 공격을 버틸 셈이다.


‘턱없이 부족해!’


폭탄을 던졌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 결과만은 엄청났다.


쾅! 콰아앙!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폭발.

땅이 들썩였다.


“미친... 경비대가 한번에?”

“말도 안 되는 위력이야.”


다량의 마나를 정제해 만든 일회용 폭탄.

경비대의 방호막은 내 폭탄의 화력을 견디지 못했다.

섬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움푹 팬 구덩이뿐이었다.


띠링!


[당신보다 강력한 무리를 전멸시켰습니다.]

[일격 처치 보너스!]

[레벨업!]

[대량학살로 악명이 상승합니다.]


강력한 적을 수십 명 물리친 것치곤 경험치가 조금 적었다.

일회용 소모품으로 처치했기에 하향보정이 들어온 것.


‘폭탄으로 싸우는 건 한계가 명확해.’


이미 다 해봤다.

대륙의 공적으로 몰려 사살당한 내 폭탄마 캐릭터의 최후가 이를 증명했고.

그 캐릭터는 실제 무력과 비교하면 레벨이 한참이나 낮았다.

즉, 폭탄 테러는 지금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나 쓰이는 것.

그런 꼼수가 가능했다면 클리어가 몇백 배 더 쉬웠을 거다.


“흩어져라.”

“예?”

“곧 그들이 올 거다.”

“그들이라 하시면...”

“도시의 지배자들.”


재미는 볼만큼 봤다.

켈트란의 실세들이 소란을 눈치채고 찾아오면 끝이다.

소드마스터, 고위 마법사, 주교급 사제 등.

이들만큼은 지금 어떤 수로도 이길 수 없다.


‘경비대 한 중대를 몰살시킨 지금이, 탈출의 마지막 찬스다.’


망설임없이 몸을 돌렸다.

고블린들도 사방으로 흩어졌다.

저들이 미끼가 되어주겠지.

목숨 값으로 금화 몇십 개씩 쥐여줬으니, 온 힘을 다할 터.


“숨어라!”

“도망쳐!”

“빈민가로 숨는 거다!”

“그곳이라면 추적할 수 없어!”


잠시 후, 광산 사무실이 있던 장소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저벅-


그리고 한 남자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어떤 놈이냐.”


화려한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손에 쥔 장년의 마법사.

그는 어둠 마탑의 마탑주였다.

남자는 눈앞의 처참한 광경을 보며 분노를 쏟아냈다.


“...”


하지만 공터는 그저 정적에 잠겨있을 뿐이었다.


***


‘...이곳이라면 안전하겠지.’


주변을 둘러봤다.

난 어느새 빈민가의 허름한 골목에 도착해있었다.

날 따라오려 하는 고블린 녀석들을 떼어내는 게 되려 고역이었다.


‘켈 님, 저희와 함께 가시죠!’

‘난 볼일이 있다.’

‘예?’

‘부족장님이 내린 명령이 있다. 너희는 모두 부족으로 복귀하도록.’

‘...알겠습니다.’


귄위를 내세우고 나서야 겨우 혼자가 될 수 있었다.


띠링!


그때,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가 떴다.


[시나리오 2 시작.]

[켈트란의 지하광산을 탈출한 당신, 당신은 켙트란 빈민가의 한 골목에 도착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


본래라면 광산에서 흑마법사를 처치한 시점에 떴어야 했지만, 쉴 새 없이 싸웠기에 갱신되지 않았던 것 같다.

전투가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지금에서야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간 것.


[광산을 탈출하며 벌인 소란으로 말미암아, 많은 존재가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마석 광산을 파괴한 것으로 모자라, 도시의 주요전력 중 하나인 경비대를 몰살시킨 것까지.

어그로가 안 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추적이 붙지는 않았군.’


당장 위협적인 존재가 뒤에 바짝 붙은 상황이라면 [긴급], [탈출] 같은 수식어가 쓰여 있었을 거다.

시나리오 내의 수식어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고인물의 소양.

고로 지금은 안전했다.


[선택하십시오.]

[1) 떠난다. 2) 머무른다.]


선택지가 떴다.

시나리오는 유동적으로 진행된다.

내 선택에 따라 무수한 갈래의 진행이 열릴 터.


“머무른다.”


이 곳을 떠날 생각은 없다.

요새 도시 켈트란은 초보자 지역이라기엔 난이도가 높은 곳이지만, 나 같은 경우는 달랐다.


‘여기서 뽑아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장담하건대, 이게 최고의 선택이다.


띠링!


