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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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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2.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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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8쪽

183화. 마법을 시작하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우선 내단을 들고 약성(藥性) 측면의 효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신의를 찾아갔다. 유리는 자리를 비웠고 마침 신의와 문 앞에서 부딪쳤는데······.

“아니, 자네가 어인 일인가? 또 물어볼 것이라도 있나?”

지난번에 대족장이라 예의(禮儀)를 갖추려고 어려워하는 것을, 쥬맥이 전처럼 편하게 대해달라고 하자 이번에는 훨씬 편하게 대했다.

“예, 잘 지내셨습니까? 실은 오늘도 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으신지요?”

“아, 자네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시간을 내야지. 들어가세.”

신의가 반갑게 맞이하여 사랑채로 들어가 찻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실은 이번에 제가 대붕의 내단을 얻었는데, 어디에 사용하는지 잘 몰라서 신의님께 여쭈어 보려고 왔습니다. 이것인데 한번 보시지요.”

가지고 온 비단 보자기를 풀어서, 주먹만 한 물건을 신의 앞에 꺼내 놓았다.

그러자 신의가 받아서 이리저리 내단을 살피기 시작한다.

“이것이 대붕의 내단이라고 했지? 많은 기운을 품고 있구먼. 그래도 가장 강한 기운을 꼽으라면 역시 오행의 기운 중에 수(水)의 기운이 매우 강하군.

대붕의 새끼인 곤이 북명해에서 오랜 시간을 살면서 흡수한, 북명해의 바다 기운 때문일 걸세.

이 수의 기운은 화(火)의 기운을 중화시키는 데에도 사용하고, 오래된 것은 무사들에게 만년화리의 내단에 버금가는 내공을 얻게 해 줄 수도 있네.

또한 여러 가지 내상이나 화병(火病)에 특효를 보이는 약성도 지니고 있지. 선인들이 신통을 익히는 데도 매우 중요한 재료라고 들은 적이 있고.

그 부분은 내가 선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군. 아시는 분이 있으면 한번 물어보게.”

“감사합니다. 매번 폐를 끼치는 군요. 이것은 대붕의 육포와 그 깃털인데 약소하지만 받아 주십시오.”

“어이쿠, 고맙네. 모두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진귀한 약재라네.”

신의가 환한 얼굴로, 주맥이 인사차 가지고 온 조그만 꾸러미를 얼른 받아 들었다.

#

신의와 작별한 쥬맥은 성수(聖樹) 천령수가 자라고 있는 곳으로 태을 선인을 찾아갔다. 먼저 대신전(大神殿)에 참배한 뒤에 선인과 마주 앉았는데······.

“건강하게 잘 지내셨지요?”

“그래, 그런데 요즘도 여기저기로 불려 다니면서 싸우기에 바쁘다며?”

“할 만한 사람이 없으니 제가 나설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너도 벌써 큰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는 커다란 거목이 다 되었구나. 좋은 일이다만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후배들을 잘 키우거라. 그게 네 일을 더는 지름길이 아니겠느냐?”

“그렇지 않아도 틈나는 대로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그래,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할애비를 보러 왔누?”

“이것 좀 한번 봐 주세요. 지난번에 잡은 대붕의 내단입니다.”

그러면서 품에서 꺼낸 비단 보자기를 풀어 주먹만 한 물건을 앞에 놓았다.

“그래? 이게 대붕의 내단이라고? 호오~ 귀한 것이로다. 지난번에 네가 대붕의 육포랑 깃털을 보내 주어서 요긴하게 썼는데······. 그때 잡은 대붕의 내단이더냐? 크기가 제법 큰 게 오랜 세월 동안 키워 온 것이구나.”

“맞습니다. 그때 네 마리를 잡았는데, 신의께서 이것이 선인들이 신통을 익히는 데에도 쓰인다고 하시어 자세히 여쭈어보려고 왔습니다.”


“이것도 오래된 것은 무인들의 내공 증진에 만년화리 내단 정도의 효과가 있고, 선인들이 수기(水氣) 관련 신통을 익히는 데에도 긴요하게 쓰인단다.

법술의 비기를 익히는 데도 쓰이지만, 특히 최상승 마법 중에 극의를 깨달아야 익힐 수 있다는, 십이성 마법(魔法) 중 하나인 윤회(輪廻)의 계도(戒刀)를 익히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지.

십이성 마법을 익히려면 마도식과 천지법칙을 깨우치는 것만으로는 익힐 수가 없단다. 실제로 그 기운들을 움직일 수 있는 모태(母胎)가 되는 기운들을 자신이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지.

그래서 음양이기와 오행의 강한 기운을 지닌 신물들을 모두 모아, 그 기운들을 흡수해야 한다. 그 기운들을 체내에서 연화하여 태초의 혼돈과 태을의 기운을 복원해야 하고······. ······.

