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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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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dap
작품등록일 :
2012.11.15 06:57
최근연재일 :
2015.02.2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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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771

작성
12.12.0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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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8쪽

회색시대-4.따뜻한.(7)

DUMMY

“어어, 이거 늦게까지 이럴 건가?”


목공소의 공인 하나가 불안한 듯 뒷문을 열어 거리 분위기를 보았다. 분명히 커다란 시위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뭉쳐 몰려 다니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아니었다. 외려 거리는 돌아다니는 사람 수가 적었다. 다만 멀리서 탕, 탕, 하고 총 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멀리서 들리며 누군가 ‘잡아라’ 하는 소리만 들리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두려운 것일지도.


“여기서 자고들 가게, 담요라도 일단 꺼낼 테니까.”


뤽스바가 그리 말했다. 공인들은 불안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일찌감치 일을 접고 저들끼리 수근수근 떠들거나 하던 차였다. 하지만 진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밖을 살피는 공인 주변을 서성였다. 아버지. 다른 이들은 멀쩡한 가족이 집 안에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 기다리겠지만, 아버지는, 인휘는 어찌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버지야 무엇이든 이해하지 못하실 테니 그 방안에서 죽은 듯이 앉아있거나 주무실테지만, 배고프실텐데, 혹은 지린 옷을 바꿔드리지도 못할 텐데, 하는 생각에 진이 외려 불안한 것이었다.


“저, 스승님, 전 먼저 들어가봐야겠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불안감에 기어이 그 말을 꺼냈다. 못 알아들을 뤽스바도 아니 건만 가보거라, 라는 말 대신 더욱 불안한 얼굴로 진을 빤히 본다.


“그……. 너…….”


라고 말을 잇지 못한다. 진은 뤽스바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인휘 일리스비의 아들, 진 일리스비. 저 소요 속에서 자칫하다가 의심이라도 받으면 끌려간다. 그리고 또 심문실에서 이유없는 매를 맞겠지. 아니구나, 이제는 이유가 있겠구나. 보았으니까.


“허, 이걸 어쩌나…….”


뤽스바는 진에게 허락한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인휘의 사정을 모르는 것을 아니니 더 갈등하기에.


“조심해서 가겠습니다. 멀지 않은 곳이니 금세 가겠지요.”

“허어…… 이걸 말릴 수도 없으니. 그래, 조심해서 가고, 누가 뭐라고 그러면 집에 가는 거라고 얌전히 말해라.”


결국 뤽스바가 허락을 했다. 목공소에 남은 공인들도 진의 사정을 다 알기에 그를 빤히 보거나 혹은 시선을 피했다. 진은 공인들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하고 목공소를 나섰다. 진의 뒤를 따라 나와 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뤽스바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스승을 빤히 보던 몰이 툭, 하고 내 뱉었다.


“따라가볼까요?”

“응?”

“그리 걱정 되시면 따라가 보겠습니다. 하나 보다는 둘이 낫지 않겠습니까?”


뤽스바는 몰의 말에 눈만 껌뻑였다. 말이 많지 않은 이 아이가 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즈음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걱정하니 놀랄 만도 하지. 몰이 그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진형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스승님이 걱정하시니 하는 말입니다.”


뤽스바는 몰의 말에 움찔했다. 이 아이가 왜 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 대강 안다, 사람에게는 아픈 손가락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이 아이는 아픈 손가락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뤽스바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여 돈을 조금 몰의 손에 얹어주었다.


“그러거라, 이 돈으로 둘이 마차라도 타고 들어가고, 너도 일찍 들어가라. 내일도 거리가 이 모양이면 하루 쉬고.”


몰은 그 무뚝뚝한 얼굴로 돈을 받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거리로 나갔다. 멀어진 진을 붙잡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 모양을 지켜본 뤽스바와 나이 비슷한 공인 하나가 소리를 높였다.


“어! 뤽스바 스승님, 저도 마차비 좀 주세요!”

“네가 애들이냐!”


뤽스바가 소리를 빽 지르고, 나이가 제법 되는 공인들은 다들 하하 웃었다. 이래서 이곳에 있는게다.


몰은 달려가 저기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 걸음치는 진의 뒤를 소리없이 붙잡았다. 그에 진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헉. 몰?”

“가요, 스승님이 마차라도 타고 가라고 돈 주셨어요.”


몰은 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손목을 끌어 영업용 마차가 서 있는 정류장 쪽을 향해 갔다. 진은 과연 그 돈을 써도 될까 싶어서 우물쭈물 하지만 몰은 상관도 안 했다. 도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정렬하여 눈을 부라리며 다녔고 멀리 사람 비명이 아련하게 들린다.


“진!”


검은 제복 하나가 진을 부르고 진과 몰은 돌아봤다. 카르였다. 몰은 두 발짝 뒤로 물러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진은 가만히 카르의 뒤편을 보았다. 검은 제복을 입은 자들이 바닥에 칠해진 색을 지우고 있었다. 누군가를 잡으러 가는지 몇은 뛰어 저리로 간다.


“경위님……”

“진, 집에 가니?”

“예….. 스승님이 돈을 빌려주셔서 마차타고 가려고……”


진은 지레 찔리는 마음에 주절거렸고, 카르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오는 길에 동생들에게 들려 공장에서 자거나 아니면 집에 있으라고 말을 해주었다. 이런 말 들은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니겠지. 하지만 진에게는 아버지가 있었으니까.


“마차가 지금 많이 안 다닐거야, 한 대 잡아 줄게.”

“아니, 아닙니다.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마차가 있을 테니까요..”


진은 몰의 눈치를 힐끗 봤지만 몰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때 거짓말 같이 마차 한대가 다가왔다. 카르는 얼른 그 마차를 세웠다.


“이 친구를 북쪽 마을까지 데려다 주시오.”

“아, 옛. 당연하지요.”


카르는 얼른 타라는 듯 마차 문까지 열어주었다. 진은 몰을 다시 쳐다보니 몰은 슬금슬금 따라왔다.


“이 친구는?”

“스승님께서 걱정이 크셔서 제가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아아, 그래, 잘 됐네. 얼른 들어가.”


진이 마차에 타자 몰도 얼른 따라 들어왔다. 카르는 문을 닫고 마부에게 말했다.


“조심해서 가시오”

“아, 예. 감사합니다.”


마차는 얼른 출발하기 시작했다. 마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르는 얼른 색을 마저 지우고, 이단자들을 잡기 위해 자리로 돌아왔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여전히 몰은 말이 없었다. 몰의 무뚝뚝한 얼굴을 지켜보다 가슴이 답답해져 진은 고개를 돌렸다. 덜컹덜컹거리는 소리를 타고 북쪽 마을 초입에 금세 도달했다. 집 앞까지는 골목이 좁아서 마차가 들어가지 못하니 여기서 내려야 했다. 진이 내리자 몰도 따라 내렸다.

몰이 뤽스바에게서 받은 돈으로 요금을 내자 마차는 얼른 그 자리를 떠났다.


“어? 몰…… 저 마차타고 너도 집으로…….”

“멍청한 놈.”

“뭐?”


몰의 폭언에 진이 당황했다.


“저 심문관 새끼 때문에 다 어긋났어요.”


진은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인휘 님은 이미 집안에 안 계실거에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에는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려 집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걸음 달리기도 전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의식이 멀어지기 전 저기에 또 다른 마차 한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대로 눈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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