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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묘익천(熊猫溺泉)

내 일상


[내 일상] 이라크의 하루

5:30 AM

알람이 울립니다. 배게에 얼굴을 파 묻은 채 대충 감을 따라 손을 뻗어 알람을 끕니다.

5:35 AM

두 번째 알람이 울립니다. 결국 축 처진 다크써클, 밤새 환풍기를 통해 들어온 흙먼지 가득한 얼굴로 휘적휘적 세면대로 향합니다.

5:45 AM

질긴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회사 잠바를 껴 입고 노트북이 든 가방을 둘러 매고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캠프 방에서 사무실 까지는 걸어서 3분.

6:00 AM

원청 친구들이 체조하는 모습을 보며 담배 한 대를 핍니다. 늬들도 아침마다 힘들것다...

6:30 AM

휘하 인도 직원들이 가져다 주는 빵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어제의 Salary Payroll Sheet를 작성합니다. 음 요놈은 일도 안 한게 퇴근 시간을 뻥튀기를 시켰군. 너 삭제. 인도와 이라크 로컬 직원 합쳐서 한 20명 정도 되지만 Time Sheet에 시간을 적는 글씨체가 워낙에 개판이라 판독에만 20분이 걸립니다...

7:00 AM

이제 얼추 시간이 조금 납니다. 어제 미리 써 둔 백수건달 오늘 연재치를 가볍게 퇴고한 후 문피아를 열어봅니다... 안 열립니다... 기다립니다... 아, 열렸다. 그러면 오늘 연재치를 올리고 다시 업무의 바다로 몸을 날립니다.

11:30 AM

공무, QC, 관리, HSE, 보안, 아무튼 사무실 안의 모든 대내외 업무를 맡아 하고 있는 지라 오전 내내 엑셀과 워드와 PDF 파일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 대다 이제 점심 시간입니다. 계속 켜두기는 켜 놨지만 한번도 제대로 불러온 적 없는 백수건달 한글 파일을 올려 간단하게 스토리 라인을 잡다가 밥을 먹고 돌아와 잡니다... 자야 합니다... 안 그럼 피곤합니다... 바깥은 어느새 30도를 넘어 이글거리고 있습니다. 사무실의 에어컨은 이미 1주일도 전부터 돌아가고 있습니다.

1:00 PM

오후 업무를 시작합니다. 또 엑셀과 워드 파일이 한 가득 옵니다. 그지 같습니다. 담배 한 대를 꼬나물고 열심히 타자를 칩니다... 노트북 키보드는 벌써 글자가 닳아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고작 산지 1년째인데...

5:00 PM

야간조 인도인들이 출근하면 야간 작업 Order를 내립니다. 그렇게 애들을 Field로 보내고 나면 다시 또 좀 널널해집니다. 그러면 다시 백수건달 파일을 올려서 미리 잡아둔 스토리 라인을 따라 내용을 쳐내려가기 시작합니다.

7:00 PM

밥 먹고 왔습니다. 지금부터는 씐나는 야근 타임입니다. Field에서 쉼 없이 전화가 옵니다. 뭐가 문제네 이건 문제가 아니네... 문제인 건 작업을 캔슬 시키고 문제가 아닌 건 계속 일을 하라고 Order를 내립니다. Report를 정리하고 Database를 업데이트 시키고 기타 자질구레한 서류 업무를 모두 마칩니다...

9:00 PM

퇴근합니다. 퇴근하자마자 샤워부터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물 끊깁니다... 여기 사막 한 가운데입니다... 흐르는 물 따라 하루 종일 먹은 먼지가 시꺼먼 꾸정물이 되어 줄줄 흐릅니다... 씻고 난 다음 노트북을 열고 다음날 연재할 백수건달을 칩니다... 정신줄 놓을 때까지 칩니다...

00:00 PM

잡니다... 꿈에 교운영이 나와서 교운봉이랑 맞짱을 뜹니다...


이렇게 120일을 일하면 휴가가 14박 15일이 나옵니다.

이제 2주일만 더 있으면 경축 이라크 투입 1주년입니다.

올 8월은 되야 여기서 빠질 거 같습니다.


돈이 웬수입니다... 허허...


댓글 1

  • 001. Personacon 태풍탁신

    14.03.09 17:02

    고생하십니다. 백수건달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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