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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Man Walking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전쟁·밀리터리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6 00:44
최근연재일 :
2016.05.03 16:08
연재수 :
2 회
조회수 :
318
추천수 :
0
글자수 :
8,247

작성
16.04.26 00:47
조회
179
추천
0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어이구 손님. 괜찮아요? 많이 취하셨네."


난 괜찮아요,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혜숙은 대답 없이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건 웨이터를 바라보았다. 웨이터의 얼굴이 여러개로 겹쳐 보였다. 뭐지, 조명 때문인가. 웨이터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혜숙은 손을 내저으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그런데, 걸음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발을 내딛자마자 그녀는 쓰러질듯 크게 휘청거렸다. 너무 어지러웠다. 속도 좋지 않았다. 몸이 이상했다.


억지로 다시 걸음을 옮겨보려 했지만, 이내 다리가 풀렸다.


웨이터는 재빨리 혜숙의 옆구리로 팔을 넣어 그녀를 부축했다. 가슴의 명찰에서 늑대라는 글귀가 유난히 빛났다. 웨이터, 아니 늑대의 입장에서, 혜숙은 단골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였다.


이렇게 나이트에서 맛이 가버린 여자를 소위 골뱅이라고 한다. 늑대는 이런 골뱅이를 데려다 룸에서 기다리고 있는 또다른 늑대들에게 넘긴다.


머리와 몸이 맛이 가버린 이상, 무슨 짓을 하건 골뱅이는 저항하지 못한다.


'지 잘못이지 뭐.'


처음 웨이터 일을 시작했을 때, 선배의 가르침 혹은 반강제적인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골뱅이를 룸에 넣었을 때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었다. 그것은 그 룸에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늘어진 상태로도 눈물을 흘리고 있던 여자를 봤을 때 더욱 크게 다가왔었다.


그러나 이제 늑대에게 그런 마음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 취해버린 여자들이 문제였다.


제 몸을 지키고 싶으면, 제 스스로 자신을 놓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이런 늑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숙은 어쩔 수 없이 늑대가 가는 대로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졌다. 천장의 조명이 한여름의 햇살과도 같이 그녀의 눈을 찔러왔다. 고통스러웠다. 걸음을 옮기고는 있지만, 바닥을 밟을 때마다 미칠 것만 같은 고통이 밀려 들었다. 온 몸의 근육이, 뼈마디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늑대가 룸의 문을 열었을 때 혜숙은 안도감이 들었다. 비록 한 눈에도 양아치처럼 보이는 남자 셋이 그 안에서 혜숙을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지었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푹신한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좋은 시간 보내십쇼!"


늑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닫혔다. 혜숙은 늑대가 나가자마자 남자 한 명이 자신의 옆에 바짝 달라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남자의 오른 손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왼 손이 그녀의 무릎 위에 얹혀졌다.


뭐지, 이건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미칠듯한 피로감이 온 몸을 엄습해왔다. 이건 술 때문이 아냐. 그녀가 생각했다. 아무리 취해도 이렇게 몸이 힘든 적은 없었다. 감기인가? 그것과도 달랐다. 그냥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혜숙은 자신의 몸의 통제권을 잃고 있었다.


그녀의 귓가에 남자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물론 더이상 그녀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단단히 취했네. 누가 먼저 시작할래?"


"뭐, 얘로 돌리자고?"


"그럼 뭐 어떡해. 시간도 늦었잖아. 금방 끝내자."


"흠. 알았어. 그럼 나부터 시작하지 뭐."


"뭐? 왜 너부터야!"


"내 옆에 앉았잖아. 자 그럼 나부터 간다."


남자의 손길이 대담해졌다. 어깨를 감싸고 있던 오른 손은 더욱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왼 손은 혜숙의 치마 속으로 들어왔다.


이제 혜숙의 눈에는 남자의 손 대신 팔뚝이 보였다. 푸른 핏줄이 도드라진, 약간의 근육이 있는 팔. 자신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 손길이 불쾌했지만, 순간 혜숙은 자신이 한 가지 감정에 사로잡혔음을 느끼고는 금세 그 불쾌감을 떨쳐버렸다.


"야, 얘 너무 가만히 있는다. 재미 없어."


"빨리 끝내기나 해. 그만 좀 만지고."


"알았어. 에고, 골뱅아. 빨리 끝내줄께. 너도 어쩌다 우리 같은 놈들 만나가지고."


무슨 말이 오가건 간에, 헤숙의 눈은 이제 남자의 팔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을 놀릴때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근육, 그리고 그와 같이 꿈틀대는 핏줄들. 뭔가 비슷한데. 뭐지. 아, 그런데 왜 이렇게 배가 고플까. 몸이 안좋아서 그러는 걸까. 분명히 안주도 많이 먹었고, 술도 많이 마셨는데.


혜숙은 아까부터 미칠듯이 배가 고팠다. 뭐라도 먹고 싶다. 뭘 먹어야 할까. 그래, 고기가 먹고 싶어. 고기, 신선한 고기. 피가 떨어지는 고기. 문득 혜숙은 자신이 채식주의자임을 깨달았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은 고기가 먹고 싶어.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혜숙은 이제 의자에 눕혀진 채였다. 남자의 손길은 그녀의 속옷을 벗겨내기 위해 분주했다. 따라서 그녀의 시야에서 남자의 팔은 사라졌다.


뭐지, 아까 그게 굉장히 맛있어 보였는데. 돼지고기, 소고기보다 더 먹음직스러웠어.


그 순간, 혜숙의 눈앞에 남자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붉게 상기된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혜숙의 얼굴에 와닿았다. 짙은 술냄새가 콧 속을 맴돌았다. 순간, 헤숙은 팔보다 얼굴 살이 더 연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혜숙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다른 친구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자, 이제 들어가겠습니다. 니들은 잠시 눈 돌리고 있어요."


남자의 얼굴이 다시 혜숙을 향했다. 자신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혜숙에게, 남자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시작한다. 넌 별 느낌 없을 거다."


하지만 혜숙에게 더 이상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맛있겠다. 연하겠다. 한 입 깨물면 피가 뚝뚝 떨어질거야. 그리고 씹으면 쫀득한 느낌이 입 안에 감돌겠지. 맛있겠다. 아니 맛있어. 먹어본 적은 없지만 맛있어. 분명해. 아 배고파. 배 고파 죽겠어. 잠깐, 맛있는게 눈 앞에 있잖아. 먹으면 되잖아. 그럼 배고프지 않잖아. 아니야,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먹어. 아니, 왜 못먹는거지? 저렇게 맛있어보이는데, 아니 맛있는데. 먹자. 먹으면 되잖아. 무슨 문제가 있어. 그래, 먹자.


먹자라는 단어.


그 것이 의미하는 여러가지 뜻.


남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먹다'를 위해 허리를 움직였고.


혜숙은 자신이 생각하는 '먹다'를 위해 입을 움직였다.



즉, 남자의 얼굴을 물어 뜯었다는 말이다.


작가의말

요괴사냥꾼보다는 다소 천천히 쓸 예정입니다.


카테고리가 몇 개 없어 공포 미스테리 전쟁 밀리터리로 해뒀는데... 그냥 유쾌한 좀비 소설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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