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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님의 서재입니다.

더 팔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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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그다르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1
최근연재일 :
2014.03.09 00:17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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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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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2,268

작성
12.12.06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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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12쪽

더 팔라딘(The Paladins)-4화: 박쥐 갑옷

DUMMY

바란은 숨을 한번 크게 쉬더니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 이 세상에 큰 재앙이 내릴 것이네.”

자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부러진 검이 어떻게 세상에 재앙을 내릴 것인지 그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 보면 갈색의 약병이 있을것이네.”

바란의 말은 점점 다급해지고 있었다. 자코는 배낭안의 옷가지를 헤집어 갈색의 약병을 꺼냈다. 질그릇 재질로 만들어진 갈색의 약병은 약간의 윤기를 띄고 있었다.

“이게 치료약인가요?”

자코는 병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달큼한 향기가 그의 코를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그걸 마시면!”

바란의 호통에 자코는 약병을 놓칠 뻔 하였다.

“왜, 왜그러셔요?”

“갑자기 소리쳐서 미안하네. 지금 아주 상황이 급박하니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행하여주게.”

“아…… 네.”

“일단, 그건 독약이야. 마시면 안되네.”

자코는 화들짝 놀랐다.

“뭐, 뭣이라구요!?”

“난 지금 팔을 움직일 수가 없네. 그러니 자네가 내 손에 그걸 쥐어주게. 그리고 그 다음부터가 중요하네. 내 손에 로프를 감아 그것을 당겨 내 스스로가 그 독약을 마시게 해 주게.”

자코는 바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독약과 바란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독약 맞나요? 설마 치료약이 아닌가요?”

바란은 갑갑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냐! 지금 그런 질문을 할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단 말이네!”

“소인은 이해가 안갑니다요. 왜 독약을 드시려 하나요? 게다가 로프로 묶어서 마시게 하라니…….”

이미 바란의 몸에 옮겨붙은 파라텍터는 그의 목줄기를 타고올라오고 있었다.

“아까 말했잖는가? 난 지금 팔을 움직일 수가 없다고! 게다가 그 독약은 자네가 먹여주는 꼴이 되어선 안 돼. 내가 직접 마시는 것처럼 해야 하네!”

자코는 왜 독약을 어렵사리 로프로 마셔야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정말로 팔을 움직일 수가 없나요?”

바란은 갑갑한 나머지 크게 소리쳤다.

“그래! 그러니 빨리…….”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바란은 말을 끝맺을 수가 없었다. 자코가 내려친 곡괭이가 그의 머리를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바란은 투구를 쓰고 있었지만 곡괭이의 날카로운 날은 투구를 그대로 뚫어버렸다. 자코는 바란이 죽은 것을 보며 웃었다.

“캬하하하! 바보자식! 그 말에 내가 속을 줄 알고? 세상에 독약을 먹으려는 멍청이가 어디에 있냐?”

자코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워프들의 시체와 기사의 시체, 그는 젊은 기사의 갑옷을 바라보았다.

“판금갑옷이라…… 팔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거야. 하지만…….”

그는 바란의 시신을 내려다 보았다.

“검은갑옷은 희귀하니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거야.”

그런데 그는 바란의 시신에서 검은 액체가 뻗어나와 자신의 발에 엉겨붙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응?”

자코는 화들짝 놀라 발을 뒤로 빼냈다. 하지만 검고 진득진득한 액체는 그의 몸에 계속 옮겨붙으며 타고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아아!”

자코의 놀라움은 공포로 바뀌었다. 그는 곡괭이를 밀어 검은 액체를 떼어내려 하였다. 하지만 이 검은 액체는 곡괭이를 피하는 것도 모자라 그의 손등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코는 곡괭이를 놓치는 것도 생각지 못하고, 반대 손으로 액체를 털어내려했다. 그러나…… 그럴 수록 검은 액체는 자코의 몸뚱이를 더욱 빠르게 잠식해나갈 뿐이었다. 그는 뭍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펄쩍 뛰며 바닥에 쓰러졌다. 몸을 흙에 비벼 검은 액체를 떨어뜨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검은 액체는 바닥의 흙이며 와이번의 대변등등까지 함께 말아쥐며 자코의 몸에 들러붙었다. 결국, 바란의 몸에 옮겨붙던 속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검은 액체는 자코의 목까지 올라왔다. 자코는 필사적으로 목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검은액체는 자코의 손바닥 아래로 미끌어져들어오듯이 들어가며 자코의 입과 코를 막았다.

