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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8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09:26
조회
1,607
추천
49
글자
21쪽

11화. 대륙지도 작성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시간이 흘러도 쥬맥의 병세(病勢)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는 어른들이 쉬쉬하며 자식들에게도 병이 옮을까 봐 쥬맥의 곁에는 가지 말라고 하니, 그나마 문밖에서 가끔 얼굴을 비추던 친구들도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인 수르와 유리도 문밖에서 날마다 비추던 얼굴이 띄엄띄엄 멀어지더니, 이제는 열흘에 한 번 얼굴을 보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어린 쥬맥은 결코 친구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자기 몸만 나으면 금방 만날 수 있을 테니 스스로도 낫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밤에 모두 잘 때는 혼자 일어나서 좌정(坐定)한 채, 세 살 때부터 배운 토납술(단전호흡)을 쉬지 않고 수련했다.


낮에 누워 있을 때도 토납술을 생각하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단전에 기를 모으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하고 좀 더 깊숙하고 천천히······.


어린 생각에도 잘은 모르지만 배꼽 아래 일 촌 반 지점의 기해혈이라는 단전 부위에 뭔가 꿈틀거리며 쌓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럴수록 더욱 단전호흡에 매달려 하루를 보냈고······.


그런데도 몸은 낫지 않았고 이제는 전신이 조금씩 부어오르니 돌보아 주는 신녀들도 걱정이 많았고 쥬맥의 옆에 가는 것을 꺼려했다.


어쩔 수 없으니 담당 신녀가 천으로 호흡기를 모두 가리고 약과 음식만 근처에 가져다줄 뿐이다!


그럴수록 밥을 먹고 약 먹는 시간만 빼고는 온통 하루를 토납술에 매달리는 가운데 하루하루가 가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비거를 타고 지도 제작을 위해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온전(穩全)하게 돌아온 비거는 두 대밖에 되지 않았고, 한 대는 망가졌으나 겨우 근처까지 날아와서 끌고 들어왔으며, 두 대는 파손되어 먼 곳에 묻어 버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떠났던 사람들은 세 명이 크게 다치고 세 명은 가벼운 부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죽은 사람 없이 모두 돌아왔는데······.


기록물이 하나도 유실되지 않아서 이제 지도를 만들 기본적인 자료가 모두 모아진 셈이다. 이렇게 해서 대륙 최초의 지도 제작이 시작되었다.


떠났던 사람들이 모두 한 천막에 모여서 본격적인 지도 제작에 돌입(突入)하게 되니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별의 대륙이 지금 도착한 이곳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는 것이고, 이 좁은 대륙에 각기 달라 보이는 문명을 가진 종족이 천인족 외에도 자그마치 여섯 개 종족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는 것이다.


작은 비거를 가지고 대해(大海)를 날 수는 없으니 해변을 따라 높이 날면서 눈에 보이는 섬들 정도만 확인된 사항이라, 대륙이 더 있는지는 차후로 미뤄지고 현재 확인된 대륙과 섬들에 대해서만 지도를 그리기로 하였다.


지도 작성은 천인족의 비교적 발달된 측량술을 사용하여 그려지는데, 나침반과 비슷한 성반이라는(나침반과 별자리를 측정하던 기구를 응용하여 만든) 기구로 남북 방향을 결정하고, 기준 막대의 그림자 길이와 방향과 각도를 이용해서 적도의 위치를 설정했다.


산의 높이와 땅의 넓이 등을 정한 뒤에 별자리를 이용하여 보정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측정법(測定法)을 이용하여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작성되었다.


대형 지도 외에도 실무용의 작은 지도가 수십 장이나 만들어지고, 지도에 나타낼 수 없는 내용들은 문서(文書) 형태로 정리가 되었다.


위의 결과에 더하여 실제 지형은 보천경(普天鏡-망원경)이라는 것으로 비거 위에서 살핀 결과를 가지고 추가 보완을 하였고······.


이 최종 결과를 바탕으로 대형 탁자 위에 입체형 지형도가 만들어졌다.


바로 전쟁이나 비상사태 발생 시 핵심 인력들이 이 지도를 보면서 작전(作戰)을 짜고 지휘하기 위한 것이다!


보천경은 질 좋은 수정을 가공하여 만든 천인족의 중요 기구 중 하나였다.


아리별에 살 때는 마수나 요괴들이 많아서 원거리 관측이 필요한데, 무공 수준이 낮은 무인들은 그 일이 쉽지 않았다. 즉 기감이 떨어지는 것!


