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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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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2.1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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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1
추천
32
글자
18쪽

188화. 음양오행기(陰陽五行氣)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렇게 겨우 밥을 얻어먹고 쉬는데, 이제는 시집간 두 딸 쥬미와 쥬린이 찾아왔다.사위들과 함께. 명절이니 인사를 드린다고 말이다.

그런데 또 가만히 있으면 미루가 아니다.

배운 검무를 멋지게 추면서 딸들 앞에서 은근히 남편 자랑을 하는데······.

원래 엄마와 딸은 남편과 아빠에게 서로 은근히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법.

그러니 딸들이 그것을 보고 가만히 있겠는가?

“아빠! 왜 우리는 안 가르쳐 줘요?”

“나도 배울래요. 빨리 가르쳐 주세요.”

이렇게 당장 자기들도 가르쳐 달라고 성화를 부린다. 그래서 또 어쩔 수 없이 딸들에게 천화호접무를 가르치다 보니, 휴가가 전부 끝나고 말았다.

#

저녁을 먹고 서재에 앉아, 이번 대륙 기행에서 보고 느낀 점을 자세히 기록했다. 오래 보관이 가능한 양피지에, 새로 만든 무공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고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니 머릿속에 남아 있을 때 깔끔하게 마무리를 한 것이다.

지난 며칠이 마치 몇 년이 흐른 듯한 기분이 든다. 나중에 다른 생계를 다녀온다면 이런 느낌은 더 강해지리라.

* * * * *


대륙 기행에서 돌아와 한 달 정도가 지나자, 12월로 접어들면서 제법 날씨가 선선해졌다. 그리고 수련실에 말려 둔 영초(靈草)들도, 그늘에서 잘 말랐고.

“대륙 기행을 마쳤으니 한번 찾아뵈야지.”

선인들 수련에 좋다는 선인수 가지와 열매를 챙겼다. 그리고 가져왔던 이보들 중에서, 북극과 남극의 빙정을 각각 4개씩······.

그리고 불사조 알 하나에 하얀 우윳빛 액체를 작은 옥병에 삼 할쯤 덜어서 넣고, 태을 선인을 찾아 나섰다.

요즘은 점점 경지가 오르니 천둔산 중턱까지는 한 시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대신전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태을 선인 옆에 앉아 함께 수행을 하다가, 침소로 돌아와 응접실에 마주 앉았다.

그런데 쥬맥이 무엇인가 주섬주섬 내어 놓으니, 또 무엇을 가져왔나 싶은지 멀뚱히 바라보더니,

“뭐냐? 천단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 이제야 먹을 것을 챙겨 온 것이냐?”

“아니요. 이것들이 먹을 것으로 보이십니까? 식탐을 좀 버리세요.”

“인석아! 그럼 먹을 것도 아닌데 뭐가 이리도 많누?”

“저도 용도는 잘 모르겠으나 필요하신 데가 있으실지 몰라서 가져왔으니, 일단 한번 보십시오.”

“그래? 그런데 오늘따라 방안이 아주 시원~ 하구나. 아우~ 좋다.”

그러면서 우선 큰 봇짐을 당겨서 풀어 보더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이건 선인수의 가지와 열매가 아니냐? 색깔을 보니 천 년 이상은 묵은 것 같은데, 이걸 어디서 구했느냐?”

“북동쪽 해안가의 수미산(須彌山)이라는 곳에서 찾았는데,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서 오래 자란 모양입니다.”

“인석아, 설마 이리도 오래된 나무를 통째로 자른 건 아니겠지?”

“아이구, 제가 야단을 맞으려고 통째로 자르겠습니까? 곁가지만 잘랐으니까 아무런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나는 이렇게 많이는 필요가 없으니, 너도 이제 선술을 배우려면 절반은 가져다가 네가 쓰도록 해라.”


그러면서 선인수를 절반만 꺼내고 나머지는 다시 싸서 쥬맥에게 돌려준다.

“이것 말고도 자오영지(子午靈芝)나 만년삼(萬年蔘), 불로초(不老草) 등도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말씀하십시오. 언제든지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선인들이 그런 게 필요하겠느냐? 영단을 만들거나 아픈 사람들을 위해서 쓰도록 해라. 어디, 이것은 무엇인데 이리도 작아?”

