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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맛첵스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본 100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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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맛첵스
작품등록일 :
2023.08.22 19:03
최근연재일 :
2023.08.28 21:15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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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211

작성
23.08.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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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화 - 지하광산

DUMMY

2화 - 지하광산


덜그럭-


눈을 떴다.


“이곳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컴컴한 공간이었다.

어디선가 비쳐오는 희미한 빛으로 간신히 주변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납치라도 당한 건가?

혼란에 빠져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였다.


띠링!


[해골병사인 당신은 전장에서 쓰러져 정신을 잃었습니다... 며칠 뒤, 지하광산 구석에서 정신을 차립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해골 한 구, 그 정체는 바로 당신입니다!]


상태창이 눈앞에 떴다.


“이건?”


기억이 틀림없다면, 이건 해골병사 캐릭터의 기본 설정이었다.

해골병사로 캐릭터를 생성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설명.

여러번 봤기에 생생히 기억나는 문구다.


“설마...”


상황파악은 빨랐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덜그덕-


뼈다구만 남은 손가락이 보인다.

관절이 덜그럭거리며 소음을 냈다.

틀림없다.

나는 해골이다.

그것도 최하급 망자.


“빙의라니...”


나는 내가 생성한 캐릭터 그 자체가 되었다.

인생 5년을 바친 게임에 빙의 되고 만 것이다.

혼란도 잠시, 머릿속의 냉철한 이성이 침착함을 불러왔다.


“...오히려 좋다.”


머릿속의 게임뇌가 이런 상상쯤은 수백 번도 해보지 않았느냐며 외쳤다.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들이 죽어갈 때마다 들었던 생각.

저렇게 답답하게 움직일 바에는, 내가 직접 들어가서 조종하고 싶다.

게임에 고여가면 고여갈수록 그런 생각은 더 커졌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코웃음 치며 넘겼던 상상.


‘그게 현실이 되었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바랬던 것이 이뤄진 셈이다.

상황을 정리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해야 할 것은 다르지 않았다.


‘게임을 클리어한다.’


그 전제만큼은 변함없지 않겠는가.

클리어한다면, 탈출할 수 있겠지.

결국 모든 것은 내가 하기 나름.


‘특성만 그대로 있다면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상태창.”


성대가 없는 목에서는 딱딱거리는 소리만 났지만, 내 귀에는 뜻 그대로 들렸다.


띠링!


[해골병사 Lv.1]

[내구도:10/10

힘: 4

민첩: 5]


형편없는 능력치다.

성인 남성의 평균이 10 언저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어린아이와도 비견될만한 약한 육체.


덜그럭- 달그락!


몸이 미친 듯이 떨렸다.

지나가는 개에게도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있어, 있다고!’


내 떨림은 몸을 주체할 수 없는 환희에서 나온 것이었다.


[특성: 마력 재능(Legendary)]


나는 혈혈단신으로 이 세상에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난 3년 동안 내가 준비한 안배가 가득한, 히든피스가 숨겨진 세상에 도착한 것이다.


***


“휴식시간은 끝이다! 일어나!”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덜그럭- 덜그럭-


잡동사니인줄로만 알았던 주변의 무더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그럭- 달칵!


이내 무더기들은 각각의 형체를 갖췄다.


‘해골병사?’


그들은 해골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어서 움직여라! 오늘 할당량을 채우기 전까지 휴식은 없다!”


그 목소리에 해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연장을 집어들고, 벽을 향해 내리쳤다.


깡! 깡!


‘그러고 보니 이곳은...’


상태창에 분명 적혀있었다.

이곳은 지하광산이라고.


“어이 너! 움직이지 않고 뭐하나!”


잔뜩 화난 목소리가 내게 다가왔다.


‘빌어먹을, 안 보이는군.’


내가 캐릭터를 생성하며 부여한 제약.


[낮은 인지능력]


이 허약한 몸은 불과 몇 m 떨어진 형체도 구분하기 힘들었다.


