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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아범 님의 서재입니다.

소년 용병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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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아범
작품등록일 :
2021.12.19 21:38
최근연재일 :
2022.02.05 00: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1,127
추천수 :
331
글자수 :
134,107

작성
22.01.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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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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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소년 용병이 강함 (14)

DUMMY

소년 용병이 강함 (14)


“으아악, 으악.”


중앙광장으로 향하던 피난민들이 다시 동쪽으로 밀려나왔다. 그와 함께 피비린내와 함께 시궁창의 퀘퀘한 냄새도 밀려왔다. 코볼트 떼였다.


쥐와 개를 섞어놓은 듯한 생김새를 지닌 코볼트들이 무리를 지어 북쪽에서 중앙광장 쪽으로 몰려왔다. 북쪽 하수도를 통해 외부에서 침입한 모양이었다. 전쟁이 한창이었으면 치명적인 일격이 됐으리라.


전황이 넘어간 지금에도 치명적이긴 마찬가지. 코볼트 무리가 피난민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죽음을 흩뿌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볼트들의 난입에 안 그래도 더딘 피난길이 더 힘든 생존의 길로 변했다. 코볼트 무리들은 코를 킁킁 거리며 인간 냄새를 쫓았고, 물고 할퀴어 죽였으며, 살점을 뜯어 먹고 피를 마셨다.


“어디서 코볼트들이...”

“도와줘.”

“도망쳐.”

“아악.”


비명 소리와 생의 마지막 단말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문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코볼트들이 무리지어 길마다 자리잡고 인간들을 공격했다. 피냄새가 시궁창 냄새를 덮을 정도로 빠르게 피난민 숫자가 줄었다. 아니 살아 있는 피난민들의 숫자였다.


시누는 쉴틈없이 검을 휘둘렀다. 온몸이 비명소리를 질렀다. 무아지경에 빠져 한계까지 몰아친 후폭풍이 이제야 밀려왔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한낱 코볼트 무리에 당할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코볼트 무리에 발목을 잡힌 사이 고블린과 오크 무리에 뒤를 잡혔다. 고블린과 오크의 괴성이 들리자 사람들은 절망했다. 신을 찾는 기도 소리가, 신을 원망하는 욕설과 섞였다. 스스로 목에 칼을 꽂아 넣는 사람들도 보였다.


“서쪽은 힘들어요. 남쪽으로.”


한스 용병단은 똘똘 뭉쳐 움직였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물량공세에 하나둘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채기에 불과했다. 점점 깊은 상처가 생겨났다. 피를 흘리던 단원들은 짐일 되기 싫다며 몬스터 무리를 향해 몸을 던졌다. 조금이라도 탈출을 돕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시누는 피눈물을 흘렸다. 이를 악물고 복수를 다짐했다. 몬스터 무리를, 이 자식들의 우두머리를, 검은 오크를 갈아 버리리라. 하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줘.”


프레일이 가만히 앉아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단원들을 둘러싼 몬스터들의 장벽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었다. 단원들은 묵묵히 무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옴마니옴 움치라. 타올라라.”


프레일이 긴 주문 끝에 남쪽으로 향하는 두 줄기 불길을 만들어냈다.


“불에 닿으면 안돼. 서둘러.”


프레일의 말에 움직이려던 단원들의 발을 멈췄다. 프레일이 그냥 앉아 있었다. 남은 마력을 한톨까지 쏟아부어 불의 장벽을 만들어낸 여파로 꼼짝도 못했다. 그 사이 수 년은 늙은 듯 초췌해 보였다. 흰머리도 언뜻 보이는 것같았다.

프레일은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제시카의 손에 쥐어줬다. 제시카의 귀에 대고 몇마디 말을 남겼다. 유언이었다.

시누는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프레일이 여기서 몬스터들의 밥이 되어야 하나. 시누가 프레일을 들쳐 업고는 망토를 찢어 몸에 묶었다.


“가요!”

“이 새끼들아, 한스 용병단이 간다!”


단원들의 처절한 외침이 세일 성 곳곳으로 울려퍼졌다. 단원들은 프레일이 만들어 놓은 불길 사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을 막으려 몸을 던진 몬스터들은 불에 닿는 즉시 숯덩이가 됐다. 단원들도 뜨거운 열기에 숨이 턱턱 막혔다. 하지만 발은 절대 쉬지 않았다. 남문이 보였다.


“이제 살았어.”


가장 앞에서 달리던 홉이 남문을 나서며 환호했다.


“쾅.”


이른 환호였다. 달리던 방향의 역으로 내려쳐진 철퇴에 홉의 얼굴의 절반이 날아갔다. 날아가 다른 단원들의 멈춰선 발 앞에 떨어졌다. 흉악한 기세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세일 성에 더 이상 인간은 없닼. 쿰. 그게 레자크 님의 명령이닼.”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오크 몇이 남문을 지키고 있었다. 레자크의 호위대. 전 족장들이었다. 이미 그들의 발 밑에는 남문으로 탈출하려던 사람들의 시체가 가득했다. 흥건한 핏물에 발 밑은 찐득찐득거렸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이제야 불쾌함이 느껴졌다.

