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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맛첵스 님의 서재입니다.

내 머릿속 공략본 100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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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맛첵스
작품등록일 :
2023.08.22 19:03
최근연재일 :
2023.08.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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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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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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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나는 어릴 때부터 기억력이 비상했다.


‘이 두꺼운 책을 다 외웠다고?’

‘네!’

‘대단하구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이 기억력으로 학창시절을 편히 보냈으니까.

시험, 수능 등등.

모든 걸 통째로 암기하면 되었다.

하지만,


‘징그러워. 그런것까지 기억한다고?’

‘아니, 모른척할 수도 없잖아!’


대학에 들어와 사귄 첫 여자친구.

그녀는 내 기억력을 못마땅해했다.

아주 사소한 말실수, 행동 하나하나 기억하는 게 징그럽다며.


‘헤어지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얼굴 볼 일 없을 거야.’

‘...’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별것 아닌 사건이었다.

날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과 억지로 사귀려 했던 것부터 실수였고.


‘젠장.’


하지만 당시엔 충격이었다.

축복이라 생각했던 내 기억력.

그 부작용을 처음으로 경험했으니까.


‘대학 따위...’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득바득 공부해 대학에 가려는 이유가 뭐겠는가.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해지는 것?


‘돈 따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는데.’


물론 세상엔 돈 말고도 다른 훌륭한 것이 많다.

당연히 지식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체감하는 건 다른 이야기 아니겠는가.


‘코인이나 해볼까.’


그날부터 대학을 때려치웠다.

난 자취방에서 온종일 코인 차트만 바라보며 지냈다.

천애 고아였던 날 말려줄 부모님은 없었다.


‘이거 봐, 쉽네.’


몇 달 뒤, 난 일반인이 평생 꿈꾸기도 힘든 돈을 벌었다.

시장의 흐름을 전부 외워버리니, 돈이 끝없이 복사되었다.


‘그래서, 이제 뭐하지?’


동시에, 허탈해졌다.

남들이 평생 노력해도 얻기 불가능한 것을, 잠깐의 노력으로 획득했다.

내가 타인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그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멍하니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게임 광고?’


그 순간 접한 광고가, 내 인생을 바꿨다.


***


“후우...”


나는 창문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바깥은 밝고 화창했다.

따스한 햇볕이 내 머리를 비췄다.


“...”


그에 반해 자취방은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사방에 널려있는 옷가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빈 페트병.

구석에 쌓인 냉동식품 쓰레기들.


위잉-


컴퓨터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니터에 화면을 띄워놓고 있을 뿐이었다.


[새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라는 창이 띄워진 채로.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한다.”


5년 전 접한 이 게임.

판타지 소설에서나 볼법한 설정의 게임이었다.

대륙을 뒤덮은 괴물.

적을 상대로 맞서 싸우는 인간.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적을 물리쳐야 하는 플레이어.

플레이어가 없으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어 세계를 지켜내는 게임.


“말도 안 될 정도의 완성도였지.”


사람이 시나리오를 짰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방대한 이야기와, 그래픽의 한계를 쥐어짜 낸 듯한 생생한 전투, 다양한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수많은 스킬들.

시대를 몇십 년은 앞서 간 듯한 엄청난 게임이었다.


‘그 평판이 바닥에 처박히는 데엔 몇 달도 안 걸렸지만.’


이 게임은 무시무시한 난이도로 악명높았다.

평범한 사람에겐 망겜이지만,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둘도 없는 갓겜이라고 해야 할까.

그 난이도에 비례하는 재미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엔딩에 도전했었다.


“5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클리어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미친 난이도에 욕을 해가며 게임을 떠났다.

그렇게 한두 명씩 유저들이 사라졌다.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도 몇 달 전이 마지막.

이제는 나만이 진심으로 클리어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치익-


담배를 종이컵에 비벼 껐다.


‘뭐, 별 상관은 없지.’


무료한 삶에 활력을 찾아준 것이 바로 이 게임이었다.

진심으로 도전해도 그 끝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 미친 난이도.

난 이 게임에 푹 빠지고 말았다.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덜컥-


의자에 앉았다.


“모든 준비는 마쳤다.”


나는 이 게임에 지난 5년을 바쳤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생겼다.

게임을 클리어할 자신이.


“후...”


심호흡과 함께 명상에 들어갔다.

동시에 정신이 아득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한 광활한 장소에서 눈을 떴다.

그곳은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수백 개의 서가에 책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엘프의 종족신, 가이아]

[검성 해밀턴의 비전, 폭풍검]

[황도 삼백 년의 역사]

...


등등의 제목이 적힌 책 수십만 권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모두 게임의 클리어를 위해 머릿속의 도서관에 저장해놓은 지식이었다.


‘완벽하군.’


오직 내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공간.

지난 5년은, 내 기억력을 이렇게 발전시키는 기간이기도 했다.


“단순히 기억하는 것으론 한계가 명확했지.”


모든 것을 암기하고 정리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렇게 정리한 것에 항목을 매겨 분류했다.

그러자 어느순간 이렇게 머릿속에 도서관이 생겼다.


‘아무리 나라도 쉽지 않았지.’


그건 세계 하나를 통째로 머릿속에 넣는 작업이었다.


‘얼추, 백만 권은 되려나?’