“당장 곡괭이를 들지 못해? 다시 뼈 무더기로 돌아가고 싶어?”


그가 다가온 후에야 겨우 볼 수 있었다.


‘고블린?’


녀석의 작업복에 달린 문양을 읽었다.


‘바위절벽 부족이군.’


고블린 중에서도 꽤 규모가 있는 무리다.

이들이 자리 잡은 곳은 대륙에서 단 한 곳.

머릿속 도서관 책장의 책갈피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요새도시 켈트란이다. 그것도 도시 밑의 지하광산.’


해골병사 캐릭터는 대개 지하광산에서 깨어나지만, 그 장소는 무작위로 대륙 어딘가 지정되곤 한다.


“...”


난 조용히 고개를 숙인 후 주변에 널린 곡괭이를 집어들었다.


“쳇. 노예 주제에...”


고블린 감독관이 볼멘소리와 함께 멀어졌다.


깡!


손에 쥔 곡괭이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발밑의 땅에서 돌조각이 튀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


메시지가 떴다.

이 신체는 곡괭이질 한 번에 체력이 줄어들 정도로 허접했다.

[연약한 뼈] 제약 때문이겠지.


깡!


개의치 않고 다시 내리쳤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내려갑니다!]


무시하고 또 내려쳤다.

이대로 체력이 줄어들면 어이없게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


‘마석만 깬다면...!’


깡! 콰직!


마지막 곡괭이질로 벽 속에 파묻힌 푸른 마석이 깨졌다.

깨진 돌조각 사이로 연기가 퍼졌다.


그 순간,


[특성: 마력재능(Legendary) 발현. 마력을 감지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특성이 발동해 마력을 흡수했다.

흡수한 마력이 그대로 경험치가 되어, 레벨이 오른 거다.

마석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마력마저 힘으로 삼을 수 있는 전설급 특성, [마력재능(Legenadty)].


‘예상대로군.’


주변을 둘러보았다.

레벨이 하나 오른 덕분인지 조금 더 선명히 보였다.

곳곳에 내가 방금 깨뜨린 푸른 돌멩이가 벽에 촘촘히 박혀있었다.


‘초반은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겠군.’


깡!


[체력이 감소합니다!]


콰직!


[레벨이 상승합니다!]

[체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수많은 해골병사 유저들을 좌절시켰던 지하광산은, 내겐 폭업 사냥터였다.


***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깡!


‘더는 곡괭이질로 체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레벨업도 멈췄다.

아무리 내 특성이 사기적이라도, 이 정도 마력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듯했다.


“상태창.”


[해골병사 Lv.9]

[체력:29/30

힘: 10

민첩: 9

마력: 3]


레벨이 올라감과 동시에 자동으로 스탯이 분배되었다.

3의 마력 스탯은 마석으로부터 흡수한 양이 그 정도쯤 이라는 것 일 거고.


‘말도 안 되는 성장이군.’


고작 곡괭이질 몇 시간에 레벨을 9나 올렸다.

귀중한 마력도 3이나 얻었고.


‘해골병사 캐릭터의 사망원인 90퍼센트 구간을 졸업했다.’


대다수 유저의 해골병사 캐릭터는 이 구간에서 죽는다.

지하광산에서 탈출하지 못하니까.

제약이 덕지덕지 달린 나만큼은 아니라도, 이곳에선 경험치를 수급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들은 고된 노동으로 체력을 잃다 사망하거나, 탈출을 위해 움직이다 감독관의 손에 죽임을 당하곤 했었다.


‘나는 다르다.’


이미 힘과 민첩은 성인 수준으로 성장했고, 마력이라는 특수 스탯까지 얻었다.

그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듯한 미친 초반 상황.


‘움직여야지.’


이 지하광산의 구조는 머리에 들어있다.

지난 3년동안 어지간한 구역의 지도는 암기한 지 오래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힌다.

나는 조용히 발을 옮겼다.

곳곳에 자리한 감독관들의 눈을 피해서.