[당신은 도시에 남기를 선택하셨습니다. 경로를 표시합니다.]


시야에 화살표가 떴다.

이런 게임적 요소는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도착하면 시나리오가 갱신되겠지.

이건 따르는 게 옳다.


‘슬슬 고블린 행세는 그만둬야겠지.’


[의태 발동.]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반지의 스킬을 발동했다.


까드득- 빠각!


골목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가득찼다.


“가볼까.”


곧 말쑥한 인상의 인간 청년이, 유유히 대로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


딸랑! 딸랑!


문 위에 달린 종에서 청아한 소리가 났다.

화살표를 따라 도착한 곳은 빈민가에 자리한 한 술집이었다.


‘아, 고전적이군.’


내가 해골의 모습이었다면 아마 하수도 같은 곳으로 인도했겠지.

이 도시에서 언데드가 머무를만한 곳은 그런 장소일 테니.

하지만 인간의 형태인 지금은 같은 인간들이 있는 술집으로 유도한 것 같다.


‘여기서 의뢰를 받아 해결하며 레벨을 올리는 거겠군.’


띠링!


[시나리오 갱신.]

[당신은 빈민가의 한 술집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의뢰를 알선해주는 곳입니다. 마스터와의 대화를 통해 의뢰를 받으십시오!]


아니나 다를까.

시나리오가 갱신되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인데.”

“곱상하게 생긴 게 꼴도 보기 싫군. 퉤!”


취객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빈민가답게 외지인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맥주 한잔 주쇼.”


자리를 찾아 앉았다.

곧 샛노란 맥주와 안줏거리가 나왔다.


꿀꺽-


맥주의 맛은, 현실에서 먹던 맛 그대로였다.

아니, 그것보단 별로긴 했다.

밍밍한 게 물을 조금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다른 세상인 거군.’


그걸로 확실해졌다.

사실 아직까지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내가 다른 세상에 빙의 된 게 아니라, 어딘가 납치당해 생생한 VR 게임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


‘그건 폐기할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그 가설은 방금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이게 게임이라면 이런 것까지 구현해놓았을 리 없으니까.

어떤 개발자가 이딴 싸구려 맥주의 맛까지 만들겠는가.

살짝 김이 빠져 밍밍한데, 미지근하기까지 한 미묘한 맛을.

이런 맥주가 있는 세상이 절대 게임일 리 없지 않겠는가.


“...이봐, 여길 보라고!”


쾅!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는데, 둔탁한 소리가 주의를 끌었다.


‘이런.’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데 소홀했다.

[낮은 인지능력] 제약은 지금도 걸려 있는 상태.

눈과 귀에 마력을 둘러놓지 않으면 여전히 주변을 인지하기도 어려웠다.

방금 음식 맛을 느끼기 위해 마력을 입가에 집중한 순간, 누군가 옆에 온 모양이다.


“무슨 일이지?”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하! 대답도 않길래 귀머거리인 줄 알았더니.”


그는 비열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조금 전 술집에 들어올 때 날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인물 중 하나.


“여긴 네놈 같은 샌님이 있을 곳이 아니야.”


카악- 퉤!


청년이 걸쭉한 가래침을 뱉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좋은 꼴 못 볼 거다.”


스릉-


놈이 품에서 단검을 꺼내 내게 겨눴다.


‘신고식 같은 거군.’


이 청년쯤은 해치우지 못하면 의뢰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겠지.


‘본보기를 보여야 앞으로 편해진다.’


그때, 시야 구석에 웨이트리스가 발을 동동 구르는 게 들어왔다.


[위험해요, 어서 나가세요.]


지금 보니 맥주와 함께 받은 냅킨에 작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일어났다.


“본래라면 반 죽여놓으려고 했지만...”

“건방진 자식, 내 앞에서 한눈을 팔아? 당장 죽여버리겠...어?”


단검을 겨눈 놈의 표정이 굳었다.


화르륵-


내 손 위에 흑색의 화염구가 이글거렸기 때문.

인간쯤은 한 번에 구워버릴 수 있는, 위력적인 흑마법이다.


“덤빌 테면 덤벼라. 한방에 불태워주지.”


자신만만한 내 표정에, 녀석의 얼굴이 점점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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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 마스터 23.08.28 34 0 13쪽
7 7화 - 골렘 23.08.26 19 1 12쪽
6 6화 - 정보상 23.08.25 23 1 10쪽
» 5화 - 폭탄 23.08.24 27 2 13쪽
4 4화 - 탈출 23.08.23 2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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