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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산책] 베를린, 2%의 아쉬움

 

개봉 전부터 엄청난 여론 몰이를 했던 베를린을 관람했다.

감독은 예전부터 호감을 갖고 있던 류승완 감독이다.

그의 전작들도 모두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심지어 평론가들도 입을 모아 엄지를 치켜세우니 기대감은 나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개봉당일날 극장으로 달려가 조조로 관람했다.

러닝 타임 120분은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하정우를 비롯해서,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그리고 이경영,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액션? 류승완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액션을 가장 맛깔스럽게 찍을 줄 아는 감독이다.

당연히 과거의 한국영화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액션을 보여주었다. 배우들 간의 합도 훌륭했고.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분명히 만듦새가 훌륭한 영화인데도 이상하게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더우기 자꾸만 알 수 없는 기시감이 일어서 내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의문이 내 머릿속을 맴들았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 극장을 나섰지만 개운치 않은 느낌이 나를 괴롭혔다.

결국 문제는 이야기(스토리텔링)이었다.

첫번째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에 담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과했고,

두번째는 이야기 자체가 새롭지 않고 다른 작품들에서 너무 많이 차용했다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보니 분명 한국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임에도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주인공 표종성의 행보는 러닝타임 내내 물음표를 지울 수가 없었다.

신선하지 않은 이야기를 옷으로 입은 캐릭터는 좀처럼 힘을 낼 수 없기 마련이다.

더욱이 화룡점정이어야할 마지막 엔딩은 너무나 식상했다.

류승완 감독의 재능을 익히 아는 바, 그래서 더욱더 실망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내가 듣고 알았던 류승완 감독이라면 훨씬 더 근사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어떤 분의 말씀처럼 대자본이 도리어 그의 창의성을 억눌렀던 모양이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

놀라온 성취인 액션신들이 빛을 바랠 만큼, 이야기의 힘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를 영화가 2%의 부족함으로

그걸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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