아주 조용히.

은밀하게.


***


“음?”


바위절벽 부족 소속의 고블린 감독관, 켈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리가 비는데?”


깡! 까앙!


빼곡히 들어선 해골 노예들이 작업 중인 벽.

그 중 이상하게 비어있는 공간이 있었다.


‘여긴...아까 그 버벅대던 뼈다구 녀석이 있던 장소잖아?’


특이한 행동을 했던 녀석이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놈이 사라졌다.


“광산의 소유물을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긴 하지만...”


츄릅-


고블린이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띄웠다.


“말을 듣지 않는 물건은 필요 없지.”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어두운 동굴에서 평생을 살아온 고블린의 시야가 바닥을 낱낱이 살폈다.

먼지 위에 작은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이쪽이군. 크흐흐...”


***


저벅-


고블린 감독관, 켈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긴 어디지?”


근 몇 년을 이곳에서 근무한 그도 처음 보는 장소였다.

요새 도시 켈트란의 땅 밑 거대 광산.

이 도시가 지어진 것도 이 광산의 채굴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아직 이 광활한 공간은 파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끼익, 뭐 상관없지.”


자신은 그 해골을 부수고 가져다 팔면 그만이다.

오래된 해골 노예 중에는 명령을 듣지 않고 반항하는 것도 있으니까.

위에는 사고로 부서졌다고 말한 후, 코어만 암시장에 내다 팔면 된다.


“끄흐흐...”


그 돈으로 창녀촌에서 뒹굴 생각을 하며 음흉한 웃음을 지을 때였다.


덜그럭-


그는 익히 듣던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벌써 힘이 다했나 보군. 쥐새끼 같은 놈.”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해골 한 구가 보였다.


“너같이 도망치려 한 놈이 없었을 거 같나?”


그는 손에 쥔 몽둥이를 높이 들었다.

내려치기만 하면 끝.

탈출을 꿈꾼 노예는 이 자리에서 죽는 거다.


“그 말라빠진 육체로 뭘 하겠다고 감히...크헉!”


그때였다.

감독관은 가슴께를 움츠리며 주춤주춤 물러서다, 바닥에 무너졌다.


“쿠, 쿨럭. 뭐냐!”


내려다본 그의 가슴께엔 작은 구멍이 뚫려있었다.

마치 손가락 하나가 뚫고 지나간 듯한 구멍이.


“마...말도 안 돼!”


***


[레벨 차이가 나는 적을 처치했습니다!]

[일격 처치!]

[추가 경험치를 지급합니다.]

[레벨 업!]


‘별것도 아닌 게.’


나는 들어 올렸던 손을 내렸다.

손은 검지 부분이 비어있었다.


“고유 스킬도 잘 써지는군.”


[고유스킬: 뼈 제어]


자기 자신의 뼈를 조종할 수 있는 해골병사의 고유 스킬.

예기치못한 순간 적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꽤 괜찮은 스킬이다.


‘거기에 마력까지 담았으니...’


급소를 명중시켰는데 죽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게임 시절의 복수다. 이 자식아.”


튜토리얼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무려 20레벨짜리 적대 NPC를 배치해놓은 게임사는 욕을 먹어도 싸다.

이 놈이 따라올것 쯤은 예상했다.

의도적으로 아주 작은 흔적을 남겨놓은 거니까.


“그럼 가볼까... 응?”


쩔그럭-


놈의 시체를 툭 차며 지나가려는데, 무언가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손을 뻗어 시체를 뒤져보았다.


“이건...?”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물론 눈 대신 텅 빈 공간만 있지만,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띠링!


[퀘스트 아이템 - 후계자의 증표를 획득합니다!]


'이건...?’


녀석이 의외의 보상을 주었다.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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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 골렘 23.08.26 20 1 12쪽
6 6화 - 정보상 23.08.25 24 1 10쪽
5 5화 - 폭탄 23.08.24 2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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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 지하광산 23.08.22 3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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