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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 님의 서재입니다.

백의제국(RE)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9.05.21 15:28
최근연재일 :
2019.09.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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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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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6,700

작성
19.09.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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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50 - 에필로그(완)

DUMMY

백의제국 2.50 - 에필로그




“365번째 시나리오를 종료합니다.”


제 수명에 맞게 살고 생을 마감하는 스크린 속 강후를 보며 김 대령은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이재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뒤로 돌아 쓸쓸하게 앉아있는 민호를 보았다. 그의 표정에서는 조금의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무기력하게 바닥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다들 생존했나요?”


그가 묻자 이재철은 침묵으로서 대답했다. 민호에게는 남의 생각을 읽을 권한이 없었지만,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결국 이번에도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지금 연도와 위치가 어떻게 되죠?”


“2111년 9월 26일이고, 위치는 해왕성 부근이네. 폭발한 지 정확히 42년이 되는 날이지.”


김 대령에게 답변을 받은 민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의 말대로 개척선이 폭발하고, 우주를 표류한 지 벌써 42년 째이다. 이제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물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도중에 무언가와 부딪혀 파괴될 수도 있고, 우주 먼지로 인해 고장이 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구조에 대한 희망은 점점 옅어져만 갔다. 구조가 될 거라고 확신하던 두 관리자도 슬슬 이 일에 지쳐가고 있었다.


“운명의 신이 있다면, 분명 나쁜 취미를 가진 악마가 신 행세를 하고 싶어 탈을 쓴 게 분명할 겁니다.”


민호는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시나리오 속에서만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을 뿐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반드시 모든 승객에게 차별 없이 그런 삶을 제공해야 했다. 하지만 개발자에게 전생에 무슨 원수라도 지었는지 자기만 이 모양이니 억울해 미칠 것만 같았다.


“우리 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네. 구조 신호는 계속 가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지.”


지친 얼굴의 이재철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민호는 축 늘어진 어깨를 한 채 녹색 발판 위로 올라갔다. 그때 그들의 머리 위에 커다란 느낌표가 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문구였다. 이재철과 김 대령은 설마하는 마음에 재빨리 해당 메시지를 해독했다.


-여기는 USS 안드로메다 2호. 세종 호의 구조 신호를 접수했다. 구조를 진행하겠다.


그들은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메시지가 정녕 사실인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구조 PC 접속을 허용하시겠습니까?


또다른 메시지가 떴다. 이재철은 예전에 교육받았던 구조 메시지 리스트를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진짜 구조대가 온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민호는 녹색 발판에서 내려와 허탈하게 웃으며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 막상 구조가 시작된다고 하니 시나리오 속에서 열심히 살아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허무했다.


-구조를 진행합니다.


김 대령이 허가 버튼을 누르자 본격적인 구조 작업이 진행된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와 동시에 그들의 몸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몸으로의 이동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였다. 이재철은 민호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으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밖에서 보자!”


민호는 점점 흐릿해져 가는 자신의 몸을 보다가 이재철의 말을 듣고는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대령은 민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민호 역시 그에게 손을 흔들기 위해 팔을 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무언가에 강하게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눈앞에 새하얗게 변했다.



“허어억!”


막혀있던 기도가 뚫리면서 폐로 상쾌한 공기가 들어왔다. 멈춰있던 심장이 전신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바쁘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생산한 피가 전신 곳곳을 적시자 비활성화 상태였던 신경들이 제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깨끗한 공기를 가진 실험실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고, 눈 부신 빛이 시각을 자극했다. 가벼운 천 같은 것에 의해 덮여있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가장 마지막으로 청각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Welcome.”


흰색 전신 방호복을 입고 있는 한 사람이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점검표를 허공에 띄운 채 서 있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외국인 여성 같았다. 민호는 밝은 빛에 적응하기 위해 미간을 찌푸렸다.


“민호야!”