찾아보기 쉽게 압축하여 정리하였는데도 이만한 양이었다.


눈을 떴다.

다시 내 자취방이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에 이전에 키운 캐릭터가 보였다.


[Lv. 99 - 수호성기삽니다(팔라딘)]


만렙을 찍은 거대한 덩치의 성기사.

그는 휘황찬란한 무구를 입은 채 근엄하게 서 있었다

이외에도 도적, 궁수, 사제 등 다양한 직업의 캐릭터들이 든든한 모습으로 자리해 있었다.


‘모두 엔드스펙까지는 찍어봤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실패했다.

실패는 곧 그들의 죽음과 같다.

내 이전 캐릭터는 전부 죽었다.

원인은 다양했다.

항거할 수 없는 적에 의해, 혹은 어처구니없는 사고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사망한 캐릭터는 두 번 다시 접속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런 하드코어함이 이 게임의 매력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불합리하구만.’


2년차에 깨달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클리어할 수 없다는 것을.

영웅급의 캐릭터를 더 키운다 해도 클리어는 요원했다.

스펙이 부족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등장하는 적이 너무 강했다.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보상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기존 세이브데이터를 싹 날렸지.’


2년 동안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모든 캐릭터를 삭제한 후 아예 새 게임을 시작했다.

완벽한 영웅을 키우기 위해.

엔딩을 보기 위해.


이 게임은 내 캐릭터가 죽는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캐릭터가 죽어도, 게임 내의 시간은 흘러간다니.’


이 또한 불합리하다.

아예 세이브데이터 자체를 초기화하지 않는 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동안 키운 캐릭터는, 오직 오늘 만들 이 캐릭터를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3년을 지금을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난 자신할 수 있다.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것을.


[새 캐릭터를 생성한다.]


생성가능한 종족의 리스트를 내렸다.

여러 플레이어블 종족 중 가장 아래에 있는, 마지막 종족.


‘해골병사’


[해골병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Y/N]


해골병사.

누구도 플레이하지 않는 쓰레기 종족.

대다수 세력으로부터 적대감 페널티를 받고 시작하며, 기본 능력치도 구리다.

툭 치면 죽어버리는 개복치 같은 해골 뼈다구.

대다수 유저에게 이스터에그로 넣어둔 게 아니냐는 조롱을 듣는 비운의 종족.


‘모든 사람이 해골병사를 포기했다.’


랭커 몇이 연구해보려 했지만, 그들 또한 침을 뱉으며 포기했다.

게임사가 장난으로 넣어둔 구색 맞추기용 종족이라며.


“해골병사가 클리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는 누구도 생각 못했지.”


오직 나.

나만이 이 종족의 진가를 깨달았다.

다른 모든 플레이어블 종족을 한계까지 키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점.


‘해골병사의 성장치는... 무한하다.’


저점이 낮은 대신 고점은 끝없이 높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버림받은 종족이기에 가지게 된 메리트.

알맞은 지식과 안배만 있다면, 해골병사만큼 클리어에 적합한 종족은 없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이 해골병사 캐릭터를 위해 대륙 곳곳에 히든피스를 숨겨놨다.

다른 캐릭터들을 소모해가며.


“그리고, 여기에 제약까지 건다면...”


세부 설정 창으로 들어갔다.


[연약한 뼈]

[낮은 인지능력]

[끝없는 허기]

...


제약을 거는 대신, 캐릭터에 특정 스펙을 추가해줄 수 있는 고인물 전용 기능.

난 망설임 없이 제약을 추가해나갔다.


[정령의 원수]

[불신자]

[악마의 사랑]

...


다른 종족이라면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제약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기본으로 달고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예를 들자면, [정령의 원수], [불신자].

언데드인 이상 이미 정령, 신 등의 선(善) 계열 존재들과는 적대적 관계를 맺고 시작한다.

이 제약 때문에 기존보다 더 심한 적대감을 심어주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만한 리스크.

보통 이런 제약은 언데드 계열에는 걸 수 없도록 게임사가 막아둬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제한은 없었다.


마치 이런 플레이를 유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제약을 걸고 나서야 나타나는 종결 급 특성.”


[설정 완료.]

[히든 특성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마력 재능(Legendary).]


정령력, 신력, 등의 힘을 거부하는 특성을 덕지덕지 달고 나서야 나타나는 전설 등급의 마력 특성.

어줍잖게 마력을 감지하는 하급 재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최상급의 특성이다.

됐다.

준비는 끝났다.


“...생성한다.”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로딩중]


비로소 캐릭터 생성이 끝났다.

이제 시작이다.

내 인생의 5년을 바친, 이 게임의 클리어를 볼 시간이다.


위이잉-


컴퓨터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응?”


그떄, 뭔가가 이상했다.

평소의 무미건조한 로딩창과는 달랐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불길한 마법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치지직!


동시에 모니터에서 푸른 빛의 전류가 사방으로 뻗쳐 나왔다.


“이게 뭐야!”


모니터에서 튀어나온 글씨가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리며 몸을 휘감았다.


우우웅-


눈앞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하학적인 문자가 나타났다.

난생 처음 보는 문자이건만, 왜인지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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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 지하광산 23.08.22 33 1 10쪽
» 프롤로그 23.08.22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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