그래서 이를 돕기 위해서 오랜 궁리 끝에 연구하여 만들어 낸 것이었다.


지도 작성도 이제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는데 오늘도 지도를 제작하는 천막에서는 회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종족은 우리 천인족 외에도 직접 만나 본 거인족, 반인족, 비월족이 있고 멀리서 외형으로만 관측한 야차족, 소인족, 어수족이 있는데, 각각의 인구가 수백만 명이 넘을 거라는 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땅, 하늘, 바다, 안 사는 곳이 하나도 없네요”


“만약에 전쟁이 나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우리 천인족은 순식간에 멸족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요?”


“어이, 걱정하지 말어. 법술과 마법에 뛰어난 선인들이 있는데 뭔 걱정이여!”


“그분들이야 생명 중시네 뭐네 하면서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 나가도 멸족의 위기가 아니면 나서지 않으니 문제쥬.”


“그건 그렇고, 산맥은 서쪽에 남북을 가로질러서 크게 하나가 있고, 남쪽 끝에는 동서를 가로질러서 하나가 있다는 거네. 그러면 남북 방향에 있는 것을 우르산맥이라고 하고, 동서로 있는 것은 파밀산맥이라고 할까?”


“전에 살던 별에서 쓰던 이름이라 편하네요. 그럽시다”


“종족들이 대규모로 모여 사는 주거지는···, 여기는 비욜과 비사, 여기는 리반과 샤반······.”


“아니, 왜 같은 글자가 하나씩 들어가요? 이왕이면 멋지게 짓지.”


“명칭은 딱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게 좋은 거여. 비욜, 비사 하면 비월족. 리반, 샤반 하면 반인족. 금방 알잖여?”


“그건 편하긴 하네만······.”


“······.”


회의 도중에 잠시 휴식 시간이 되었다. 두 총각 친구가 천막 뒤쪽의 풀밭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비월족 여자들이 그렇게 몸매가 멋지게 쭉 빠졌다면서?”


“금색, 은색으로 천사처럼 환상적이랴. 우리는 언제나 만나 보남?”


“에구, 만나면? 만나면 서로 죽이려고 쌈박질이지 거시기를 혀?”


“반인족 여자들도 무척 예쁘댜. 위에는 옷도 안 입는댜.”


“에구~, 난 꼬리 달린 원숭이는 정말로 싫어~어. 너~나 혀라.”


남자들은 어디를 가나 이렇게 철부지들이니 언제나 철이 들는지······.


그러는 중에 드디어 지도가 완성되었고 고생한 사람들에게는 한울이 치하와 함께 술과 음식을 내리고 하사품(下賜品)도 전달되었다.


지도는 핵심 인력들에게 철저한 보안 요청과 함께 전달되어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제야 대륙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천인족이 처한 상황이 정확히 이해되었다.


지도를 보니 이 대륙이 아니면 이제 다른 곳으로는 갈 곳이 없었다.


******


천령수 심기와 지도 제작 등 계획했던 일들이 하나씩 마무리되고, 또 이런저런 새로운 일들을 추진하는 와중에 천인족이 그토록 우려(憂慮)했던 일이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번에 싸웠던 반인족 때문이다.


여기는 천인족이 작성한 지도상에서 리반이라는 도시로, 반인족 중에서 이각족(二脚族)이 많이 사는 곳이다.


가장 높은 석조 건물의 대전(大殿) 안에는 커다란 원형의 탁자가 놓여 있는데, 그 둘레에 십여 명의 추장들이 나란히 앉아서 중앙의 높은 의자에 앉은 대추장 울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앞에서는 천인족과의 싸움에서 패하고 돌아간 쵸룬이 서서 보고를 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울트는 반인족 중에서도 이각족의 대추장이다. 최고수장인 칸드란의 휘하에 스무 명의 대추장이 있는데, 그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권력자였고. 나이가 쉰 살이 갓 넘었는데 거느린 부족민의 수만 해도 이십만 명이 넘었다.


그런데 다른 종족한테 싸움에 져서 여든 명이 넘게 죽고 백 명 이상이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열이 뻗치겠는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 손으로 탁자를 치다가 삿대질을 하곤 했다.


“그래, 열 배가 넘는 인력으로 싸웠는데 적보다 서너 배가 많이 죽었다 이거지? 사각족도 같이 갔다면서? 너희는 배알도 없냐?”


“처음 보는 적들이 덩치도 우리보다 크고 너무 강해서······.”


“덩치는 우리보다 쪼금 크다며?”


“무기도 굉장히 좋고 조직적으로 잘 훈련된 병사들 같았습니다.”


