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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Man Walking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6 00:44
최근연재일 :
2016.05.03 16:08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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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8,247

작성
16.05.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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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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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우왕좌왕 1

DUMMY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뇌를 때린다.


“아, 씨발.”


욕설을 내뱉음과 동시에 수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낡은 소파에 박혀있던 몸 군데군데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 온 몸이 쑤시는구만. 이딴 곳에 대충 웅크리고 잤으니 당연하지. 잠이 덜 깬 눈에 비치는 주변 풍경은 아직도 흐릿했다. 아무런 장식조차 없는, 회색빛의 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침을 탁 뱉은 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기도를 타고 폐를 채우고, 부족했던 니코틴 성분이 충족되자 어질어질 했던 눈앞이 그제야 명확하게 바로잡혔다. 이래서 담배를 끊을 수가 없다니까. 수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살 것 같군. 눈꼽을 떼며 수호가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소리가 귀를 찔렀다. 고개를 돌려 철문을 바라본 수호는, 나지막하게 좆같네, 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도대체 뭔 일이 났길래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가 있는 곳은 나이트 클럽의 한 조그만 방이었다. 주류와 여러 가지 물품들로 가득찬 창고들을 지나면 나오는 곳인데, 일반적인 손님이라면 평생 그가 있는 나이트 클럽에 온다고 해도 그 존재조차 모를 곳이었다. 물론 모르는 것이 나았다. 방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었으니까.


수호는 천천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소리는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제 간격 또한 좁아지기 시작했다. 진짜 짜증나는구만.


“알았다 알았어 개새끼들아. 또 형님이 찾냐?”


수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만하면 조용히 하겠지. 머리를 긁적이며, 수호는 낡아빠진 철문을 바라보았다. 군데군데 녹이 슬고, 또 찌그러진 철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철문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빛이 바래도 여전히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핏자국들이었다.


핏자국은 철문 뿐만 아니라 방 전체에 골고루 뿌려져 있었다. 갈색의 방울이 독특하게 퍼져 있어 벽지의 무늬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고, 길게 주욱 그려져 있어 마치 붓을 이용한 것 같은 자국도 있었다. 바닥은 더 했다. 마치 붉은 페인트를 들이 부은 듯한 자국이 구석구석 선명했다. 이 방을 거쳐간 손님들의 흔적이었다.


손님을 상대하는 모든 업종은 손님으로 인해 골치를 썩는다. 음식을 파는 식당부터 시작해 물건을 파는 가게까지. 가난한 이들만 찾는 싸구려 분식점부터 부자들을 위한 별 다섯 개찌라 호텔의 식당까지. 어딜 가건 진상을 부리는 손님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손님을 재빨리 다루지 못하면 깎여나가는 것은 가게의 매상일 뿐이다. 하물며 술을 마시고, 술 취한 이들이 오고, 또 그 목적이 건전치 않은 나이트 클럽은 어떻겠는가. 물론 나이트 클럽이 그 지역 조폭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었기에 웬만한 이들은 알아서 몸을 사릴려고 하지만, 세상에는 눈이 뒤집히면 제 머리로는 생각조차 못하는 이들이 꽤 많다.


술 취한 손님이 난동을 부린다. 한 웨이터에 의해 이런 사실이 위에 알려지자마자, 나이트 클럽은 일단 그 손님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함부로 폭력을 가하진 않는다. 주위 테이블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고, 정신을 차린 뒤 뭐라고 입을 놀릴 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무리 취했어도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험악하게 생긴 몇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으면 대부분은 입으로는 큰소리를 하면서도 순순히 끌려나가게 마련이다. 대다수의 건이 그렇게 처리되고, 그럴 경우에는 아주 편했다.


그런데 꼭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녀석들이 있다. 말릴 때 들으면 되는데, 꼭 그러지 않고 병을 깨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녀석들이다. 제 테이블의 것으로도 모자라 남의 테이블의 병까지 집어던지고, 심하면 여자들을 때리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는 답이 없다. 손님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시는 이 곳에 발을 들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나서는 것이 바로 수호였다.


몇 몇을 거친, 그렇지만 결코 과장되거나 축소되지는 않은 소식이 수호에게 접수되면 그는 즉시 평소 대기하던 방을 벗어나 임무 수행을 위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던 음악 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현란한 사이키 조명이 눈을 찌르는 것은 수호에게 있어 아무리 반복되도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난동을 부린 손님에게 있어서는 불행이었다. 수호에게 1차적 짜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이 1차적 짜증으로 인해 약간 미간이 찌푸려진 상태로 다가온 수호를 보고, 손님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진다. 당장에라도 하던 행위를 멈추고, 어떻게든 잘못했다는 시늉-꼭 시늉을 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 행동의 모양이 어떠하건,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슨 내용이건 그 동작의 크기가 작고 목소리가 작으면 수호는 이미 상대방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고 간주했으니까-만 한다면 수호의 역할은 간단해졌다. 정중히 인사를 하고, 앞으로는 조심하란 말을 하고 그 자리를 떠나 다시 그의 보금자리로 돌아오면 됐다. 하지만 그 손님이 말을 듣지 않았을 시에는, 수호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쯤에서 수호의 일처리를 직접 눈으로 목격한 한 웨이터의 증언을 들어보자. 오십원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이 웨이터는 그 날 이후 나이트클럽을 그만둘까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었다고 한다.


