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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대(事大)의 세대차이.

사대(事大)의 세대차이.

문피아에 연재를 다시 시작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회원님들의 서재를 둘러보곤 한다. 소설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기록한 글을 더 많이 보는 편이다. 공감되는 글들도 많고, 즐겁고 흐뭇한 글들도 많아서 방문하는 기쁨이 사뭇 쏠쏠하다. 그러다 문득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버지 대는 한문이 아니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한문에 의존하여 글을 쓰고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며, 내 대에는 한글사랑이라는 말이 제법 돌아서 이왕이면 한글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한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괄호 안에 한문을 적어주지 않으면 무슨 뜻을 지녔는지 동의어를 떠올리기 바쁜 것이다.

우리 다음 세대는 어떨까?

요즘은 물론 영어세대다. 길을 걸으며 보는 간판 중 반 수 이상은, 혹은 좀 더 많은 글이 영어로 되어 있다. 그 정도라면 나도 억지로 알아볼 수는 있다. 그런데 이것이 소설이나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오면 ‘저게 무슨 뜻인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재를 돌며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젊은 사람들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괄호 안에 영어가 들어있으면 난감함을 먼저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한문에 의존하여 글을 해석하는 경향이 강한만큼, 요즘은 괄호 안에 영어가 없으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본다.

큰 것에 의존하려는 경향은 작은 것들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다만 사대에도 세대차이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끼며 피식, 나도 모르게 실소를 흘린다.


댓글 3

  • 001. Lv.68 이가후

    13.03.25 15:34

    글을 쓸 때 최대한 한글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간혹가다가 힘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걱정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데로 다 해! 내가 커버쳐줄께~... 이런 것들... 어? 저거 단어 뭐라고 바꿔야 하지? 이럴 때마다 국어공부 좀 더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단어 하나 바꾸려다가 문장을 다 바꿔버리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 002. Personacon 현설

    13.03.29 22:12

    우리민족 고유 언어를 잃어버린 비애라고 생각되네요.
    한문에 붙었다 영어에 붙었다.
    게다가 왠만하면 간략한 글로 만들려고 일부러 조장하는 듯한 모습에 한글은 그저 읽기문자로 전락되는 느낌이에요.
    돐도 돌로 바뀌고 겂도 겁으로 바뀌고 ...
    애들 돐떡이 돌떡이 되어버린지 오래.
    한 20년 안에 돌떡이 뭐냐고 다른 이름으로 불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돐이라는 말이 사라지겠죠. 다른 말들 처럼요.
    절대로 혼자 의미를 전할수 없는 언어가 되는 다른 언어에 기생해야만 의미 전달이 되는 불쌍한 문자.
    악! 또 오버한다 ㅡㅡ;;

  • 003. Personacon MunFeel

    13.04.09 17:06

    칼럼,앗 바꿔야 겠군요. 시평을 보면 고명윤선생님의 생각이 느껴져서
    좋군요. 어려가지 시간나실 때마다 사는 얘기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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