궁금한지 비단에 싸인 작은 옥함 하나를 무심코 꺼내 든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차가움의 대명사 빙정이 아닌가?

“앗, 차가워! 인석아 말을 해 줘야지. 잘못했으면 간이 떨어질 뻔했다.”

“하하하하! 아주 시원하시지요? 그건 북극의 빙산에서 얻은 빙정입니다.”

“어쩐지 방안이 시원하더라. 빙정은 빙살의 신통을 익히는 데에도 쓰이고, 음기가 매우 강해서 음양오행 중에 음의 기운으로도 쓸 수 있는 것이니라.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한 번에 네 개씩이나 구했느냐?”

“실은 열댓 개를 구했는데요. 두 개는 선인님 쓰시고 두 개는 혹시 전 천사장님이 오시거든 드리십시오.”

“너는 재주도 좋구나. 이런 걸 그리도 많이 구하다니. 어쨌든 이제 여름에도 더위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겠구나. 고맙다.”


이번엔 또 비슷한 크기의 옥함을 열어 보고, 이제 손으로 집지 않고 그냥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꺄웃하며 물었다.

“아니, 이것도 차가운 냉기가 흐르는데 어째 저것 하고 색이나 크기가 약간 다르구나. 이것은 기운이 더 차가우면서도 그 안에 온기가 있는데?”

“그것은 남극에서 구한 빙정인데 꼭 우유 같은 액체가 흐르는 샘 속에서 건진 것입니다. 액체의 색깔이 그와 똑같았습니다.”

“뭐? 그럼 이게 지극한빙정(至極寒氷晶)이란 말이냐?”

“빙정이면 빙정이지 지극한빙정은 또 무엇입니까?”

“이 녀석이 무지하기는, 그냥 빙정보다 훨씬 귀한 것이 이 지극한빙정이다. 이것은 땅의 지극한 음기가 결집되어 샘처럼 솟는 지극한빙천(至極寒氷泉)의 지극한정수(至極寒晶水)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야.

음기와 한기는 더욱 강하면서도 안에 봄바람 같은 부드러운 기운을 품고 있어서, 인체에 연화시키기가 훨씬 쉽고 효능 또한 뛰어난 것이니라.

그런데 이것도 네 개나 가져왔느냐? 모두 가져와 버린 것은 아니지?”

“수십 개가 있는 샘 속에서 열댓 개만 건져 왔으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욕심이 지나치면 화근이 되니 항상 조심하여라. 이것도 네 개나 되니 두 개는 전 천사장께 드리라는 거구나.”


그러자 쥬맥이 머리를 긁적이며 죄송하다는 듯이 겸연쩍게 웃었다.

“어디 이것은······.”

이번에는 조금 큰 것을 집어서 열어 보는데, 안에 하얀 우유 같은 액체가 담겨 있다. 그러자 지극한빙정을 보았으니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이것이 지극한정수겠구나. 이것은 한 모금만 마셔도 평생 몸에 음양의 조화가 깨지지 않는다. 음의 기운이 바닥나지 않아서, 음기가 강한 신통과 무술을 익히는 데에 매우 좋지. 특히 여자에게는 보약(補藥)이니라.”

“아! 그렇습니까? 저는 그곳에서 몇 모금 마셨는데 그럼 집에 남은 것은 집사람과 딸아이들 주어야겠군요.”

“그랬어? 그럼 이건 나 주려고 가져온 것이냐?”

“그럼요. 집에도 있으니 염려 마시고, 어서 드시고 빨리 신선이 되셔야죠.”

“에라이~ 속 보인다 이놈아. 이것을 먹고 체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밝게 웃었다.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하나를 풀어 보더니, 잘 모르겠다는 듯이 이리저리 살펴본다. 바로 불사조의 알이다.

“뭐지? 이 붉은빛이 나는 것은 마치 알처럼 생겼는데······. 그러면서 또 보석처럼 안에서 빛이 나는구나. 귀해 보이긴 한데···, 이건 무엇이냐?”

“아니, 선인님께서도 모르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하하하하!”

“이놈아! 놀리지 말고 빨리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하렸다!”

“그것은 바로 신수 불사조(不死鳥)의 알입니다. 예쁘지요?”

그러자 선인이 불사조 알이라는 말을 듣고 얼른 내려놓더니, 정색을 하고 말했다.