궁극(窮極)은 무극(無極)으로 나아가면 스스로 작은 신(神)이 되어 십이성 마법을 쓸 수 있느니라.

십이성 마법은 마법이라고 하기보다는 법술과 마법의 극의(極意)가 결합된 신통이라고 보면 된다.

음양이기와 오행의 기운을 연화하여 혼돈과 태을의 기운을 복원하고, 무극으로 나아가는 것은 법술에 대한 깨달음의 극의가 필요한 부분이고······.

이 기운을 천지자연의 영기와 마도식으로 풀어내어 실현시키는 것은 바로 마법의 극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니 술인으로 마법만 배운 사람들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경지이지.

물론 진정한 십이성 마법은 진선만이 가능하다. 진선이 되지 않은 존재들은 그 비기의 일부를 구현할 수 있을 뿐이고 말이다.”

“진선이라면 선계로 승천한 신선을 이름일 텐데 그 이유가 있습니까? 똑 같은 비기인데 차이가 있는 모양이군요?”

“잠시만 기다리거라.”

선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책이 가득한 서재(書齋)에서 책 한 권을 꺼내어 살피더니, 내용을 찾아서 쥬맥에게 보여 주면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보아라. 여기서 여기까지가 십이성 마법의 마도식과 익히는 법, 그리고 법술과 연계(連繫)하여 마도식을 계산하고 시현하는 방법과 주의 사항 등 제반 내용이 적힌 부분이다.

원래 마법에 대한 것은 일반 무인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금지 사항이지만, 입신(入神)의 경지에 가까이 이른 무인들은 볼 수가 있다.

이미 상승의 경지에 이르러 중단전이 마기에 오염될 위험이 없기 때문이지.

너도 이제 예전에 전신의 경지를 넘어섰고, 상단전이 열려서 입신의 경지가 머지않았으니 공부해 보려무나.”

“그럼 이 서책을 제가 가져가서 연구해 보아도 되는 것인가요?”

“규정이 줄 수는 없게 되어 있으니 분실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읽은 뒤에는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복사본의 작성도 금지되어 있고······.”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먼저 십이성 마법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을 해 주시지요. 관련 법술을 익히는 법도 좀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선인이 자신이 깨달은 고계 법술과 마법의 상세 내용(詳細內容)을 줄줄이 설명하기 시작했고, 쥬맥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공부했다.

“······. 여기를 보면 여기서부터 십성 이상의 마법이 기술된 내용이다. 일반 술인(術人) 마법사들은 대부분 구성까지가 한계라고 보면 된다. 그걸 가지고 대마법사니 뭐니 떠들지만 말이다.

그들은 살고 있는 별을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거의가 생계 내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계를 벗어나 중계나 유계 등 아예 다른 천계로 가게 되면, 구성 이하의 마법으로는 기로 유체화 된 존재들을 소멸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십성 이상의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법술도 고계의 법술이 아니면 효과가 없지. 그중에서도 십일성과 십이성 마법을 완전히 대성을 하려면, 신선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

익히는 것은 연신기부터도 가능하지만 적용되는 범위나 효과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지.”


“예를 들어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요?”

“여기를 보면 십이성 마법 중에 ‘천신(天神)의 분노(忿怒)’라는 마법은, 신선이 시전하면 어떤 행성(行星)이나 항성(恒星)도 통째로 파괴할 수 있는 놀랍고 무서운 마법이지.

그러나 신선이 아닌 연신기에서 진선기에 이른 선인의 경우는, 그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가 없단다. 법력에 따라서 수십 장 또는 수백 장까지는 파괴(破壞)가 가능하지만 말이다.”

“정말 무서운 패도적인 힘이군요. 별 하나를 통째로 파괴하다니!”

“천신께서 달리 마계를 따로 떼어서 천계를 만들어 구분하셨겠느냐?”

······.

태을 선인은 쥬맥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도 염려 차원에서 다시 한 번 깊이 설명을 하는데, 쥬맥은 내색(內色)하지 않고 귀담아들었다.

“마(魔)라는 힘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이기적이고 패도적인 힘이다. 빠른 시간 내에 힘을 쌓고자 하는 자들이 많이 추구하지.

그렇다고 그 자체가 악은 아니란다. 악을 천신께서 따로 분리하지 않으신 것은, 그것이 모두 마음(心)을 가진 존재로부터 싹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사사로운 작은 것들이 쌓여서 여기에 무감각해지면, 어느 순간 자신의 이익을 탐하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우리가 사(邪)라고 표현한다.