“이런 말 하면 웃기는데, 진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사실 정확히 뭘 본 건지도 모르겠어요. 기억하는 거라곤 그 술 취한 꼰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수호 형의 이마를 눌렀고, 눈깜짝할 사이에 갑자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는 거에요. 수호 형 이마를 찔렀던 손가락이 꺾인 채로 말이죠.”


이처럼 수호의 첫 행동은 단숨에, 그리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졌다. 자신의 신체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대방의 신체를 목표로 잡은 다음, 그것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부숴줌으로서 상대방의 전의를 단숨에 상실시켰다. 그것이 손가락이라면 부러질 것이고, 발이라면 으깨질 것이며, 코라면 뭉개질 것이었다.


현명한 독자라면 이쯤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소동을 없애기 위해 나왔다면서, 그런 행동을 하면 상대방이 비명을 지르거나 더 난동을 피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직접 큰 상처를 입어보거나, 사고가 났던 사람은 알고 있다. 몸이 다친 그 즉시는 고통이 바로 밀어닥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앞서 제기한 의문의 행동들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현명한 독자들이 제기한 의문이 그대로 실현되므로, 수호는 일찌감치 미리 준비해둔 손수건을 상대방의 입에 틀어박아버림으로서 미연의 사태를 방지했다. 물론 그 와중에 이 몇 개가 부러져나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수호와 함께 방으로 끌려가서 당할 몇 차례의 행위보다는 양호했으므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훗날 그 때를 떠올릴 때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몸서리 치지는 않았다. 아무튼, 몸 한 군데가 부서지고 입에 손수건이 틀어막힌 채, 난동을 부린 손님은 수호에게 목덜미를 쥐어잡힌 채로 질질 끌려가곤 했다.


그렇게 질질 끌려온 손님들이 남긴 흔적들을 바라보며, 수호는 순간 밀어닥치는 엄청난 감정의 폭발에 휘말렸다. 그리고 그 감정의 폭발과 더불어 그럴 때마다 그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했다. 그 동안 그가 살아온 날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모두 반추해보았을 때 이루어지는 단 하나의 행동이었다.


“아함. 졸려.”


멋드러지게 하품을 한 후, 수호는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한 마디에도 불구하고,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여전했다. 차라리 빠르고 규칙적이게 때려줬음 덜 피곤했겠구만. 그럼 음악 반주 같아서 잠에서 안 깼을 지도 모르는데. 목을 비롯해 몸 이곳 저곳의 관절을 꺾으며 수호가 생각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 구석 구석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건 무슨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디 부러지지 않았나 걱정하게 되네. 수호가 어깨를 으쓱했지만, 자기 자신의 맷집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그냥 장난 삼아 하는 생각일 뿐이었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불규칙하게. 아파트나 주택이 밀집한 곳에서는 이웃의 짜증을 완벽하게 유발할 수 있는 소음의 진원지의 바로 앞에 선 수호는, 일단 자신이 그것을 위해 보답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최선으로 보이는 행동을 선택했다.


“야이 씨발 새끼들아, 진짜 뒤지고 싶냐?”


고함과 동시에 그의 주먹이 철문을 강하게 쳤다. 그와 동시에 수 백개는 족히 될 흠집들에게 새로운 친구가 추가되었다.


“뭔 말을 씨부리던가. 계속 좆나게 두드리기만 하면 뭔 씨발 내가 화가 안 나니? 엉?”


수호가 계속해서 소리 질렀다. 말없이 두드려만 댄 것도 열이 받긴 했지만, 그보다 그가 아까부터 뱉은 말에 전혀 대답이 없는 것도 슬슬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 막 소리치며 깨우지 않은 것은 조용히 그를 따로 깨우려고 배려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괜스레 여기서 또 자고 있던 것을 위의 형님들에게 들켜봤자 수호에게도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분명 그가 조용히 하랬음에도 끝까지 말을 듣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화를 내는데 있어 필요하고 또 충분한 요소였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상황은, 수호로 하여금 완전히 어이를 상실하게끔 하는데 필요하고 또 충분한 요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커지고 빨라졌다. 무언가 묵직한 것이 흐느적거리며 부딪힌다고 생각되던 소리는, 이제 그것이 전력을 다해 부딪히는 것으로 들렸다. 그러면서도 쉬질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불규칙하던 소리는 이제 몹시도 빠르고 불규칙하게 바뀌었다. 자신의 앞에서 미친 듯이 쿵쾅거리는 철문을 보며, 수호는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와, 이것들이 진짜 미쳤구나? 제대로 돌았네?”


미간을 있는대로 찌푸리며, 그러나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은 수호는 거칠게 철문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그의 손목이 돌아가고, 손잡이의 자물쇠가 찰칵 하고 열렸다. 당장에라도 철문을 통째로 뽑아낼 기세로, 수호는 손잡이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는, 결코 듣기 좋지 않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며 수호의 귀를 자극했다.


“어?”


문이 열린 순간, 수호는 그 한 마디만을 뱉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본 광경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는 그보다 더한 악취가 자신의 코를 쑤셔온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


이마의 반이 떨어져나가 뇌가 보이는 남자와, 턱이 떨어져나가 긴 혓바닥을 늘어뜨린 남자,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은 수호에게마저 충격을 줄 외모의 소유자 두 명이 수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눈동자는 돌아간 채로.


작가의말

흥겨운 좀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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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6.04.26 18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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