“크허허헉! 컥!”

쓰러진 자코는 바란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그는 왜 이 늙은 기사가 독약을 마시려 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리고…… 검은 액체가 자신의 눈을 덮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어? 이거 벗겨지지 않는데?”

“꼬챙이를 밀어넣어 비틀어야 겠군.”

자코는 누군가가 자신을 들어올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눈을 뜨자 남자들이 자신의 몸을 들어올리는 것을 발견할 수있었다. 그리고, 한 사내가 자신의 목을 향해 쇠꼬챙이를 찌르는 것을 보고는 놀라 소리쳤다.

“그만! 그만하세요!”

자코가 소리치자 남자들이 놀라 소리쳤다.

“이, 이 새끼 살아있어!”

“꽉 붙들어!”

남자들은 사방에서 달려들어 자코의 팔이며 다리를 붙잡았다. 자코는 사방을 재빠르게 둘러보았다. 밤하늘엔 별이 떠 있었으며, 사방에선 남자들이 든 횃불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꽤 오랜시간동안 누워있었던 것이었다.

쇠꼬챙이를 들었던 남자는 그것을 버리고는 메(Maul)를 집어들었다.

“빌어먹을 자식. 아까 죽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남자가 메를 양손으로 치켜올리자 자코가 다시 소리쳤다.

“볼타르(Voltar)형님! 접니다! 자코에요!”

볼타르라 불린 사내는 자코의 목소리를 듣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엥? 네놈이 어찌 내 이름을 알지?”

“당연하죠. 자코라고요!”

볼타르는 주변을 둘러보며 부하들을 향해 물었다.

“이놈 목소리가 왜 이러지?”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구요? 헉!”

그제서야 자코는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굉장히 낮은 중저음에, 쇳가루가 섞여들어간 듯한 목소리였다. 자코를 붙든 사내들이 볼타르에게 말했다.

“자코의 목소리는 가느다란 편이잖아요? 이 놈 목소리는 너무나 묵직합니다.”

“맞아! 살려고 거짓말을 하는 걸 거라구요.”

“이놈은 자코가 아닐 겁니다.”

“좋다! 그럼…….”

볼타르가 다시 메를 치켜올리자 자코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볼타르형님! 제가 어떻게 형님의 이름을 알겠습니까!?”

놀란 볼타르는 메를 멈추었고, 그 틈을 이용하여 자코는 계속 입을 나불거렸다.

“빈슨(Binson). 도날프(Donalf). 오메르손(Omerson). 토후바(Tohubar)! 나야 나라고! 자코란 말이야!”

자코를 붙들었던 남자들은 그가 자기들의 이름까지 모조리 말하자 놀라고 말았다. 그제서야 볼타르는 자코임을 확신하고는 메를 거두었다.

“이 미친놈의 새끼! 패잔병의 물건을 털러왔으면 갑옷이나 털어올 것이지 갑옷은 왜 입고 지랄이야?”

붉은 머리칼의 오메르손 또한 비아냥 거리며 입을 열었다.

“야! 기사놀이라도 하려는거야? 너 가만히 보면 이상한 짓 많이 하는 것 같다?”

남자들이 자코의 몸을 풀자 그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면갑 너머로 보이는 검정색 쇠장갑…… 그제서야 자코는 자신이 갑옷을 입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내가 지금 갑옷을 입고 있어?”

젊은 나이에도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한 도날프가 대답했다.

“그래. 아주 박쥐문양까지 멋들어지게 조각된 갑옷을 입고 있다.”

“박쥐라고?”

도날프는 자신의 귀 양 옆으로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래. 이렇게 투구 양 옆으로 박쥐날개가 나 있는…… 잠깐, 이 시발놈이 지가 갑옷을 입었으면서도 내게 물어봐? 앙?”

자코는 손사래를 쳤다.

“아냐. 아냐. 내가 입은게 아니라구.”

턱이 앞으로 툭 튀어나온 빈슨이 비웃듯이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서 시종이 나타나서 너에게 갑옷을 입혀준거란 말이냐?”

키작은 토후바가 미간을 찌푸리며 거들었다.

“자코. 그리고 너 자꾸 목소리 깔거야? 목소리를 바꾼다고 기사나리가 되는게 아니라고.”