이 기운이 커지면 사기(邪氣)가 극에 이르고, 그것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존재를 해치는 순간에, 그 사기는 악(惡)으로 변질된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바로 악기(惡氣)에 휩싸이게 되는데······. 여기에 이기적이 패도(覇道)의 기운인 마(魔)가 결합하여 악마(惡魔)가 마음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요(妖)도 결국 마찬가지니라. 결국 악이 마를 만나 악마가 되듯이 악이 요를 만나면 악요(惡妖)가 되느니라.

주로 패도를 추구하는 남자들이 악마가 되기 쉽다면, 음의 기운이 강하여 음습한 기운에 침습되기 쉬운 여자들은 악요가 되기 쉽단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변화의 시발점이 조그만 사사로운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지.

어른들 말에 사람 관계에서 조금 손해를 보는 듯이, 부족한 듯이 하면 뒤탈이 없다는 것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바로 이처럼 스스로의 영혼에 사사로운 기운이 침습할 빌미를 주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야.

젊은 나이에 이 말을 들으면 나이 든 노친네와 세대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허기야 나도 젊은 시절에는 그리 생각했지만 말이다.”

······.


쥬맥은 자신도 뻔히 알고 있는 내용인데 아직도 어린애로 보며, 태을 선인이 당부 차원에서 하는 말을 내색하지 않고 듣다가 화제를 돌렸다.

“그럼 스스로의 영혼을 지키라고 하신 말씀은, 현생에서 영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윤회로 다시 태어나도 다음 생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지옥에 가는 것 외에 다른 큰 의미가 있을까요?”

“그야 당연하지. 물론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살 수야 없는 것이지. 먹고 사는 것 하나만 해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적용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범하지 않아야 할 천륜이나 천리라는 것이 있단다. 이것을 어기면 비록 모습은 인간으로 태어나도 자기가 기르던 가축들이 주인이 되는 축생이 되어 태어나는 경우도 있지.”

그 말을 듣고 쥬맥은 깜짝 놀랐다. 얼마 전에 생계의 다른 별로 의식 수행을 떠났다가 보지 않았던가? 소의 하체에 사람의 상체, 얼굴은 마치 돼지를 닮은 것 같은 존재를 말이다.

그 생명체가 스스로 자신이 사람처럼 행동하며, 인간을 마치 개처럼 목줄을 해서 철창에 가두고 가축으로 키우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 말에 깜짝 놀라는 쥬맥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선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니, 너는 왜 그리도 놀라느냐? 그런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이냐?”

“예, 실은 제가 생계의 다른 별로 의식 수행을 떠났는데······.”


쥬맥은 그곳에서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말씀드리자 선인도 놀랐다.

“와~ 나도 그곳은 가 보지 못했는데 실제로 그런 곳이 있다는 말이구나.”

손으로 무릎을 치면서 가축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지루한 말씀을 할까 봐 쥬맥이 얼른 십이성 마법에 대해 물었다.

“여기에는 십이성 마법이 다섯 가지만 기술되어 있는데, 이외에는 없는 모양이지요? 아니면 따로 정리가 되어 있는 것입니까?”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머지는 신선이 되지 않으면 익힐 수 없는 비기들이다. 아예 서술(敍述)된 서책도 없지.”

“그러면 조금 전에 말씀하신 윤회(輪廻)의 계도(戒刀)라는 마법은 어떤 마법인가요? 법술과 마법의 극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 한가지만 그런 것인지요?’

“아니란다. 십이성 마법들은 단순히 마법이라기 보다는 법술과 마법이 복합(複合)된 것인데, 마법의 기운이 강하니 마법으로 불릴 뿐이다.

네가 물은 ‘윤회의 계도’라는 마법을 쉽게 설명해 보마. 고계의 신통을 익힌 무서운 마수나 마왕이 있다고 하자.

이 존재를 지금 자신의 힘으로 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데,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멸해야 한다면?

그때 이 존재의 윤회를 들여다보고 전생(前生)이나 전(前)전생에서 지금보다 힘이 약한 시기로 돌아가, 그 혼을 소멸시켜서 현재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다. 관계된 기억들 마저도 말이다.

그때 윤회를 들여다보는 것은 법술의 신통이며 그 전생으로 들어가 존재를 소멸시키는 것은 마법이란다. 이것이 바로 십이성 마법 ‘윤회의 계도’이니라.”

“말씀을 듣고 보니 조금 소름이 끼치는 무서운 마법이군요.”

“그 외에도 법술과 복합된 십이성 마법에는 ‘환계(幻界)의 심마겁(心魔怯)’이라는 마법이 있는데······.

이것은 법술의 미혼진 속에서 심마가 공격하여 상대의 마음을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거란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심살(心殺)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마음을 죽여서 폐인을 만드는 것이지.