“그런다고 그 많은 수로 몇 명 안 되는 놈들에게 얻어터지고 와?”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와서 너 혼자 벌받으면 다야! 응? 어쩔 거야?”


“반드시 복수를 하겠습니다. 병사들을 조금만 내어 주십시오.”


“안 돼! 나는 더 이상 너를 못 믿어. 거기 추장들! 빨리 전쟁할 준비해! 내가 직접 갈 거야. 칸드란께 출전한다고 보고하고 올 테니까 오만 명 준비해.


한 줌밖에 안 되는 놈들이니 싸그리 짓밟아 버릴 거야. 그리고 사각족의 울테르 대추장이 나하고 친하니까 날쌘 놈으로 만 명만 지원해 달라고 해.”


지금의 칸드란도 전쟁(戰爭)을 좋아하니 반대할 리가 없다. 더구나 다른 종족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미리 나서서 제거를 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화가 나서 일어나려는 대추장을 추장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붙들며 말렸다.


“대추장님! 좀더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거기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보금품 조달이 너무 어렵습니다. 그러니 적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어떤 무기들을 쓰는지 여러 가지 정보를 더 수집한 뒤에 싸워도 늦지 않습니다.”


“당신은 다 좋은데 용기가 없어! 일주일 뒤에 출발할 거야. 당장들 준비해! 먹을 거 없으면 가면서 짐승을 잡아먹어. 그리고 선발대는 뒤로 미루자는 터타우 당신이 가도록 해. 삼천 명을 데리고 가서 쵸룬과 함께 정보를 수집하고 거점을 준비한다. 알겠나? 모두 당장 가서 준비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모두가 엉거주춤 눈치를 보면서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자, 울트는 ‘꽝!’ 하고 문을 차면서 씩씩거리며 뛰쳐나갔다.


그제야 추장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한숨을 내쉰다.


“아니, 우리 대족장님은 성질이 저렇게 급하셔서야······.”


“우리가 오만 명에 사각족이 만 명이면 육만인데, 그 숫자면 전쟁이야 전쟁!”


“아랫사람들 얘기도 좀 귀담아 들으셔야지 원······.”


“으휴~, 뒤에서 얘기해 봐야 소용없으니 더 야단맞기 전에 얼른 가서 준비나 합시다.”


그러는 중에도 대족장 아부파는 이 사람 저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거들었다.


“아니, 내가 대족장이래도 성질나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열 배도 넘는 인력으로 깨지고 오면 어떻게 해.”


“몇 명 되지도 않는다면서? 이참에 싸그리 밟아 주고 우리 부족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보여 주자고! 한 번 물러나면 계속 얕보는 법이여.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자고.”


이런 걸 보면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네 편 내 편 그러는 모양이다.


이렇게 남쪽에서 전쟁의 기운이 싹트고 있는데도 천인족은 눈앞에 닥칠 때까지 ‘설마 전쟁까지나?’ 하면서 전혀 감지를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름대로는 종족이 생존하기 위한 여러 가지 과제를 도출하여 우선 해결이 가능한 순서대로 보완(補完)을 하는 중이었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전원 무사화, 무기류의 보완과 추가 생산, 이 별에 맞는 집단 전투 시의 진법 개발, 거주지 주변의 방어력 강화 등등.


오늘도 하천 좌측에 있는 개간지(開墾地) 구역에 만들어 둔 훈련장에서는 여러 가지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천령대의 무술 수련, 열다섯 살 이상 백 살 미만 남녀의 전투 훈련, 비 전투원에 대한 전면전 발생 시 조직 구성과 해야 할 일 등에 대해서······.


천인족의 경우 백 살은 수명의 절반밖에 안 되므로 중년층으로 대하고, 실제로 외형도 그렇게 노인처럼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위기에는 그들도 나서야 했다.


그리고 천인족은 무예만 강하다고 하여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물론 위로 올라갈수록 대부분 무예가 더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명을 중시하는 풍조 때문에 덕을 갖추고 조직 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하며, 휘하의 부하들을 장악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 승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술 수련과 함께 정신 수양과 관련된 업무의 수행 능력도 매우 중시(重視)되었다.


그래서 조직을 맡는 각 단계별로 그에 맞는 교육이 사전에 실시되었고···.


정신 교육과 조직을 관리하는 방법, 수하들을 면담하고 고충 처리를 하는 방법,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며 보고하는 방법, 보급품과 보급대의 운영 방법, 진법의 운영과 전략 전술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 등등.


