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top님의서재입니다.

하늘에서 본 무지개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rtop
작품등록일 :
2020.10.01 00:43
최근연재일 :
2021.01.08 08:3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11
추천수 :
1
글자수 :
134,042

작성
20.10.01 01:50
조회
23
추천
0
글자
8쪽

미래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DUMMY

나는 지금 대치중이다. 아니, 목숨 줄을 겨우 부여잡고 있다가 맞겠지. 두 손을 들고 몸을 돌리니 머릿속에서 본 남자가 그대로 있었다. 미래에서 봤던 살벌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꽤 미성이었다. 살짝 안심이 되려고 했지만 남자는 당장에라도 찔러 넣을 듯이 창의 날을 세워 이쪽으로 디밀었다.


“제가 좀 바빠서 빨리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윤새아 씨 되십니까?”


묘한 기류에 여름 특유의 습한 냄새가 났다. 괜찮아, 나는 나를 달랬다. 이런 것보다 더한 일 많았잖아. 이번에도 피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내 앞에 마주선 남자를 살폈다.


그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백발을 넘기며 이상하네, 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표정을 살피려 해도 그가 뒤집어 쓴 불투명한 검정색 면 때문에 볼 수 없었다.


“누구를 찾고 계신가 봐요?”


계속 죽음을 피해 다닌 것 때문에 드디어 저승사자가 날 잡으러 왔나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리가. 저승사자가 있었다면 진즉에 찾아왔을 터. 내가 여태껏 피한 죽음이 얼만데.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그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죽음이나 재난 같은 어떤 현상처럼 느껴졌다.


“아닌가?”


남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걸치고 있는 겉옷 주머니를 뒤적였다. 됐다. 그 때를 틈타서 도망치면 된다고 생각하며 뒤돌아 달리려던 찰나 그의 창이 예리하게 내 목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어느 틈엔가 그는 내 앞으로 와있었다. 조금만 더 갔더라면 댕강하고 머리가 떨어져나갔겠지.


“본인 이름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 때 학교 대강당이 무너져 전교생이 그 아래에 깔려 고통스러워하는 미래를 본 적이 있었다. 한번은 버스가 전복하는 것을 또 한 번은 공사현장 옆을 지나다 철근에 깔리는 것을. 그때마다 그 미래가 현재가 되기 몇 초전까지 나는 미래를 바꿀 방법을 모색하다 몇 초 차이로 늘 그 미래를 바꿨다. 다시 말해서 어지간한 죽음 앞에서는 위압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랬을 것인데. 지금 내 앞에 서있는 사람은 무언가 이상하다.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 죽음을 피하려 했던 대가는 너무나도 값비쌌다. 결국 죽음을 피하지도 못한 채 나는 고통스럽게 살다 가는구나.


흐릿해져가는 시야 속에서 남자가 눈앞에서 무언가를 흔들었다. 빨간 두루마리에 금색으로 써져있는 글씨. 이름만이 번뜩이며 눈앞에 아른거렸다.


‘윤...새..아...’


“아, 아니었네.”


몽롱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윤새아?!”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그 이름을 외치며 정신을 차렸다.


“네. 윤새아요. 죄송합니다.”


남자는 내 목에서 창을 거두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껏 풀죽어있었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내 명찰에 시선을 두고 있는 듯 했다. 괜찮다고 바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됐어요.”


밖에서 더 있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죽음이 비교적 덜 보이는 집에 빨리 들어가 쉬고 싶었다. 남자는 내게 성큼 다가와 허리 숙여 다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종종 업무 실수가 있어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그렇게 인사하는 그를 지나쳤다. 그가 어떠한 절대적인 존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나 그의 말에 현재는 나를 어떻게 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를 지나치며 그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오히려 내가 더 밀쳐졌지만....


스릉.


그는 갑자기 치웠던 창을 다시 바로 잡았다. 괜히 그를 밀치고 지났나 하고 드는 후회와 동시에 재빠르게 달릴 준비를 하고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가 보고 있는 곳은 이쪽이 아니었다.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경계태세를 갖춘 그의 등에서 뭔가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순간, 미래가 보였고 모든 재난이란 재난과 다 마주쳐 본 나조차 몇 초 뒤 미래의 장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저건 뭐야’라고 당황하며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땅에서부터 산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나와 여기서 있는 남자와 나, 우리를 잡아먹는 장면.


나는 그 미래를 보자마자 있는 힘껏 남자를 밀치며 피했다. 기껏 자세를 갖추었던 그는 자세가 풀리면서 나와 함께 허공으로 밀쳐졌다.


‘피했ㄷ...’


그 ‘그림자’가 아직 튀어나오지 않은 바닥을 보며 안심하는 순간 또다시 장면이 스쳤다. 이번에는 앞에서였다. 이미 내가 그를 밀치면서 공중에 떠버렸기에 어떻게 피할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 열심히 눈알을 굴려 봐도 방법은 없었고 매우 급했다. 아, 제발. 방금 겨우 죽음 피했는데.


그 찰나 공중으로 밀쳐지면서 살짝 벌어진 면 사이로 남자의 눈이 보였다. 안광이 빛난다고 해야 할까. 번뜩이는 눈이 어둠속에서 마주한 짐승의 눈 같아 순간 소름이 돋았다.


“윤세아 씨, 어디 쪽에서죠?”


그는 창을 고쳐 잡으며 물었다. 의심할 시간도 없이 나는 급하게 말했다.


“앞, 앞쪽이요.”


어떻게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자 거대한 그림자에 휩싸인 것이 나타났다.


‘잡아먹힌다.’


나는 공포에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윤새아 씨, 본인 되십니까?”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무언가 먹힌다거나 부서지거나 베이는 소리가 아닌 태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괴물 같은 것의 입속이 아닌 땅에 떨어져 살며시 눈을 떴을 땐 남자가 괴물의 입 사이에 창을 끼우고 두루마리를 펼쳐 그것에게 물어보고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든 입을 닫으려 안달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입속의 이빨은 집 한 채라도 가볍게 씹어 먹을 듯 위협적이었다. 남자는 태연히 어깨나 팔 쪽의 먼지를 털며 괴물의 답을 기다리는 듯 했다. 괴물이 말을 하겠느냐마는. 이라고 생각할 때쯤 그는 다시 두루마리를 들이밀며 물었다. 극존칭이었지만 꽤 낮고 위협적인 어조였다.


“윤새아 씨, 본인 되시냐고 물었습니다.”


괴물은 그의 목소리에 움찔하며 창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꼬오오옥.


괴물이 벌린 입속에서 마치 닭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소리가 났다. 설마······. 그 설마가 무색하게도 곧 대답이 들려왔다.


“네. 맞아요.”


그 대답에 남자는 말없이 창을 크게 휘둘렀다. 단 한 번의 동작에 거대한 산과도 같았던 괴물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으스러지듯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곧 그 괴물은 질퍽질퍽한 진흙이 되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 나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돌리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단지 그 광경을 조용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남자는 그 진흙 산을 태연하게 밟고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그러고는 두 손을 입 주위에 대고 그 진흙 산을 향해 크게 외쳤다.


“윤새아 씨, 괜찮습니까아!”


그 윤새아 씨 방금 당신이 죽이지 않았을까요, 싶던 생각과는 다르게


“푸하, 네! 괜찮습니다!”


하고 웬 남자가 진흙을 헤집고 튀어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하늘에서 본 무지개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미래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20.10.01 24 0 8쪽
1 프롤로그 +2 20.10.01 40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