‘팔계(八界)의 신주(神珠)’라는 마법은 파괴된 모든 것을 다시 그 전의 상태로 환원시키는 마법이다.

설사 행성이 파괴되었어도 그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무섭지만 숭고(崇高)한 힘이지. 물론 악마를 되살린다면 더없이 무서운 흑마법이 되겠지만.

그 외에도 ‘천신(天神)의 사랑’ 이라는 마법은, 생명체의 마음에 존재하는 복수심(復讐心)이나 원한, 분노 등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며, 서로를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이란다. 그 대상이 마수나 요수, 악인이나 사인(邪人)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너는 이 중에서 어떤 마법이 가장 어렵고 최상위(最上位)의 마법이라고 생각 하느냐?”


“글쎄요······.”

쥬맥이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팔계의 신주는 파괴된 모든 것을 다시 복원하여 새로 창조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가장 상위의 마법이 아닐까요?”

“하하하! 물론 네 말도 일리는 있다만, 가장 상위의 마법은 바로 “천신지애’라는 천신의 사랑이란 마법이다.

법력(法力)의 소모도 가장 크고 정심(精深)한 수행을 쌓지 않고서는 결코 익힐 수 없는 비기(秘技)이지.

예를 들어서 지난 소금동맹과의 전쟁 때 반인족과 거인족을 맞아 싸운 천인족 무사까지 모두 합하면, 일백육십만 명 정도가 참전하지 않았더냐?

그 전쟁에서 ‘천신의 사랑’을 이루려면 그 많은 참전자들의 마음을 모두 움직여서 원념을 없애고, 용서하며 서로 사랑하게 하는 것은 그 어떤 마법보다 위대하고 또 익히기 어려운 마법이지.

정말 멋지지 않느냐? 그런 일을 이룰 수 있다면 말이다.”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제 너도 상단전이 열리고 무신의 경지에 이를 터이니, 항상 정신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고 법술과 마법도 공부를 하도록 하여라.

흔히들 무인의 최고 경지는 무신인 입신의 경지라고 말하지만, 내가 옛날 진선기에 이른 대선배 선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무인의 경지도 무신을 넘어서면 또 다른 경지가 있다고 한다.

노력 여하와 역량에 따라서 그 이상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하더구나. 너도 그 경지를 목표로 해야지.”

“아니, 입신의 경지 위에 또 다른 경지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너도 팔천계의 경계에서, 스스로 신이 되어 자신만의 소우주를 창조하여 사는 존재들을 보지 않았더냐? 마음대로 이동하며 사는 그 구체들 말이다.”


그러자 쥬맥이 그때의 기억과 선인의 대답을 떠올렸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아~ 예, 스스로 신이 된 자들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들 중에는 무인으로서 무신 이상의 경지에 이르러, 스스로 신이 된 자들도 있다고 하더구나.

입신의 경지를 넘어서 육신을 탈각할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면, 마치 선인이 신선이 되듯이 스스로 신이 되는 경지까지도 이를 수 있다는 게야.

너도 그런 꿈을 꾼다고 하지 않았더냐? 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룰 수 있는 꿈이니라.”

“그럼 선인들처럼 선계로도 진입할 수 있는 것입니까?”

“내가 알기로는 선계에는 선인만이 살 수 있다고 들었다. 다른 예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드는 거겠지. 물론 신선들 중에도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어서 선계와 소우주를 왕복하며 지내는 신선들도 있다고 하더구나. 그들처럼 말이다.”

“스스로의 소우주를 만들 수 있다면 구태여 선계에 머물 필요가 있을까요?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을 텐데요.”

“너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어떤 불멸의 존재가 혼자 수천 년 수만 년, 아니 억겁의 세월을 대화할 상대도 없이 홀로 고독하게 지낼 수 있겠느냐?

만약에 그렇다면 차라리 윤회의 삶을 택하는 것이 낫지.

의식이 강대(强大)하지 않으면 미치지 않겠느냐? 그래서 스스로를 파멸(破滅)시키는 폐인이 되겠지.

사람이 길지 않은 일생을 사는데도 길다고 지루해하는 사람이 있는데, 홀로 수천 년? 수만 년? 그 얼마나 지루하겠느냐? 너는 그렇게 살고 싶어?”

“······???”

그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버린 쥬맥이다. 수천 년 수만 년을 혼자서?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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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97화. 여래금강무(如來金剛舞) 22.02.26 1,243 3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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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화. 월녀회혼검법(月女回魂劍法) 22.02.23 1,247 33 19쪽
193 193화. 또 다른 생계 녹성 22.02.22 1,253 3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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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191화. 분노의 사투(死鬪) 22.02.20 1,232 3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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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187화. 불사조와의 결투(決鬪) 22.02.16 1,244 3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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