오늘도 지도자급 고위(高位) 인력들이 큰 천막 안에 모여서 여러 가지를 협의하고 있었다.


비율신을 비롯한 대족장 세 명과 천령대 총대장, 그 밑의 대장급 세 명, 한울의 수신호위장을 맡은 안율 등이다.


비율신 대족장은 이제 투신급(鬪神級)의 절대고수(絶對高手)로는 세 명밖에 남지 않은 고수 중의 한 명이다. 그가 구자룬 총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 총대장님! 이곳은 자연 환경과 천지의 기운이 전에 살던 별과 달라서, 예전에 사용하던 진법들이 효과가 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술이 가미(加味)된 진법들이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있을 때 하나씩 보완을 해 두어야 전투가 벌어지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


“비 대족장님 말씀처럼 최근 훈련 과정에서 그러한 문제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주술에 밝은 안다 선인께 부탁을 드려서, 주술이 가미된 진법들을 하나씩 손보고 있고요. 또한 지형지물(地形地物)도 달라졌으니 그에 맞는 진법으로 보완할 겁니다.”


그때 또 다른 대족장인 보돈타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피력했다.


“진법뿐만이 아닙니다. 5대 신수와는 해타를 제외하고 지금 주거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행히 해타 신수는 지난번에 태을 선인께서 천령수와 환시의 위치를 잡으러 떠나셨을 때 서로 영기가 감응되어 겨우 연락이 이루어진 듯합니다.


선인들을 보내어 위치를 찾고 연락이 될 수 있도록 해 놓아야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마치 구자룬 총대장에게 답변을 바라듯이 지그시 바라보았다.


“5대 신수는 해타 외에는 연락이 안 되고 있으나, 위치는 이제 거의 파악이 되어 가고 있다 합니다.


사차원 공간균열로 이주 시에 신수들은 신체가 거대하고 마수나 요괴도 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커서, 다른 공간균열의 틈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당시에 5대 신수 외에도 천붕과 천망, 삼족황, 불사조 그리고 천마수나 환마인, 천요돈 등 마수나 요수 상당수가 따라 들어온 것으로 파악이 되었고요.


그래서 5대 신수들이 협력하여 미르산 근처에 몰아넣고 주술로 결계를 쳐서 가두는 중이라고 합니다. 마수나 요수가 흩어지면 다른 종족과 생태계에 큰 혼란을 초래하니까요.”


안율이 총대장 대신에 천사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하자 모두 안심하는 눈치였다. 이번에는 세 명의 대족장을 향해서 얘기를 꺼내는 구자룬 총대장.


“우리 천인족이 아리별에 있을 때만해도 총 인구가 사천오백만 명에 이르렀고, 쟁쟁한 무술세가(武術世家)와 오문구파(五門九派)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행성 충돌과 사차원의 공간으로 이동할 때 대부분이 멸문하여, 무술이 뛰어난 문파(門派)와 방파(幫派)는 이제 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 많던 무술세가들도 지금은 한울 가문인 안씨세가, 천사장 가문인 돈씨세가, 대신녀 가문인 천씨세가와 여기에 계신 세 분 대족장님들의 가문만이 겨우 맥을 잇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심법과 검법, 도법, 진법, 보법 등 비전(秘傳)의 절기들이 적힌 무공 서적들은 그래도 대부분 챙겨 가지고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지금은 우리 종족이 살아남느냐 멸족하느냐 하는 중대한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총대장이 잠시 말을 끊고 식어 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지금은 비전들을 공유하고 최대한 단시간 내에 뛰어난 무사들을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멸문한 곳의 무공 서적들은 모두 한데 모아서 관리 기구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한울께서 천사장과 대신녀께도 이 취지를 설명하셨고, 천사장의 조직 산하에 임시로 무예전(武藝殿)을 두고 무공서를 관장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자파의 무공서 외에는 모두 제출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보고자 할 경우에는 누구든 볼 수 있고 익힐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위기에는 그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니까요.”


그러자 대족장 중에서 가장 젊은 야율린 대족장이 미소를 띠며 답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우리 부족도 현재 수백 권을 보유하고 있고, 지금도 주인 없이 나도는 무공서는 대가를 주고 수집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익밖에 모르는 상인들, 불순한 단체나 개인이 나쁜 목적으로 악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모두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것이 몇 권 있는데 복사해 두는 것은 괜찮겠지요?”


“예, 꼭 필요한 것은 복사해 두시고 관리를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얘기가 오고 갔는데 특히 무공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천인족의 무인 성취 정도를 나누는 경계는 다음과 같이 8단계가 있었다.