그때 바로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흰색 천을 덮은 채 누워있는 환수였다. 환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겁에 질려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근처에 다른 사람들이 누워있었고, 다들 겁에 질려있었다. 민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피부를 꾹꾹 눌러보았다. 시나리오 속에서 느낀 피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진짜 몸이었다.


“돌아왔구나.”


민호는 침대 끄트머리를 양 손으로 잡고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동작 하나하나가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무리하지 마세요. 완벽히 적응하려면 서너 시간 즈음 걸릴 겁니다. 그동안 누워계시는 걸 권합니다.”


맨 처음 그를 환영했던 여성이 그의 어깨를 잡으며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민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주변 환경을 살펴보았다. 사방은 하얀색 벽으로 막혀있었고, 반대편이 보이지 않는 유리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다. 허공에는 그들이 누워서 볼 수 있도록 홀로그램 TV가 띄어져 있었다.


-세종 호 승객 여러분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그때 TV가 켜지면서 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대머리의 서양인이었다. 민호는 미래의 헤어 스타일이 궁금했는데, 대머리 남자가 나타나니 조금은 아쉬웠다.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것입니다. 몇 분을 제외하면 말이죠. 지금부터 여러분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현재 상황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지금까지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고, 어디에 있었는지 모두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민호와 이재철, 김 대령은 이미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지만, 시나리오가 끝나자마자 바로 구조된 사람들은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구조되기 직전의 시나리오 내용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 혼란은 가중되었다.


-어쩌면 많이 혼란스러우실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여러분은 이렇게 새 몸을 가지고 살아있습니다. 사고 직전의 몸보다 조금 업그레이드된 몸을 말입니다. 추가적인 안내는 여러분이 완전히 회복한 이후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세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움직여도 된다는 의사의 말을 따라 통일된 흰색 옷을 입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다들 진정이 된 듯했지만, 대다수 사람의 표정이 결코 밝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


건장한 20대로 돌아온 석현과 유민은 시나리오 속에서 낳았던 아이와 그 아이가 낳은 손주에 대한 동일한 기억이 남아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지인과 결혼했던 사람들은 아내나 남편도 자식과 함께 사라졌다며, 그들과 관련된 행복한 기억이 모두 가짜였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생존했다는 기쁨도 잠시였구나.”


이재철은 승객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 대령 역시 그들을 바라보며 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구에 도착하기 전까지 몇가지 테스트와 22세기 교육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모두 여기 앞에 계시는 분들의 지시를 따라주세요.”


금발 머리의 백인 여성이 능숙한 한국어로 그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달했다. 민호는 팔짱을 낀 채 그녀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한국어를 언제 배우셨나요?”


질문을 받은 여성은 뒤로 돌아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여러분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인간에 가깝게 만들어졌습니다.”


민호는 그녀가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그러나 지금이 2111년이라는 걸 기억하고는 납득했다. 지금 이렇게 우주선 안에서 중력을 느끼며 발을 붙인 채 걷고 있는데, 이런 안드로이드 정도가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제 몸은?”


“당신의 신체는 유기체입니다. 100% 인간입니다. 뇌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 건들며 가벼운 농담 하듯이 말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사람 같이 생긴 그녀를 훑어보다가 한가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컴퓨터 속 사람의 뇌 코드를 밖으로 꺼내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었듯이, 민아에 관한 코드를 꺼내 사람으로 만들어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시나리오 속에 두고 온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식구들이 웃을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혹시 시나리오 속 NPC들을 꺼내 사람으로 만들 수 없을까요?”


“안 됩니다. 인간 생성법 2조 12항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또한 시나리오 속 NPC의 코드 구조와 실제 인간 뇌의 코드 구조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럼 이만.”


안드로이드는 짧게 할 말만 하고는 자리에서 떠났다. 민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다 뒤에서 안내원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곧장 뒤로 돌았다.


“저는 사람입니다.”


안내원은 그가 질문하기도 전에 대답했다. 민호는 괜히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안내원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는 그를 따라가기 전에 고개를 돌려 식구들을 보았다. 다들 표정은 안 좋아도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는 사실에는 다행이라 보고 있는 듯했다.


