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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 혹은 꼼수


[작법, 혹은 꼼수] 구상하지 말고 구성을 하라

캐릭터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많은 습작가들이 놓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소설 계획이 틀어지는 이유 중 하나, 인터넷 연재로 인기를 얻어 출판으로 이어지는 작품들 중에 종종 처음과는 달리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이유, 매번 똑같은 난관에 부딪혀서 쓰던 소설을 다시 갈아엎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답은 거의 예외없이 하나로 귀결됩니다.

구상은 죽어라고 하면서, 구성은 전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헷갈리는 사람이 없겠지만 그래도 설명하자면 구상과 구성은 철자만 비슷할 뿐이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소설에 있어 구성은 주춧돌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문장이어도, 구성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글은 시시해지고 지루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만든(?) 캐릭터라고 하더라고 구성이 약하면 무대에서 제대로 놀지 못하고 비루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한번 자문해보길 바랍니다.

 

나는 과연 소설 쓰기에 앞서 구성을 얼마나 했는지, 혹은 구상만 하고 무작정 덤비진 않았는지.

 

구성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길고 지루하며 세심한 작업입니다. 단지 이야기의 뼈대만을 그리는 게 아니라 매우 세부적인 설계를 해야 비로소 구성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제프리 디버는 소설 쓰기에 앞서 원고지 500매에 달하는 분량의 플롯을 먼저 작성하고 난 후에야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갑니다. 통상 장편소설의 분량이 1200매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건 엄청난 분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디테일한 작업을 해놓으면 소설을 탈고하는 데 시간이 그만큼 단축됩니다. 완성도가 높아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특히 제프리 디버의 작품들은 다중 반전으로 유명한데, 그의 소설은 작품 안에서 서너 번 이상의 반전이 나옵니다. 이건 완벽한 설계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구상은 단지 밑그림에 불과하다면, 구성은 훨씬 선명한 스케치에 해당합니다. 스케치가 완성되어야 그때부터 채색을 할 수가 있겠죠.

 

소설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상으로 끝나면 그건 결국 자위나 다름없는 망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제부터라도 구상이 아닌 구성을 해야 합니다.

 

그럼 구성은 어떻게 짜면 좋은가?

몇 가지 기준을 고려하면 훨씬 더 훌륭한 구성을 할 수 있을 겁니다.

 

 

1.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관계를 연표 짜듯이 정리한다.

 

2. 전체 이야기 안에서 터닝 포인트는 몇 번, 어디에 둘 것인가.

 

3.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동선은 얼마나 일치하는가.

 

4. 어떻게 시작할 것이며, 어떤 식으로 끝맺을 건인가.

 

5. 에피소드 간의 균형은 잘 이뤄졌는가? 아니면 편중되었는가.

 

 

이 외에도 많은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만 일단은 이 정도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노트 한 장에 쓱쓱 끄적대는 것 말고, 스프링 노트 한 권을 꽉 채울 정도로 한 작품에 대한 구성을 짜보길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소설은 훨씬 더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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