제1단계는 초신(初身)으로 초보이며 삼류무사 취급을 하였다. 내공이 별로 없으며 형을 배우고 만드는 단계였다.


제2단계는 수신(修身)이라 하는 이류무사이고, 십 년 이상 수련한 무사로 소주천을 능숙히 할 수 있는 자들이며, 무인으로서 신체의 틀이 잡힌 상태이다. 대주천이 가능하나 임독맥이 막혀 있어서 기의 흐름이 약했다.


제3단계는 근신(近身)이라 하는 일류무사이고, 이십 년 이상 수련하여 자기 주변을 지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소주천은 물론 대주천도 가능하나, 임맥이나 독맥 중 한 개 대맥만 타통된 상태다. 검기와 전음, 어기충소, 부신약영 등이 가능한 수준이다.


제4단계는 원신(遠身)이라 하는데 공력이 일 갑자에 이르는 초일류고수였다. 한 고을을 능히 지킬 수 있으며, 임독맥이 뚫려 완전한 대주천을 이룬다. 검사와 쾌검, 신법, 보법, 이형환위, 이화접목 등에 뛰어나다. 주로 천령대 대장 휘하의 부대장급, 대주 등이 이 수준이었다.


제5단계는 제신(諸神)이며, 내공 삼 갑자급의 고수로 검강, 변검, 탄지, 분광 등이 가능했다. 십 독에 잘 중독되지 않는 절정 또는 초절정급 고수로 수가 많지 않았다. 주로 대장급이나 당주급으로 종족 단위의 국지전에 나선다.


제6단계는 투신(鬪神)이며, 사 갑자 수준 초고수, 절대고수라고 불리기도 했다. 검탄, 장풍, 호신강기, 적엽상인, 답설무흔 등이 가능하다. 열네 경맥을 융통하여 백 독이 무섭지 않고, 장군급이나 단주급으로 국지전 정도의 전투를 지휘했다.


제7단계는 전신(戰神)이며, 오 갑자 화경에 이른 고수다. 삼화취정, 오기조원, 백맥융통에 이르고 환골탈태, 이기어검, 허공답보 등이 가능했다. 세가 가주나 맹주급, 대장군에 해당하는 무인으로 신체는 천독불침에 이른다.


천인족에는 그 수가 다섯 손가락 이내였으나, 대이주 과정에서 종족의 탈출을 위해 최전방에서 길을 뚫다가 한울 이외에는 모두 희생되었다. 전신급 이상은 한 명만 남고 모두 죽어서 투신급 이하만 남은 것이다.


제8단계는 무신(武神)이며, 육 갑자를 넘은 입신(入神)의 경지이다. 종족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수준으로, 종족의 멸족 위기 정도가 아니면 거의 나서지 않고 수행에 정진하였다.


몸은 금강불괴와 만독불침, 반박귀진(返樸歸眞), 반로환동(返老還童)에 이르고, 일천세맥이 융통하여 장생한다. 무형검, 의형살인, 축지성촌 등이 가능한 무예의 신의 경지인데, 현재 천인족에는 이를 이룬 무인이 없었다.

발바라 대륙 초기 지도 1.png

발바라 대륙 초기 지도 1

발바라대륙 초기 지도 2.png

발바라 대륙 초기 지도 2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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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2 무림존자
    작성일
    21.07.01 14:33
    No. 1

    남자들은 나이들어도 다 철부지인 모양이네요. 맨날 그 생각 뿐이니 ...

    찬성: 37 | 반대: 0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08.19 23:07
    No. 2

    쥬맥이 무신급으로 올라 간다는 전제를 기대해 보고싶네요.
    아직은 알 수 없는 병과 씨름중이지만.. 고통이 고통으로만
    끝나기를... 마음의 상처가 남지 않길..

    찬성: 6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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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화. 무인을 꿈꾸다 +1 21.06.29 1,504 50 18쪽
22 22화. 동굴 속의 기연(奇緣) +1 21.06.29 1,507 50 18쪽
21 21화. 새 친구 점박이 +1 21.06.29 1,483 50 18쪽
20 20화. 새로운 안식처(安息處) +1 21.06.29 1,488 49 19쪽
19 19화. 우르표범과의 조우 21.06.29 1,467 47 19쪽
18 18화. 홀로 숲에 버려진 아이 +1 21.06.29 1,470 49 18쪽
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6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5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78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68 50 18쪽
13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504 50 17쪽
12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61 50 17쪽
»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08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16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91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59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5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5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70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95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45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40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65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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