‘그래. 너무 낙담하지 말자. 화성이나 22세기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건 변함없잖아? 이번에는 현실 세계에서 정말 행복하게 새 출발을 해보자.’


민호는 지금 당장은 심적으로 힘들어도 멀리 보면 모두를 위한 미래는 열려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힘을 내어 새로운 시작을 해보겠다며 굳게 다짐하고는 안내원을 뒤따라갔다.



5년 후.



22세기 사람 기준으로는 고전적이고, 21세기 사람 기준으로는 현대적인 술집에 피곤에 쪄 들어 있는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캡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었기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옷차림은 다른 22세기 사람들처럼 평범했다. 그녀는 빈자리에 털썩 앉고는 캡모자를 옆자리에 던졌다. 그녀는 이나현이었다. 그녀는 긴 금발을 목 뒤로 넘기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등받이에 등을 붙였다.


“누나.”


팔짱을 낀 채 멍 때리고 있던 그녀는 술집에 들어와 자신을 부른 민호를 보고 팔짱을 풀었다. 그 역시 평범한 옷차림에, 조금은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니 약간 쇠 냄새가 났다.


“오늘은 내가 낼게. 여기 보드카 두 병 주세요.”


그가 주문하자 바텐더가 보드카 두 병을 그들의 앞에 내놓았다. 민호는 뚜껑을 따고는 병째 한 모금 마셨다. 그녀 역시 그렇게 했다. 그들은 강한 술이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 가는 걸 느끼고는 작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다른 애들은?”


나현이 술집 정문을 살피며 묻자 민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들 일 하느라 바쁘지. 환수 형이랑 강후 형은 조만간 공장 일 그만둔다고 하더라. 못 해먹겠데.”


“그래도 둘은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더만, 결국은 그만두네.”


나현은 일을 그만두는 식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민호 역시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22세기에 이 정도로 적응을 못 할 지 누가 알았겠어?”


식구들이 일을 그만두는 이유는 간단했다. 22세기 적응에 실패해서였다. 만약 시나리오 속에서의 기억이 지워진 채 나왔다면 적응하는 게 훨씬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을 때 시나리오 속에서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자식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한다. 거기에 더불어 그들은 시나리오 속에서는 막대한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계층과 함께 일을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돈을 벌고 있다. 처음 1년은 괜찮았지만, 이 삶이 5년 동안 변함없이 지속되니 모두 지쳐있었다. 심지어 몇몇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국회의원, 기자, 재벌은 얼마 전에 자살했다더라.”


“그 사람은 21세기에서도 권력자였으니 이런 현실에 우리보다 더 고통스러워했겠지.”


민호는 먼저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보드카를 들이켰다. 나현 보드카를 들이킨 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못 하지, 문화도 너무 이질적이지, 사람들은 너무 각박하지,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지, 친구들은 다 나이가 들었고, 불합리한 거에 대응도 못 하지. 우리나라는 엄청난 강대국도 아니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시나리오 속 대한제국은 50년대, 60년대 되면 독일과 미국의 냉전 사이에서 독보적인 세력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시켰지.”


나현은 답답했는지 다시 한 번 더 보드카를 벌컥벌컥 마셨다. 어느덧 술병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따금 다시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고는 해. 지금은 너무 힘들고, 즐겁지도 않아. 권오와 잠자리 갖는 시간도 갈수록 적어진단 말이야. 시나리오 속에서는 우리가 원할 때 바로 하고 그랬는데.”


“난 연애하려고 시도도 해봤는데, 시간도 부족할 뿐더러 계속 민아 생각이 나더라. 그냥 평범한 코드 따위라고 스스로를 세뇌해보려 해도 안 되더라. 게다가 22세기 사람은 우리와 생각하는 게 너무 달라서 같이 못 살겠어.”


민호는 지금 자신도 그 후유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시나리오 속 가족이 코드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어하겠는가?