“녀석아! 이 귀한 불사조의 알을 가져와 버리면 안 되지. 새끼가 부화해야 할 텐데 가져오면 살생이나 다름없지 않느냐? 그 불사조의 어미가 이것을 지키려고 죽자사자 덤볐을 텐데 어떻게 빼앗아 왔느냐?”

그러자 쥬맥이 그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불사조의 알인지 모르고 싸서 넣다가 그 어미와 대판 싸웠습니다. 용암 속에서 솟구쳐 나와 공격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싸우는 와중에 다행히 오해가 풀려서 그 불사조가 저에게 준 것입니다.”

“뭐라고? 어미가 자기의 알을 다 내어 준다는 말이냐?”

“실은 그 알은 지구와 환경이 맞지 않아서 부화하지 못한 것이랍니다. 원래는 크기가 훨씬 더 큰데, 어미가 애착(愛着)을 느꼈는지 영기를 주입하고 신통을 부려서 작게 만든 것이고요.

음양의 기운 중에 지극한 양기를 품고 있으니, 나쁜 곳에 쓰지 말고 꼭 좋은 일에 써 달라고 하였습니다.”


더불어 신수 주작의 기운을 알아본 내용까지 설명해 주었다.

“네가 신수 주작의 덕을 많이 보는구나. 언젠가는 꼭 갚도록 하여라. 지극한 양기를 품은 것을 오랜 세월 찾아왔는데, 이렇게 찾을 줄은 몰랐구나. 그런데 이것 하나더냐? 하나면 네가 가져다가 쓰고······.”

“아닙니다. 제가 어떤 놈입니까? 하나였으면 가져오지도 않고 제가 슬쩍 했겠죠. 하하하! 다행히 두 개를 가져왔으니 그냥 쓰십시오.”

“이건 정말 찾기가 어려운 귀물이란다. 정말 고맙구나. 십이성 마법을 익히려면 음양이기와 오행의 기운이 강한 귀물들이 있어야, 법술의 도움을 받아서 익힐 수가 있단다.

그중에 가장 구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지극한 양의 기운을 가진 것과, 토의 기운을 가진 것이다. 이제는 토의 기운을 가진 것만 구하면 되겠어.”

“그래요? 그럼 다른 것은 벌써 다 구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잠깐 기다리거라. 내가 가져올 것이 좀 있으니······.”

“예, ······.”


선인이 손짓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더니, 함을 하나 들고 나와서 쥬맥에게 건네 주었다.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오래된 진갈색의 나무가 한 토막 들어 있다.

“선인님, 이것은 나무 아닌가요? 향기와 색이 매우 특이하군요.”

“그것은 천 년 이상 된 천령수 나무란다. 아리별에 있을 때 선배 선인께서 승천하시며 남겨 주신 것이다. 내게는 쓸 것이 있으니, 그것은 네가 가져다가 쓰렴. 너도 이제는 마법과 법술도 같이 익혀야지.”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른 기운은 무엇으로 대체하시려고요?”

“음기(陰氣)는 지극한빙정으로 하면 되겠고, 양기(陽氣)는 이 불사조의 알이면 충분하다. 혼자 쓰고도 남을 것이니, 남은 기운은 전 천사장께 드리마. 수기(水氣)는 지난번에 네가 가져다준 대붕의 내단이면 될 것이고······.

목기(木氣)는 천 년 이상 된 천령수 나무, 화기(火氣)는 금강화정이면 된다.

금기(金氣)는 너도 가지고 있지 않느냐?

순수한 태을현철이면 되는데, 네 백호제마검이 태을현철이니 따로 찾을 것이 없지. 태을현철은 나도 조금 가지고 있고······. 그러니 이제는 토기(土氣)만 찾으면 되겠구나.”

“토기는 흙일 텐데 흙은 사방에 널려 있지 않나요?”


“물론 일반 흙에도 약한 토기가 섞여 있지만, 그런 흙으로는 강한 토기(土氣)를 끌어낼 수가 없단다.

일천 장 정도의 깊은 땅속에서 천지영기를 흡입하여, 일만 년 이상이 지나면 흙과 동화된 토정(土晶)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있어야 제대로 된 토기를 흡수할 수 있느니라.