오크 하나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들의 기세에 온몸이 쩌릿쩌릿했다.


‘하나, 많으면 둘 정도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크 숫자가 너무 많아.’


시누의 좌절을 알았을까.


“시누, 너 혼자라면 어떻게든 몸을 뺄 수 있을 거야. 내 몫까지 복수해줘.”

“그래, 나도. 내 몫까지 복수해줘.”


제시카를 시작으로 단원들이 시누의 앞을 막아섰다. 제시카는 조용히 시누의 등에서 프레일을 떼어냈다.


“난...”


시누는 말문이 막혔다. 비장한 표정을 짓는 동료들은 시누에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먼저 간다. 넌 저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백년만년 살다 와라.”

“호머 길드장 알지? 찾아가서 한스 용병단 대표로 왔다고 해.”


제시카가 시누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가만히 앉아 있던 프레일이 시누에게 손짓했다. 시누는 한쪽 무릎을 꿇고 프레일에게 다가갔다.


“꼭 살아서 나의 죽음을 마탑에 알려줘. 화염학파 프레드릭 님에게 프레일이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하다고.”


시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제시카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프레일의 목걸이를 시누의 목에 걸어줬다. 그리곤 아무 말없이 시누를 콱 안았다. 제시카를 시작으로 단원들이 하나씩 시누를 안았다. 시누는 그냥 묵묵히 서 있었다. 그들은 웃었지만 시누는 울었다.


“한스 용병단 부단장으로서 말한다. 단장 대리의 권한으로 한스 용병단이 오늘부로 해단함을 선언한다. 한스 용병단의 혼은 대지에 영원히 남으리라. 가자.”

“우아악!”


제시카의 선언과 함께 단원들이 뛰쳐나갔다. 몸이 성한 이 하나 없었지만 누구하나 뒤처지지 않았다. 제시카의 폭풍같은 찌르기 연격이 터져나왔다. 그 뒤를 이어 빅혼과 제이슨이 창을 내질렀다. 일점 돌파하듯 맨 앞에 자리한 오크를 향해 온몸을 던졌다.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에 오크 파투는 주춤했다. 하지만 그도 한 부족을 이끌었던 용자. 제시카의 검을 도끼의 면으로 막아낸 뒤 그대로 밀고 들어가 빅혼의 창까지 방어했다. 제이슨의 창에 옆구리를 뚫렸지만 오크에게 그 정도 상처는 상처도 아니다.


“쿠라락!”


파투는 도끼를 회전시켜 상대방과 거리를 만들었다. 제시카, 빅혼, 제이슨은 무지막지한 힘에 밀려 두세 걸음을 뒤로 걸어야 했다. 파투는 즐거웠다. 레자크와 기사단의 전투를 보고 얼마나 흥분했던가.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 달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내가 간닼.”


파투는 성큼성큼 걸어 상대와 거리를 좁혔다. 내려치고, 내려치고, 내려치고. 내려치기 삼연격으로 제시카의 검을 부수고, 빅혼의 창에 실금을 만들고, 제이슨의 팔 하나를 잘라냈다.


시누가 뒤늦게 반응하려 했지만 프레일의 손에 잡혔다. 프레일은 마지막 생명력을 살라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시누는 울분을 삼키며 전투에 나선 단원들의 모습을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더 그들을 눈에 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제시카가 발에 채여 날아가고, 빅혼의 가슴에 도끼가 박힐 때 시누는 몸을 날렸다. 파투와 단원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사이를 파고들더니 순식간에 파투의 도끼를 빗겨내고서 칼로 가슴을 헤집었다. 파투가 눈을 부릅 떴다.


시누의 칼이 파투의 목을 잘랐다. 다른 오크들이 낄낄 거렸다. 파투가 혼자 날뛰는 모습에 인상을 쓰던 오크들이었다. 웃음을 멈춘 오크들이 시누에게 달려들었다. 시누는 막고 피하고 피하고 빗겨내고를 반복하며 오크들의 공세를 버텼다. 간간히 베고 찔렀지만 손에 남는 감각은 얕았다.


시누는 승부를 걸었다. 도끼와 철퇴, 창과 대검이 연이어 파고들어도 참고 참았다. 한번에 공격이 들어올 때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순간 시누는 검을 사방으로 회전시키며 무기들을 쳐냈다. 회전력으로 잠시나마 오크의 힘을 이겨냈다.


근육은 찢어질 듯 아팠지만 숨 돌릴 틈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급소를 노려 검을 휘둘렀다. 한 놈은 목이 잘렸고, 한 놈은 심장이 찔렸다. 한 놈은 팔로 시누의 검을 막아냈고, 한 놈은 시누의 검을 피해냈다.


두 놈은 쓰러졌지만 두 놈은 건재했다. 시누는 오크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연방 뒤로 밀려나갔다.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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