볼타르가 부하들을 제지하였다.

“그만해라. 목이 쉬었나보지. 어쨌든 괜찮은 물건들은 찾았나?”

“이 검엔 마법이 걸려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사내가 볼타르에게 마법검 스파이터를 가지고왔다. 볼타르는 달빛에 스파이터를 비추었다. 자신의 옷으로 피를 닦아내자 서슬퍼런 달빛이 검에 반사되었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두목님께서 기뻐하시겠구만. 갑옷 세벌과 마법검이라니. 그나저나 자코 넌 지금 뭐하고 있냐?”

자코는 자신의 얼굴에 씌워진 투구를 붙들고 있었다.

“아. 네. 갑옷을 벗으려 하는데…… 벗겨지지 않네요.”

“미친새끼. 오늘 중으로 그걸 벗지 않으면 네 팔다리를 잘라낸 다음에 빼낼테니 그리알어.”

그때 또 다른 사내가 볼타르에게 바란의 배낭을 가져왔다.

“이게 전부입니다요.”

볼타르는 바란의 배낭에서 옷가지들을 팽개치듯이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갈색의 약병을 꺼냈다.

“오…… 이건 무슨 약이지?”

볼타르는 약병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달큼한 향내가 풍겨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음…… 냄새를 보아하니 상당히 귀한…….”

“안돼!!”

자코의 외침에 좌중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볼타르도 놀랐는지, 그는 놀란가슴을 진정시키며 자코에게 소리쳤다.

“이 미친놈아 왜 갑자기 소리를 치는거야!?”

“그거 독약이에요. 드시면 안돼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어?”

자코는 자신의 몸에 갑옷이 덮어 씌워지고나서야 늙은기사 바란이 먹으려 했던 것이 독약임을 믿게 되었다. 사실 그도 왜 자신이 그 말을 믿게 되었는지 이해하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볼타르가 독약을 먹어선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그것을 제지한 것이다.

“이게 독약인지 어떻게 아냐고?”

자코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지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때 배낭을 든 사내가 무언가를 꺼내며 볼타르에게 말했다.

“이거 꽤 묵직한데요?”

“오? 뭐냐?”

볼타르는 부하가 배낭 안에서 헝겊에 쌓인 물건을 꺼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것을 들고는 그 무게감을 즐겼다.

“상당히 묵직한 것이 진귀한 장식품일 것 같군. 순금으로 만들어져 있을려나?”

“아! 그거! 그건 라이온하트 기사단으로 가져가야 할 물건이에요!”

볼타르는 얼굴에 더욱 깊은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그럼 보물 중의 보물이겠군!”

볼타르는 황급히 헝겊을 벗겼다. 그러자 부러진 검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어? 뭐야?”

그는 검을 들어 손잡이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드러났다.

“보석하나도 박혀있질않잖아? 자코 이 새끼 너 지금 날 놀리는거지!?”

“아, 아닙니다! 그 검은 라이온하트 기사단으로 갈 중요한 물건이라고 했어요!”

볼타르는 부러진 검을 자코에게 내밀며 낮게 읊조렸다.

“미친새끼야. 그럼 이건 네가 가져. 오늘 수입 중 유일한 네 몫이다. 알겠냐?”

자코가 부러진 검을 받자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볼타르는 다짐하듯이 다시 말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네가 입고있는 그 박쥐갑옷은 내 거다. 오늘 중으로 벗어서 가져다 놔.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쇳덩이는 많이 들어서 값어치는 상당할거야.”

‘구닥다리’라는 말에 자코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갑옷을 바라보았다. 그가 입고있는 갑옷은 요새 유행하는 일체형판금이 아니었다. 사슬갑옷(Chain Mail)위에 몇몇 철판을 이중으로 겹쳐올린 상당히 무거운 형식의 갑옷이었던 것이다.

‘요새 이런 갑옷은 본 적이 없는데…….’

자코는 가슴께에 새겨진 박쥐문양을 바라보았다. 흉판에 부조형태로 튀어나온 박쥐의 눈은 그를 향해 있었다. 마치 자신을 감시하는 듯 말이다…….


-계속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레그다르입니다. 폭설이 장난 아니로군요. 직장과 학교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저도 15분 거리를 가는데 30분동안 쩔쩔맸답니다.

오늘도 날씨가 춥다는데 모두들 건강 유의하셔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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