이 토정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만년온옥(萬年溫玉)이라는 것이다. 옥이 따뜻한 땅의 기운을 품고 일만 년 이상을 깊은 땅속에서 토기를 흡수해야 겨우 만들어지는 것이지.

성질이 부드럽고 따뜻한 기를 지녀서 사람의 성품을 부드럽게 해 주고, 몸의 차가운 기운을 연화시켜 주는 데에도 사용이 되지.

또 다른 하나의 토정은 금강토정(金剛土晶)이라는 것이다. 지난번에 네가 용암불새의 굴에서 구한 것처럼 생겼는데, 노란색이나 황갈색을 띠고 있다.

만년온옥보다 더 오랜 세월을 깊은 땅속에서 지기와 지열을 받으며 만들어진단다. 그렇기 때문에 온옥보다 훨씬 강도가 높고 토기도 강하지.

이 둘 중에 하나만 있어도 십이성 마법(魔法)을 보조하는 법술(呪術)을 익히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그러나 이런 것은 연이 닿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니 너무 애쓰지 말아라. 인연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에 들어올 것이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이제 일곱 가지 재료 중에 토정 하나만 찾으면 된다는 말에 쥬맥도 힘이 났다.

무예가 입신의 경지에 이르면 마의 기운에 침습당하지 않기 때문에, 마법과 법술을 익히는 데 제한이 없다.

그것은 천인족 내에서 무언의 관습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무신 단계인 입신의 경지에 이른 무인은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그 경지에 오르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그들은 모두 법술과 마법까지 통달하여, 우주 만물의 이치와 법칙에 깊이 다가간 반신(半神)의 존재들이었다.

그들도 필멸의 존재로 결국은 죽음을 맞이했는지, 스스로 신이 되어서 자신만의 소우주(小宇宙)를 만들었는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지만.

높은 경지에 이르고 세월이 흐르면, 대부분이 속세(俗世)를 떠나 홀로 무공 수련과 법술이나 마법을 익히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수명이 대폭 늘어서 어느 시간이 흐르면, 자신과 인연이 있던 자들은 모두 떠나고 홀로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 속세에서 사는 것이나, 깊은 산속에서 홀로 수행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독 속에 홀로 서는 것이니!

특히 배우자를 잃고 자식들마저 하나둘 떠나다가, 나중에는 손주들마저 곁을 떠나기 시작한다면?

한 인간으로서 허허로움을 채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절대의 고독!

#

태을 선인을 만나고 돌아온 쥬맥은, 이번에는 수미산에서 수집한 약초와 독초들을 사용하여 영단(靈丹)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세가를 꾸려 나가려면 많은 영단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세가(世家)는 주변의 세력들에 밀려서 곧 무너지고 말 것이니까.

특히 독을 배합할 때는 몇 번을 확인했다. 만독초나 단혼초, 화독수 등은 들어가는 양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백 알의 영단을 만든 다음, 나머지 약초로는 여러 종류의 먹거나 상처에 바르는 약을 만들어서 빙정(氷晶)의 서늘한 기운 아래 보관시켰다.

내상 약이나 기 치료에 필요한 약, 선천지기를 보충하는 약, 사기나 악기를 빼내는 약, 외상 약 등등.

종류가 많으니 혼동이 되지 않도록 일일이 이름을 적고, 색을 구분하고, 종류별로 표시를 해 두었다.

“참! 이걸 처리 해야지.”

기본적인 정리가 끝나자 대륙 기행에서 가져온 이보 중에서 지극한정수를 들고 아내와 딸들을 불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체면에 맞지 않는 장난질이 시작되었다. 아내와 딸 둘을 대상으로.

“여보, 웬일이세요? 나랑 딸들까지 다 부르다니. 혹시 무슨 나쁜 일이라도 있어요? 당신 얼굴을 보니까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아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평소에는 점잔이나 빼던 양반이니 설마 하는 것일 터.

“응, 일단 이리 와서 앉아 봐. 내가 예쁜 사람한테는 상을 줄 거야.”

“와아~ 상이란다. 아빠! 그래도 제가 제일 예쁘잖아요?”

쥬미가 두 손을 펴서 턱을 받치며 꽃처럼 만드니, 쥬린이 밀치고 나선다.

“에이, 언니는 벌써 애를 둘씩이나 낳아서 한물갔단 말이야. 나는 아직도 처녀나 다름없거든. 아빠! 당연히 그것은 저를 주셔야죠.”