-띠링


그때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누가 보냈나 보았더니 이재철이었다. 최근 3년 동안 연락 한 번도 없다가 오랜만에 그의 이름이 뜨는 걸 보니 왠지 반가워졌다. 한편으로 안심되기도 했다. 3년 동안 연락이 없다 보니 그가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한 줄 알았다.


“함장님이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재빨리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 오랜만에 연락했으니 뭔가 좋은 소식이라도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섞여 있었다.


“화성으로 가자고 하시는데?”


“화성?”


나현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핸드폰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보낸 단체 메시지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한국 정부에서 이번에 화성 이주선을 발사하는데, 이재철이 나름 힘이 있는 늙은 지인들과 5년 전에 지급받은 식구들의 위로금, 시나리오 속에서 얻은 도박 지식을 활용해 모은 돈을 모아 2069년 멤버 전원 우주선 탑승 후보로 올려놓은 것이다.


“그래. 어차피 여기에서 할 것도 없는데, 화성 가서 새 출발하는 게 훨씬 낫지. 화성은 아직 빈 땅이 많으니까.”


나현은 그걸 보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가자고 했다. 그녀는 화성에서 진정한 새 출발을 하고 싶어 했다. 민호는 또다시 화성으로 간다는 거에 약간 고민을 했지만, 그다음이 이재철이 보낸 메시지는 그를 일어서게 만들었다.


-돈을 조금 더 써서 복제 인간 생성기와 백의제국 시나리오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어쩌면 저희가 잃은 사람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자.”


더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민호는 술병에 남은 보드카를 꿀꺽꿀꺽 들이키고는 쇠 냄새가 나는 겉옷을 의자에 걸어둔 채 얼른 나가자며 고갯짓을 했다. 그녀 역시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은 흐트러져 있는 머리칼을 뒤로 묶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술집 입구를 보았다. 들어올 때만 하더라도 지긋지긋하고 삶에 찌들어 보이던 문이 지금은 새 세상으로 향하는 탈출구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별일 없겠지?”


민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자 나현은 뭐 어떠냐는 식으로 쿨하게 대답했다.


“화성이 됐든 시나리오가 됐든 간에 여기보다는 낫겠지. 혹시몰라? 언젠가 우리가 백의제국을 건설하게 될지?”


그는 그녀의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모습이 굉장히 비장해보이면서도 희망에 가득차보였다. 입구 앞에 도착한 민호는 심호흡을 길게 하고는 두 손으로 힘껏 문을 밀었다. 그러자 희망이라는 냄새를 품은 바람이 다가와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그들은 서로를 힐끗 보고는 활짝 웃으며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에는 행복이라는 지평선에 닿기를 기원하며···


작가의말

새드 엔딩을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다보니 나름 해피 엔딩으로 끝내보았습니다.


그동안 제 부족한 소설을 쭉 읽어와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 덕분에 2차 리메이크 완결까지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완결 설정은 내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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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19.09.23 18:47
    No. 1

    다음 소설 기대할게요...
    잘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2i***
    작성일
    19.09.23 18:55
    No. 2

    마지막까지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변진섭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닉네임 잊지 못할 겁니다ㅠ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8 과객임당
    작성일
    19.09.23 19:56
    No. 3

    잘 읽었습니다

    떡밥은 회수되었군요

    나름 납득이 가는 전개라 작가님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민호가 행복하지 않게 된점이 좀 아쉽네요
    그건 작가님의 생각일테니 작가님의 생각 존중하겠습니다

    다만 떡밥을 회수하는데 있어 이런 전개가 될거라곤 생각을 못했네요
    즉 어느정도 머리속에 있을만한 떡밥(혹시 이런 내용이 아닐까? 하는거요)이
    아니었다는점이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내용 잘 읽었고요, 다음에도 좋은 내용 부탁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2i***
    작성일
    19.09.23 20:21
    No. 4

    다행히 민호가 다시 민아를 만나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5 나산의한
    작성일
    19.09.23 21:48
    No. 5

    민호가 행복하지않음으로 이 소설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는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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