그러자 뒤로 물러설 미루가 아니다.

“어머~ 얘들 보게.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헛물을 켜고 있네. 나 아직 안 늙었다. 그래도 아빠 눈에는 이 엄마가 제일 예쁘지.”

모두 서로 예쁘다고 난리를 친다.

그래서 쥬맥은 기분이 좋아서 ‘하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아무리 딸이 예뻐도 그래도 내 반쪽이 아닌가?


“당연히 내 눈에는 콩깍지가 씌어서 당신이 제일 예쁘지. 자 당신부터 이거 한 잔 마셔 봐. 달콤하고 속이 아주 그냥 시~원~ 할 거야.”

작은 술잔에 지극한정수를 한 잔 따라서 건넸다. 아내가 몸에 좋은 것이니 주겠지 하면서, 남편 말만 믿고 단숨에 홀짝 마셔 버리더니 깜짝 놀란다.

“으윽! 차가워라. 아유~ 너무 차가워. 여보, 뭐가 이리 차가워요? 마치 뱃속이 얼어붙는 것 같은데···, 설마 나 냉동 인간 만들려고 이러는 것 아니죠?”

“잔말 말고 어서 좌정하고 앉아서 운기조식이나 해. 정말 좋은 거야.”

정말 좋은 거라는 말에 쥬미가 고개를 내밀어서 옥병을 넘보며 말했다.

“아빠! 이제 정말 없어요? 나 안 주면 미워할 거야.”

그러자 쥬맥이 병을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살살 흔들면서, 정말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에고, 이제 다 마시고 눈곱만큼 남았네. 그냥 이거라도 마실래?”

일부러 탈탈 터는 시늉을 하면서 한 잔을 따라 주었다. 그러자 동생이 가져가지 못하게 한 손으로 막으면서, 얼른 채 가더니 홀짝 마셔 버린다.

순식간에 뱃속을 얼릴 듯이 내려가는 지극한정수! 얼마나 차가운지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다. 그러나 연기파는 역시 다른지 표정과 말이 딴판이다.

“어머~ 정말 시원하고 맛있네요. 정말 천상의 감로수 맛이네. 아이 좋아.”


그렇게 표정과는 영 다른 말을 하면서 동생 쥬린을 쳐다보고 약을 올렸다.

그러자 쥬린이 저만 안 준다고 우는 표정을 지으면서 앙탈을 부린다.

“아빠는 나빠요. 내가 제일 예쁜데······. 나만 안 주고, 미워!”

다 키워서 시집까지 보냈는데 아직도 어릴 때처럼 어리광을 부린다. 그래도 예뻐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우선 쥬미를 운기조식(運氣調息)시켰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런 소리도 하지 말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러면서 남은 지극한정수를 한 잔 따라서 건넸다. 그러자 그제야 화가 풀린 모양인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아빠! 아까 한 말 취소. 역시 우리 아빠가 최고야!”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면서 얼른 받아 마시더니, 또 그 차가운 맛에 얼굴을 찡그리며 온몸을 으드드 떨어 댄다.

그래도 좋은지 얼른 엄마와 언니 곁에 앉아서 스스로 운기조식을 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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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97화. 여래금강무(如來金剛舞) 22.02.26 1,243 30 18쪽
196 196화. 새로운 무공 창안 22.02.25 1,256 3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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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화. 월녀회혼검법(月女回魂劍法) 22.02.23 1,247 3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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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1화. 분노의 사투(死鬪) 22.02.20 1,232 31 21쪽
190 190화. 거대한 괴물 크라케 22.02.19 1,240 32 19쪽
189 189화. 어수족과의 충돌 22.02.18 1,235 29 19쪽
» 188화. 음양오행기(陰陽五行氣) 22.02.17 1,242 32 18쪽
187 187화. 불사조와의 결투(決鬪) 22.02.16 1,244 32 18쪽
186 186화. 비얼산 정상의 검무(劍舞) 22.02.15 1,249 30 19쪽
185 185화. 천화호접무(天花蝴蝶舞) 22.02.14 1,251 30 19쪽
184 184화. 대륙기행(大陸紀行) 22.02.13 1,263 3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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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80화. 자오운설무(子午雲雪舞) 22.02.09 1,251 3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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